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소문을 대하는 자세

[미디어 노트]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가능성?

2025년 9월 22일 월요일
넷플릭스도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인수 전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미디어 일각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문'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시장은 넷플릭스가 너무 지배적인 사업자가 된 상황이 바로 그 핵심 이유이고, 이렇게 주목받을 인수합병 건은 필연히 현재 정부의 개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개입은 노골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보이지도 않을 수도 있고요. 

물론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가 실제 매각을 추진한다면, 더 많은 조각으로 쪼갤 방법도 시장에서는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이죠.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넷플릭스보다는 다른 사업자가 우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현재 시장에 도는 '소문'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짚어보는 이야기입니다.


[미디어 노트] #스트리밍 #인수합병
소문을 대하는 자세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가능성?
얼마 전 파라마운트를 합병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위한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데 이어 넷플릭스도 이를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가 시장에 퍼졌습니다.

이 소문의 진원지는 최근 주목받는 미디어 산업 뉴스레터인 퍽(Puck)의 편집장 딜런 바이어스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얻은 '소문'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아티클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소문'에 불과합니다. 심증적으로 넷플릭스가 당연히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의 인수를 '원할 수 있고',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가장 유리한 포지션에 있으니까요.

스트리밍 시대 이후 정신을 한번도 차린 적이 없는 워너브라더스의 가치가 지속해서 떨어져 왔고, 많은 수의 워너브라더스 콘텐츠를 라이센싱하기도 했고, 그 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다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입니다. 그렇기에 최근에 워너브라더스가 회사를 스트리밍과 비스트리밍 부문으로 분리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이미 계산을 끝냈을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죠. 

하지만 이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던 것은 바로 모두가 우려할 '반독점 이슈'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재 스트리밍 산업을 지배하면서 그 영향력이 날로 켜저가는 넷플릭스가 이들을 인수하는 것이야말로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대부분이 판단할 수 있죠. 아무리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시장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뻔한 그림이 그려지는 인수합병에 대한 승인은 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워너브라더스가 결국 더 잘게 쪼개지게 된다면 일부 콘텐츠 프랜차이즈나 부문을 인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확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죠. 워너브라더스 입장에서도 갑자기 협상력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어떤 자산을 내놓겠다고 할 리도 없고요.

상대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인수 소문입니다.   
틱톡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보면
특히나 현재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넷플릭스의 인수는 쉽지 않습니다. 앞선 아티클에서도 전해드렸듯이,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의 아들인 데이비드 엘리슨이 운영하는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 인사들과도 가까운 래리 엘리슨의 '아빠 찬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래리 엘리슨은 파라마운트를 자신의 미디어 자산으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고, 워너브라더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라클은 현재 틱톡의 미국 운영사 지분 80%를 확보하는 컨소시엄을 리드합니다.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실버레이크와 앤드리센 호로위츠 등이 참여를 하기로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뉴스코프와 폭스 코퍼레이션의 머독 일가도 투자에 참여할 것이라는 발표를 또 했죠.

틱톡의 경우, 미국과 중국 갈등의 도화선이기도 하기에 행정부가 나서서 거래를 주도하는 모습은 예상되었습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지분 투자를 하게 되는 기업들이 미 정부에 수십억 달러의 '거래비'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오갈 정도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넘은 통제에 의해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엔비디아에도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대가로 해당 수익의 일정 퍼센티지를 받는 거래 구도를 짠 것도 비슷한 선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인텔의 현 CEO 립부 탄이 자리를 보전한 것도 행정부에 지분 9.9%를 떼어주는 거래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고요.) 

현재 미국 행정부는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산업별 이슈를 이 '거래'에 의해 해결하고 통제하려는 중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하듯이, 일정 영역에서 국가 통제 자본주의의 방향으로 가는 중이라고도 볼 수 있고, 정부의 행동주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틱톡 지분 인수 같은 건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합니다. 정부에 대가를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을지부터 검토를 하고, 과연 그렇게 진행해도 이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원하는 이익을 볼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겠죠. 

이들은 틱톡에 대한 지분 투자를 했을 때 이 거대한 소셜미디어의 지분을 소유하면서 얻을 수 있는 영향력까지 고려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지분 수익이 확대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요. 틱톡은 현재 전 세계에서, 중국 내 자체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메타와 경쟁해 일정 영역에서 앞설 수 있는 기업입니다. 

워너브라더스가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의 콘텐츠나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DC 코믹스 같은 프랜차이즈도 다 넷플릭스 소유가 되면 시장의 균형은 더 무너지겠죠. (이미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거래'를 위한 새로운 조건들
현재 미국 정치경제 영역을 살펴보면 중요한 인수합병은 특히 정부와의 협상과 거래가 없이는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현재 상황에서 워너브라더스의 자산을 인수하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들이 성립해야 합니다.

1) 일단 스트리밍 업계의 경쟁자들이 더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어야 하고, 아마존과 애플의 서비스도 향후 넷플릭스와 실질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죠. 2) 그리고 무엇보다 넷플릭스가 현재 미국 행정부와 가진 네트워크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이 가진 것보다 단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 조건들은 모두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의 일부 스트리밍 자산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워너브라더스가 내놓아서 인수했던 <세서미 스트리트> 한 가지 콘텐츠 프랜차이즈의 인수와 같은 형식이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새로운 행정부와 일종의 '거래'를 해야 하는 수준이 되면 어렵습니다.

단적으로 최근 진행된 미국의 에미(Emmy) 시상식에서도 넷플릭스는 30개의 상을 타면서 가장 많은 수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역시나 30개 수상으로 공동으로 가장 많은 수상을 한 것은 HBO였습니다. (참고로 애플 티비+가 22개를 수상하면서 약진했습니다) 이렇게 티비 프로그래밍에서 가장 큰 위력을 보여주는 둘이 하나의 서비스가 되는 그림은 그리기 어렵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1)과 2)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연이어서 중요한 미디어 기업을 그보다 덩치가 작은 기업이 인수를 하게 되는 것이지만, 래리 엘리슨이라는, 자금력과 네트워크가 현재로서는 가장 센 '빅테크 파파'를 등에 업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업계 상황을 봤을 때 말이 되는 인수를 잘 계획했다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업계 관계자 혹은 어디 기업의 고위직 임원의 익명 코멘트도 확실한 정보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각 기업이 검토를 하며 추진하고 있는 것과 실제 그 가능성이 어느정도인지는 완전히 별개인 사안이기 때문이죠. 물론 특히 요즘 들어서는 각 시장에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 나올 가능성이 더 커졌지만요.



오늘 이야기는 지난 주에 전해드린 미디어 영향력까지 핵심인 합병을 함께 복기하면서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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