[미디어 노트] 미디어 기능에만 머물면 안되는 시대 [미디어 노트] 다시 오지 않을 매거진의 시대 미디어만으로는 비즈니스가 되지 않는 시대
매거진, 즉 잡지의 시대가 저문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종이 신문과 마찬가지로 종이 잡지의 생명력은 디지털 전환의 시대가 빨라지면서 발행 부수를 줄이고,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독자들을 찾아 나섰는데요. 성공적으로 전환을 이루고 여전히 그 레거시를 이어가는 사례들도 있지만, 산업 전체적으로는 지속해서 축소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 잡지 산업의 부흥기에 그 매출 규모가 460억 달러(약 61조 원)에 이르렀는데, 2021년에 집계된 결과를 보면 260억 달러(약 35조 원)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20여 년 만에 산업 전체적으로는 거의 반쪽이 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구독료와 더불어 역시나 광고가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이 매출은 다 어디로 간걸까요?
네,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늘 말씀드리기도 하듯, 구글과 페이스북이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이후 생겨난 수많은 디지털 플랫폼들도 이를 나눠 가졌습니다.
산업이 크게 뒤집어진 이래 디지털 전환에 실패한 무수히 많은 잡지들이 있고, 디지털 전환을 하고서도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레거시 잡지들도 많습니다. 잡지의 아이콘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보그와 타임 모두 종이 잡지가 여전히 그 브랜드의 레거시를 이어가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발행 부수를 줄였음은 물론 디지털 전환을 한 이후에 지속 성장의 길을 만들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산업이 계속 작아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디지털 전환기로 한 차례 시장이 정리된 이후 그 감소 속도는 이제 줄어들었지만, 매거진 산업의 앞길이 밝아 보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퍼블리셔로의 완전한 전환을 이어간다면 기존의 잡지 형식의 텍스트와 콘텐츠 그리고 사진과 이미지 말고도 다른 종류의 콘텐츠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넓은 의미의 매거진 업계에는 새로운 시도들이 생겨나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신문과 뉴스 미디어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지속되는 것과 비견해 볼 수 있는데요.
과연 매거진은 아직 의미 있는 콘텐츠와 포맷으로 기능할 수 있는 걸까요? 최근에 몇 가지 새로운 시도들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거진이라는 미디어의 기능이 앞으로도 유효할 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례들이기도 합니다.
결국 콘텐츠만의 힘으로 매거진이라는 미디어 사업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드는 새로운 기회들이 미디어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
여전히 그 레거시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잘 이어가는 잡지는 많지 않습니다. |
한 테니스 잡지가 비추는 업계 모습 우선 최근 단연 화제가 크게 된 매거진을 꼽으라고 하면 테니스 매거진인 라켓(Racquet)이 있습니다. 라켓은 프로 테니스와 선수들 그리고 테니스 용품과 패션 등 테니스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콘텐츠 미디어로 시작한 매거진입니다. 광고를 위한 용품과 관련 패션 소개만이 중심이 되지 않고 예술과 패션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에세이와 아티클을 포함해 테니스 업계에 대한 특종과 선수 인터뷰, 비판적인 인뎁스 등 말 그대로 미디어의 기능을 하면서 유명해진 잡지이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 창간되었고, 시들었던 테니스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면서 최근 더욱 주목을 받아오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 이들이 주목을 더 크게 받은 건 공동창업자들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소송 싸움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인데요. 뉴욕타임스가 최근 이에 대해 내놓은 인뎁스에 의하면, 이들의 갈등은 두 창업자가 매거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의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편집장(에디터)이었던 데이비드 샤프텔(David Shaftel)은 라켓이 매거진의 기능에 더욱 충실하면서 미디어 콘텐츠를 더 확장해 나갈 것을 주장했고, 발행인인 케이틀린 톰슨(Caitlin Thompson)은 라켓이 매거진에 머물지 않고 커지는 테니스 업계에서 이벤트 사업과 각종 커머스 사업으로 더 확장하는 방향을 강하게 밀어붙였어요. 근본적으로 성장 방향과 그 속도가 다른 비전을 가진 이들은 그 의견을 좁힐 수 없었고, 결국 톰슨이 샤프텔을 해고하고 내쫓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라켓은 톰슨이 원했던 방향으로 그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기가 커진 테니스에 힘입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 오픈도 이번 연도에는 사람들이 유난히 몰렸고, 라켓은 대회 기간 중 성대한 이벤트를 열고 여러 브랜드들과 함께 행사를 여는 모습을 보였죠. 이제는 일 년에 서너 번(분기별) 발행하는 두꺼운 잡지를 기반으로 각종 이벤트와 각종 브랜드 광고를 기획하는 중이고, 이들은 현재로서는 각종 브랜드들과 매거진 제작 협업을 진행하고, 별도의 이벤트 사업 등을 통해 광고 및 스폰서십 수익을 기반으로 성장해 간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죠.
반면 샤프텔은 해고된 이후 독립해 라켓의 기존 모습과 유사한 형태의 매거진인 '더 세컨드 서브'를 창간합니다. 그리고 그가 그렸던 방향의 퍼블리케이션을 만들어 가고 있죠. 라켓의 뉴스레터 구독자 리스트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 매거진은 현재 톰슨과 진행하는 소송의 중심에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테니스 업계의 특종과 업계의 이모저모에 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미디어 매거진을 만들어 가는 모습입니다. '더 세컨드 서브'도 유명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하고 있고요. 이들도 물론 브랜드들의 광고를 싣고,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테니스의 인기는 최근 몇 년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커피팟을 통해서도 늘 짚었지만, 이제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전 세계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선진국'들은 특히 그 유행이 거의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테니스가 유행하면 미국과 유럽에서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세계 톱 수준의 스타 플레이어가 새롭게 나오지를 않고 테니스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정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회복 중이며 그 산업도 이제 다시 커지고 있죠.
이렇게 커가는 산업에서 새로운 미디어가 파생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위 매거진들이 함께 활동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 자체가 산업이 커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두 매거진이 추구하는 각기 다른 방향은 현재 매거진 산업을 포함해 커머스와 브랜드의 영역에 걸쳐 있는 콘텐츠 미디어들이 꼭 주목해야 하기도 합니다.
두 방향은 1) 미디어가 본연의 기능보다는 홍보와 광고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콘텐츠 기반 신규 비즈니스를 추구하느냐, 혹은 2) 미디어가 구독료와 광고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면서 '퍼블리셔'의 사업에 집중하느냐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라켓은 구찌와 같은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이슈(왼쪽)를 내기도 하고, 왕년의 대스타인 안드레 아가씨와의 화보를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찍는 이슈를 내면서 매거진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부가적인 수익을 더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이죠. 구찌와 협업을 한 24호는 해당 호의 제작 비용을 거의 전부 구찌에서 지원했습니다. (이미지: 라켓) |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이들에 국한해서 보자면 어떤 방향이 성공할지는 판단하기 이릅니다. 일단 많은 이들은 현재 라켓이 추구하는 방향이 어찌 보면 니치(niche) 한 시장과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매거진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주목을 받으면서 성공을 거두는 새로운 매거진들이 대부분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모두가 종이 잡지의 성공 케이스라고 우러러본 영국의 '모노클(Monocle)'이 선봉에 섰고, 커머스가 주요 사업이 된 이들을 벤치마킹하려는 사례는 꾸준히 나오는 중이죠. 배니티 페어의 편집장이었던 그레이돈 카터(Graydon Carter)가 2019년에 창업한 에어메일(Air Mail)과 같은 뉴스레터 기반 미디어도 각종 이슈를 다루지만 쇼핑과 여행 등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강조하고, 결국 오프라인 부티크 샵도 열어 운영하고 있어요. (참고로 이들은 현재 5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고, 최근에는 5000만 달러(약 670억 원)의 가치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는 중이죠) 보그도 '보그 월드'라는 패션 이벤트를 열어 티켓을 판매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되었죠, 새롭게 태어난 콘텐츠 미디어들은 처음에는 그들이 발행을 시작한 매거진이나 뉴스레터가 '미디어'라는 본연의 기능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제는 광고와 스폰서십 그리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벤트와 커머스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다르게 선택할 방향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미 구독료와 일부 광고만을 기반으로 해서는 새로운 미디어를 큰 규모로 키울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누가봐도 뻔해 보입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곳에 누군가 공유할 '힙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커머스로 이어지는 구도가 현재로서는 새로운 매거진 혹은 콘텐츠 미디어를 만드는 이들이 추구할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판단되는 것이죠. 콘텐츠로 만드는 수익보다 브랜드들로부터 받는 협찬과 광고비로 인한 수익 구조가 당장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고, 사업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죠. 현재 시대는 그 '타임'지 조차 온라인 유료 구독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스트리밍 플랫폼 등에 판매할 영상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등의 별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현실이기도 하죠.
물론 시장이 보여주는 데이터와 수익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속 성장보다는 우선 지속 생존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연 이 방향으로 가면 모두가 성장 공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광고와 스폰서십을 기반으로 한 수익, 계속 커지는 커머스의 시대에 브랜드와의 협업 콘텐츠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 주는 핵심 수익원으로 오랫동안 남아줄까요?
이 문제는 결국 업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업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결국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소위 '팔리는' 카테고리와 연계한 콘텐츠를 만들고, 관련 상품을 더 팔 수 있느냐 없느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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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은 여전히 업계의 벤치마크 대상이고, 에어메일과 같은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큰 매거진도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와 관련 커머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모노클, 에어메일) |
너무 작아진 업계의 문제이기도 냉정히 말하면 매거진 업계는 개성이 강하고 창의력이 뛰어나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들이 찾아오는 곳이 아니게 된 지 오래입니다. 업계는 매년 작아지고 있고, 큰 수익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오래 일한다고 인정을 받기도 어렵고요. 창업을 한다고 해도 줄어드는 시장 속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축소되는 업계에 (욕심 많은) 좋은 재능을 가진 이들이 계속 모이고, 그 안에서 계속 커리어를 추구할 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 전체로 비추어 보면 뛰어난 인재들은 많습니다. 뛰어난 글을 쓰고, 뛰어난 취재력을 보이고, 뛰어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이들은 매거진 혹은 책이라는 울타리가 작습니다. 디지털 세계는 어쨌든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장입니다.
이들은 결국 커머스로도 연결되어 더 재밌고, 큰 세상에 다가갈 수 있는 디지털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뛰어놀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통로를 이용해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고, 자신만의 오디언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 하고요.
미국 매거진 업계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올해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National Magazine Award)에서 수상을 한 '하이스노비어티(Highsnobiety)'가 이런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2005년에 스니커즈 블로그로 시작해 커머스 사이트가 되고, 이후 일 년에 두 번 종이로 발행하는 매거진을 만드는 미디어와 커머스를 넘너드는 기업입니다. 이 매거진의 발행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윌라 베네트(Willa Bennett)로 2022년까지 GQ의 소셜미디어를 책임지던 이었죠.
그와 하이스노비어티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피셔(David Fischer)는 하이스노비어티를 미디어 회사라고 정의하지 않습니다. 매거진은 물론 아니고요. 하지만 매거진 그리고 자신들의 사이트를 통해 전하는 커머스와 미디어의 경계에 있는 콘텐츠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성장을 이끌어 주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죠.
30세인 윌라 베네트는 "젊은 사람들이 여전히 저널리스트가 되는 꿈을 꾸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발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고, 저널리스트(혹은 미디어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계속 확장해 가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새로운 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 개념에 갇히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이건 종이건) 매거진이 매거진의 역할만 해서는 지속 성장은 물론 지속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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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노비어티는 본질적으로 커머스가 먼저이지만, 미디어 사업과의 경계도 흐립니다. 일년에 두 번 발행하는 종이 잡지는 업계를 흔드는 콘텐츠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하이스노비어티) |
'본질'과 연결되는 비즈니스가 되어야
라켓과 같은 테니스 매거진의 문제도 여기로 돌아갑니다. 현재 라켓을 운영하는 케이틀린 톰슨은 그 자신이 워싱턴 포스트와 타임 출신의 저널리스트였지만, 미디어의 기능에 머물지 않는 미디어 기업을 추구하는 중입니다. 현재 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보고 있고,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며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입니다. 그래야만 기업을 확장하면서 지속 운영할 수 있는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렇게 매거진이라는 업계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인재들과 만나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주요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스테프 청(Steph Chung)과 같은 직원이 M&A를 전문으로 한 금융업계 출신의 재원이고, 파리 오픈과 올림픽의 중계권을 가진 NBC와 팟캐스트를 공동으로 만드는 기획을 성사시킨 인물이기도 한 점을 보면 이를 증명하는 듯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콘텐츠의 중요성이 (당연히) 간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디어는 본질이 콘텐츠이기에 그 콘텐츠가 오디언스의 신뢰를 잃으면 나머지 사업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어떤 사업으로 시작해 어떻게 확장해 가느냐의 문제는 그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와도 연결됩니다.
테니스 관련 콘텐츠를 잘 만드는 매거진으로 시작했는데,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테니스 패션 아이템만 파는 이커머스 기업이나 갑자기 테니스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피벗을 한다면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재창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그전까지 만든 나름의 '레거시'를 어떻게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고객까지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 그 아주 어려운 작업을 해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현재 매거진이 새로운 경계에까지 들어서면서 성공을 만든 사례인 모노클이나 에어 메일과 같은 회사는 앞으로도 콘텐츠가 중심일 미디어입니다. 새롭게 떠오른 하이스노비어티는 커머스와 콘텐츠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면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고요.
둘은 다르기도 하지만, 현재 성공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비슷하기도 합니다. 소위 '올드스쿨'들이 만든 모노클과 에어 메일은 시장의 데이터가 말하는 방향을 보면서도 그 데이터의 방향에 따라 성장하기 위해서 놓쳐서는 안 될 본질을 잊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재원이 성장 시키는 하이스노비어티는 상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새롭게 정의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아티클은 미디어로 기능하는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둘 모두 자신들이 잘 만들 수 있는 콘텐츠와 연결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중입니다. 본질적으로 미디어가 기반이 되는 비즈니스임을 잊지 않고요. |
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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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황을 파악하고, 일상의 투자 철학에 참고하고 싶은 분들이 참여하시면 좋을 모임입니다! |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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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 미국 잡지 산업의 부흥기에 그 매출 규모가 460억 달러(약 61조 원)에 이르렀는데, 2021년에 집계된 결과를 보면 260억 달러(약 35조 원)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20여 년 만에 산업 전체적으로는 거의 반쪽이 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구독료와 더불어 역시나 광고가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이 매출은 다 어디로 간걸까요?
네,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늘 말씀드리기도 하듯, 구글과 페이스북이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이후 생겨난 수많은 디지털 플랫폼들도 이를 나눠 가졌습니다.
산업이 크게 뒤집어진 이래 디지털 전환에 실패한 무수히 많은 잡지들이 있고, 디지털 전환을 하고서도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레거시 잡지들도 많습니다. 잡지의 아이콘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보그와 타임 모두 종이 잡지가 여전히 그 브랜드의 레거시를 이어가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발행 부수를 줄였음은 물론 디지털 전환을 한 이후에 지속 성장의 길을 만들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산업이 계속 작아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디지털 전환기로 한 차례 시장이 정리된 이후 그 감소 속도는 이제 줄어들었지만, 매거진 산업의 앞길이 밝아 보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퍼블리셔로의 완전한 전환을 이어간다면 기존의 잡지 형식의 텍스트와 콘텐츠 그리고 사진과 이미지 말고도 다른 종류의 콘텐츠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넓은 의미의 매거진 업계에는 새로운 시도들이 생겨나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신문과 뉴스 미디어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지속되는 것과 비견해 볼 수 있는데요.
과연 매거진은 아직 의미 있는 콘텐츠와 포맷으로 기능할 수 있는 걸까요? 최근에 몇 가지 새로운 시도들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거진이라는 미디어의 기능이 앞으로도 유효할 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례들이기도 합니다.
우선 최근 단연 화제가 크게 된 매거진을 꼽으라고 하면 테니스 매거진인 라켓(Racquet)이 있습니다. 라켓은 프로 테니스와 선수들 그리고 테니스 용품과 패션 등 테니스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콘텐츠 미디어로 시작한 매거진입니다. 광고를 위한 용품과 관련 패션 소개만이 중심이 되지 않고 예술과 패션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에세이와 아티클을 포함해 테니스 업계에 대한 특종과 선수 인터뷰, 비판적인 인뎁스 등 말 그대로 미디어의 기능을 하면서 유명해진 잡지이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 창간되었고, 시들었던 테니스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면서 최근 더욱 주목을 받아오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 이들이 주목을 더 크게 받은 건 공동창업자들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소송 싸움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인데요. 뉴욕타임스가 최근 이에 대해 내놓은 인뎁스에 의하면, 이들의 갈등은 두 창업자가 매거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의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편집장(에디터)이었던 데이비드 샤프텔(David Shaftel)은 라켓이 매거진의 기능에 더욱 충실하면서 미디어 콘텐츠를 더 확장해 나갈 것을 주장했고, 발행인인 케이틀린 톰슨(Caitlin Thompson)은 라켓이 매거진에 머물지 않고 커지는 테니스 업계에서 이벤트 사업과 각종 커머스 사업으로 더 확장하는 방향을 강하게 밀어붙였어요.
근본적으로 성장 방향과 그 속도가 다른 비전을 가진 이들은 그 의견을 좁힐 수 없었고, 결국 톰슨이 샤프텔을 해고하고 내쫓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라켓은 톰슨이 원했던 방향으로 그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기가 커진 테니스에 힘입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 오픈도 이번 연도에는 사람들이 유난히 몰렸고, 라켓은 대회 기간 중 성대한 이벤트를 열고 여러 브랜드들과 함께 행사를 여는 모습을 보였죠. 이제는 일 년에 서너 번(분기별) 발행하는 두꺼운 잡지를 기반으로 각종 이벤트와 각종 브랜드 광고를 기획하는 중이고, 이들은 현재로서는 각종 브랜드들과 매거진 제작 협업을 진행하고, 별도의 이벤트 사업 등을 통해 광고 및 스폰서십 수익을 기반으로 성장해 간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죠.
반면 샤프텔은 해고된 이후 독립해 라켓의 기존 모습과 유사한 형태의 매거진인 '더 세컨드 서브'를 창간합니다. 그리고 그가 그렸던 방향의 퍼블리케이션을 만들어 가고 있죠. 라켓의 뉴스레터 구독자 리스트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 매거진은 현재 톰슨과 진행하는 소송의 중심에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테니스 업계의 특종과 업계의 이모저모에 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미디어 매거진을 만들어 가는 모습입니다. '더 세컨드 서브'도 유명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하고 있고요. 이들도 물론 브랜드들의 광고를 싣고,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테니스의 인기는 최근 몇 년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커피팟을 통해서도 늘 짚었지만, 이제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전 세계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선진국'들은 특히 그 유행이 거의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테니스가 유행하면 미국과 유럽에서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세계 톱 수준의 스타 플레이어가 새롭게 나오지를 않고 테니스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정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회복 중이며 그 산업도 이제 다시 커지고 있죠.
이들에 국한해서 보자면 어떤 방향이 성공할지는 판단하기 이릅니다. 일단 많은 이들은 현재 라켓이 추구하는 방향이 어찌 보면 니치(niche) 한 시장과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매거진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주목을 받으면서 성공을 거두는 새로운 매거진들이 대부분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모두가 종이 잡지의 성공 케이스라고 우러러본 영국의 '모노클(Monocle)'이 선봉에 섰고, 커머스가 주요 사업이 된 이들을 벤치마킹하려는 사례는 꾸준히 나오는 중이죠. 배니티 페어의 편집장이었던 그레이돈 카터(Graydon Carter)가 2019년에 창업한 에어메일(Air Mail)과 같은 뉴스레터 기반 미디어도 각종 이슈를 다루지만 쇼핑과 여행 등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강조하고, 결국 오프라인 부티크 샵도 열어 운영하고 있어요. (참고로 이들은 현재 5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고, 최근에는 5000만 달러(약 670억 원)의 가치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는 중이죠) 보그도 '보그 월드'라는 패션 이벤트를 열어 티켓을 판매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되었죠,
새롭게 태어난 콘텐츠 미디어들은 처음에는 그들이 발행을 시작한 매거진이나 뉴스레터가 '미디어'라는 본연의 기능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제는 광고와 스폰서십 그리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벤트와 커머스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다르게 선택할 방향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미 구독료와 일부 광고만을 기반으로 해서는 새로운 미디어를 큰 규모로 키울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누가봐도 뻔해 보입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곳에 누군가 공유할 '힙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커머스로 이어지는 구도가 현재로서는 새로운 매거진 혹은 콘텐츠 미디어를 만드는 이들이 추구할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판단되는 것이죠. 콘텐츠로 만드는 수익보다 브랜드들로부터 받는 협찬과 광고비로 인한 수익 구조가 당장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고, 사업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죠. 현재 시대는 그 '타임'지 조차 온라인 유료 구독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스트리밍 플랫폼 등에 판매할 영상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등의 별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현실이기도 하죠.
물론 시장이 보여주는 데이터와 수익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속 성장보다는 우선 지속 생존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연 이 방향으로 가면 모두가 성장 공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광고와 스폰서십을 기반으로 한 수익, 계속 커지는 커머스의 시대에 브랜드와의 협업 콘텐츠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 주는 핵심 수익원으로 오랫동안 남아줄까요?
이 문제는 결국 업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업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결국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소위 '팔리는' 카테고리와 연계한 콘텐츠를 만들고, 관련 상품을 더 팔 수 있느냐 없느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냉정히 말하면 매거진 업계는 개성이 강하고 창의력이 뛰어나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들이 찾아오는 곳이 아니게 된 지 오래입니다. 업계는 매년 작아지고 있고, 큰 수익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오래 일한다고 인정을 받기도 어렵고요. 창업을 한다고 해도 줄어드는 시장 속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축소되는 업계에 (욕심 많은) 좋은 재능을 가진 이들이 계속 모이고, 그 안에서 계속 커리어를 추구할 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 전체로 비추어 보면 뛰어난 인재들은 많습니다. 뛰어난 글을 쓰고, 뛰어난 취재력을 보이고, 뛰어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이들은 매거진 혹은 책이라는 울타리가 작습니다. 디지털 세계는 어쨌든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장입니다.
이들은 결국 커머스로도 연결되어 더 재밌고, 큰 세상에 다가갈 수 있는 디지털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뛰어놀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통로를 이용해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고, 자신만의 오디언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 하고요.
미국 매거진 업계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올해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National Magazine Award)에서 수상을 한 '하이스노비어티(Highsnobiety)'가 이런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2005년에 스니커즈 블로그로 시작해 커머스 사이트가 되고, 이후 일 년에 두 번 종이로 발행하는 매거진을 만드는 미디어와 커머스를 넘너드는 기업입니다. 이 매거진의 발행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윌라 베네트(Willa Bennett)로 2022년까지 GQ의 소셜미디어를 책임지던 이었죠.
그와 하이스노비어티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피셔(David Fischer)는 하이스노비어티를 미디어 회사라고 정의하지 않습니다. 매거진은 물론 아니고요. 하지만 매거진 그리고 자신들의 사이트를 통해 전하는 커머스와 미디어의 경계에 있는 콘텐츠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성장을 이끌어 주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죠.
30세인 윌라 베네트는 "젊은 사람들이 여전히 저널리스트가 되는 꿈을 꾸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발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고, 저널리스트(혹은 미디어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계속 확장해 가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새로운 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 개념에 갇히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이건 종이건) 매거진이 매거진의 역할만 해서는 지속 성장은 물론 지속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렇게 매거진이라는 업계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인재들과 만나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주요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스테프 청(Steph Chung)과 같은 직원이 M&A를 전문으로 한 금융업계 출신의 재원이고, 파리 오픈과 올림픽의 중계권을 가진 NBC와 팟캐스트를 공동으로 만드는 기획을 성사시킨 인물이기도 한 점을 보면 이를 증명하는 듯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콘텐츠의 중요성이 (당연히) 간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디어는 본질이 콘텐츠이기에 그 콘텐츠가 오디언스의 신뢰를 잃으면 나머지 사업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어떤 사업으로 시작해 어떻게 확장해 가느냐의 문제는 그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와도 연결됩니다.
테니스 관련 콘텐츠를 잘 만드는 매거진으로 시작했는데,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테니스 패션 아이템만 파는 이커머스 기업이나 갑자기 테니스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피벗을 한다면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재창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그전까지 만든 나름의 '레거시'를 어떻게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고객까지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 그 아주 어려운 작업을 해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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