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 딜레마에 빠진 애플의 위기

[키티의 빅테크 읽기] 동시에 맞이한 반독점 소송과 AI 경쟁
AI 광풍이 몰아치기 전까지, 애플은 빅테크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굴곡 없이 성장해 왔습니다. 애플의 위세를 꺾을 것이라고는 가끔 나오는 중국발 생산 및 판매 리스크 정도였고, 애플이라면 이 문제도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렇기에 시가총액은 지속해서 1위를 유지했고, 가장 먼저 3조 달러를 다시 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었죠. 

하지만 애플은 AI 광풍 열차 탑승에 늦고 말았습니다. 생성 AI의 개발 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늘 그래왔듯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시장에서 관련 제품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보고 움직이는 전략일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도 했죠. 하지만, 현재 드러난 정황상 이번에는 애플이 제품의 개발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 법무부는 애플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론칭했습니다. 광범위하고 꼼꼼하게 그동안 견제 받지 않았던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 곳곳을 찌르는데,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분석됩니다. 애플이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고, 이를 악용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어쨌든 시작된 소송은 앞으로 골치 아픈 대정부 소송에 애플이 그만큼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FTC(미 연방거래위원회)의 조사가 1990년에 시작되어 2001년에야 합의로 끝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 소송은 MS가 구글과 애플에 모바일 시대의 주도권을 내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분석되는데요. 애플도 자칫 AI라는 새로운 흐름 앞에서 산업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고 있습니다.

과연 애플에 드디어 위기다운 위기가 온 것일까요? 애플은 이에 대응할 자원과 역량이 충분한 상황일까요?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애플이라는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현황의 디테일을 짚고, 왜 애플의 사례가 MS의 과거 사례가 될 수 있는지를 짚어봅니다. 애플과 MS라는 두 거대 기업이 수십 년 동안 이어오는 라이벌전이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경쟁을 전망해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
이중 딜레마에 빠진 애플의 위기
동시에 맞이한 AI 경쟁과 반독점 소송
오래된 이야기지만, 애플의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분석이 있다. 

바로 "애플은 섹스다"이다. 뉴욕대 마케팅 교수이자 피벗 팟캐스트의 스캇 갤로웨이가 2017년 당시 빅테크 4곳이 인간의 어떤 본능에 호소하고 있는지 분석하며 했던 이야기다. 갤러웨이는 당시 "아이폰을 갖고 있다면 이성에게 '나는 멋져. 나와 관계를 맺자'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갤로웨이의 분석은 애플 제품이 인간의 원초적 욕구 중에서도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소비자 심리를 정확하게 겨냥했음을 보여 준다. 

아래 이미지는 당시 빅테크 4인방에 대한 스캇 갤로웨이의 강의 슬라이드이다. 
스캇 갤로웨이가 2017년에 낸 책 <더 포(The Four)>는 당시 '빅테크'를 정의하는 기업 4곳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을 분석하면서 각 기업이 위와 같이 사람달을 공략한다고 했다. 검색 사업인 구글은 뇌,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마음, 이커머스인 아마존은 위장, 그리고 애플은 성기를 가리키고 있다. <더 포>는 한국에서도 <플랫폼 제국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미지: 버클리 하스 알럼나이 네트워크 강의 자료 중)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된 매력 전략
매력 전략은 애플의 '성채(Walled Garden)' 전략, 즉 애플 생태계에 사용자를 가두고 다른 서비스의 매력은 인위적으로 감소시키는 전력으로 이어졌다. 그런 결과물이 아이폰의 메시지 앱인 아이메시지(iMessage)다. 

아이메시지끼리는 '파란 말풍선'으로, 애플 아닌 기기의 메시지는 '초록 말풍선'으로 구분 짓고 주고받는 사진이나 동영상의 품질을 떨어뜨린 게 논란이 됐다. 미 언론들은 애플의 매력 전략이 ‘초록 말풍선 차별’, 안드로이드 사용 이성과는 데이트를 하지 않는 성향, 애플 기기를 쓰는 청소년들이 안드로이드기기 사용 친구를 그룹 채팅방에 끼우지 않는 ‘사이버 왕따’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애플에게 ‘초록 말풍선’은 자연스러운 서비스 차별화 전략이다. 애플 CEO 팀 쿡은 2022년 코드 컨퍼런스에서 한 기자가 "초록, 파랑 말풍선 때문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사이에 분열이 있다", "내 아이폰으로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엄마에게 동영상을 전송하니 화질이 떨어진다"는 질의에 즉흥적으로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드려라"는 응답을 했다. 청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스크립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발언하는 팀 쿡이라 그 상황을 유머로 넘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초록 말풍선 이슈는 생각보다 심각하게 번졌다. 한 개발자는 안드로이드폰 유저도 아이메시지에 접속하여 동일한 전송 파일 품질을 누릴 수 있는 '비퍼 미니'란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이 화제가 되면서 미 상원 의원들은 법무부에 애플의 반독점 이슈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팀 쿡의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드려라" 발언은 급기야 법무부 소장에 인용된다. 2024년 3월 미 법무부는 애플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5년을 준비한 소송이다. 88쪽에 달하는 방대한 소장에서 법무부는 애플이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생태계 락인(lock-in)정책이 서드파티 개발자들의 경쟁을 차단하는 반독점법(셔먼법) 위반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평소 아주 신중히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팀 쿡이었는데, "(그렇다면)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드려라" 발언이 이렇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당시엔 저 위 이미지와 함께 여러 밈이 돌기도 했다. (이미지: 당시 발언을 한 코드 컨퍼런스 중)
꼼꼼하게 나열된 애플 공소장
오래 준비한 공소장에 나온 애플의 주요 혐의는 다음과 같다. 

  • 혁신적인 슈퍼 앱 성장 억제: 스마트기기의 종류와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슈퍼앱이 등장할 여지를 저해했다. (ex. 중국의 위챗과 같은 슈퍼앱이 미국에 나올 수 없다)
  • 모바일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 제한 : 여러 기기를 바꾸어 가며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이나 다른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를 쓸 여지를 저해했다. (ex. 엑스박스 게임패스)
  • 크로스 플랫폼 메시지앱 사용 방해 : 팀 쿡의 발언이 인용된 부분. '초록 말풍선'을 차별한다는 이야기다.
  • 애플 이외의 스마트워치 기능 제한 : 서드파티 스마트워치와 애플 기기를 연결했을 때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어 아이폰 사용자가 애플 워치를 구매하게 유도했다. (ex. 가민(Garmin) 스마트워치)
  • 애플 이외의 디지털 지갑 사용 제한 : 애플 이외 서드파티 앱의 탭결제 기능을 방해했다. (ex. 페이팔)

미 법무부 소송은 한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애플의 폐쇄적 앱스토어 운영 정책, 높은 수수료, 결제 폐쇄성은 전 세계 반독점 당국의 타겟이었다. 전 세계 최초로 속칭 ‘구글 갑질 방지법(여기에 애플도 포함)’ 조항을 만든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영국에서는 벌금을 부과했고 일본 호주 등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법 제정 움직임이 있다. 

올 3월에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이 애플을 정조준했다. EU는 애플이 애플뮤직 대비 타사 서비스(스포티파이 등)를 차별했다며 애플에 18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애플을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하는 등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에픽게임즈는 스웨덴 에픽게임즈 앱스토어 계정이 정지됐다며 EU에 DMA 위반으로 신고했고 EU는 애플에 해명을 요구했다.

DMA가 애플을 비롯해 타겟하고 있는 빅테크 6개사에게 특히 더 위협적인 이유는, 자사 플랫폼에서 서드파티 서비스 상호 운용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세계 매출의 최대 10%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어서 억제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금 미국 법무부와 EU 양쪽에서 이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과거 유효했던 전략은 지금 통할까
이런 가운데 애플은 미 법무부의 방대한 소송까지 직면하게 된 것이다. 애플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반발 논리는 다음과 같다. 

  • 혁신: "애플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기술 –심리스하게 서로 연결되고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보호하는 상품 개발 – 을 위해 늘 혁신한다"
  • 소비자 이익: "이 소송은 애플의 그런 정체성과 경쟁력을 위협한다. 사람들에겐 애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상호연결되는 기술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소송이 그런 기술 개발을 방해할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 법무부의 애플 소송도 같은 명분에 기반한다. 

  • 혁신: 독점은 혁신적 기술의 등장을 억제하므로 반독점 소송은 경쟁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 소비자 이익: 앱스토어의 높은 수수료, 애플 제품이 아닌 액세서리를 아이폰에 연결하면 겪는 불편함 등은 문제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이 애플 소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과거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 소송을 언급한 것도 이 맥락이다. MS는 윈도우 운영체제에 익스플로러를 디폴트로 설치하면서 경쟁사인 넷스케이프를 제치고 웹 시대의 맹주 자리를 굳혔다.

소비자 경험 악화와 높은 제품 가격으로 이어지게 하는 MS의 독점 전략을 애플이 그대로 따라 한 건 아이러니다. MS가 법원이 명령한 기업 분할 대신 경쟁사의 진입을 낮추는 것으로 타협을 본 덕분에 구글 크롬 브라우저, 애플의 아이튠즈, 아이팟 같은 상품이 등장하여 모바일 시대의 리더가 됐기 때문이다.

26년 전 MS에 대한 법무부의 소송과 2024년 애플 소송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팀 쿡의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드려라" 발언처럼, MS에 대한 법무부 소송을 하드캐리한 요소 중 하나는 "넷스케이프의 산소 공급을 끊어야 한다"는 MS 임원의 발언이었다. (이 임원은 이 발언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소송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기업이 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은연중에 나타나는 단어나 태도가 반독점 소송의 증거물이 된다.   
애플에 대한 박한 평가 중 하나는 아이폰 이후 (시장을 바꾸거나,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혁신다운 혁신'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혁신을 말하지만 혁신 없는 애플?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모바일 시대의 최고 게임 체인저를 내놨고 스티브 잡스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르지만, 애플이 법무부 소송에 반박하며 내놓은 입장문에 나온 "우리는 늘 혁신한다(innovate every day)"는 표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애플은 처음 혁신 기술을 도입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기보다는 다른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을 잘 관찰하다가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라스트 앤드 베스트 무버(last and best mover)'라는 평가를 받는다. 블랙베리 등 먼저 출발한 모바일폰 뒤에 출시돼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한 아이폰이 그 사례다. 메타의 메타버스 투자 열풍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후 애플이 비전 프로를 내놓은 것에서도, 애플이 프로덕트에 대한 통제를 자사가 소유해야 하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차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시장에 참여한다는 소위 '쿡 독트린'을 갖고 있는 것도 웬만하면 먼저 움직이지 않는 애플의 성향이 나타난다.

타 경쟁 빅테크와 비교했을 때 매출 대비 투자 개발 비중이 낮기도 하다. 애플의 R&D 비중은 2023년 기준 매출의 7.8% 수준으로 메타(30%), 알파벳(14.68%)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래서인지 애플은 기술 열풍이 불어도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해당 트렌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메타버스를 떠올릴 만한 비전 프로를 내놨을 때도 애플은 메타버스 대신 ‘공간 컴퓨팅이란 단어를 썼다. 
잡스 이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애플을 빅테크 중의 빅테크 반열로 올려 놓은 것이 '쿡 독트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애플은 이번 AI 광풍 속에서는 기회를 놓치고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AI 열풍도 그만 늦어버렸는데
2023년 AI 열풍으로 빅테크들이 모조리 AI에 뛰어들었을 때도 애플은 AI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구글, 메타, 아마존, MS가 2023년 실적발표 콜을 할 때마다 최소 50회 이상 AI를 언급한 것과는 달리 애플은 10회 이하만 언급했다. 그러나 AI는 열풍 수준이 아니라 광풍이었다. 관망하다가 뛰어드는 애플 특유의 '라스트 앤드 베스트 무버' 접근 방식을 고수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2024년 2월 초 팀 쿡이 실적 발표 콜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AI를 언급했고 이게 화제가 되었다

애플은 자체 LLM(대형 언어 모델)인 에이잭스(AJAX)를 개발하고 있지만 확실히 다른 빅테크에 비해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에이젝스는 챗GPT 3.5 버전보다는 나름 수준있는 생성 AI였으나 이후에는 발전이 더디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는 애플 특성 때문에 LLM을 구축하는 과정이 구글이나 오픈AI에 비해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애플은 이 모델을 애플 케어 고객문의 응대 베타 서비스로 테스트 사용 중이다. 한편 보이스 AI 시대를 처음 연 프로덕트인 시리는 업계의 '퍼스트 무버'이지만 다른 보이스 AI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는 애플의 아픈 손가락이다.  

결국 애플이 아이폰 내 AI 기능을 넣기 위해 구글 제미나이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3월에 나왔다. 오픈AI와도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에 대한 애플의 조바심을 보여주는 한편 타사 AI의 경쟁력을 내부적으로만은 따라잡기 어려워졌다는 내부 판단이 선 게 아닌가란 추측 보도도 나왔다.

AI에서 애플이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은 애플에 대한 반독점 소송 소식과 맞물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3월 초 반독점 소송, EU 과징금 등의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크게 내렸다. 올 4월 1주 기준 연초 대비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다른 테크 기업들이 견조하게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등락을 거듭하며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해외 판매 악영향도 있다. 중국에서 아이폰 매출이 13% 이상 빠지면서 기대했던 실적 예상치를 낮춰잡기도 했다.  
애플의 4월 5일 종가. 전년 대비 4.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MS는 47%, 메타는 145%, 알파벳은 43% 올랐다. (이미지: 구글 금융)
애플과 MS의 엇갈린 행보 
그동안 애플이 난공불락의 성채를 구축하고도 반독점에 덜 시달린 건 애플 제품과 팀 쿡 CEO에 대한 대중의 높은 호감도 덕분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호감도에 기여한 애플의 편리한 사용자 경험과 애플의 ‘프라이버시’ 중심 마케팅은 이제 어느 정도 애플의 부채가 됐다. 애플 입장에서 편리한 사용자 경험이라고 내놓은 것이 반독점법 위반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광고 기반 빅테크 기업처럼 기존에 수집한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을 통해 AI를 갑자기 개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실제 소송이 진행되는 데만 해도 앞으로도 최소 수 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직 소송 결과에 대한 예상은 할 수 없다. 분명한 건 현 바이든 행정부 이후, 현 법무부 담당자들이 자리를 떠난 후에도 소송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애플 입장문에서도 "법적으로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엔 하자가 없다"고 항의한 만큼 지금으로선 소송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이런 반독점 소송 절차에 들어가면 수수료 인상은 물론 기업 인수 등의 미래 먹거리 투자 활동에 일정 정도 제약이 생긴다. 법무부가 소송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지(deterrence)'다. 소송 기간 동안 피소송 기업의 반독점행태를 억제한다는 의미다.

애플은 DMA에 대응하며 '수동 공격적(passive aggressive)'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법은 준수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다른 비용을 신설하는 식이다. 유럽 DMA에 따라 애플 인앱결제나 애플 앱스토어를 사용하지 않는 앱에 대해 1년에 1명 유저당 50유로센트의 '핵심기술 수수료'를 과금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반독점 대응도 해야 하고 내부 AI 개발 속도가 타사에 비해 느린 상황에서 애플에게 남은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애플이 아직도 탄탄한 AI 성장 동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애플의 6월 연례 개발자행사인 WWDC를 앞두고 일부 투자 분석가들은 애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애플은 작년 11월 공개한 자사의 M3칩이 AI와 머신러닝 정보처리에 적합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작년부터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AI 모델에 비해 애플이 추구하는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한편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엣지 AI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해 왔다.* 이에 올 6월 구글 제미나이와 손을 잡든, 자체 개발이든 아이폰에 더 향상된 소비자 AI가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 참고: 엣지 AI는 클라우드 제공 AI 서비스를 로컬 서버에서 제공하는 개념이며,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에 탑재된 AI 기능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경쟁사인 삼성이 지난 1월 인터넷 없이 사용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갤럭시S24 시리즈에 선보였다.
애플이 하락하는 동안 MS는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지속 보이고 있다.  
대정부 역량이 부족한 애플?
어쩌면 애플이 지금 AI 스타트업이나 제휴만큼 투자해야 할 대상은 대정부 관계일지도 모른다. 소송을 포함해 AI 산업 규제 환경은 녹록치 않다. 당장 FTC가 AI 기업 간의 제휴(예를 들어 MS와 오픈AI와의 관계)도 들여다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데다, 아이폰 사파리에 디폴트로 들어가 있는 구글 서치 엔진 계약에 대해 법무부와 구글 간 소송 또한 진행 중이다.  

시대의 아이러니처럼, 애플 탄생에 큰 지분을 차지했던 MS의 반독점 대응이 애플에게 참고가 될지도 모른다. 애플 소송을 포함해 구글, 메타, 아마존까지 4개 빅테크 기업이 법무부 또는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고발당했지만 MS만은 (적어도 지금까진) 예외다. (MS는 2023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때 FTC로부터 제지당했지만 결국 인수에 성공했다)

MS는 AI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는 대신 자사의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계약 방식으로 유력 AI기업들과 속속 손을 잡고 있다. MS는 오픈AI에 투자하면서 지분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사회에 참여했다. 지난 3월엔 '파이(Pi: Personal AI)'란 대화형 AI로 유명한 인플렉션 AI의 CEO를 MS AI 조직장으로 스카웃하고 기업 직원 대부분을 고용했다.

오픈AI의 2023년 내분 시점에 샘 알트먼과 오픈AI 직원들을 고용하겠다고 MS가 제안했던 것과 비슷하다. 애저 클라우드를 통해 '파이'를 판매할 수 있는 비독점적 권한도 샀다. CEO인 무스타파 술레이먼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말이 스카웃이지 거의 애퀴하이어(acquihire: 직원을 채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나 마찬가지다. 반독점 조사 리스크 때문에 직접적으로 인수할 수가 없으니 우회적인 방법을 채택했다.
최근 애플과 MS의 주가 실적이 엇갈리는 건 대정부 역량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MS의 대정부 조직은 부회장이기도 한 브래드 스미스가 이끌며, 전체 직원이 전 세계에 2000명에 달한다.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MS 벤치마킹해야 할 수도
이렇게 우회적 방식으로 반독점 조사를 상당 부분 피해 가는 MS의 무기는 GR(Government Relations) 담당, 대표 변호사인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이다. 54개국 2000명의 직원을 지휘하고 있다. 스미스는 자사의 반독점 조사에 대한 리스크 회피 뿐 아니라 경쟁사 견제 역할도 한다. 스미스는 애플, 구글의 앱스토어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촉구하기도,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소송에서 에픽게임즈에 유리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CNBC는 "애플에는 브래드 스미스 같은 거물급 대정부 인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애플에겐 세 가지 갈림길이 있다. 현재 경쟁자이자 동료 빅테크들이 제공하는 AI 서비스를 사용할지, 자체 서비스를 개발할지, 아니면 인수합병 방식으로 스타트업AI를 활용할지다. 반독점 대응 때문에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중량감 있는 대정부 인력의 영입과 부서 확장은 향후 주가 전망과 비즈니스 전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애플이 지금은 AI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도 애플이 가진 하드웨어 기기 보급은 다른 어떤 기업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10대 사이 애플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다. 미국 87%의 10대가 아이폰을 갖고 있으며 88%가 다음 핸드폰도 아이폰을 살 것이란 의향이 있고, 34%가 애플 워치를 갖고 있다.

애플의 매력 자산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우선 6월 WWDC를 기다려 보자. 모바일 시대를 넘어 AI 시대에도 애플이 확실한 강점을 갖게 되기 전까지, 팀 쿡의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입은 아마 더 무거워져야 할 수도 있다.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리드했고, 소셜임팩트를 담당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와 이투데이에 정기 기고 중이며, 장애-유니버설 디자인-ESG-사회혁신 등의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한다.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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