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와 웹3 시대 사이, 그리고 킹메이커

[키티의 빅테크 읽기] 7화. 유니콘 메이커에서 '킹메이커'가 되려는 자
2022년 2월 24일 목요일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올해 들어 미국 테크 씬에서 화제가 된 사건들을 바탕으로 빅테크를 흔드는 정부 규제를 비롯해 예상치 못하게 생긴 각종 외부 요인을 짚어보고요. 일련의 이슈들이 최근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다시 큰 주목을 받은 벤처캐피털리스트 피터 틸(Peter Thiel)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전합니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 그리고 '탈중앙화'(a.k.a 웹3)라는 새로운 테크 질서를 눈앞에 두고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킹메이커'가 되려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 7화.
빅테크와 웹3 시대 사이, 그리고 '킹메이커'
feat. 제로투원의 피터 틸
미국 스타일의 시위는 무엇일까? 빅테크와 캐나다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이슈 1. 

캐나다의 국가긴급조치가 

빅테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캐나다가 국가긴급조치를 발동했다. 트럭 시위대 때문이다. 지난 1월 캐나다의 방역 정책, 특히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트럭 운전사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정책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이 시위에서는 오타와 시내에 트럭들이 집결해 하루 10시간 이상 경적을 울려댔다. 오랜 코로나 방역으로 불만이 내재되어 있던 다른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온라인으로 모금하고 집회 인원이 늘었다. '자유 수송대(Freedom Convoy)'라는 이 시위대는 온타리오주 윈터와 미국 디트로이트(자동차 공장이 많은 미국 제조업계의 중심지)를 연결하는 앰배서더 다리(Ambassador Bridge)를 막고 시위와 농성을 벌여 부품 수송 등에 차질을 줬다.

이 시위로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에서도 동조세력이 조직됐다. 정작 캐나다에서는 트럭 운전사 백신 접종 의무화를 당국이 철회했는데도 시위대는 "트뤼도가 사임해야 한다"며 시위 수위를 높였다. 시위 규모도 커지고 목표도 변질된 셈이다. 

시위가 국제적으로 확산된 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다. 시위 주도 세력은 페이스북 그룹,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고펀드미(GoFundMe) 등에서 사람을 모으고 모금을 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페이스북과 고펀드미는 각각 제동에 나섰다. 그러자 시위 조직 세력들은 럼블(Rumble)이라는 극우판 유튜브로 옮겨갔다. 나치 상징이 시위대 내에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이자 음모이론을 믿는 큐아넌(Qanon) 지지자가 이 시위의 온라인 주도자 중 하나다. 이제 극우 입장을 널리 알리는 미디어가 된 폭스뉴스는 시위대를 영웅으로 칭했다. 

이제 콘텐츠 제재가 소용 없어졌다

시위대의 구호인 '자유 (Freedom)!' 자체가 캐나다인들에게는 생경하다. '자유'를 강조하는 건 미국이다. 영국의 지배에 반기를 들어 국가를 세운 미국이라 총기 옹호론자를 비롯해 각종 우파 시위에 자유 구호가 자주 등장한다. 뉴욕타임스의 팟캐스트 <더 데일리(The Daily)>는 시위 현장을 취재한 캐나다인 언론인의 르포에 '캐나다의 미국 스타일 시위'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캐나다가 국가긴급조치를 발동한 건 두 번의 세계대전과 1970년 퀘벡주 독립을 주장하며 무장봉기가 일어났을 때, 역사상 단 세 번뿐이었다. 캐나다 입장에서 방역에 반대하고 국제 교역을 막는 시위를 좌시할 수는 없었겠지만, 인권을 중시하는 트뤼도 총리 이미지에는 당연히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진보적 색채의 정권을 못마땅해하는 보수 우파 언론들은 신이 나서 트뤼도 내각을 비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대형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제재하더라도 콘텐츠 규제가 덜한 중소 극우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 충분히 국가 긴급조치를 발동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는 계속 어정쩡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수익을 지키려면. 스포티파이의 진짜 문제는 스포티파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 스포티파이

이슈 2. 

크리에이터의 자유가 

플랫폼에게는 곧 수익일 때 

한편 음악 앱인 스포티파이가 인플루언서 팟캐스터인 조 로건(Joe Rogan)의 방송에 출연한 안티백서 의사 발언으로 곤혹을 치렀다. ‘크리에이터에게는 얼마만큼의 자유가 있는가’, ‘플랫폼은 얼마나 크리에이터를 규제해야 하나’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번 달아올랐다. 

조 로건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팟캐스터다. 코미디언이자 UFC 해설자 출신으로 정치인부터 화제의 인물까지 다양한 인터뷰로 월간 1000만 명이 듣고 버니 샌더스, 일론 머스크 등을 섭외할 수 있을 정도로 특히 남성 청취자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스포티파이는 조 로건 방송을 단독 송출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190억 원) 이상의 계약금을 제시하며 말 그대로 모셔왔다.* 로건은 많은 스포티파이 구독자를 모으고 묶어두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스포티파이는 조 로건이 누구를 부르든, 어떤 이야기를 하든 섭외와 편집 권한을 고스란히 로건에게 위임해 왔다. (참고: 스포티파이의 진짜 문제는?)
* 최근에는 1억 달러(약 1190억 원)가 아닌 2억 달러(약 2380억 원) 이상을 지급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푸시를 하면서 유명 인사들에게 큰 계약금을 주고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문제의 방송은 안티백서 의사가 백신 효능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준을 벗어나 방역하는 정부를 나치 독일에 비유해 파문이 일었다. 로건은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며 이 의사의 주장에 반박을 하지 않았는데, 로건 스스로가 안티백서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로건은 구충제인 이버멕틴이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가짜 뉴스를 믿고 스스로 복용한다며 공개한 전적이 있었다. 

이번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 수준이 아니라 의사들이 집단으로 스포티파이에 항의 성명을 보내는 등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로건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앞으로 팩트체크를 하겠다"며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닐 영과 조니 미첼 등 유명 가수들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스포티파이 이탈이 계속되었다


스포티파이의 대응은 어정쩡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조 로건을 퇴출할 수 없으니 "우리는 플랫폼이지 퍼블리셔가 아니다"라며 이 소나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로건의 과거 팟캐스트 중 미국에서는 절대 써서는 안 되는 소위 N이 들어간 흑인 비하/혐오 단어를 로건이 언급한 부분을 편집한 동영상이 등장해 다시 논란을 빚었다. 앞뒤 문맥을 자른 오래전 발언들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로건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훨씬 커지고 스포티파이의 주가에 스캔들이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자 논란이 된 에피소드들을 삭제하는 것으로 소동은 마무리됐다. 

그런데 삭제된 에피소드 출연자들이 "문제 발언도 없었는데 삭제 기준이 자의적이다"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티파이는 아직도 로건에게 콘텐츠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자유를 주고 있다. 크게 문제 될 내용만 말하지 않는 수준에서 타협을 했겠지만 ‘크게 문제 될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도 자의적이고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스포티파이와 로건 사이의 역학관계를 보면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는 해당 크리에이터의 인기에 기대는 플랫폼의 콘텐츠 정책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사한다. 

두 이야기의 교훈을 조합해 보자.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범(social norm)을 벗어나거나 그 선상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콘텐츠를 유통하기에 이제 굳이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영향력 높은 크리에이터가 직접 소셜미디어를 만들어도 된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의 날 (President’s Day)에 트럼프가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앱이 론칭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퇴출된 트럼프가 이를 갈고 만든 소셜미디어다. 아직 기술적 문제로 2월 말인 현재 대기 순번만 수십만 명에 이르고 실제 이용은 불가능한데
 활성화되면 어떤 콘텐츠가 게재되고 앱 바깥으로 넘쳐흐를지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피터 틸은 여러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지원하며 누가 되었건 '킹메이커'가 되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이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뤘다. © 뉴욕타임스

이슈 3. 

메타와 결별한 피터 틸의 액션

타고난 장사 감각을 정치로 가져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최대한도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정치권력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실리콘밸리 심장에서 시작됐다. 메타(구 페이스북) 최장기 이사였던 피터 틸이 올 초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올 하반기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러 공화당 후보들의 선거 후원에 좀 더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빛과 그림자(키티의 빅테크 읽기 3화.)에서 소개했듯이 피터 틸은 페이팔과 팰런티어(Palantir)의 공동 창업자로서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고 벤처캐피털인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의 설립자로 20년 동안 비교적 진보적 성향의 실리콘밸리에서 굳건한 공화당 지지자였다. 틸은 2016년 트럼프가 경선 도중 <액세스 할리우드> 스캔들로 곤욕을 치를 때 트럼프에게 정치후원을 하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지지연설로 '그저 그런 부동산업자’였던 트럼프에게 제대로 된 기업가 이미지까지 부여한, 말하자면 트럼프의 구세주였다.  

틸은 아마도 실리콘밸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원할 수도, 견제할 수도 있는 영향력을 갖춘 인물일 것이다. 틸은 지난 대선 때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후원하고 있다. 그의 최측근 중에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화당 경쟁자이자 대선 잠룡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론 드산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하는 이도 있다. 

틸은 정치적 흐름을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인물이다. 911 테러 후 미국 정부의 첩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만든 팰런티어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각종 국가기관과의 계약을 따낸 건 그런 맥락이다. 그런데 틸은 자신의 비즈니스 이익만 노리고 정치 후원을 한다기보다 자신의 신념을 널리 퍼뜨리고 관철시키는 데 신경을 쓴다. 외부에 보이는 것에도 매우 집착하는 기업인이다.
 

빅테크도 규제도 모두 필요 없다는 가치관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틸은 페이스북과 정권 간의 연결책 역할을 하면서 페이스북이 정부 규제를 피하는 대신 페이스북의 우파 성향 가짜 뉴스나 음모 이론 콘텐츠에 대한 자체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계속 이런 기조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도 틸과 메타의 결별은 예견되어 왔었지만 2021년 들어 균열이 더욱 심화됐다. 

틸이 후원하는 정치인들은 보수성향 언론인 뉴욕포스트에 칼럼을 싣고 마크 저커버그가 2020년 선거에서 지출한 정치 후원금을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틸 자신도 2021년 하반기부터는 페이스북이 트럼프 계정을 퇴출시키는 등의 콘텐츠 규제 정책을 펼치는 데 대한 불만을 공개 행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틸은 국가, 또는 국가만큼의 권력을 지닌 빅테크에 대한 혐오를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표출해 왔었다. 틸이 구글을 꾸준히 공격해 온 건 비밀도 아니다. 폭스 채널의 인기 우파 논객 터커 칼슨 쇼에 출연해 구글이 "중국 공산당과 공모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틸은 2017년 구글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 미주리 법무장관 조쉬 할리에게 정치 후원금을 보냈고 할리는 미주리주 상원의원이 됐다. 

틸의 파운더스 펀드는 현재 미국에서 기업가치가 1, 2위 스타트업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와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의 투자자이다. 그리고 스포티파이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 파운더스펀드

공들여 만든 반독점법이 

콘텐츠를 규제하지 못하게 하면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다양성, 인권, 평등을 중시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을 해야 한다는 진보적 태도를 소위 '깨시민 정신(Woke)'이라는 표현으로 폄하하고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흐름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생겨난 이런 트렌드는 트럼프 부상을 거치면서 점점 거세졌다. 대학 시절부터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진보적 가치가 기존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해 온 틸은 정치권에 자신의 신념을 심어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틸의 콘텐츠 규제에 대한 생각을 권력의 핵심에서 가장 잘 드러내는 이가 바로 틸에게 오랫동안 후원을 받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다. 공화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원에서 거의 유일하게 양당이 합의하는 이슈가 바로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다. 크루즈는 매우 적극적으로 이 반독점법들을 지지하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상원에 발의된 반독점법을 통해 대형 소셜미디어를 보유한 기업(알파벳, 메타 등)들이 극우 콘텐츠를 유통하는 웹사이트나 앱 활동을 제재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법을 해석한다. 

법안 중 하나인 미국 혁신 선택 온라인법 (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에는 플랫폼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비즈니스"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아마존이 자사 상품에 비해 제3의 판매업체 상품을 사이트 노출 순위 등에서 차별하지 말라는 취지인데, 크루즈는 이 조항을 구글 검색 결과나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노출 알고리듬에도 적용해 군소 웹사이트나 플랫폼들이 올리는 콘텐츠 노출에 대해 차별당하지 않게 하자고 해석하고 있다. (참고: 키티의 빅테크 읽기 1화. 서막을 지난 반독점 싸움)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과 구글이 앱 개발자에 대한 차별을 하지 못하게끔 하자는 오픈 앱 마켓법(Open App Markets Act)은 '팔러(Parler) 권리장전'이 될 것이라고 진보 단체들은 비판하고 있다. 팔러는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 의사당을 점거한 시위대들이 사전 모의를 한 극우 성향의 소셜미디어로 앱스토어에서 퇴출된 바 있다. 

즉 이 두 법이 통과되면 팔러가 앱스토어에서 퇴출되거나, 럼블이 올린 콘텐츠나 비디오가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순위가 밀릴 때 이들 군소 플랫폼이 반독점법을 명목으로 애플이나 알파벳을 고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우려를 인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 법의 이점이 부작용보다 더 크다(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실)”는 점과 기존 법령이 존재한다는 점(통신품위법 230조: 소셜미디어 등 콘텐츠 중개 플랫폼에 제3자가 올린 콘텐츠 내용 때문에 플랫폼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 때문에 이 법안은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이슈로 돌아가자면
위의 이슈 1.과 이슈 2.의 공통점은?

이런 상황에서 피터 틸 그리고 그와 조용히 함께하는 실리콘밸리의 여러 인사들은 이처럼 상당한 정치적 기반을 구축해 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시 1번 이슈로 돌아가 보자. 캐나다 트럭시위 주도자들이 페이스북에서 쫓겨나 옮겨간 플랫폼인 럼블에 누가 투자했는가? 바로 피터 틸과 그의 최측근이자 상원의원 공화당 경선을 준비 중인 J.D. 밴스다.* 
* 참고로 J.D. 밴스는 쇠락해 가는 미국 러스트벨트 내 가난한 백인들의 모습을 그린 넷플릭스 화제작이었던 <힐빌리의 노래> 주인공의 실제 인물이다. 영화는 그가 쓴 회고록이자 자서전인 <힐빌리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2번 이슈로 돌아가 보자. 콘텐츠 규제에 미적지근하고 "우리는 그저 플랫폼일 뿐"이라고 말한 스포티파이의 초창기에 누가 투자했는가?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다.

결국 웹3 경제의 경계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킹메이커가 되려는 틸과 

다가오는 미래 산업인 '웹3'의 상관관계는?

메타 이사 자리도 박차고 나왔겠다 정치를 통해 마음껏 빅테크 공격을 하게 될 피터 틸은 디지털 세계의 차원을 바꾼다는 가상화폐와 웹3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갖게 된다. 웹3가 표방하는 ‘탈중앙화’가 빅테크 권력에 대한 반동적 차원에서 나왔다는 걸 떠올리면, 중앙집권적 금융에 반발한다는 페이팔 창업정신과의 유사성이 느껴지기도 해서다. 틸은 일찍부터 크립토 지지자였다. 틸이 장학재단을 통해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을 지원한 게 무려 2004년도다. 

하지만 웹3에 대한 틸의 입장은 모호한 지점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비트코인도 충분히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중국이 비트코인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비트코인이 "이미 투자수단으로 너무나 알려졌다"는 생각에 비트코인에 "과소 투자(underinvest)"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틸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가상통화 지지는 중앙집권화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발에서 기인했으나 벤처투자가라는 정체성답게 주로 투자 관점에서만 살짝살짝 드러난다. 흥미로운 건 웹3 철학 자체는 틸이 그토록 혐오하는 공산주의와 유사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 1월 미국의 대표적인 테크 이슈 매체인 프로토콜은 “웹3 혁명 뒤의 크립토 공산주의자들(The crypto-communists behind Web3 revolution)"이라는 기사를 통해 틸과 함께 페이팔을 창업했던 일론 머스크와 러시아 혁명가 레닌 발언의 유사성을 짚었다. 크립토 지지자인 머스크는 "전기차 보조금을 아예 없애라", "정부는 폭력 독점권을 가진 가장 큰 기업"이라고 말했는데, 국가와 자유의 관계에 대해 쓴 레닌과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 레닌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자유는 없다. 자유가 있다면 국가는 없다(So long as the state exists there is no freedom. When there is freedom, there will be no state)"라고 했다.

크립토, DAO(탈중앙화된 자율 조직), 웹3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또 하나의 유명 철학자가 있다. 2018년 톰 골든버그(현 맥킨지앤컴퍼니(컨설팅사)의 인게이지먼트 매니저)는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와 칼 마르크스의 유사성을 비교했다. 골든버그는 마르크스가 옹호했던 "노동자가 생산 수단을 통제하는 무국적 체제"와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정신이 서로 통한다고 봤다. 

웹3 개념과 시장을 놓고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초 크립토를 앞으로 주요 사업으로 키우려는 블록(구 스퀘어)의 CEO인 잭 도시(전 트위터 CEO)와 크립토와 웹3 흐름을 키우는 중인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의 마크 앤드리센은 큰 화제가 된 논박을 벌였는데, 잭 도시가 이때 말한 "벤처캐피털과 이들의 쩐주들이 웹3를 돈 벌기 위한 또 다른 중앙화의 수단으로 본다"는 쟁점은 웹3 생태계가 커져갈수록 계속 제기될 것이다. 

결국 새로운 수익을 보려는 움직임?

한편 그 사이 미국 정부는 웹3와 가상통화의 시대를 따라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 과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FBI는 2월 비트코인판 '보니 & 클라이드'라고 불리는 비트코인 남녀 사기단을 검거하는가 하면, 미국 법무부는 가상화폐, 블록체인, 디지털 경제 전문 범죄를 쫓는 국가가상화폐단속국을 신설하고 한국계 미국인인 최은영 검사를 임명했다. 

미국의 차기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는 틸이 웹3 시대를 맞아 국가권력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될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도 그랬듯 국가 권력 뒤편이나 언저리에 서서, 국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디지털 경제에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는 상황을 틈타 자신의 비즈니스 영향력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레닌이나 마르크스와 언뜻 비교될 수 있는 웹3 원론주의, 즉 완전한 탈중앙화의 철학에 동조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이념은 고사하고 성공 위주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역사상 패배한 사회주의 혁명과 엮고 싶지 않을 것이다) 틸은 자신이 철학가인 것처럼 홍보하지만 본질적으로 자본가이자 투자자이다. 그의 전기 제목 <The Contrarian(더 콘트래리안)>이 '통념과 반대되는 쪽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투자자'를 뜻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팬데믹이 2년 이상 지속되며 모든 이들의 삶에 균열을 내는 시대에, 자유를 외치며 중앙집권적 권력에 반기를 드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착각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렇게 부추겨진 자유 추구의 구호와 그 와중의 무질서 속에서 누가 이익을 보고 권력을 잡으려는 지 제대로 지켜봐야 한다. 미국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셜임팩트를 담당하고 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KBS 제3라디오, IT뉴스 미디어인 아웃스탠딩 등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본격화되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 흐름과 이의 영향에 대해 다룰 롱폼(Long-form) 아티클이에요. 테크 산업을 넘어 전체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맥락과 행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전합니다.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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