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버렸나?

새로운 동력이 없어진 미디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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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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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그 논조를 바꾸려는 작업이 진행된 지난 2년 간 사업이 오히려 어려워진 워싱턴포스트는 더 큰 구조조정을 앞둔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대대적인 비용 절감과 사업 정리를 위한 작업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오너인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이제 어쩌려는 걸까요? 2022년에 적자로 돌아섰고, 2024년에는 1억 달러(약 1450억 원)가 넘는 손실을 냈으며 2025년에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현재의 베이조스라고 해도 이런 사업 실패를 계속 두고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 행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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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디어 노트]는 뉴욕타임스의 소셜 게임을 전해드리면서 미디어만 남은 워싱턴포스트의 사업이 위태롭다고 잠시 언급했는데요. 그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소식이 바로 나왔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그 의미를 조금 더 깊게 짚고 향후 예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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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노트] #워싱턴포스트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버렸나?
새로운 동력이 없어진 미디어의 운명
워싱턴포스트가 당장 다가오는 2월에 100명이 넘는 뉴스룸 인력을 정리해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미국의 미디어 시장에는 급격히 퍼지고 있습니다. 현재 뉴스룸 인력은 약 800명인데, 10%가 넘는 인력을 해고한다는 것이죠. 주로 스포츠와 워싱턴 DC 지역을 커버하는 메트로 부문 그리고 해외 부문입니다. 뉴스룸뿐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적으로는 300명에 이르는 정리해고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요.

최근 이런 이야기가 퍼지게 된 것은 워싱턴포스트가 갑자기 2월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기자단 파견을 철회하면서입니다. 이는 대표적인 미디어 전문 뉴스레터로 자리잡은 스테이터스와 세마포 그리고 뉴욕타임스에서도 짚은 바인데요. 이미 숙소 예약을 포함해 비용이 들어가는 취재 계획까지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아예 기자단 파견을 취소한 것입니다. 바로 며칠 전 편집장을 포함한 에디터진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여해 소위 '세계 경제 리더'들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말이죠. 

물론 이런 이벤트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스폰서십과 광고로 직결되어 수익이 나는 사업입니다. 반면 올림픽 취재는 '신문사'로서는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이벤트이죠. 수많은 미디어와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를 할 이벤트에서 뾰족하게 무언가를 뽑아 트래픽을 몰고 와서 즉각적인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무엇보다 워싱턴포스트가 스포츠에 특화하거나 전문 역량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어쨌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이은 미국의 3대 전국 종합지입니다. '신문'이라는 정체성을 씌운다면 더 그렇습니다. 재작년부터 구독자가 급감해 왔지만 여전히 20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유료 구독자 베이스는 앞으로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다시 성장세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바탕입니다. 

2024년을 기준으로 연간 적자가 1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추정들이 나왔는데, 이는 당시 제프 베이조스가 대통령 선거 지지 선언 사설을 취소 시키고, 편집권을 침해하면서 순식간에 수십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사업을 다시 턴어라운드 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한 상황이죠.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기로 선택했습니다. 기존의 구독자들이 구독을 하는 이유였던 워싱턴포스트의 논조와 콘텐츠가 아닌 방향으로 미디어를 이끌어갔는데, 오너인 제프 베이조스와 그가 고용한 편집인들은 재정이 악화되고, 오디언스 베이스가 악화되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워싱턴포스트의 방향을 바꿔나가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결국 수백 명의 직원들을 해고하는 몇 번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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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직 사수하고 있는 것이 "Democracy Dies in Darkness"라는 제호입니다. (이미지: 워싱턴포스트)
'워싱턴' 파고든 뉴미디어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의 우주 사업인 블루오리진의 대정부 사업 그리고 아마존의 안녕을 위해 워싱턴포스트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제 더 설득력 있게 들려옵니다. 블루오리진과 아마존은 수조 달러의 가치가 있는 사업이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매출도 수억 달러에 그치는, 이제는 미디어 영향력이라는 레버리지도 줄어든 사업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커피팟도 제프 베이조스의 실수가 될 것이라고 되짚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일단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처럼 뉴스 미디어가 아닌 제품 유니버스를 구성해 새로운 플랫폼이 되는 길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자본 시장과 각 비즈니스와 산업을 커버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 경제지입니다. 그렇다면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이라는 정체성을 더 강화하고,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뉴스와 콘텐츠를 만들고 수익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어느새 이 '워싱턴'이라는 상징적인 키워드마저 빼앗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돈이 되는 이벤트 사업을 키워보겠다면서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도 직접 자리를 마련했지만, 이벤트 사업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사업입니다. 오히려 이 사업은 세마포(Semafor)가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별도의 세계 경제 포럼을 키우면서 핵심 수익 사업으로 선점했다고도 전해드렸죠.

폴리티코와 악시오스처럼 워싱턴 DC의 인사이더들을 위한 정치와 정책 관련 고급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추진한 B2B 구독제 사업인 '포스트 프로/플러스(Post Pro/Plus)'는 이미 폴리티코와 악시오스가 자리를 굳건히 잡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역량은 현재의 워싱턴포스트가 따라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산업 전문 콘텐츠를 만들겠다면 추진한 WP 인텔리전스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위 두 사업은 기존의 웹사이트를 통한 B2C 구독제와 광고 수익에 더한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면서 지난 2년간 추진해 왔지만, 성과가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뉴미디어들이 개척한 영역의 사업을 따라가면서 이 뉴미디어들에게 밀리는 형국입니다. 

워싱턴포스트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들과 에디터들의 상당수가 베이조스와 경영진이 추진한 '피벗' 과정에서 다른 조직으로 떠났고, 현재의 경영진은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만큼 뛰어난 사람들을 다시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이 예견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 미디어의 편집장과 월스트리트저널의 편집장과 모회사인 다우존스의 CEO를 거친 윌 루이스는 커리어 동안 새로운 사업을 성공 시키거나 기존 사업을 독자적으로 성장 시킨 이력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2024년말에 짚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맡길 적임자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는 논조를 바꾸러 온, 루퍼트 머독이 추천한 것으로도 추정되는 인사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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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리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의 사업에까지 큰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미지: 제프 베이조스 엑스)
결국 매각을 하게 될까?  
"이제 워싱턴포스트라는 미디어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이것이 근원적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지만, 워싱턴포스트에게는 당장 다른 질문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정리하려는 걸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정리를 하려는 걸까?"

다른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여전히 적자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더 커졌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현재 구조조정을 하는 모습이 예상처럼 현실화된다면, 이후 매각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비핵심 부문, 그리고 현재 그 실질적인 수익에 비해 비용이 크다고 생각되는 부문들을 중심으로 크게 정리하는 것은 핵심 사업과 자산을 남겨놓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핵심들을 중심으로 다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이요. 

제프 베이조스에게 더는 어떤 가치를 발휘하기 어려운 자산이 되었고, 그가 계속 끌고 간다고 해도 지금 행정부에 잘 보여야 하는 그와 그의 다른 사업들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무리 기자들을 해고하고, 새로운 편집인들을 채용해도 그 뿌리 자체가 한 번에 뽑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트럼프 대통령과 친하다는 엘리슨 일가도 파라마운트를 인수한 이후 CBS 뉴스 문제로 골치가 아프듯이, 이슈가 발생하기 전에 리스크 관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매각이 진행된다면 누구에게 판매를 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해질 것입니다. 물론 그 작업도 매각 시점에 정치 지형이 어떤지에 따라서 달라질테지만요.

근데 현재로서는 워싱턴포스트라는 골치덩어리를 떠맡을 이들은 바로 그 미디어 사업이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행정부가 판매를 좋아하지 않을) 이들일 것입니다. 카라 스위셔처럼 이미 워싱턴포스트 인수 의향을 작년에 내비쳤던 대표적인 저널리스트가 컨소시엄을 실제로 구성할 수 있고요. 그리고 이런 이들이 그 매각 가치를 더 잘 매길 수 있습니다. 미디어 자원으로 워싱턴포스타가 가지는 상징성과 그 '정성적인' 가치를 더 크게 볼 수 있고요.

무엇보다 탁월한 사업가인 제프 베이조스도 자신이 이 사업에서 완전히 '백기'를 들고 떠나는 모습보다는 일종의 명예로운 엑싯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누구에게 파는지와 매각 액수 모두 중요합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현 행정부와 껄끄러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매각 시점의 정치 지형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급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되건 워싱턴포스트에게는 새로운 끝이 다가오는 중입니다. 그 사업이 결국 이렇게 기로에 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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