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애틀란틱이 보여주는 레거시의 길 오늘은 현재 미국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 '시그널 게이트(Signal Gate)'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결국 미디어의 영향력이 어떻게 뉴스의 내러티브를 만들고, 그것이 미디어의 비즈니스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취재와 보도 과정 그리고 비즈니스와의 연결은 레거시 미디어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
[미디어 노트] #저널리즘 #시그널게이트 방 안의 코끼리가 한 역할 |
미국은 지금 '시그널 게이트(Signal Gate)'로 시끌시끌합니다. 시그널이라는 메시징 서비스의 소위 단톡방을 통해서 미국 부통령인 JD 밴스와 국방부 장관인 피터 헤그세스, 백악관의 국가안보고문인 마이클 왈츠를 포함한 다양한 층위의 고위 관료들이 모여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폭격을 논의했는데, 알고 보니 그 단톡방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레거시 미디어 중 하나인 디애틀란틱(The Atlantic)의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가 초대되어 있던 것입니다.
참고로 시그널은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종단 간 암호화 메시징 서비스로 미국 미디어 종사자들 사이에서 사용률이 높습니다. 우리가 흔히 암호화 메시징 서비스로 알고 있는 텔레그램보다도 더 보안이 강하다고 평가받고 있기도 하죠.
마이클 왈츠로부터 초대를 받아서 채팅방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제프리 골드버그는 이 채팅방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상세한 보도를 전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마이클 왈츠를 사칭하는 누군가가 자기를 초대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의심이 들었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상황이나 이란 등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기 위해서 본인을 초대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가 실제 마이클 왈츠이기를 바랐다고 하고요.
해당 채팅방에서 이루어진 메시지들의 캡처를 기반으로 한 이 보도는 지금 미국의 과세 부과로 인해 촉발되는 무역 전쟁, 러시아의 침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휴전 협상 등의 이슈를 작아지게 할 정도로 큰 파장을 낳고 있기도 합니다.
민감한 군사작전이라는 기밀 누설을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도 않을 채널을 통해 논의를 했다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이 보도는 초현실적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인데요. 더 충격으로 다가오는 건 이 중대한 사안을 다루는 고위 관료들이 민감한 사안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폭격에 대해 이모티콘까지 쓰면서 대화를 나누고, 동맹국에 대한 적개심도 그대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드라이하게 자신이 본 일들을 말하고 해석하는 이 보도는 아직 1분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의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지: 디애틀란틱 기사 캡처) |
그 모습을 보면 우리가 흔히 들어가 있는 친구들의 카톡 단체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흘리면서 나누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이 채팅방에 있는 인물들의 면면이 누구인지 의식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면면이 누구인 줄 알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죠.
문제는 이것입니다. 그들은 방 안에 있는 코끼리에 대해 전혀 논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방 안에 있는 코끼리가 들어와 있는지 인지조차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모두가 인지하지 못한 제프리 골드버그가 방 안의 코끼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채팅방의 존재 자체가 방 안의 코끼리였던 것이죠. 모두 이러한 채팅방은 문제인 걸 알면서도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입니다. (만약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면 더 심각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 방의 존재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 방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도 안 할 정도로 둔감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상식이라는 것, 그리고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분명히 보이는, 소위 '게이트'가 된 이번 사건을 보면 미디어, 즉 레거시 미디어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보입니다. 오디언스를 확장하고,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도요. |
후티 반군에 대한 폭격이 이루어진 다음 채팅방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채팅방을 통해서 또 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기도 하죠. (이미지: 디애틀란틱, 제프리 골드버그) |
그렇다면 제프리 골드버그는 어떻게 이 방에 들어가고,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걸까요? 우선 제프리 골드버그가 어떤 인물이지 그 면면을 봐야 합니다.
제프리 골드버그는 유명 뉴스 팟캐스트인 불워크(Bulwark)에 출연해 이번 사태에 대한 보도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가고, 어떤 내용들을 후속으로 보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래와 같이 답합니다.
"... 그들은 주어진 정보를 함부로 다루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 But just because they're irresponsible with material, doesn't mean that I am going to be irresponsible)" 제프리 골드버그는 현재 유력 미디어들이 다시금 조명을 하고 있는데요.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다니다가 중퇴를 하고 이스라엘군에 입대를 했습니다. 이후 군복무를 하면서 군교도관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저널리스트가 되어 워싱턴포스트, 뉴욕매거진, 뉴욕타임스매거진, 뉴요커 등을 거쳤습니다. 뉴요커에서는 5년간 중동 특파원으로 활동을 했죠. 그리고 2016년에 디애틀란틱의 편집장으로 스카웃되었습니다.디애틀란틱은 그가 취임한 이후 2017년에 로린 파월 잡스의 에머슨 컬렉티브(Emmerson Collective)가 운영권을 가진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커피팟을 통해서도 디애틀란틱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골드버그는 새로운 주주들의 지원을 받았고, 디애틀란틱은 2021년에 첫 퓰리처상을 타고 2022년과 2023년에도 탔습니다. 미국 최고권위 매거진 어워드인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의 제너럴 엑셀런스상도 연속으로 탔죠. 디애틀란틱은 현재도 계속해서 좋은 저널리스트들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각 영역에서 말이죠. 최근 제프 베이조스가 완전한 기조 전환을 추진하는 워싱턴포스트에서 나오는 탤런트들을 가장 많이 데려가는 곳이 디애틀란틱입니다.제프리 골드버그와 경영진이 이렇게 '저널리즘'에 집중한 결과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100만 유료 구독자 돌파라는 성과로 돌아옵니다. 월간 종이 잡지를 주력으로 하다가 디지털 매체가 되면서 말이죠. 일각에서는 이제 워싱턴포스트의 위치를 위협할 것이라고도 보고 있습니다.
디애틀란틱은 이번 특종으로 미국 미디어 역사에 한 획을 긋기도 했습니다. 제프리 골드버그가 이렇게 큰 뉴스를, 소위 특종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필연적으로 그가 쌓아온 역량의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가 그 역량으로 쌓아온 조직의 결과물이기도 하죠. 즉, 저널리즘을 최고 가치로 삼는 미디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
작년 3월에 100만 유료 구독자를 넘겼다고 공표했습니다. 적자도 탈피했다고 하고요. 지금은 구독자가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되죠. 현재 이런 발표를 할 수 있는 레거시 미디어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지: 디애틀란틱) |
"저널리즘이 역시 미디어의 본질이지. 사업부터 신경 쓰는 거 아니야"류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당연히 아닙니다. 레거시 미디어는 특히나 본래부터 저널리즘이 곧 비즈니스이자 성과입니다. 하지만 이 당연하고도 본질적인 이야기는 때로 다르게 해석되기도 합니다.
마치 비즈니스는 뒷전이라고요. 저널리즘이 먼저라고요.
하지만 요즘 시대의 미디어 환경에서, 특히 레거시 미디어에게는 저널리즘와 비즈니스 둘 중에 무엇이 우선인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아니, 그 순서를 두어서는 사업은 물론 미디어로서의 영향력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저널리즘은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고, 이를 비즈니스의 성장과 연결 시키는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회사와 경영진의 역할이죠.
디애틀란틱은 이 모범 사례 중 하나를 만들어 가고 있고,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모습이 바로 이들과 명확히 대조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널리즘도 비즈니스도 모두 쇠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요. 다시 말하자면, 디애틀란틱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디지털 매체로의 완전한 전환을 이루었고, 구독자들을 성공적으로 그들의 디지털 제품으로 불러들이면서 그 파급력을 키웠습니다.
이번 사안 자체는 앞으로 미국 정치권에서 추가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가 관건입니다. 물론 미 상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어떤 전개가 이루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이걸 심각하게 두고 보는 공화당 의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을 앞으로 디애틀란틱을 포함한 미디어가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입니다. 디애틀란틱뿐만 아니라 다른 유력 레거시 미디어들은 관련 인물들을 취재하면서 후속 보도 등을 이어갈 것인데, 이들이 어떻게 시각을 형성하고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는지가 이 사건의 방향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많은 정치 이슈가 그러했던 것처럼요.
물론 디애틀란틱과 제프리 골드버그는 아마도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졌을 것입니다. 현재 법무를 포함해서 전체 보도팀과 취득한 정보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도 밝혔는데요. 어떤 내용들이 이어지건 관심의 집중을 받으면서 그 후폭풍이 어떻게 이어질지를 기다리는 '탑 스토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지금 디애틀란틱의 구독자가 증가하고 있는 모습과도 겹쳐 보입니다. 디애틀란틱은 워싱턴포스트에서 이탈하는 독자들을 끌어오고 있기도 하지만, 오디언스의 범위를 더 넓히는 미디어가 될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게 레거시 미디어가 추구해야 할 미디어 비즈니스의 정석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유튜브와 팟캐스트의 시대에도 레거시 미디어가 차별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 시키면서요. 결국 유튜브와 팟캐스트 스토리의 원천이 되고, 그 원천의 역할을 더 큰 수익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해내야 할 일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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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골드버그는 현재 유력 미디어들이 다시금 조명을 하고 있는데요.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다니다가 중퇴를 하고 이스라엘군에 입대를 했습니다. 이후 군복무를 하면서 군교도관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저널리스트가 되어 워싱턴포스트, 뉴욕매거진, 뉴욕타임스매거진, 뉴요커 등을 거쳤습니다. 뉴요커에서는 5년간 중동 특파원으로 활동을 했죠. 그리고 2016년에 디애틀란틱의 편집장으로 스카웃되었습니다.
디애틀란틱은 그가 취임한 이후 2017년에 로린 파월 잡스의 에머슨 컬렉티브(Emmerson Collective)가 운영권을 가진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커피팟을 통해서도 디애틀란틱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골드버그는 새로운 주주들의 지원을 받았고, 디애틀란틱은 2021년에 첫 퓰리처상을 타고 2022년과 2023년에도 탔습니다. 미국 최고권위 매거진 어워드인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의 제너럴 엑셀런스상도 연속으로 탔죠.
디애틀란틱은 현재도 계속해서 좋은 저널리스트들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각 영역에서 말이죠. 최근 제프 베이조스가 완전한 기조 전환을 추진하는 워싱턴포스트에서 나오는 탤런트들을 가장 많이 데려가는 곳이 디애틀란틱입니다.
제프리 골드버그와 경영진이 이렇게 '저널리즘'에 집중한 결과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100만 유료 구독자 돌파라는 성과로 돌아옵니다. 월간 종이 잡지를 주력으로 하다가 디지털 매체가 되면서 말이죠. 일각에서는 이제 워싱턴포스트의 위치를 위협할 것이라고도 보고 있습니다.
디애틀란틱뿐만 아니라 다른 유력 레거시 미디어들은 관련 인물들을 취재하면서 후속 보도 등을 이어갈 것인데, 이들이 어떻게 시각을 형성하고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는지가 이 사건의 방향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많은 정치 이슈가 그러했던 것처럼요.
물론 디애틀란틱과 제프리 골드버그는 아마도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졌을 것입니다. 현재 법무를 포함해서 전체 보도팀과 취득한 정보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도 밝혔는데요. 어떤 내용들이 이어지건 관심의 집중을 받으면서 그 후폭풍이 어떻게 이어질지를 기다리는 '탑 스토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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