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과 입소문이 만든 성장 디스코드는 (스카이프와 유사한) 인터넷 전화(VoIP)로 시작한 회사였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바쁘게 게임을 하면서 편리하게 서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게이머들을 타겟으로 품질 좋은 서비스를 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게임 영상을 스트리밍할 때 끊김이 적게, 다른 참가자와의 소통도 부드럽게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무료로, 모든 운영체제에서, 복잡한 기능 없이 쉽게 쓰면 되니 접근성도 높아졌고요. 적정한 파트너십도 잘 맺어 증가세가 더 커졌어요. 아마존이 운영하는 유명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Twitch)와도 연계해, 커뮤니케이션 품질에 까다로운 게이머들을 더 끌어들였고, 이들을 만족시킨 것이죠. 물론, 팬데믹 이후에는 '게이머를 위한 공간'에서 모두가 '대화하고 어울리는 공간'으로 서비스를 리브랜딩해 사용자 베이스를 넓혔고요. 마이크로소프트외에도몇개의큰회사가지난해디스코드에인수제안을한것으로알려졌어요. 하지만디스코드는 CEO인제이슨시트론을중심으로소위빅테크의큰생태계에의존하지않고,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서비스를제공하면서 '고객'을계속확대할 수있다고보고유혹을뿌리쳤죠.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옴 디스코드는 2017년에 불과(?) 14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었어요. 주로 게이머들이었고요.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은 이어졌고, 팬데믹이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어요. 팬데믹 발생 후 1년이 된 2021년 3월에 월별 사용자 베이스는 2020년 3월에 비해 두 배 늘어나면서 1억 4000만 명 수준이 되었다고 알려졌죠.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해서 1억 8300만 명이 되었어요. 매출은 1억 달러(약 1305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00만 달러(약 810억 원)에 비해 61% 증가했어요. 나아가 올해 총매출 목표를 5억 2500만 달러(약 6850억 원)로 잡기도 했어요. 2021년 총매출은 3억 900만 달러(약 4032억 원)였으니 훨씬 높여 잡았죠. 이들의 주요 매출원은 유료 구독 서비스인 니트로(Nitro)예요. '프'리미엄(Freemium, 무료이지만 품질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니트로는 사용자들이 월 4.99달러나 9.99달러를 지불하고 추가 혜택을 받는 서비스이죠. 혜택에는 실시간 고화질 영상 재생, 대용량 파일 전송, 크리에이터 브랜딩을 위한 프로필 추가 홍보 기능 등이 포함돼요. 즉 더 많은 기능을 활용하는 구독제 사용자 수가 늘면서 매출이 커진 것인데요. 니트로가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현재 유료 구독자는 대략 100만 명일 것으로 보여요. 직원 수도 현재 650명인데 올해 12월까지 12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해요.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에요. 현재로서는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시장의 겨울'을 피해 가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이죠.
잘 잡은 방향인 것 같은데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있던 크리에이터와 그 팬들이 디스코드와 같은 채팅 앱으로 모여들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소셜미디어는 크리에이터들이 팬들을 모으고 수익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기반이지만, 갈수록 알고리듬과 지표에 크리에이터들을 얽매기도 했죠. 즉, 크리에이터들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플랫폼 상단에 뜨는 것, 더 많은 이에게 '좋아요'를 받는 것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어요. 팬들 역시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보려고 플랫폼에 들어갔다가 원치 않는 광고를 접해야 했고 알 수 없는 플랫폼의 알고리듬으로 인해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골라보기도 어렵게 됐고요. 이제는 이런 방해 요소들 없이 크리에이터와 팬이 직접, 친밀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는 추세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어요. 사용자들이 이런 요소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디스코드와 같은 앱으로 모이는 이유이죠.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타겟 구독자들을 찾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요.
매출 나올 곳은 더 찾아야 다만 디스코드는 기존의 구독제 외 추가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크리에이터들이 서버를 만들어 구독료를 받을 수 있는 '서버 소유자(server owner)’ 서비스는 2021년에 시작했는데 여전히 테스트가 진행 중이에요. 이 서비스는 서버 소유자가 멤버를 모으고, 여러 등급의 멤버십을 제공하면서 최소 3달러에서 100달러 사이에서 구독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디스코드는 구독료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이죠. 당시에 전체적으로 크리에이터 경제가 커지는 흐름을 본 서비스이기도 해요. 북클럽, K팝, 정신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버가 증가 중이고,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지만 당장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만들고 테스트 단계를 언제 끝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일단은 기존 수익모델을 심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에요. 주요 수익원인 니트로의 가격 정책을 다양화해서 더 많은 사용자를 유료 구독자로 전환하려는 목적으로요. 더 저렴한 구독제 상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요. 디스코드가 당장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고요.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상황 이제 디스코드가 언제 기업공개(IPO)를 할지 점치는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어요. 블룸버그는 직접 상장 가능성도 언급했고요. 문제는 현재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것이죠. 디스코드는 2021년 9월, 6억 달러(약 6485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150억 달러(약 19조 4500원)의 가치평가를 받았는데요. 대형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가치를 낮추는 추세를 고려하면, 디스코드도 가치 재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상황은 작년의 인수 제안들이 아쉬워질 법도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트론은 직원들에게 “서비스가 성공하는 데에 모회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고 해요. 독립적인 성장에 의지가 큰 것이에요. 페이스북도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150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고, 스냅은 2013년에 페이스북의 30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 인수 제안을 거듭 고사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죠. 과연 디스코드는 페이스북과 스냅처럼 생존해 성장할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 실적은 선방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고, 새로운 사업 모델의 시장인 크리에이터 경제는 현재 가장 크게 침체하는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죠. 새로운 사업 모델은 생각보다 더 빨리 만들어져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 IT와 소셜미디어 전반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
[소셜미디어] #채팅앱 #게임
1. 디스코드는 성장세를 이어갈까?
디스코드(Discord)는 게임 디자인을 전공한 연쇄 창업가 제이슨 시트론(Jason Citron)이 2015년에 내놓은 커뮤니케이션 앱이었어요. 게이머들이 실시간으로 문자, 음성, 영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여러 사용자가 모여서 '서버(Server)'라고 불리는 채팅방을 만들고, 각 서버에서 스카이프처럼 그룹 음성 통화를 하고, 줌(Zoom)처럼 화면 공유를 해서 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죠.
2015년은 커뮤니케이션 앱 중에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가장 크게 성장하던 시기였는데, 게이머라는 특정 타겟을 대상으로 파고든 영리한 서비스이기도 했죠.레딧(Reddit) 등 미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입소문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조용히 하지만 견고하게 성장해 왔어요. 그리고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물게 된 학생들과 직장인들 모두의 이용이 크게 증가하며 큰 성장을 이루었죠.
2021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20억 달러(약 15조 원)를 주고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던졌지만 디스코드는 이를 거절했는데요. 테크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와 투자가 그 어느때보다 높았을 때 내린 자신만만한 결정이었죠. 과연 이들은 독립적으로 큰 성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요? 주요 포인트들을 짚어봤어요.
품질과 입소문이 만든 성장
디스코드는 (스카이프와 유사한) 인터넷 전화(VoIP)로 시작한 회사였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바쁘게 게임을 하면서 편리하게 서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게이머들을 타겟으로 품질 좋은 서비스를 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게임 영상을 스트리밍할 때 끊김이 적게, 다른 참가자와의 소통도 부드럽게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무료로, 모든 운영체제에서, 복잡한 기능 없이 쉽게 쓰면 되니 접근성도 높아졌고요.
적정한 파트너십도 잘 맺어 증가세가 더 커졌어요. 아마존이 운영하는 유명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Twitch)와도 연계해, 커뮤니케이션 품질에 까다로운 게이머들을 더 끌어들였고, 이들을 만족시킨 것이죠. 물론, 팬데믹 이후에는 '게이머를 위한 공간'에서 모두가 '대화하고 어울리는 공간'으로 서비스를 리브랜딩해 사용자 베이스를 넓혔고요.
마이크로소프트외에도몇개의큰회사가지난해디스코드에인수제안을한것으로알려졌어요. 하지만디스코드는 CEO인제이슨시트론을중심으로소위빅테크의큰생태계에의존하지않고,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서비스를제공하면서 '고객'을계속확대할 수있다고보고유혹을뿌리쳤죠.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옴
디스코드는 2017년에 불과(?) 14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었어요. 주로 게이머들이었고요.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은 이어졌고, 팬데믹이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어요. 팬데믹 발생 후 1년이 된 2021년 3월에 월별 사용자 베이스는 2020년 3월에 비해 두 배 늘어나면서 1억 4000만 명 수준이 되었다고 알려졌죠.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해서 1억 8300만 명이 되었어요. 매출은 1억 달러(약 1305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00만 달러(약 810억 원)에 비해 61% 증가했어요. 나아가 올해 총매출 목표를 5억 2500만 달러(약 6850억 원)로 잡기도 했어요. 2021년 총매출은 3억 900만 달러(약 4032억 원)였으니 훨씬 높여 잡았죠.
이들의 주요 매출원은 유료 구독 서비스인 니트로(Nitro)예요. '프'리미엄(Freemium, 무료이지만 품질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니트로는 사용자들이 월 4.99달러나 9.99달러를 지불하고 추가 혜택을 받는 서비스이죠. 혜택에는 실시간 고화질 영상 재생, 대용량 파일 전송, 크리에이터 브랜딩을 위한 프로필 추가 홍보 기능 등이 포함돼요. 즉 더 많은 기능을 활용하는 구독제 사용자 수가 늘면서 매출이 커진 것인데요. 니트로가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현재 유료 구독자는 대략 100만 명일 것으로 보여요.
직원 수도 현재 650명인데 올해 12월까지 12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해요.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에요. 현재로서는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시장의 겨울'을 피해 가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이죠.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있던 크리에이터와 그 팬들이 디스코드와 같은 채팅 앱으로 모여들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소셜미디어는 크리에이터들이 팬들을 모으고 수익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기반이지만, 갈수록 알고리듬과 지표에 크리에이터들을 얽매기도 했죠.
즉, 크리에이터들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플랫폼 상단에 뜨는 것, 더 많은 이에게 '좋아요'를 받는 것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어요. 팬들 역시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보려고 플랫폼에 들어갔다가 원치 않는 광고를 접해야 했고 알 수 없는 플랫폼의 알고리듬으로 인해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골라보기도 어렵게 됐고요.
이제는 이런 방해 요소들 없이 크리에이터와 팬이 직접, 친밀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는 추세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어요. 사용자들이 이런 요소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디스코드와 같은 앱으로 모이는 이유이죠.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타겟 구독자들을 찾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요.
매출 나올 곳은 더 찾아야
다만 디스코드는 기존의 구독제 외 추가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크리에이터들이 서버를 만들어 구독료를 받을 수 있는 '서버 소유자(server owner)’ 서비스는 2021년에 시작했는데 여전히 테스트가 진행 중이에요. 이 서비스는 서버 소유자가 멤버를 모으고, 여러 등급의 멤버십을 제공하면서 최소 3달러에서 100달러 사이에서 구독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디스코드는 구독료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이죠.
당시에 전체적으로 크리에이터 경제가 커지는 흐름을 본 서비스이기도 해요. 북클럽, K팝, 정신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버가 증가 중이고,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지만 당장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만들고 테스트 단계를 언제 끝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일단은 기존 수익모델을 심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에요. 주요 수익원인 니트로의 가격 정책을 다양화해서 더 많은 사용자를 유료 구독자로 전환하려는 목적으로요. 더 저렴한 구독제 상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요. 디스코드가 당장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고요.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상황
이제 디스코드가 언제 기업공개(IPO)를 할지 점치는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어요. 블룸버그는 직접 상장 가능성도 언급했고요.
문제는 현재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것이죠. 디스코드는 2021년 9월, 6억 달러(약 6485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150억 달러(약 19조 4500원)의 가치평가를 받았는데요. 대형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가치를 낮추는 추세를 고려하면, 디스코드도 가치 재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상황은 작년의 인수 제안들이 아쉬워질 법도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트론은 직원들에게 “서비스가 성공하는 데에 모회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고 해요. 독립적인 성장에 의지가 큰 것이에요. 페이스북도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150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고, 스냅은 2013년에 페이스북의 30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 인수 제안을 거듭 고사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죠.
과연 디스코드는 페이스북과 스냅처럼 생존해 성장할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 실적은 선방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고, 새로운 사업 모델의 시장인 크리에이터 경제는 현재 가장 크게 침체하는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죠. 새로운 사업 모델은 생각보다 더 빨리 만들어져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광고' 모델을 도입하는 것에는 여전히 부정적이에요.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인 디스코드의 특성상 광고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제이슨 시트론은 "광고가 사용자들에게 방해가 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도입하지 않는다"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고요. 디스코드로 사용자들이 모여드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광고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도 하죠.
물론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보여주면서 수익을 내는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성공시키면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해야 하는 더 어려울 수 있는 과제를 풀어야 합니다.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경제
2. 주조연 모든 역할을 하는 뉴스레터
스타트업에 겨울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고, 특정 분야와 특정 스타트업에 대한 재평가도 현재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안정적인 산업과 분야는 어디이고, 누가 매출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기관과 개인들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만큼 조금 혼란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뉴스레터 서비스도 최근 그중 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개인과 소규모 매체들이 수익을 내는 미디어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해준 서브스택(Substack)이 (팬데믹 와중에) 이뤄온 큰 성장이 정체 상태에 이르면서,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일각에서는 그동안 붐이 일었던 뉴스레터 구독의 시대가 저무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과연 뉴스레터의 붐은 끝났고, 이를 활용하는 콘텐츠 서비스와 미디어는 다른 통로를 모색할까요? 말그대로 폭발전인 인기를 얻는 '붐'은 사그라들었을지라도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고, 새로운 활용 방식과 모델이 나올 토양은 만들어져 있습니다.
모닝브루와 악시오스를 본다면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만든 뉴스레터 미디어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미국의 모닝브루와 악시오스입니다. 이들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죠. 스타트업을 넘어 이제 대표적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요.
모닝브루는 이제 총 10개의 뉴스레터를 운영하면서 총 400만 명이 넘는 구독자에 2022년 상반기에만 3600만 달러(약 47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었죠. 뉴스레터를 통한 스폰서십과 광고가 매출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고요.
모닝브루는 2020년 10월에 7500만 달러(약 98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으면서 비즈니스 전문 미디어인 인사이더(옛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인수되었고, 악시오스는 최근 가치 평가 금액이 4억 3000만 달러(약 5600억 원)에 이르렀어요. 벤처캐피털 시장이 활황이던 작년에 받은 가치 평가이지만, 사업 구조를 잘 키워왔기에 받을 수 있는 평가였죠.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다른 디지털 미디어들은 좋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해 계속 힘겨운 시간을 보내왔어요.
모닝브루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악셀 스프링거(Axel Springer, 인사이더의 모회사)의 일원이 되었어요. 뉴욕타임스는 악시오스에 대해 "스케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메일 뉴스레터를 중심으로 대형 미디어가 된 이들이 뉴스레터에 기반한 여러 제품의 실험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조망했죠.
뉴욕타임스를 비롯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 등의 전통 매체들이 디지털 구독제를 성장시켜 가던 가운데, 이들은 새로운 문법으로 읽기 쉬운 문체와 뉴스 큐레이션 기반 포맷을 들고나와 각각 (2015년, 2016년에)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그리고 이메일에 기반한 뉴스레터가 여전히 주요 통로입니다.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통로를 주요하게 쓰는 전략을 폈기에 지금의 대형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에요.
새로운 시장을 키운 서브스택
이처럼 성공적인 뉴스레터들에 이어 2017년에 설립된 서브스택은 유료 구독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연 뉴스레터 플랫폼입니다. 이들은 누구나 뉴스레터를 쉽게 만들고 유료 구독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툴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었죠. 영상과 오디오 등에 이어 텍스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본 이들이죠.
서브스택은 툴을 넘어 뉴스레터 플랫폼을 지향하고도 있어요. 서브스택을 통해 뉴스레터 서비스를 만든 매체와 개인들은 독자적으로 영업을 하지만, 서브스택으로부터 마케팅을 비롯한 (안정적인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일환으로) 의료 보험비 등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고 함께 뉴스레터 구독 생태계를 키워가는 역할을 하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한 서브스택의 톱10 매체는 현재 2500만 달러(약 325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알려졌어요. 개인 작가들의 평균 수익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브스택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연 매체와 개인은 크게 늘어났죠. 미디어 업계에서는 개별 기자들의 독립 열풍이 불기도 했고요. 실제로 많은 성공 사례가 만들어졌고, 당연하게도 많은 실패 사례도 만들어졌습니다.
서브스택은 6억 5000만 달러(약 847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았고 끝도 없이 성장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정체기를 맞이한 상황이에요. 구독료의 10%를 수수료로 받아 매출을 올리는 서브스택으로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기도 해요.
얼마 전부터는 서브스택을 통해 발행되는 뉴스레터들을 모아 보는 앱을 만들어 플랫폼의 역할을 더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는데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하죠. 100만 명이 훌쩍 넘는 유료 구독자가 탄생했고, 수천만 명의 뉴스레터 구독자가 있는 생태계를 이들은 활용할 수 있죠.
물론 서브스택을 활용하는 콘텐츠가 독자를 만나는 첫 번째 통로는 이메일 뉴스레터이고, 결국 새로운 앱도 새로운 뉴스레터를 만나게 해주는 통로이기도 해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가치 창출을 시도하면서도, 뉴스레터가 그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피벗을 하지 않는 한 말이죠)
최소 기능 제품이 아닌 최대 활용
뉴스레터가 콘텐츠를 전하는 통로로 계속 기능을 하게 될 주요 요인으로는 역시나 누구에게나 익숙한 포맷으로 쉽게 콘텐츠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도 바로 얻을 수 있어 어떤 콘텐츠에 독자들이 끌리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 될 수도 있죠. 최근 뉴스레터를 콘텐츠 서비스의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표현한 사례도 설득력이 있고요.
하지만 뉴스레터가 MVP에 머물고, 콘텐츠를 통한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제품이 되기 어렵다고 볼 수는 없죠. 물론 뉴스레터 외에 해당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고, 결국 앱이나 웹사이트로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뉴스레터의 핵심은 꾸준히 고유한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데 있어요. 뉴스레터가 하나의 제품으로 작동하면서 광고 등의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고요. 모닝브루나 악시오스가 10개 그리고 30개가 넘는 뉴스레터를 만든 이유도 뉴스레터가 모아져 결국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모닝브루나 악시오스도 향후에는 앱이나 웹이 더 큰 통로가 되고, 뉴스레터는 구독자를 유인하는 통로로 사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자체 플랫폼'을 통한 가치 창출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있어서는 더 유리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광고가 주요 수익원이지만 악시오스처럼 앱을 통해서도 제공되는 프리미엄 구독제를 도입하고, 구독제 역시 주요 수익원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도 하죠.
서브스택의 등장 이후 유명 저널리스트들과 인플루언서들의 개인 유료 뉴스레터 개설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들 뉴스레터 미디어와 기존 미디어 모두 긴장 속에 이 흐름을 지켜봤는데요. 결국 이 움직임은 오히려 뉴스레터 생태계를 넓히고, 새로운 사업 모델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했습니다.
뉴스레터, 웹사이트와 앱, 그리고 소셜미디어 및 팟캐스트 등의 전방위 활용은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진 모든 미디어가 택해야만 하는 전략이죠. 결국 주요 통로를 무엇으로 쓰느냐가 다른 것이고요.
어쨌든 계속 성장할 뉴스레터
계속해서 한 가지 사업 모델에 의존하는 것은 모든 플랫폼과 서비스에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광고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든 넷플릭스가 이룬 영상 콘텐츠의 유료 구독제 세상도 계속될 것 같았죠. 하지만 넷플릭스도 이제는 TV와 마찬가지로 광고가 포함된 구독제를 만들고 게임 사업도 한창 개발하고 있듯이, 결국 사업을 지속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한 산업을 ‘디스럽트(Disrupt)’하고, 아무리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수익을 내는 방법이 한 가지 통로가 되어서도 안 되고, 한 가지 사업 모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다시금 증명되고 있죠.
성장하는 콘텐츠 서비스 혹은 미디어의 경우, 뉴스레터만을 주요 통로로 활용해서도 안 되고, 앱이나 웹사이트만을 주요 통로로 활용해서도 안 되죠. 웹과 앱이 주요 통로인 해외의 주요 미디어 및 콘텐츠 서비스들도 거의 모두 뉴스레터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자체 플랫폼으로 활용할지 혹은 도구로 활용할지는 결국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더 적합한 방식을 각 기업이나 서비스가 적용하면 되는 것이고요. 많은 콘텐츠 제공자들이 뉴스레터를 주요 수단(혹은 MVP)으로 활용한다는 것 자체도 하나의 플랫폼이나 서비스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두의 이목을 끌어온 ‘붐’은 지나갔을지라도 웹 시대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개인화된 디지털 콘텐츠이기도 한 이메일 뉴스레터는 오디언스를 모으는 수단으로서도, 콘텐츠 서비스의 중심 통로로서도 계속 역할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활용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느냐가 각 콘텐츠 서비스 운영자에 달린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