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이 풀어온 문제들 룰루레몬은 설립 이후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낀 문제를 계속 풀어오면서 성장했습니다. 요가복을 대중화 시켰던 것은 그전까지 다른 운동복이 풀지 못했던 '카멜 토(Camel Toe(낙타 발굽)) 혹은 와이존 문제'를 풀었기 때문이라고 (현재는 회사 경영 일선에 없는) 설립자인 칩 윌슨은 자서전 성격이 짙은 자신의 책 <룰루레몬 스토리>에서 밝히죠. 이 문제를 풀었기에 룰루레몬의 레깅스를 사람들이 쇼핑몰이건 커피숍이건 어디서건 입고 다니게 되었고, 브랜드가 자리잡는 결정적 계기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룰루레몬의 성공은 요가의 주 소비층인 여성들의 까다로운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품에 반영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 이렇게 표현하니 단순해 보이는 비결이지만, 가장 먼저 시장을 발견하고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남성 시장에서도 룰루레몬은 'ABC 팬츠'를 통해 히트를 치죠. ABC는 Anti-Ball Crushing의 약자로 공이 뭉개지는 것을 방지하는 팬츠라는 의미입니다. 즉, 남성들이 편안하게 입으면서도 일을 하거나 약속을 위해 외출할 때도 입는 스타일리시한 바지입니다. 2014년에 출시한 이후 룰루레몬의 남성복 라인은 계속 성장해 현재는 전체 사업의 25%를 차지합니다.
앞으로 풀어갈 문제는 무엇? 우선, 또 한 번 [조디의 리테일 우화]의 대목을 살펴보겠습니다. 결론의 이야기인데요.
"사실 2026년까지 이 기업의 성장은 어느 정도 담보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요가복(레깅스)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아우터 등 기능성이 강조된 다양한 제품들로 일상복으로 활용이 가능한 품목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레깅스와 같은 요가복, 즉 스포츠웨어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훨씬 더 큰 시장으로의 침투를 의미하며, 다른 시장을 침투하며 보여주는 구조적인 성장은 경기 변동(하강 국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잘 피해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만들어 온 사업 모델과 재무 구조만 봐도 당분간의 성장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룰루레몬의 분기별 성장률이 2021년 이후 운동복 시장 전체를 계속 뛰어넘고, (조디의 리테일 우화에서도 짚었듯이) 최근까지도 18~20% 선을 유지하는 모습을 짚었는데요.
이제 모두가 룰루레몬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이들이 나이키에 버금가는, 아니 뛰어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인듯 합니다.
아주 큰 문제, 풀 수 있을까? 보정 속옷을 비롯해 체형을 보완해 주는 새로운 의류 라인인 쉐이프웨어(shapewear) 트렌드에는 뒤늦게 뛰어들었습니다. 지난 10월에 관련 라인을 출시했는데, 쉐이프웨어 흐름은 이미 킴 카다시안이라는 소셜미디어 메가 인플루언서가 론칭한 스킴스(SKIMS)를 비롯한 새로운 브랜드들이 시장을 잡은 형세입니다. 물론 룰루레몬의 전문인 레깅스를 비롯한 애슬레저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룰루레몬이 충분히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분야로 보이지만 흐름을 뒤따라가는 형국은 낯설어 보입니다.
최근에는 지난 2020년 6월에 5억 달러(약 6600억 원)를 주고 인수했던 홈피트니스 기구인 미러(Mirror)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펠로톤의 인기에 힘입어 함께 성장했던 미러인데, 이제 미러는 중단하고 펠로톤과 파트너십을 맺어 피트니스 콘텐츠를 만들 계획입니다. 팬데믹 이후 홈피트니스 열풍이 사그러든 영향이고, 현재로서는 홈피트니스 시장에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을 마주한 것입니다.
현재 룰루레몬이 보고 있는 진정 바라보고 있는 큰 시장은 역시나 신발입니다. 이미 2022년에 여성 신발 라인은 론칭을 했고, 2024년에 남성 신발도 론칭할 계획이죠. 과연 스니커즈 시장에서도 '고객의 문제'를 푸는 제품을 가지고 나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신발이 정수인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장기적으로 나이키를 뛰어넘겠다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할 테지만, 스포츠 의류 시장에서 룰루레몬의 성공은 설립자인 칩 윌슨의 장인정신과 전문성이 만들어냈고, 이후 이어져 온 성공도 뛰어난 제품을 먼저 잘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상대적으로 뛰어나지 않았던 분야였죠. 룰루레몬이 신발 시장에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시장 크기와 향후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제는 진정 큰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들이 먼저 어떤 고객의 어떤 문제를 풀겠다고 할 지 지켜봐야할 시점인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