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노트] 더 선명해지는 넷플릭스의 큰 그림 2025년에 미디어 업계에 가장 중요한 흐름은 현재도 진행 중인 넷플릭스의 지배력 강화 그리고 이어질 유튜브와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커피팟은 꼽습니다. 1년 내 넷플릭스가 전 세계 시장에서 그 지배력을 강화하고, 진정 '티비'가 되는 길을 만들 것이라는 점을 짚어 전해드렸는데요.
이들은 이제 몇 년 전부터 예상은 되었지만, 대중들이 실감하지는 못했던 유튜브와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쟁의 원년은 2025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트리밍은 OTT(오버더탑) 서비스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미디어 산업의 지형을 이미 바꿨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기어이 모두가 무료로 늘 접속해 볼 수 있는 유튜브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이 경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참고로 <오징어게임> 시즌2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2025년 미디어 산업의 판에 대한 힌트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 올해의 마지막 아티클은 [미디어 노트]로 전해드립니다. 커피팟은 1월 1일인 내일 지나 1월 2일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2024년의 마지막 날, 꼭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부디 평안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바란다는 인사 전해드리고요. 모두 새해에는 좋은 일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스트리밍] #미디어노트 넷플릭스가 준비하는 유튜브와의 대결 |
미디어 지형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면서 커피팟이 올해 명확하게 해 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는 대다수가 보는 '티비'가 되어가면서 점점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때때로 이들의 현황을 업데이트하면서 전해드렸죠. 그리고 결국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와 유의미하게 경쟁을 하는 서비스는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고요. 실제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던 이러한 넷플릭스의 모습은 이제 한국 시장에서도 더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국내 OTT 서비스인 웨이브의 주주이기도 한 지상파 채널인 SBS가 넷플릭스와 체결한 장기 콘텐츠 공급 계약은 이 신호탄이기도 하죠.
이 모습은 마치 미국에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는 컴캐스트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등이 (다시금) 넷플릭스에 각종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과도 비교해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이들의 이런 선택은 경쟁을 하기보다는 "콘텐츠를 공급해 조금이라도 돈을 벌자" 모드로 나아가는 것이었죠. 그동안 넷플릭스와 '경쟁'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키던 최전선이 무너지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지상파 채널들도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SBS의 이번 계약은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지배력에 결국 백기를 든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누가 먼저 내리느냐의 선택이었을 뿐이었다고도 평가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수순이기도 했던 것이죠. 다만 그 현실이 다가옴에도 저항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미뤄온 결정이 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넷플릭스는 진정 방송과 기존의 티비를 대체해 버리는 작업을 가속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다시금 큰 '플랫폼'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당겼습니다. 이제는 OTT가 아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지배자인 유튜브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채비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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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다음 플레이는 스포츠 시장에서의 '확실한' 확대입니다. |
넷플릭스는 이미 기존의 ‘티비’가 하던 역할을 하나씩 차근히 얹어나가는 중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는 평정한 지 오래이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도 직접 제작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스포츠 중계까지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스포츠는 기존의 티비가 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마지막 영역이기도 하죠.
스포츠 시장에는 유튜브를 포함해 스트리밍 서비스들인 컴캐스트의 피콕, 아마존 프라임 티비와 애플 티비+ 등도 이미 발을 들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발을 들이고 본격적으로 각종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나선 상황은 그 무게감이 다릅니다. 일단 넷플릭스는 지난 11월에 열린 마이크 타이슨과 제이크 폴의 복싱 시합은 6000만 가구에서 동시 스트리밍을 했고, 최근인 크리스마스에 중계한 NFL의 미식 축구 경기는 닐슨을 통해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했는데요.
두 경기를 중계했고, 두 경기 모두 24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시청을 해 스트리밍을 통해 중계된 미식 축구 경기로는 최대 시청자 수를 기록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지난 복싱 시합 때 발생했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끊김 현상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중계가 매끄럽게 진행되었고요.
이번의 성공적인 중계는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라이브 스포츠 시장에 발을 들여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특히나 최근의 스포츠 중계의 성공은 앞으로 넷플릭스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해 갈지 그리고 얼마나 더 확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성공적인 중계를 마친 후 넷플릭스는 2027년과 2031년 여자 축구 월드컵 대회의 중계권도 확보했음을 알렸습니다. 중계권료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형 이벤트 전체를 넷플릭스가 중계하게 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스포츠 중계가 넷플릭스가 확대해 나갈 새로운 분야라는 것을 못 박아 보여줍니다. 여기에 앞서 넷플릭스는 2025년부터 미국 프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쇼인 WWE RAW를 방영합니다. 넷플릭스는 스포츠 시장에서도 우선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자 축구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기가 커져가는 추세이며 넷플릭스를 통한 월드컵 중계는 그 흥행 잠재력이 터져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세계 각지에서 각 언어로 만든 콘텐츠들이 큰 흥행을 하도록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유튜브 역시 NFL의 일요일 경기를 비롯해 프로 야구인 메이저리그 그리고 미국 남녀 프로축구리그인 MLS를 중계하면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 확대의 큰 부분은 스포츠 중계를 통해서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지속해서 새로운 중계 계약을 확보하려고 경쟁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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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영국의 결승전은 영국에서 앞서 열린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의 남자 단식 결승보다도 많은 시청 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스페인과 영국에서는 각종 시청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여자 축구는 여자 스포츠 중 세계적으로 인기가 커질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평가됩니다. |
넷플릭스의 이런 준비는 사실 내년 1월에 발표하는 2024년 4분기 실적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구독자 수를 실적상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과 맞물리기도 합니다. (의미 있는 마일스톤을 달성했을 때는 공개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실적 지표에 비중을 두어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매출과 이익은 앞으로 구독자 수가 더 중요한 요소라기보다는 가격 인상과 광고 수익을 늘려가면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죠. 더불어 전체 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구독자 수 중심으로만 이루어졌던 상황을 바꾸어 가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구독자 수가 2억 8270만 명을 넘겼고, 이제는 실질적으로 구독자 수로 경쟁을 할 수 있는 경쟁사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포커스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겠다는 의도이기도 하고요.
넷플릭스는 광고 사업의 확대가 이제 시작이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광고 기반 구독제에 가입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라이브 스포츠처럼 광고가 가장 큰 수익 드라이버가 될 콘텐츠를 이제 본격적으로 스트리밍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죠. 앞으로 스포츠 이벤트가 늘어난다면 스포츠 이벤트만을 위해 넷플릭스의 구독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이고, 광고 수익은 구독제 이상으로 중요한 축으로 커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는 2024년에 매출 389억 달러(약 57조 원)에 영업이익 105억 달러(약 15조 원)를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27%에 이르죠. 내년에는 매출 435억 달러(약 64조 원)에 영업이익 122억 달러(약 18조 원)를 예상하고 있고요. 수많은 플랫폼들이 생겨났음에도 지배적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서의 유튜브라는 존재를 경쟁사로 보고 있다면, 앞으로 매출을 중심으로 규모를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참고로 유튜브의 연간 매출은 광고와 프리미엄 구독료 등을 합쳐 약 500억 달러(약 73조 원)로 추정됩니다. 2023년에 광고 매출은 약 317억 달러(약 46조 6000억 원)였고요.
(이 둘의 뒤를 쫓고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은 현재 틱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사용자의 스크린 타임이 유일하게 이 둘과 필적할 수 있는 플랫폼이고요. 하지만, 현재 미국 내 금지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한 이 플랫폼은 지속해서 '안보' 리스크에 노출되어 그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앞으로 구독자 수가 아닌 매출과 이익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면 유튜브와의 경쟁 비교는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넷플릭스 실적 보고서, 2024/2025년은 예상 실적) |
넷플릭스의 판단은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영상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경쟁의 키를 잡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꼽혔던 디즈니가 다시 히트 콘텐츠를 꾸준히 내면서 재정비를 하고 있지만, 차이는 많이 벌어져 있습니다. 이제는 이 두 플랫폼의 경쟁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된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방송사들과도 손을 잡으면서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확보하고, 지속해서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잘 제작된 작품을 넘어 라이브 스포츠로도 확장을 해가고 있는 것이죠.
유튜브는 매일 같이 운영되는 수많은 다양한 채널들과 함께 전 세계의 사람들이 속보 경쟁을 벌이는 라이브 뉴스판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하던 역할까지 모두 영상으로 하고 있는 중이며, 전 세계의 현상이 라이브로 늘 방송되고 있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이들도 더 큰 수익이 되는 라이브 스포츠를 확대하는 중이며,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죠.
두 플랫폼은 그 성격이 다른 듯하지만, 어쩌면 본질적으로 사용자들의 시간을 잡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에 그 성격이 유사하기도 합니다. 스캇 갤로웨이도 과거 지적했듯이, 결국엔 '사용자의 시간'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누가 이기느냐가 이 경쟁의 마침표입니다. 유튜브에 접속하는 시간과 넷플릭스에 접속하는 시간을 평행으로 두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결국 다른 플랫폼에 들어가는 시간을 더 많이 빼앗아 오는 플랫폼이 이기는 구도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닐슨의 데이터에 의하면,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2023년 9월을 기준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티비 스크린 타임 비중은 각각 24%, 21%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시 사용자들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났다는 결과를 알리기도 했는데요. 둘 간의 시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스포츠까지 확장되는 두 플랫폼의 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리고 2025년은 그 경쟁의 서막을 지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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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럭셔리시장 #월스트리트분위기 럭셔리 시장은 경기침체를 예측할까? |
글로벌 럭셔리 인덱스 대비 월마트의 주가를 보는 '월마트 리세션 시그널' 역시 (팬데믹을 예외로) 2008~2009년 금융 위기 이후 다시 치솟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지: 파이낸셜타임스) |
미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신호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금화에 대한 이야기가 커지는 중이고. 단기적인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선도 크지만, 기저에는 약간의 두려움도 깔려 있는 분위기이죠. 그리고 점점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지표로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주요 경제지들에서도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우선, 립스틱처럼 적은 돈으로도 구매가 가능한 뷰티 럭셔리 상품의 판매량이 늘어나면 경기침체가 오고 있다는 신호로 보는 것이 '립스틱 인덱스'인데요. 2000년대 초반에 에스티 로더의 장남이자 에스티로더의 당시 CEO이던 레오나드 로더가 개념을 만들어 통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개념도 제시되었습니다. 럭셔리 기업들의 인덱스가 하락하는 와중에 대형 할인 마트인 월마트의 주가가 오르면 경기침체가 머지 않았다는 신호로 보는 '월마트 리세션 시그널(Walmart Recession Signal, WRS)'입니다.
럭셔리 기업들의 글로벌 S&P 인덱스가 하락할수록 월마트의 주가는 오른다는 것입니다. 즉, 경기가 위축되면서 럭셔리 소비는 줄어들고, 월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 마트의 장사는 더 잘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짐 폴슨이 이 개념을 소개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에서 부지런히 이 개념과 주장을 수긍하면서도 비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그 구멍도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요.
WRS는 이제는 고소득층도 많아진 월마트의 고객 구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팬데믹 이후에 사업 구조가 바뀌고 아마존을 비롯한 이커머스 공세에도 꿈쩍하지 않는 월마트는 예전의 월마트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지표를 침체의 신호로 보려고 한다면 말그대로 하나의 작은 신호 정도로 보는 것이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 경제에는 자산 시장의 조정과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덱스들이 인용되는 모습이 포착되는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과연 맞는 신호가 될까요? 다만 이런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나도' 더 빨리 알고 있어야만 대응이 가능합니다. |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혼다와 닛산 합병 너머로 보이는 것들 |
혼다와 낫산의 합병은 현재 일본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흐름이 커질 지 볼 수 있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
최근 혼다와 닛산의 합병 소식은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흐름에 뒤처진 레거시 기업들이 이제는 벼랑 끝에 다다르고 있으며,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서는 힘을 합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이번 합병은 현재 일본의 자본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소위 '잃어버린 30년' 동안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일본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이 앞으로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말이죠.
닛산은 대만의 폭스콘이 인수에 관심이 컸다는 보도도 나왔고, IT 기업인 후지소프트는 최근 사모펀드인 KKR과 베인캐피털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븐엘리븐을 소유한 세븐앤아이 홀딩스는 캐나다의 유통 기업인 알리멘타시옹 쿠시타르가 인수를 위해 뛰어들어 몸값이 치솟았죠. 과거에 보기 어려웠던 일이 최근 들어서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의 기업들이 합병을 하거나, 외국 기업들의 인수 타겟이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들에 대한 기업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 요구는 더 커지고 있고, 앞으로 저출생으로 인한 내수 부진과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하는 모습을 고려하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장기적인 생존을 모색하는 일은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혼다와 닛산의 합병의 이유를 들여다보면서 일본 시장의 사정 전반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 사정은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사정과 비슷하기도 하다는 것을 일러줍니다. |
글쓴이: 안젤라의 한글 이름은 박누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중국필패>, <재닛 옐런>,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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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던 이러한 넷플릭스의 모습은 이제 한국 시장에서도 더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국내 OTT 서비스인 웨이브의 주주이기도 한 지상파 채널인 SBS가 넷플릭스와 체결한 장기 콘텐츠 공급 계약은 이 신호탄이기도 하죠.
이 모습은 마치 미국에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는 컴캐스트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등이 (다시금) 넷플릭스에 각종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과도 비교해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이들의 이런 선택은 경쟁을 하기보다는 "콘텐츠를 공급해 조금이라도 돈을 벌자" 모드로 나아가는 것이었죠. 그동안 넷플릭스와 '경쟁'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키던 최전선이 무너지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지상파 채널들도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SBS의 이번 계약은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지배력에 결국 백기를 든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누가 먼저 내리느냐의 선택이었을 뿐이었다고도 평가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수순이기도 했던 것이죠. 다만 그 현실이 다가옴에도 저항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미뤄온 결정이 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넷플릭스는 진정 방송과 기존의 티비를 대체해 버리는 작업을 가속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다시금 큰 '플랫폼'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당겼습니다. 이제는 OTT가 아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지배자인 유튜브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채비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기존의 티비가 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마지막 영역이기도 하죠.
스포츠 시장에는 유튜브를 포함해 스트리밍 서비스들인 컴캐스트의 피콕, 아마존 프라임 티비와 애플 티비+ 등도 이미 발을 들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발을 들이고 본격적으로 각종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나선 상황은 그 무게감이 다릅니다. 일단 넷플릭스는 지난 11월에 열린 마이크 타이슨과 제이크 폴의 복싱 시합은 6000만 가구에서 동시 스트리밍을 했고, 최근인 크리스마스에 중계한 NFL의 미식 축구 경기는 닐슨을 통해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했는데요.
두 경기를 중계했고, 두 경기 모두 24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시청을 해 스트리밍을 통해 중계된 미식 축구 경기로는 최대 시청자 수를 기록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지난 복싱 시합 때 발생했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끊김 현상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중계가 매끄럽게 진행되었고요.
이번의 성공적인 중계는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라이브 스포츠 시장에 발을 들여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특히나 최근의 스포츠 중계의 성공은 앞으로 넷플릭스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해 갈지 그리고 얼마나 더 확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는 스포츠 시장에서도 우선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자 축구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기가 커져가는 추세이며 넷플릭스를 통한 월드컵 중계는 그 흥행 잠재력이 터져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세계 각지에서 각 언어로 만든 콘텐츠들이 큰 흥행을 하도록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유튜브 역시 NFL의 일요일 경기를 비롯해 프로 야구인 메이저리그 그리고 미국 남녀 프로축구리그인 MLS를 중계하면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 확대의 큰 부분은 스포츠 중계를 통해서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지속해서 새로운 중계 계약을 확보하려고 경쟁하고 있죠.
이는 앞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실적 지표에 비중을 두어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매출과 이익은 앞으로 구독자 수가 더 중요한 요소라기보다는 가격 인상과 광고 수익을 늘려가면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죠. 더불어 전체 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구독자 수 중심으로만 이루어졌던 상황을 바꾸어 가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구독자 수가 2억 8270만 명을 넘겼고, 이제는 실질적으로 구독자 수로 경쟁을 할 수 있는 경쟁사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포커스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겠다는 의도이기도 하고요.
넷플릭스는 광고 사업의 확대가 이제 시작이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광고 기반 구독제에 가입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라이브 스포츠처럼 광고가 가장 큰 수익 드라이버가 될 콘텐츠를 이제 본격적으로 스트리밍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죠. 앞으로 스포츠 이벤트가 늘어난다면 스포츠 이벤트만을 위해 넷플릭스의 구독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이고, 광고 수익은 구독제 이상으로 중요한 축으로 커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는 2024년에 매출 389억 달러(약 57조 원)에 영업이익 105억 달러(약 15조 원)를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27%에 이르죠. 내년에는 매출 435억 달러(약 64조 원)에 영업이익 122억 달러(약 18조 원)를 예상하고 있고요. 수많은 플랫폼들이 생겨났음에도 지배적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서의 유튜브라는 존재를 경쟁사로 보고 있다면, 앞으로 매출을 중심으로 규모를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이 두 플랫폼의 경쟁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된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방송사들과도 손을 잡으면서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확보하고, 지속해서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잘 제작된 작품을 넘어 라이브 스포츠로도 확장을 해가고 있는 것이죠.
유튜브는 매일 같이 운영되는 수많은 다양한 채널들과 함께 전 세계의 사람들이 속보 경쟁을 벌이는 라이브 뉴스판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하던 역할까지 모두 영상으로 하고 있는 중이며, 전 세계의 현상이 라이브로 늘 방송되고 있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이들도 더 큰 수익이 되는 라이브 스포츠를 확대하는 중이며,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죠.
두 플랫폼은 그 성격이 다른 듯하지만, 어쩌면 본질적으로 사용자들의 시간을 잡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에 그 성격이 유사하기도 합니다. 스캇 갤로웨이도 과거 지적했듯이, 결국엔 '사용자의 시간'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누가 이기느냐가 이 경쟁의 마침표입니다. 유튜브에 접속하는 시간과 넷플릭스에 접속하는 시간을 평행으로 두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결국 다른 플랫폼에 들어가는 시간을 더 많이 빼앗아 오는 플랫폼이 이기는 구도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닐슨의 데이터에 의하면,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2023년 9월을 기준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티비 스크린 타임 비중은 각각 24%, 21%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시 사용자들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났다는 결과를 알리기도 했는데요. 둘 간의 시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스포츠까지 확장되는 두 플랫폼의 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리고 2025년은 그 경쟁의 서막을 지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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