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빠진 수렁

러닝을 살리지 못하면 안되는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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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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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최근 발표한 실적은 시장에 큰 실망감을 안겼을뿐만 아니라 앞으로 과연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마저 키우고 있습니다.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러닝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나이키는 아직도 이런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합니다.

어제는 올버즈의 추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이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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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스포츠브랜드 #러닝
나이키가 빠진 수렁
러닝을 살리지 못하면 안되는 제국
나이키는 회계연도 2026년 3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에 전체 매출이 시장 예상치인 113억 달러(약 17조 1470억 원)를 웃돌았으나 중국 매출이 전년비 7%나 빠졌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7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분기에는 매출이 전년비 최대 20% 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를 강한 경고로 받아들였습니다. 주가는 지난 밤에 15%나 빠져 이제 44달러 수준이고, 이제 시가총액은 660억 달러(약 100조 1480억 원)에 불과합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턴어라운드를 할 방법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안타 스포츠 등의 자국 브랜드도 확고하게 자리잡으면서 나이키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본토인 미국과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새로 부상한 브랜드들이 나이키의 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가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러닝 카테고리에서 그러하죠. 

호카, 온, 브룩스, 살로몬 등등 시장에서 핫한 고품질 기능화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들은 강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뉴발란스와 아식스 같은 팬층이 두터운 브랜드 역시 큰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고, 전통의 경쟁자인 아디다스도 러닝 시장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중입니다. 

모두가 성장하는 카테고리에서 나이키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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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들은 기존 라인업과 기능적으로나 디자인 차원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고, 별 임팩트를 주지 못했습니다. (이미지: 나이키)
'카테고리 오펜스(Offense)'를 버린 대가  
나이키의 최대 강점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경쟁우위였습니다. 앞선 기술의 러닝화를 출시하고, 새로운 시대의 제품을 내놓는다는 혁신적인 이미지는 늘 나이키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이런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시점이 언제부터였을까요? 나이키가 그들이 '오펜스(Offense, 공격)'라고 부르는 전략을 상실하면서입니다. 그리고 그 오펜스는 바로 "카테고리 오펜스"였습니다. 

카테고리 오펜스는 스포츠별로 제품과 팀을 짜고, 내부 보고 체계를 확립하고 그 실적을 관리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야구와 농구, 풋볼과 축구, 러닝 등으로 카테고리를 구분하고, 부진한 카테고리에 선별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는 전략이었죠. 나이키가 이 오펜스를 실행한 2000년대 후반부터 실질적으로 2021년까지 이 전략이 유지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성과가 좋았기에 지속 유지된 전략이었죠.

하지만 디지털 전환과 DTC(Direct-to-Consumer)에 집중하면서 카테고리를 남성/여성/키즈로 바꾸는 결정을 내린 2021년 이후부터 스포츠별 성과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기 시작합니다. 소비자를 큰 단위로 뭉뚱그린 이 카테고리는 결국 시장에 어떤 제품을 적기에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DTC 채널을 쌓는 데 집중하느라 나이키는 팬데믹 당시부터 크게 불기 시작했던 러닝의 거대한 흐름을 완전히 놓쳤던 것입니다. 이미 새로운 기술의 러닝화 개발은 뒷전이 된 상태였고, 기존에 잘 팔리던 복고 리바이벌 제품인 에어맥스와 에어포스 등을 DTC 채널을 통해 유통하는데 열을 올렸죠. 단기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복고 유행이 아디다스를 비롯해 다른 브랜드로 옮겨간 후 동력을 이어갈 제품이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제품 수요는 떨어지기 시작했고, 재고가 쌓였습니다. 재고가 쌓인 이유는 물론 풋락커를 비롯한 기존의 주요 유통 채널들과 관계를 끊고 DTC 채널에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CEO인 존 도나호의 이런 "컨슈머 다이렉트 오펜스(Consumer Direct Offense)"는 완전한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2024년 10월에 이르러 물러나게 되었죠. 그의 뒤를 이어 CEO가 된 나이키의 오랜 세일즈/마케팅맨인 엘리엇 힐은 곧 다시 "카테고리 오펜스"라고도 할 수 있는 "스포츠 오펜스"를 실행합니다. 

올바른 방향이라고 여겨졌죠. 러닝 열풍에서 보듯이 카테고리별로 집중의 시기가 분명히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리테일 제국의 방향을 다시 트는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이키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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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시장 분기별 매출 및 전년비 증감률 (데이터: 나이키 실적 보고서)
중국 매출이 심각하게 빠지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에는 무려 20%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죠.
사각지대가 되어버린 러닝 카테고리
나이키는 카테고리 오펜스를 버린 순간 사각지대가 생겨버린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제품이 닿는 유통 채널에 집중하겠다면서 그 채널을 직접 공급 채널을 중심으로 좁혀버렸고,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이 잘 팔리는지 세세하게 데이터를 추적하기에도 어려워진 상황이 되었죠.

아무리 새로운 브랜드들이 뜬다고 하더라도 나이키는 그간에 먼저 키웠던 러닝 제품의 경쟁력, 그리고 먼저 움직여서 만들었던 러닝 클럽 앱 등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오판이었습니다.

그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바로 오펜스의 전환이었습니다. 그 사이 러닝이라는 카테고리에 특화한 호카와 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시장의 내러티브를 장악했습니다.

호카와 온도 '러닝 거품'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돌았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가치도 예상보다 부풀려졌습니다. 하지만 주가 거품이 꺼질지언정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는 꺾이지 않았고, 결국 대표적인 러닝 브랜드로 시장에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여전히 1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죠. 이들의 제품은 러닝뿐만 아니라 러닝 패션 열풍을 타고 평상시에도 신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러닝하면 대표적인 브랜드인 아식스도 2025년에 20%에 가까운 매출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평상시에 스포티하고 좋은 쿠션의 편한 신발을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흐름을 빠르게 파악한 뉴발란스도 시장에서 확고한 포지션을 구축했죠. 

이들은 모두 나이키의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모두 나이키의 점유율을 줄이거나 늘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러닝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모두의 예상보다 길게 가면서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정착한 모습입니다.

최근 주요 마라톤 대회에서도 나이키보다 경쟁 브랜드들이 우승자를 월등히 더 많이 배출했습니다. 엘리엇 힐은 지난해 11월에 뉴욕 마라톤 대회를 방문해 결승선에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시 남녀 우승자는 각각 아디다스와 온을 신고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나이키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러닝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내러티브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나이키는 "스포츠별 오펜스"로 전략을 바꿨다고 하면서도 아직 러닝을 비롯한 카테고리의 세부 지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러닝이 20% 성장했다고는 말했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알리지 않았으며 지켜보는 이들은 당연히도 나이키가 회복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신호를 발견할 수가 없죠. 

힐이 만약 다음 뉴욕 마라톤에도 갔는데, 그 우승자들이 여전히 나이키가 아닌 다른 신발을 신고 있다면, 힐의 시간도 나이키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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