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미 바꾼 광고 업계

이미 힘든 광고 에이전시들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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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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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맥킨지 컨설팅이 AI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아티클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목도 번역하면 <AI가 컨설턴트들의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맥킨지는 2023년 기준으로 총 4만 5000여 명이던 직원을 4만 명으로 줄였고, 이들의 자리를 각종 AI 에이전트들이 대신하고 있다는 내용을 큰 골자로 전했죠. 컨설턴트들이 이제는 AI 에이전트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들어 파트너가 된 입장에서 해결하는 모습으로 그 역할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요. 

이렇듯 AI의 침투로 일부 산업은 이미 그 변화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은 클라이언트를 위해 산업과 전략 분석을 다루는 컨설팅 외에도 클라이언트를 위해 세일즈를 하는 광고를 만드는 광고 에이전시 업계입니다.

작년부터 대대적인 '시프트'가 진행 중인 광고 에이전시 업계는 AI가 산업의 질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재진행형 사례입니다. 오늘은 이 사례를 최근 대표 기업들이 발표한 실적을 기반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광고] #AI #광고에이전시
AI가 이미 바꾼 광고 업계
이미 힘든 광고 에이전시들의 사정
AI는 소위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먼저 파괴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죠.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창조물과 현재도 생산하는 각종 콘텐츠를 학습해서 역량을 갈고닦는 AI이기에 이는 당연한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어떻게 다가올 지는 상상을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3년간 끝없이 커지기만 한 AI 경쟁의 판이 그 순간을 현재 모두가 느끼게 해주고 있는데요.

산업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면 특히 광고 영역은 이 영향을 크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의 대표적인 광고 에이전시인 WPP와 퍼블리시스의 엇갈리는 최근 실적은 이를 더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기도 하죠.

우선 영국에 기반을 둔 WPP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 감소한 66억 6300만 파운드(약 12조 5200억 원)를 기록했다고 알렸습니다. 광고 비용을 대신 집행하는 대행 경비를 뺀 매출은 50억 2600만 파운드(약 9조 4400억 원)를 기록했고, 이는 역시 4.3% 감소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이 47.8%나 감소한 2억 2100만 파운드(약 4150억 원)를 올리는데 그쳐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들은 일단 2025년의 (대행 경비 제외) 매출 가이던스도 3~5% 감소할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반면 앞서 7월에 실적을 발표한 프랑스 기반의 퍼블리시스(Publicis)는 상반기에 전체 매출이 10.9% 증가한 84억 8300만 유로를 기록했고, 대행 경비 제외 매출은 6.9% 증가한 71억 5200만 유로(약 11조 604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7.1% 증가한 12억 4200만 유로(약 2조 150억 원)를 올렸고요. 

퍼블리시스는 2024년말을 기점으로 WPP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광고 에이전시 그룹이 되었는데요. 극명하게 갈리는 두 기업의 모습이 이제는 그 차이를 벌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WPP의 실적을 퍼블리시스가 차지해 가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죠.

참고로 이들과 함께 흔히 세계 4대 광고 에이전시 그룹으로 지칭되기도 하는 미국의 옴니콤(Omnicom) 그룹과 인터퍼블릭(Interpublic) 그룹은 합병 승인이 지난 6월에 났고, 하반기 중에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합병 기업이 덩치로는 세계 최대의 에이전시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퍼블리시스가 앞으로 광고 시장에서 이들을 제치고 독주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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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시스는 코카콜라의 북미 사업마저 WPP로부터 뺏어 왔습니다. (이미지: 코카콜라 2019년 이탈리아 캠페인, 퍼블리시스)
치고 나가는 퍼블리시스의 이유  
이미 매출뿐만 아니라 시장 가치 기준에서도 크게 앞서는 퍼블리시스 그룹의 경우, 다른 에어전시 그룹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틈을 타서 시장 내 수주를 휩쓸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만 따로 놓고 보면 네스프레소와 레고 그리고 마스 등의 대표적인 리테일 기업들에게서 총 33억 달러(약 4조 5860억 원)의 신규 수주를 올려서, 합쳐서 5억 달러(약 6950억 원)에 그친 나머지 3곳의 대형 에이전시들을 압도했죠. 앞서 1분기에는 WPP로부터 대표적인 광고 업계 클라이언트인 코카콜라의 북미 어카운트를 뺏어오기도 했습니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이들이 기존의 광고 수주를 얼마나 잃었는지인데요. JP모건에 의하면 퍼블리시스가 잃은 수주액은 1억 1500만 달러(약 1600억 원)인데, 나머지 3곳이 잃은 수주액은 31억 달러(약 4조 3070억 원)에 달합니다. 

광고 업계는 이미지, 영상, 음성, 텍스트에 걸쳐서 계속 발전하는 AI 도구들의 침투 영향으로 인한 변화가 이미 커졌고, 그 활용이 전문화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수일이 걸리던 작업들을 순식간에 해주고 있는 상황인데, 에이전시들이 갖춰여 할 중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죠. 

퍼블리시스는 AI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변화하는 테크의 흐름을 잘 보고 대비한 그룹입니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했고, 큰 투자도 완료했죠.

대표적으로 2015년에 디지털 컨설팅 펌인 사피엔트(Sapient)를 37억 달러(약 5조 1430억 원)에 인수했고, 201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인 엡실론(Epsilon)을 44억 달러(약 6조 116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런 투자들을 합쳐 지금까지 총 120억 달러(약 16조 678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디지털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플랫폼 등의 관련 테크 인프라 확보에 투입했습니다.

광고 에이전시가 진행하는 이렇게 큰 투자들이 어떤 성과를 낼지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당시에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급작스레 찾아온 AI까지) 미래를 내다본 혜안으로 빛을 발하는 중이죠. 반면 이들처럼 대비를 하지 못한 기존의 업계 일등 기업인 WPP도 힘겨워지고 있고, 옴니콤과 인터퍼블릭은 합병해야 되는 상황까지 이른 것입니다.

AI 시대에 광고 시장은 커지지 않지만, 여전히 광고 에이전시의 전문성에 대한 수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요는 기존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서 소비자에게 어떻게 더 접근해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도출해 주길 원하게 되었죠. 어느새 AI가 침투하지 않은 곳이 없는 광고 시장에서 이를 충족 시켜주는 대표 에이전시 그룹은 (기존 에이전시들 중에서 유일하게) 퍼블리시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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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사람의 직관과 피칭으로 소비자 대상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는 시대가 끝난 지는 수십 년이 되었죠. (이미지: 드라마 <매드맨(Mad Men)>
광고 업계가 보여주는 시대상
현재 시장에서 퍼블리시스는 더 이상 광고 에이전시 그룹에 묶여서 비교되고 있지 않기도 합니다. 디지털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혹은 컨설팅 펌이라고 할 수 있는 엑센추어 송(기존 엑센추어 인터랙티브)나 딜로이트 디지털과 경쟁을 하고 있다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이제 광고 시장도 (클라이언트들은 직접 하지 못할) 영역의 디지털 컨설팅과 테크 활용에 특화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직 광고 시장이 AI의 침공으로 확 꺾일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분명한 신호가 나타난 것입니다. 2분기에도 나타난 수주 쏠림 현상 그리고 커지지 않는 광고 시장의 현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의 시장이 작아지는 가운데 퍼블리시스의 큰 성장을 이끌어 온 CEO 아서 사둔(Arthur Sadoun)은 앞으로 시장 점유율의 지속적인 확대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클라이언트들의 선택을 받고 커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두었기에 보일 수 있는 자신감입니다. WPP 같은 이들이 빅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따라오려고 해도, 자체 데이터 자산과 디지털 전환 역량을 내재화한 이들과 격차를 이른 시일 내에 좁히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기존의 거대 광고 에이전시들이 이대로 순식간에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시장에서도 이들이 기존의 역량이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루면 수요를 다시 찾는 경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죠. 그러니까 아직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과거와 같은 방식의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에이전시' 역할은 끝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들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서 클라이언트들에게 새로운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광고 캠페인을 단 몇 건이라도 수주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실적이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광고 에이전시 업계는 지금 이 순간 AI로 인해 가장 크게 바뀌는 산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가 속한 산업의 변화가 가파르지 않으면 어떤 기술로 인한 새로운 흐름은 크게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존의 거인들 간에도 그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통해 그 흐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의의 미디어 시장 중에서도 AI에 걸린 첫 번째 타겟은 광고 에이전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가 지금 당장 '디스럽트(Disrupt)'하는 영역은 더 깊게 파보는 후속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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