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이 한파의 주범일까 전문 투자자들인 벤처캐피털(VC) 업계가 몸을 사리기 시작했습니다.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전 세계 VC의 연간 투자액은 2017년 884억 달러(약 113조 원)에서 지난해 3422억 달러(약 438조 원)로 늘어났어요. 그러나 저금리, 저물가 시기가 지나가자 자본 시장이 위축되면서 스타트업의 가치가 쪼그라들었습니다. 후기 스타트업들은 가치를 저평가받게 되자 기업공개(IPO)를 미루기 시작했고, VC들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죠. VC는 긴축을 시작하면 초·중기 단계 스타트업들의 가치를 깎습니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VC 딜을 분석해보니 스타트업들 가치가 작년 동기 대비 30%가량 깎였다네요. 시리즈A도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급감했다는 얘기가 나오고요. VC들이 지난 2~3년간 과도하게 돈을 뿌려대면서 테크 시장에 거품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규모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블리츠스케일링'을 창업가들에게 강조하고 창업 생태계 전반의 건전성을 해친 것은 다름 아닌 VC들이라는 거죠. 글로벌 IT 컨퍼런스 '웹서밋'의 창업자이자 여러 VC에 출자자(LP)로 돈을 대는 패디 코스그레이브(Paddy Cosgrave)는 트위터에서 VC들을 향해 "스타트업들에게 조언하는 글을 쓸 시간에 "왜 방어할 수 없는 밸류에이션으로 돈을 뿌려댔는지를 LP들에게 이메일로 해명하라"고 촌평했어요. 반대로 VC들은 "스타트업들이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해왔다"고 말하기도 해요. 할 말 다 하기로 유명한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의 마크 앤드리센은 후배 창업가들을 향해 “스타트업이 어떻게 하면 돈을 쓸 수 있는지, 지난 10년 간 발명시켜온 창의성을 보면 놀랄 노 자”라고 꼬집었어요. 아직도 회사에 마사지사, 콤부차 바, 고급 비건식 셰프를 유지하는 곳들이 있다면서요. 그래도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처럼 거품이 푹 꺼질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에요. 지금은 IT 기술 자체가 산업의 기반이 되었죠. 플랫폼,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에 걸친 IT 서비스와 기술이 우리 삶을 실제로 바꾸고 있으니 20년 전과는 다르다는 거죠.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지금도 이스라엘의 레이더 센서 기술 스타트업, 인도의 온라인 뷰티 리테일 스타트업 등 유니콘도 계속 탄생하고 있고요.
투자가 계속되는 분야도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이어지는 금리 인상, 계속 되어온 공급망 불안정 등의 요인 때문에 오히려 주목받는 투자 분야도 있는데요. 바로 '기후 기술'(climate-tech) 분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기술 스타트업에 올해 들어 369건의 투자가 이뤄졌고, 투자액은 총 137억 달러(약 17조 5000억 원)에 달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정, 에너지 및 식량 공급 불안정으로 인한 안보 위기,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를 비롯한 과학계의 기후위기 경고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되죠. 특히 돈이 몰리는 분야는 '탄소 제거 기술’과 '농업 기술'이에요. 먼저 탄소 제거 기술을 보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 2개월 동안 투자금이 20억 달러(약 2조 5800억 원)에 달하면서 기존 대비 30배 늘어났다고 해요. 알파벳, 메타, MS 같은 빅테크, 맥킨지와 BCG 같은 대표적인 컨설팅펌에 더해 리히텐슈타인 왕실까지 내로라하는 투자의 큰 손들이 탄소 제거 기술에 돈을 넣고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탄소 제거 기술은 기존의 탄소 포집과는 다릅니다. 탄소 포집 기술은 유해가스에서 탄소를 포획해 재사용하는 기술인데, 탄소 제거는 공기 중에서 탄소를 잡아서 지하에 가둬버리는 기술입니다. 재미있는 지점은, 탄소 제거 기술에 돈을 대는 주요 자본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같은 거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라는 겁니다. 왜일까요? 탄소 제거 기술이 실현 및 상용화되면,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겠죠. 탄소를 배출해도 다시 제거해버리면 되니까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탈탄소'로 가는 것보다 탄소 제거 기술을 빨리 개발하는 게 더 이득인 것이에요. 최근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빅오일들의 실적이 좋아진 것도 투자 증가의 요인이고요. 농업기술(ag-tech)의 경우 '실내 농업(indoor farming)' 분야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요. 작년에 12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의 투자금이 몰렸던 분야인데요. 올해는 6월 초까지 이미 8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해요. 실내 농업은 통제된 시설 내에서 빛과 온도와 습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기술이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의 취약점이 드러나자, 이런 실내 농업 기술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요. 올해 1월에 4억 달러(약 5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플렌티(Plenty)가 대표적이에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들이 기후 문제에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기후테크와 농업테크 투자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후 분야 투자에 대한 VC들 관심이 늘어났다고 전해지고요. 최근 미국 특허청(USPTO)은 온실가스 절감 기술은 특허 심사를 빠르게 하는 패스트트랙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이 역시 VC의 기후테크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돈은 돌고 있는데 이렇게, 돈은 계속 돌고 있습니다. 마크 앤드리센이 "우리는 계속 시장에 있을 거고,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요. VC들은 이미 모아둔 투자금은 소진을 해야 하죠. (보통 VC 펀드는 8~10년 만기로 조성되는데 투자금은 초반 3년 안에 소진합니다) 유망한 분야거나 기술 또는 수익원이 탄탄한 스타트업은 한파에 상관없이 투자를 받을 것으로 보여요. VC들의 밸류에이션이 작년까지처럼 관대하진 않겠지만요. 물론 지금이 닷컴 버블을 포함한 지난 위기 때와는 다르다지만,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봐야 해요. 현재 온 겨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전반적인 냉각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죠. 뉴욕타임스에서 테크 스타트업과 VC를 취재하는 에린 그리피스 기자는 두 가지 신호를 지켜보고 있다고 해요. 첫 번째는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많아지는지입니다. 1억 2000만 달러(약 1500억 원) 넘게 투자를 유치했던 결제 스타트업 패스트가 현금을 다 태운 끝에 최근 폐업하고 말았는데, 이런 사례가 계속 늘어나면 유니콘들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여겨졌던 스타트업마저 폐업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가는지에요. 그리피스는 '테크 붐'은 기본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의 끝자락에서 태동했다고 짚었는데요. 이후 큰 성장을 이어와 경제의 큰 축이 된 테크 분야가 처음 맞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기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그리고 이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
[국제경제] #베어마켓 #경기침체가능성
1. '베어 마켓'에 진입했다는건
그리고 오늘 S&P 500이 지난 1월의 고점 이후 161일 만에 21.8% 하락하면서 이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에요. 가장 최근의 베어 마켓은 (당연히도) 약 2년 전인 2020년 3월, 팬데믹이 심각해지던 와중이었는데요. 그 전의 베어 마켓은 2008년의 금융 위기 그리고 2001년의 '닷컴 버블'이었어요. 베어 마켓에 진입했다는 것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려주는 기준들이기도 하죠.
벤처캐피털이 한파의 주범일까
전문 투자자들인 벤처캐피털(VC) 업계가 몸을 사리기 시작했습니다.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전 세계 VC의 연간 투자액은 2017년 884억 달러(약 113조 원)에서 지난해 3422억 달러(약 438조 원)로 늘어났어요. 그러나 저금리, 저물가 시기가 지나가자 자본 시장이 위축되면서 스타트업의 가치가 쪼그라들었습니다. 후기 스타트업들은 가치를 저평가받게 되자 기업공개(IPO)를 미루기 시작했고, VC들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죠.
VC는 긴축을 시작하면 초·중기 단계 스타트업들의 가치를 깎습니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VC 딜을 분석해보니 스타트업들 가치가 작년 동기 대비 30%가량 깎였다네요. 시리즈A도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급감했다는 얘기가 나오고요.
VC들이 지난 2~3년간 과도하게 돈을 뿌려대면서 테크 시장에 거품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규모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블리츠스케일링'을 창업가들에게 강조하고 창업 생태계 전반의 건전성을 해친 것은 다름 아닌 VC들이라는 거죠.
글로벌 IT 컨퍼런스 '웹서밋'의 창업자이자 여러 VC에 출자자(LP)로 돈을 대는 패디 코스그레이브(Paddy Cosgrave)는 트위터에서 VC들을 향해 "스타트업들에게 조언하는 글을 쓸 시간에 "왜 방어할 수 없는 밸류에이션으로 돈을 뿌려댔는지를 LP들에게 이메일로 해명하라"고 촌평했어요.
반대로 VC들은 "스타트업들이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해왔다"고 말하기도 해요. 할 말 다 하기로 유명한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의 마크 앤드리센은 후배 창업가들을 향해 “스타트업이 어떻게 하면 돈을 쓸 수 있는지, 지난 10년 간 발명시켜온 창의성을 보면 놀랄 노 자”라고 꼬집었어요. 아직도 회사에 마사지사, 콤부차 바, 고급 비건식 셰프를 유지하는 곳들이 있다면서요.
그래도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처럼 거품이 푹 꺼질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에요. 지금은 IT 기술 자체가 산업의 기반이 되었죠. 플랫폼,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에 걸친 IT 서비스와 기술이 우리 삶을 실제로 바꾸고 있으니 20년 전과는 다르다는 거죠.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지금도 이스라엘의 레이더 센서 기술 스타트업, 인도의 온라인 뷰티 리테일 스타트업 등 유니콘도 계속 탄생하고 있고요.
투자가 계속되는 분야도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이어지는 금리 인상, 계속 되어온 공급망 불안정 등의 요인 때문에 오히려 주목받는 투자 분야도 있는데요. 바로 '기후 기술'(climate-tech) 분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기술 스타트업에 올해 들어 369건의 투자가 이뤄졌고, 투자액은 총 137억 달러(약 17조 5000억 원)에 달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정, 에너지 및 식량 공급 불안정으로 인한 안보 위기,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를 비롯한 과학계의 기후위기 경고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되죠.
특히 돈이 몰리는 분야는 '탄소 제거 기술’과 '농업 기술'이에요.
먼저 탄소 제거 기술을 보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 2개월 동안 투자금이 20억 달러(약 2조 5800억 원)에 달하면서 기존 대비 30배 늘어났다고 해요. 알파벳, 메타, MS 같은 빅테크, 맥킨지와 BCG 같은 대표적인 컨설팅펌에 더해 리히텐슈타인 왕실까지 내로라하는 투자의 큰 손들이 탄소 제거 기술에 돈을 넣고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탄소 제거 기술은 기존의 탄소 포집과는 다릅니다. 탄소 포집 기술은 유해가스에서 탄소를 포획해 재사용하는 기술인데, 탄소 제거는 공기 중에서 탄소를 잡아서 지하에 가둬버리는 기술입니다. 재미있는 지점은, 탄소 제거 기술에 돈을 대는 주요 자본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같은 거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라는 겁니다. 왜일까요?
탄소 제거 기술이 실현 및 상용화되면,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겠죠. 탄소를 배출해도 다시 제거해버리면 되니까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탈탄소'로 가는 것보다 탄소 제거 기술을 빨리 개발하는 게 더 이득인 것이에요. 최근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빅오일들의 실적이 좋아진 것도 투자 증가의 요인이고요.
농업기술(ag-tech)의 경우 '실내 농업(indoor farming)' 분야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요. 작년에 12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의 투자금이 몰렸던 분야인데요. 올해는 6월 초까지 이미 8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해요.
실내 농업은 통제된 시설 내에서 빛과 온도와 습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기술이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의 취약점이 드러나자, 이런 실내 농업 기술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요. 올해 1월에 4억 달러(약 5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플렌티(Plenty)가 대표적이에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들이 기후 문제에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기후테크와 농업테크 투자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후 분야 투자에 대한 VC들 관심이 늘어났다고 전해지고요. 최근 미국 특허청(USPTO)은 온실가스 절감 기술은 특허 심사를 빠르게 하는 패스트트랙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이 역시 VC의 기후테크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돈은 돌고 있는데
이렇게, 돈은 계속 돌고 있습니다. 마크 앤드리센이 "우리는 계속 시장에 있을 거고,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요. VC들은 이미 모아둔 투자금은 소진을 해야 하죠. (보통 VC 펀드는 8~10년 만기로 조성되는데 투자금은 초반 3년 안에 소진합니다) 유망한 분야거나 기술 또는 수익원이 탄탄한 스타트업은 한파에 상관없이 투자를 받을 것으로 보여요. VC들의 밸류에이션이 작년까지처럼 관대하진 않겠지만요.
물론 지금이 닷컴 버블을 포함한 지난 위기 때와는 다르다지만,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봐야 해요. 현재 온 겨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전반적인 냉각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죠.
뉴욕타임스에서 테크 스타트업과 VC를 취재하는 에린 그리피스 기자는 두 가지 신호를 지켜보고 있다고 해요. 첫 번째는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많아지는지입니다. 1억 2000만 달러(약 1500억 원) 넘게 투자를 유치했던 결제 스타트업 패스트가 현금을 다 태운 끝에 최근 폐업하고 말았는데, 이런 사례가 계속 늘어나면 유니콘들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여겨졌던 스타트업마저 폐업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가는지에요. 그리피스는 '테크 붐'은 기본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의 끝자락에서 태동했다고 짚었는데요. 이후 큰 성장을 이어와 경제의 큰 축이 된 테크 분야가 처음 맞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기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그리고 이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푸드테크] #오틀리 #비욘드미트
3.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대표 주자들
대체 식품은 팬데믹 이후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이죠. 기후위기에 대응과 식량 공급 안정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큰 주목을 받으며 큰 투자를 받으며 성장해 왔는데요. 2020년에 전년 대비 75%나 성장했지만, 2021년에는 그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1% 성장에 그쳤다는 결과도 나오는 등 정체기를 맞이했어요. 오틀리와 비욘드 미트 등 핫했던 대체 식품 기업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을까요?
오틀리는 무엇이 문제일까?
오틀리가 겪는 문제는 수요 감소가 아닌 공급 부족의 문제에요. 힙한 마케팅과 홍보 전략의 덕도 보면서 우유 대신 이들의 귀리 우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하지만 그 인기를 쫓아갈 수 있는 생산 캐파를 만들지 못하면서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했어요. 이들은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지가 꽤 되었는데요. 빠르게 이를 만회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운영을 안정화하고 향후 CEO 자리를 이어갈 인물을 물색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죠.
CEO인 토니 피터슨(Toni Petterson)은 2012년에 취임한 이후 작년의 기업공개(IPO)까지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왔어요. 무엇보다 이전에 없던 시장을 만든 공도 크죠. 하지만 토니 피터슨도 안정적인 생산과 운영에 맞춘 리더들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새로운 임원들과 함께 자신의 뒤를 이어서 미래에 CEO 자리를 받을 인물을 찾고 있다고 알려진 것이에요.
당장 CEO가 교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현재 오틀리의 상황이 꽤나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요. 생산 시설 확장을 빨리 마무리하고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이미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다국적 식품 기업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계속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회사의 주식이 계속 ‘대체 우유'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의 위치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고요. 다른 기업들이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생산을 확대하는 동안 오틀리는 1분기 생산량이 직전 분기에 비해 크게 하락했어요. (2021년 4분기에 1억 4220만 리터에서 2022년 1분기에 1억 2090만 리터로 줄었어요)
비욘드 미트는 괜찮은 걸까?
대체 고기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비욘드 미트는 큰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이에요. 비욘드 미트를 비롯 임파서블 푸드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식물성 대체 고기 시장의 성장을 계속 이끌어왔지만, 2020년의 큰 성장 모멘텀은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CNBC가 인용한 시장 조사 기관 IRI에 의하면 시장에 나온 전체적인 대체 고기 물량은 지난 4월 말을 기준으로 1년 간 (직전 해에 비해) 5.8% 하락했어요. 닐슨은 대체 고기의 리테일 판매도 같은 기간 성장하지 않았다는 데이터를 제시했어요.
굿푸드인스티투트(GFI)는 2021년 대체 식품의 판매액은 2020년에 비해 6% 증가했다면서 대체 식품 소비 증가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위 데이터를 보면 올해 들어서는 대체 식품 소비가 지속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죠. 캐나다의 대체 식품 업체인 메이플 리프 푸드(Maple Leaf Foods)는 지난해 11월에 내부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대체 식품 판매가 확연히 줄어들 조짐이 보인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었는데요. 결국 연말부터 지난 4월 말까지 이런 트렌드는 현실화되었어요.
비욘드 미트는 한때 시가총액이 134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를 넘기면서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 중 하나였는데요. 현재는 지속되어온 판매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15억 달러(약 1조 94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고, 판매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턴어라운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죠.
현재 시장이 가장 큰 미국 대체 고기 시장에서 판매 금액 기준으로 점유율 1위(27%)를 기록하고 있는 모닝스타 팜스*를 소유한 켈로그의 CEO인 스티브 캐힐레인(Steve Cahillane)은 지난 5월 초에 실적 발표를 하면서 “(식품 영역의) 많은 카테고리에서 이런 (성장 정체) 현상을 우린 경험해 왔다. 시장이 조정되는 기간이다.”라고 했는데요. 시장에 많은 기업들이 새로 진출했고, 각 식료품점에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품들이 매대를 차지했다는 코멘트도 덧붙였어요.
* 참고로 모닝스타 팜스는 식물성 대체 식품 시장의 대표적인 브랜드에요. 1975년에 처음 식료품점과 슈퍼마켓에 관련 상품(당시엔 ‘냉동 콩고기’였죠)을 팔기 시작했고요. 켈로그가 1999년에 인수한 워딩턴 푸드(Worthington Foods)라는 식품 기업의 한 부문이었어요. 현재 대체 고기 시장 점유율 2위는 비욘드 미트(20%) 그리고 임파서블 푸드(12%)가 뒤를 잇고 있어요.
대체 고기 영역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다국적 식량 및 식품 기업 등 너무 많은 기업들의 상품이 시장에 나왔고,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했죠. 게다가 가격도 일반 육류 상품과 비교해 비싸고요.
성장통과 시험대 모두 극복해야
기업 가치가 계속 하락 중인 비욘드 미트와 오틀리 모두 다국적 식품 회사들의 인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현재 시장은 정체되었지만, 필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투자를 집행하고 비욘드 미트와 같은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다국적 육가공 및 식품 기업들은 인수 기회를 볼 것으로 예상되죠. 오틀리의 경우에도 다농, 네슬레, 유니레버 등의 대기업들에게 미래 성장을 위한 옵션으로 보이고요.
하지만 비욘드 미트와 오틀리 모두 시장의 선구자이자 대표적인 이름이 되었어요. 앞으로 더 커질 시장 속에서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그린 상황이죠. 비욘드 미트와 함께 시장을 키워 온 임파서블 푸드도 다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성장세와 실적이 양호하다면서 기업공개를 계획 중이죠. (물론 현재 전체적인 투자 시장의 어려움으로 이 계획은 또 연기된 상황이에요)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되는 시장 속에서 결국 식료품점의 매대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상품의 기업들이 생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심각해진 인플레이션과 예상되는 경기 침체는 이들 역시 또 극복해야 할 시험대에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시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해 온 대표적인 기업들이 성장통과 시험대를 모두 극복하고 지속 성장할 발판을 만드는지 지켜봐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