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은 상장을 추진하는데 외부적으로는 커지는 시장의 미래를 본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내부적으로 반스앤노블과 워터스톤스를 바라봤을 때 무엇이 가장 핵심 요소일까요?
바로 재고 관리입니다. 제임스 던트는 반스앤노블의 성공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늘 개별 지점들의 '로컬화'가 성공 요인이라고 짚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로컬화는 단순히 각 지점의 점원들이 지역 주민들이 좋아할 책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큐레이션 하는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직접 발주량과 구매를 결정하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
본사가 전체 발주를 통제하지 않고, 어떤 지점에는 어떤 종류의 책들이 잘 팔려서 이만큼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릴 데이터셋을 설정했고 직접 그 수량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각 지점의 가장 핵심 매대에 놓일 책과 그 수량을 대부분을 각 지점에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전국적인 베스트셀러의 홍보 혹은 주요 이벤트가 필요한 경우에 소위 '본사'에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점별로 그 지점이 속한 지역의 사람들의 특색과 취향,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좋아할 지 파악을 잘 할 수 있는 직원이 가장 중요합니다. 반스앤노블은 이러한 직원들을 잘 뽑고, 그들이 사용할 관리 시스템도 잘 구축한 것이죠. 해당 지역에서 오래 거주했거나 일한, 사람들과의 소통 역량도 좋은 직원들이 핵심인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정리해서 표현하면 지점별로 독립 서점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각 지점별로 취급하는 책도 많아지고, 책별 판매량이 많아지는 성과를 내고 있는 중입니다. 서점이 일부 베스트셀러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를 허문 것이고, 큐레이션 역량으로 판매를 증대시킨 것입니다. 물론 이는 제임스 던트가 워터스톤스를 턴어라운드 시킨 노하우를 이식해서 더 빠르게 이 성공 케이스가 미국에서도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이제는 워터스톤스와 반스앤노블을 합쳐 약 1000개가 넘는 지점들에 확고히 자리잡았기에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서점 사업의 기본이자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큐레이션과 재고 관리라는 핵심을 '해킹'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도 대단위 스케일에서요.
이 시스템이 출판사별로 발주량을 줄이거나, 협상력을 약화하는 결과도 만들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책이 더 많이 팔리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 것입니다. 반스앤노블이라는 대형 오프라인 플랫폼이 부활을 하면서 책 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요소로 떠오른 것이죠.
만약 이렇게 로컬 독립 서점으로 진화한 반스앤노블과 워터스톤스의 지점들이 지속해서 퍼져나갈 수 있다면, 책 시장의 크기도 지속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리테일 사업이 더 큰 자본을 바탕으로 수요를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죠. |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18년에 영국의 서점 체인 사업인 워터스톤스를 인수했습니다. 워터스톤스는 2011년부터 제임스 던트가 CEO를 맡아 턴어라운드 시킨 터였죠.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에 약 240여 개의 지점으로 확장하던 이 체인을 약 2억 7900만 달러(약 4130억 원) 가치에 인수합니다.
이후 바로 다음해에 엘리엇은 아마존에 시장을 빼앗겨 적자가 불어나던 반스앤노블을 인수합니다. 매출은 37억 달러(약 5조 4790억 원)였는데, 손실은 1억 2500만 달러(약 1850억 원)가 넘었던 이들의 가치는 6억 8300만 달러(약 1조 11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반스앤노블을 부활 시킬 적임자로 이미 제임스 던트를 낙점했던 것이고 인수를 진행한 것입니다.
워터스톤스의 사업 성공 방식이 반스앤노블에 이식될 수 있다는 것을 봤고, 미래에 사업을 합치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그리면서 인수가 이루어졌던 것이죠. 반스앤노블은 이후 지점이 700개 이상, 워터스톤스는 300개 이상이 되어 둘이 합쳐 이제 100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는 책방 사업이자, 리테일 사업자가 되었습니다. 두 사업을 합친 매출은 작년 기준으로 총 30억 달러(약 4조 4430억 원)를 넘겼고, 순이익도 4억 달러(약 5920억 원)에 이르렀고요.
사실 엘리엇이 이들을 인수할 때만 해도 책방 사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존의 위세가 너무 컸고, 책 판매는 독립 서점을 제외하고는 필연히 온라인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들을 했죠.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종이책의 감소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예상들은 보기 좋게 뒤집어졌습니다.
줄어들지 않는 종이책 시장의 크기가 핵심입니다. 일단 미국의 책 판매는 2024년에 다시 성장을 해 31억 부를 넘겼고, 그 중 종이책의 비율은 80%가 넘습니다. 이 비율은 10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도 작년을 기준으로 책 소비가 5% 늘어 그 총매출이 25억 파운드(약 4조 9700억 원)가 되었습니다. 록펠러 인터내셔널의 루치르 샤르마 회장도 물리적인 세계가 확장하는 몇 안되는 사업 중 하나로 서점을 꼽았죠.
종이책에 대한 수요는 모두의 예상보다 컸고, 이러한 흐름을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10년대 후반에 꿰뚫어 본 것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베팅'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 만큼은 사람들이 지속해서 그 물성을 즐기면서 봐야할 필요성을 본 것이기도 하고, 뒤집기 힘든 본능의 영역으로도 본 것입니다. 전자책의 역할은 오히려 종이책을 보완하는 역할이 되기도 했죠. 종이로 소장하고픈 책도 있는 반면 소장할 공간이 부족한 경우 전자책을 통해서 책을 소비하면서요.
이것도 역시 인간의 본능 혹은 본성에 의해서 유지되고 성장하는 사업이라고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엘리엇은 이 사업을 상장 시키고 더 키우기로 결정을 한 것이죠.
© Coffeepot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