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서막을 지난 빅테크와 반독점 싸움 오늘은 새로운 정기 아티클로 찾아왔어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이제 본격화되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 흐름과 이의 영향에 대해 다룰 롱폼(Long-form) 아티클로 당분간 한 달에 한 번 찾아올 예정이에요. 테크 산업을 넘어 전체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맥락과 행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전할게요.
+ 오늘 1화를 통해서는 그간 서막이 열린 것에 불과했던 빅테크에 대한 규제 흐름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실 수 있어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 1화. 서막을 지난 빅테크와 반독점 싸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이 중심이 되는 빅테크 기업들은 유례없는 규제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 인도,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는 이미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작 이들 기업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그동안 규제를 피해왔기에 미국의 정치 동향 변화는 테크 기업과 그 플랫폼에 의존하는 전 세계 수억 명 사용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빅테크 규제에 대한 로드맵이 만들어지는 현재까지의 주요 진행 상황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눠 볼 수 있다. 파트 1. FTC를 확 바꾸려는 리나 칸의 도전 32세. 미국 기업경쟁정책을 총괄하는 107년 전통의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이끄는 최연소 위원장이 탄생했다.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 쓴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Amazon’s Antitrust Paradox)>란 글로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한 반독점법 소장파 리나 칸(Lina Khan)이다. 칸의 위원장 임명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FTC 인사는 공화당, 민주당이 추천한 위원들이 상원에서 인준받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대통령이 위원 중 1명을 위원장으로 임명한다. FTC 위원으로 지명됐을 때만 하더라도 최연소 위원인 칸이 위원장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이전 행정부 때는 대통령이 위원장 지명을 먼저 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위원장 지명 전에 인준이 진행됐고 바이든 대통령이 인준 후 칸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뒤통수 맞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칸이 위원장이 될 줄 알았으면 청문회에서 좀 더 꼼꼼하게 질의했을 것이란 토로다. 하지만 칸이 강성 진보 성향에도 불구하고 상원 인준을 무난히 통과한 데에는 칸이 미 의회 의원들의 자문역으로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덕분이다. 칸은 시장의 독점과 경쟁 등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오픈 마켓(Open Markets Institutes)이란 연구기관에 있을 때 테크기업의 반경쟁적 행태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서 들어 줄 사람을 찾다가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과 만나게 됐다. 워런 또한 이런 칸의 연구에 자극받아 빅테크 기업들을 쪼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테크 기업 CEO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대선 경선 후보였다. 칸은 2020년 대형 플랫폼 기업 CEO를 부른 하원 청문회에서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FTC는 그동안 "초당적(bipartisan) 기구"라고 스스로를 칭해 왔다. 2018년 공화당 추천 연방거래위원으로 위원장을 지낸 조 시몬즈(Joe Simmons)가 했던 말이다. 초당적이라는 이야기는 '모두가 동의할 만한 일만 한다’는 뜻. 조금 삐딱하게 보자면 파격적이거나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안 한다는 뜻이다. 연방거래위원 수는 5명이고 대통령 소속당이 3명의 위원을 배치하며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한다. 연방거래위원회는 명목상 기업경쟁정책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 조직이지만 레이건 정부가 들어선 1980년대부터 기구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않고 있었다. FTC의 권한은 크지만, 권한을 휘두를 힘은 최근까지 축소되어 왔다. 참고로 FTC는 록펠러의 스탠다드오일, 아메리칸 토바코 등과 같은 독점 기업의 폐해를 산업화 초기인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겪은 이후 1914년에 설립되었다. 80년대 이후 계속 축소된 FTC의 힘 리나 칸 같은 진보성향 학자를 경쟁정책을 총괄하는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게 전형적인 민주당표 인사조치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최근 20년 동안의 민주당 정부가 딱히 진보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자. 바이든은 중도주의 성향이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친기업 성향,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가까웠다. 오바마는 2011년 대선 재선 모금차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했다가 페이스북 직원들과의 라이브 타운홀 미팅에서 "나 때문에 (절대 정장을 안 입는) 마크 (저커버그)가 정장을 다 입었다"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영상). 오바마 정부 시절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은 잠재적 경쟁자를 사들이고 독점력을 강화했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이다). 엄밀히 말해 1980년대 이후로는 민주당이건 공화당 행정부건 기업 규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FTC는 이런 정치 환경에서 별다른 대형 규제를 할 이유도, 새롭게 부상하는 테크 기업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이 페이스북과 아마존이 두려워한다는 리나 칸을 FTC 위원장에 임명한 건 분명 빅테크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 자체가 달라졌음을 뜻한다. FTC의 과제는 이렇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을 충원하는 한편(현 FTC 인력은 레이건이 대통령이던 1980년대보다도 적다고 한다), 내부의 '정파주의'를 극복해야 하며 (칸이 취임하자마자 공화당 쪽 위원들이 주요 결정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궁극적으로 제도 실행뿐 아니라 새로운 경제-경쟁 여건에 적합한 규정을 직접 만들어내야 한다.
빅테크의 질주가 만든 원칙 전환 칸은 취임 후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2015년 도입됐던 FTC의 법 집행 원칙인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을 폐지한 것이다. 소비자 가격을 낮추면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지 않는 로버트 보크(Robert Bork)식* 법 해석에 정면으로 반박한 본인의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 논리를 적용했다. 테크 기업은 물론 항공사, 제약사 등 대형화 및 과점화되는 전체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다. 칸은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지만, 판매자에게는 과도한 요율의 수수료를 매기는 등 다면시장(multi-sided markets, 수요자와 공급자를 포함한 다양한 참여자로 구성된 플랫폼 혹은 시장)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봤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데이터를 끌어모아 독점이 강화되는 등 기존 소비자 후생 원칙만으로는 사업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 미국의 대법관을 지냈으며 저서인 <반독점 패러독스(Antitrust Paradox)>를 통해 소비자 후생 개념을 정립했다. 소비자 후생을 앞세우는 논리를 흔히 보키즘(Borkism)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칸을 불편해하는 이가 많다. 공화당 의원은 이런 칸을 ' 힙스터 반독점(hipster antitrust)'이라며 폄하했다. 공화당 출신 FTC 위원들은 칸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된 FTC의 선례도 뛰어넘고 현 FTC 권한을 벗어나는 월권행위를 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칸 위원장의 예전 논문을 들어 본인들에게 칸이 편견을 갖고 있으므로 반독점 소송 결정을 할 때 칸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피 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면 바이든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칸을 위원장으로 임명했을 것이다. 수십년 동안 고인 물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쟁정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 그리고 바이든은 지난 7월에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반독점 규제 규정 마련 촉구를 비롯한 72개의 명령인데, 대부분은 즉시 실제 효력이 발생하기보다는 각 기관들에 행동을 촉구하는 것에 더 가깝지만 FTC에게 아주 많은 할 일을 부여한 명령이기도 했다. 이 명령에 따르면 FTC가 주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의 불공정 경쟁 차단 규정을 만들고 대형 인터넷 플랫폼의 불공정한 자료 수집과 사용자 추적·감시 관행 규제도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사인 후 바로 오른쪽에 서 있던 칸에게 만년필을 건넸다. 칸은 받은 만년필을 차례차례 함께 배석한 다른 참석자들에게 건넸다(영상). 그중에는 메릭 갈랜드(Merrick Garland) 법무장관과 경제정책위원회, 연방통신위원회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 흡사 FTC와 법무부를 비롯한 여러 부서의 합동 작전을 예고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바이든의 서명 2주 후 법무부 반독점 담당 국장으로 '구글 저격수'로 유명한 조나단 캔터(Jonathan Kanter)가 임명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사인하는 옆에 대표로 선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 (모두가 바라보는) 저 만년필을 받아 건네며 협력을 결의(?)한 듯하다. © PBS 파트 2. 구체화되는 빅테크 겨냥 법안들 지난 대선의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고, 상원 반독점 소위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 Amy Klobuchar) 상원의원은 최근 <반독점(Antitrust)>이란 책을 펴내고 팟캐스트에 출연해 사법부의 판단에만 반독점 판단을 맡길 수 없으며 입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이 밀어붙여 보수 성향 법관 6명과 진보 성향 법관 3명 구도를 만들어 놓은 대법원 이야기다. 대기업 반독점 행위 등은 일반적으로 FTC, 검찰의 소장 제기로 법원에서 결판이 나는데, 트럼프 임기 동안 무려 3명의 보수 대법관이 인준되는 바람에 충분히 진보적 판결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법관은 종신직이며 트럼프가 임명한 3명은 모두 40~50대로 젊은 편이다) 대법원만이 아니다. 각 주 법원에도 보수 성향 판사가 포진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법원의 보수화'에 커리어를 바친 결과 100명이 넘는 보수 성향 판사들을 각 주 법원에 앉힌 덕분이다.
약점을 건드리는 디테일 그래서인지 올해 들어 빅테크를 겨냥한 법안이 상하원에서 무더기로 발의됐다. 6월 23~24일 양일간 하원 법사위에서 6개의 반독점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그리고 이 법안들은 아주 디테일하게 빅테크의 약점을 건드리고 있다.[미국 온라인 혁신 및 선택 법]은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자사 브랜드 상품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하거나 구글이 디지털 광고에서 자사 항공권이나 호텔 등을 우선 노출하는 것도 제재할 수 있다. 2020년 하원 청문회에서 제프 베이조스에게 "아마존이 제 3자 판매자의 정보로 자사 PB 상품을 개발하지 않았느냐”고 하원의원들이 다그쳤던 아마존의 행위도 제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미국 매출의 15~30%를 벌금으로 내는 강력한 제재안이 포함돼 있다.
[플랫폼 경쟁 및 기회 법]은 미국 내 5000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즉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이 25% 이상의 경쟁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로써 앞으로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같은 기업 주식을 취득할 수 없게 한다.
[플랫폼 독점 종결법]은 막 싹이 텄거나 잠재적인 경쟁자를 불이익을 주거나 쫓아내기 위해 자사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규제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아마존이 만드는 '아마존 베이직스(Amazon Basics)'라는 아마존 자체 의류 브랜드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애플이 자체 인앱(In-app) 결제를 운영하며 높은 수수료를 떼어가면서도 앱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애플 앱스토어 한 곳뿐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법이 통과되면 애플 앱스토어 자체를 분사시켜야 할 수도 있다. 이 법안은 하원 심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이 붙어 21대 20으로 간신히 통과됐다. 발의 취지와는 달리 대형 플랫폼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더 독점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서비스 바꾸기를 가능하게 하는 증강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은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나갈 때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더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합병 수수료 현대화법]은 합병 시 부과되는 수수료 비율을 현실화하고 대형 테크 플랫폼의 경우 그 비율을 더 높이는 법이다.
[주(州) 반독점 적용장소 법]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에 가서 소송을 치르는 것을 방지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구글이 텍사스 주 검찰이 제기한 소송을 자신들이 유리한 캘리포니아주로 옮겨 진행하는 것을 못 하게 방지한다.
이 법안들은 하원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원까지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합병 수수료 현대화법]과 [주 반독점 적용장소 법]은 상원에 비슷한 법안이 이미 있어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나머지 법안의 경우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 50석씩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전망한다.
법안들을 발의한 하원 법사위는 2020년 비디오콜로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순다르 피차이, 팀 쿡을 불러 청문회를 열어 진땀을 빼게 했던 곳이다. 당시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의 데이빗 시실리니(David Cicilline) 위원장과 프라밀라 자야팔(Pramila Jayapal) 부위원장을 비롯해 민주-공화당 의원 할 것 없이 이들 CEO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베이조스에게 “직원들이 외부 판매자의 판매 데이터를 못 본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낸 곳도 이 청문회였다. 결국 베이조스의 그 발언이 법안 상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8월에는 상원에서 [오픈 앱 마켓 법]이 발의됐다. 역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을 비롯해 2명의 상원의원이 발의했으며 애플과 구글이 각각 앱스토어와 플레이 스토어에서 판매 수수료를 징수하는 자체 결제 시스템 거래를 불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올 초 상원에서 스포티파이, 데이팅앱 기업인 매치 그룹 등이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의 폐쇄적 정책과 수수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증언한 이후 나온 법안이다. 법안 발의 시점 현재 애플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받아야 하는 애플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에픽 게임즈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며, 영국이나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애플과 구글의 강제 인앱 결제 행위를 규제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 이번 법령 통과 여부는 전 세계 공정거래위 규제당국이 지켜보게 될 것이다. 빅테크는 사력(돈을 쏟아부으며)을 다해 로비하고 있지만, 예기치 않은 흐름도 생기고 있다. 파트 3. 의도치 않게 한 뜻이 된 이들과 트럼프 그런데 테크 기업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보수-진보 양쪽에 다 인심을 잃게 된 걸까? 2016년 트럼프 당선 환경과 그 뒤의 정치지형을 보면 짐작이 간다. 2016년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에 승리했던 이유는 블루칼라 노동자가 많은 지역이 자유 무역의 여파로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일자리 빼앗아 가는 중국을 혼내주고, 불법 이민자를 쫓아내겠다'라고 외쳐댄 트럼프에 몰표를 줬기 때문이었다.
나이 많은 바이든이 2020년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에는 트럼프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폭력 시위를 한 사건이 일어난) 샬럿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한 발언이 있었다. 중도 성향의 바이든만이 진보-보수 빅텐트를 칠 수 있고, 혐오 발언으로 팬덤을 형성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는 민주당의 판단도 있었다.
한편 2019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 선두 그룹을 형성했던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 성향 후보들은 테크 기업들을 정조준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국을 창설하기도 한 ‘정책통(policy wonk)’ 워런은 특히 빅테크의 세금 회피를 비판하며 부유세(wealth tax) 도입과 페이스북 등 일부 빅테크 기업의 분할을 주장했다. 버니 샌더스 또한 0.1%의 부자들이 부를 독식하는 구조와 빅테크 기업 대표들을 콕 집어 비판했다. 노동자를 착취한다며 아마존도 비판했다. 이런 과정에서 대선 후보가 된 바이든은 빅테크에 대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진보주의자들의 아젠다를 대폭 공약에 반영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 후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규제 정책에 본격적으로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소위 사용자가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 정보만 보여주며 필터 버블에 갇히게 하는 특유의 알고리듬과 혐오나 인종주의 포스팅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는 현실이 못마땅했다.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가 페이스북 데이터를 이용해 트럼프 선거 메시지를 퍼뜨린 것이 민주당에게 원 펀치였다면,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가짜뉴스에 선동돼 미 의회 의사당을 무력 점거한 사건은 테크 기업에 우호적인 중도성향 의원들조차 돌아서게 만든 '민주주의의 위기’였다. 그리고 여전히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에 감정이 좋지 않다. 공화당 의원들이 테크기업 CEO들을 불러놓은 청문회의 단골 질문은 "왜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보수 콘텐츠를 더 많이 규제하는지"다. 트럼프 열혈 지지자 중 상당수가 미국 내륙 지방에 거주하며 양극화가 심해지는 과정에서 실리콘밸리나 뉴욕의 진보 엘리트를 질시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윗을 가림 처리하는 트위터에 보복하기 위해 임기 막판에 애꿎은 국방비 법안을 비토(veto, 거부권 행사)하며 미국 통신품위법의 핵심 조항이자 현재의 소셜미디어 지형을 가능케 한 섹션 230(Section 230)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플랫폼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 조항을 없애라고 의회에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지난 7월 트럼프는 '뜬금없이'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소송을 걸었다. 트럼프는 대선 후에도 계속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포스팅을 올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당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침해했기에 소송한다는 거다. 이 소송에서 트럼프가 이길 것 같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훌륭한 원대복귀 선언은 됐다. 빅테크 기업들은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의 공격(그렇다. 다음 대선에 트럼프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과 FTC, 각 주 법무장관의 소송전을 치러내야 한다. 이미 테크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로비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트럼프가 등판하면 그 비용은 더 올라갈 것이다.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셜임팩트를 담당하고 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장애인/소수자 비하를 일삼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IT, 불평등, 민주주의의 교집합에 대한 관심이 많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아웃스탠딩, KBS 제3라디오 등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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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라인 혁신 및 선택 법]은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자사 브랜드 상품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하거나 구글이 디지털 광고에서 자사 항공권이나 호텔 등을 우선 노출하는 것도 제재할 수 있다. 2020년 하원 청문회에서 제프 베이조스에게 "아마존이 제 3자 판매자의 정보로 자사 PB 상품을 개발하지 않았느냐”고 하원의원들이 다그쳤던 아마존의 행위도 제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미국 매출의 15~30%를 벌금으로 내는 강력한 제재안이 포함돼 있다.
[플랫폼 경쟁 및 기회 법]은 미국 내 5000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즉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이 25% 이상의 경쟁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로써 앞으로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같은 기업 주식을 취득할 수 없게 한다.
[플랫폼 독점 종결법]은 막 싹이 텄거나 잠재적인 경쟁자를 불이익을 주거나 쫓아내기 위해 자사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규제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아마존이 만드는 '아마존 베이직스(Amazon Basics)'라는 아마존 자체 의류 브랜드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애플이 자체 인앱(In-app) 결제를 운영하며 높은 수수료를 떼어가면서도 앱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애플 앱스토어 한 곳뿐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법이 통과되면 애플 앱스토어 자체를 분사시켜야 할 수도 있다. 이 법안은 하원 심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이 붙어 21대 20으로 간신히 통과됐다. 발의 취지와는 달리 대형 플랫폼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더 독점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서비스 바꾸기를 가능하게 하는 증강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은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나갈 때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더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합병 수수료 현대화법]은 합병 시 부과되는 수수료 비율을 현실화하고 대형 테크 플랫폼의 경우 그 비율을 더 높이는 법이다.
[주(州) 반독점 적용장소 법]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에 가서 소송을 치르는 것을 방지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구글이 텍사스 주 검찰이 제기한 소송을 자신들이 유리한 캘리포니아주로 옮겨 진행하는 것을 못 하게 방지한다.
이 법안들은 하원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원까지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합병 수수료 현대화법]과 [주 반독점 적용장소 법]은 상원에 비슷한 법안이 이미 있어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나머지 법안의 경우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 50석씩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전망한다.법안 발의 시점 현재 애플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받아야 하는 애플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에픽 게임즈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며, 영국이나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애플과 구글의 강제 인앱 결제 행위를 규제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 이번 법령 통과 여부는 전 세계 공정거래위 규제당국이 지켜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