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에즈 운하의 교훈

나비 효과는 (늘)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오늘은 최근 수에즈 운하에 닥친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게요. 2021년에 이어 전 세계 교역을 너머 경제 전반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요. 현시점에서 짚어보고 가야 할 이야기입니다.

+ 벌써 2023년의 마지막 주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보내시고, 한 해의 마무리 잘하시는 새로운 한 주 맞이하시길 바랄게요. 커피팟은 다음 주에도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공급체인] #전쟁영향 #수에즈운하
나비 효과는 (늘)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들에 대한 예멘 반군 후티(Houthi)의 공격은 2021년 3월 수에즈 운하에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끼여 전 세계 공급 체인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기억을 되살립니다. 근데 수에즈 운하가 전 세계 공급 체인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 세계 해상 트래픽의 15%, 교역 물량의 12%가 늘 이 길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영향은 이 15%에 그치는 것이 아니죠. 그 파급효과는 벌써부터 커지는 중인데요.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25%가 수에즈 운하가 아닌 아프리카 대륙 남단을 지나는 우회로를 택한 상황으로 예상됩니다. 물류 플랫폼인 플렉스포트의 CEO인 라이언 피터슨은 현재 선박들의 이런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엑스(트위터)를 통해 전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아래 이미지는 현재 상황이 간단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의 영향이 2년 전의 에버기븐호 사태 정도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해군이 나서기 시작했고, 아직까지 피해는 크지 않은 상황이죠. 하지만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은 이미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화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실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플렉스포트에 의하면 노란색으로 표시된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로 향하다가 우회로로 뱃머리를 돌린 선박들입니다. (이미지: 플렉스포트)
일단 우회하기 시작한 기업들
기업들은 이전에 겪어본 상황을 고려했을 때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의 우회로 움직임도 눈치가 빠른 기업들이 시작을 했고, 이어서 많은 기업들이 같은 선택을 하는 중이죠. BP는 원유를 실은 탱커선들을 홍해 쪽으로 보내지 않기 시작했고, 해운사인 머스크와 에버그린 등도 홍해를 지나야 하는 선박들이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을 지나도록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들의 리드에 많은 기업들은 따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회로를 선택하게 되면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운임이 상승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당연히 루트 대안도 줄어들었기에 운임 상승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요. 전 세계에 물량을 보내 그 임팩트를 가늠케 하는 이케아는 어제 물량 운송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알렸어요. 이미 한 달 전에 확보가 된 이번 크리스마스와 겨울 물량에는 차질이 없지만, 봄 물량부터는 일부 상품의 준비가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죠.

이미 전반적인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은 시작되었고, 현장에서는 많게는 운임이 20% 이상 올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컨테이너 선박 운임은 12월에 20% 넘게 올랐다는 점을 로이터가 짚었어요. 물론 이도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의 영향이죠. 실제 기준이 되는 운임의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고, 이는 현장의 오퍼에 지속 반영되고 있는 중입니다. 

석유 가격에는 어떤 영향일까?
중동의 석유와 가스가 유럽으로 가려면 수에즈 운하를 지나야만 합니다. 핵심 노선이죠. 특히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수입을 금지한 EU의 국가들에게 중동으로부터 오는 자원은 더욱 중요해졌어요. 하지만 이 노선을 이용하지 못하면 아프리카 대륙 남단을 지나는 우회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들의 거리가 30~40% 늘어나고, 그에 따라 연료비만 수백만 달러가 더 발생하게 됩니다. 이미 시장은 이런 움직임을 호재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하락하던 유가는 최근 다시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80달러 선을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석유 가격이 안정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하강하는 움직임과 함께 좀처럼 수요 회복이 되지 않던 석유인데, 급작스럽게 공급 체인이 흐트러지면서 다시금 상승세를 타게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수그러들려면 홍해 루트가 다시 안정적인 상황이 되어야 합니다. 

석유 가격의 안정은 인플레이션의 진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도 11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낮은 3.9%를 기록하는 등 점차 물가가 안정화되어가는 추세였죠. 하지만 이런 시장 상황을 다시 안개 속으로 몰고 가는 요소가 현재의 사태와 석유 가격의 상승입니다.

결국 '나비 효과'로 이어질까?
애초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세계 교역에 큰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는 전망이 컸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양이 크지 않고, 제한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는 ‘나비 효과'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전쟁은 중동 지역의 불안을 키우는 결과를 만들었고, 예멘 반군의 공격은 그 작용의 하나였어요. 이들은 전 세계 교역에 임팩트를 끼칠 수 있는 수에즈 운하와 홍해 교역로에 대한 공격을 의도적으로 감행한 것이기도 하죠. 미군이 나서 홍해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이미 불안감이 커진 기업들의 우회는 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벌써 지난 에버기븐호 사태 때보다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도 있습니다. 현재 기업들과 해운사들이 일찍이 우회 경로로 배를 돌리는 움직임이 커졌고, 이에 따라 각종 물품의 인도 연기는 뻔한 상황이 되었어요. 매대에는 당장 그 영향이 나타나지 않지만, 당장 공급 체인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운송 연기로 인한 영향 예측을 하는 상황입니다.
에버기븐호는 저렇게 멈추어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고 있었죠. 2021년 당시에 이 사태는 수많은 '밈'을 생산했죠. 하지만 위 사진의 상황도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해결책 중 하나였습니다. 이 이후 타격을 받은 공급 체인 그리고 이어진 인플레이션 심화를 생각하면 밈이 전혀 웃기지 않는 것이었죠.  
실제 물량이 늦어지는 사태
오랜 기간 시스템이 쌓이고 발전해 온 물류는 '당연히 잘 돌아가야 하는', '늘 문제 없어야 하는' 디폴트 시스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번 세팅한 안정적인 시스템에 의해서 돌아가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을 해 고객들에게 각종 자원과 물품이 잘 인도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면 그 할 일을 100% 수행한 것이죠. 즉 100번이면 100번 문제가 없어야 하고, 문제가 없이 모든 작업이 잘 수행되면 '본전'입니다. 

하지만 물류는 늘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에 위험이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해상, 육상, 항공 운송 모두 그렇습니다. 물론 해상 운송은 자원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마존과 쿠팡, 테무 등이 나르는 물품들은 모두 어딘가 해상의 컨테이너선에 실려 늘 떠 있습니다. 

현장의 담당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지난 2021년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수에즈 운하에 설마 배가 끼일 것이라는 예측은 못했을 것이고, 그 영향이 그렇게 커질지는 아무도 예상을 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 일은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향이 번지지 않으리라고 예상된 일은 결국 번지게 되었고, 잠시 끼친 영향은 이제 예상보다 큰 임팩트로 다가올 수 있음을 대비해야 합니다.

변화를 주시해야 할 영역들
우선 자원 시장의 움직임은 늘 살펴야 하는데요. 석유 가격을 시작으로 가스와 석탄 가격 등도 차례로 예의주시를 해야 합니다. 리테일 분야는 이케아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물동량을 보고, 나이키 등의 리테일 물량 또한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2021년의 교훈이 있지만, 사실상 2년 동안 물류 시스템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교역 업체들 간 계약서 문구를 강화하는 등의 변화는 생겼을지라도, 세계 교역 현황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과는 다른 문제지만, 많은 운하와 항구는 에버기븐호처럼 커진 선박의 사이즈를 수용하기에는 아슬아슬한 상황이고, 이는 단기간에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같은 실수가 반복되어서 큰일이 되기도 하지만, 미처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조치와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내기 전에 또 새로운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번처럼 말이죠. 
☕️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아래 이미지는 지난 5년 간의 원유 가격(브렌트유 기준)과 석탄 가격(호주 뉴캐슬항 선적 기준) 흐름입니다. 둘은 에번기븐호가 6일 동안 수에즈 운하에 끼었던 2021년 3월 이후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후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죠.

석유 기업들뿐만 아니라 석탄 등을 취급하는 화석 연료 기업들은 2021년에 실적이 반등했고, 2022년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이런 모습은 한편으로는 자원 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한 시장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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