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생산 과잉이 초래하는 위기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21화. 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위기가 다가왔지만
2024년 5월 17일 금요일
중국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과잉으로 인해 촉발된 중국의 경제 위기는 이제 생산 투자 과잉으로 옮겨가 커지는 모양새가 된 상황이죠.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생산' 투자가 아닌 '소비' 진작을 할 수 있는 경기부양 처방을 우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어쩐지 중국은 이런 해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중국은 경기부양책보다는 각 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면서 현재 전기차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그리고 AI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년 넘게 부동산 부양으로 떠받쳐온 경제 성장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분석됩니다. 경기부양책을 쓰면 그간 일었던 '부동산 버블'과 같은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염려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는 현재 중국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큽니다. 부동산 버블은 민간 수요가 넘쳐서만 만들어졌던 것이 아니라 각 지방 정부가 토지 사용권 출양을 남발해 만들어졌고, 오히려 지금은 팬데믹 시절부터 옥죄었던 소비가 다시 살아나게만 해야 한다는 것이죠. 

현재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쏟아지는 값싼 물건은 중국이 만든 세계적인 생산 과잉 문제의 일부분입니다. 이는 중국 내 소비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한 것입니다. 중국은 왜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시진핑 정권은 왜 소비 대신 생산에 집중하는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일까요?

간단한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그 답을 명쾌하게 전합니다. 현재 중국이 이어온 문제의 히스토리를 명확하게 짚으면서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중국의 생산 과잉이 초래하는 위기

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위기가 다가왔지만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여왔던 중국 경제는 과연 연착륙에 성공, 반등하는 걸까? 왜 중국은 소비 대신 생산 중심 경기 회복에 집중하고 있을까? 중국 경제가 반등한다면 그 후에 그리는 미래는 무엇일까?

지난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4년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기 대비 0.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힘입어 비식품 물가는 0.9% 상승했으나 식품 물가가 2.7%나 떨어지며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상품 물가는 변동이 없었고(0%), 교육, 관광 등 서비스 물가는 0.8% 상승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로는 0.7% 상승하여 안정적인 플러스로 돌아섰다.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위험에서는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14억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1년 가까이 제자리걸음 또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래도 소비자물가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부동산 부문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내수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고려해 놓지 못하는 고집이 지금 경제 위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지금 문제는 '생산'에 집착한다는 것
하지만 중국의 현재 문제는 소비자 물가가 아니라 생산자 물가에 있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4월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월에는 2.7%, 3월에는 2.8% 하락한 데 이어 4월에는 2.5% 하락을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을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물가보다 오히려 생산자 물가, 특히 제조업 생산자 물가를 면밀하게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제조업 부문은 가격 하락에 생산량 증가가 겹치면서 기업 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중국 내 상장 기업의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이 와중에 시진핑 주석이 부동산발 경기 침체가 금융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어떻게든 경제를 턴어라운드 시키기 위해 '제조업 부흥'이라는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침체, 더욱이 디플레이션 진입 조짐을 보이면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수요 진작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어도, 자칫 하락하는 물가를 더욱 끌어내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는 물론 중국 국내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에 나선다면 보다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부동산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몇 차례 일회성 조치를 취한 것을 제외하면 중국 정부는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인공 지능과 같은 첨단 제조업에 투자를 늘려 '양질의 생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노선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다. 
부동산 투자 과잉으로 인해 발생한 중국의 경제 문제는 이제 생산 투자 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에서 제조업으로 넘어온 문제
수요 진작에 치중할 경우, 지난 20년간 부동산 기반 성장에 의존해 온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요원하다는 위기감도 그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당장 경기부양책을 쓰면 버블이 또다시 부풀어 오른다는 우려도 합리적이다. 

그렇다 해도 뭔가 앞뒤가 잘 안 맞는다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 버블이 자산 효과(자산가치가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하지 않아도 가계의 부가 증가하여 소비가 함께 증가하는 현상)로 중국의 민간 소비를 이끌어온 엔진 중 하나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토지의 사유가 허가되지 않는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은 민간 주도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정부, 특히 지방 정부들이 세수 증대를 위해 토지 사용권 불하(출양)를 남발한 것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금융 부실로 이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최근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부동산 부문 위기가 반드시 민간의 수요 과잉이 원인이었다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문제는 오히려 타 국가 대비 지나치게 경직된 코로나19 정책이, 민간 소비를 마비 시켜버렸다고 보는 쪽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다른 나라들보다 1년도 더 넘게 '제로 코로나'로 대표되는 가혹한 방역 정책으로 끌고 간 탓에 중국의 민간 경제는 질식사 직전까지 갔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투자, 특히 부채에 기반한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으며,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투자 비율은 40% 이상으로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며, 2023년 GDP 대비 민간 소비는 미국의 절반 수준인 39%에 그쳤다. 지난 4월 말 중국을 방문한 앤터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은 전 세계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지만, 수요에서는 10분의 1밖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꼬집은 배경이다. 

그나마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에는 이 투자가 부동산으로 몰렸다. 부동산 버블이 꺼진 후에도 가계 소비가 아닌 투자 중심의 경제 체질은 바뀌지 않았다. 투자 대상이 부동산에서 제조업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그 결과 이제는 설비 투자 과잉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이 전기차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그리고 AI 산업 부흥에 나선 이유는 향후 새로운 기술이 만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도 '제조업 부흥'만 고집하는 건 미래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 로이터
그럼에도 '제조업 부흥' 고집하는 이유
중은국제(Bank of China International)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쑤 가오는 수요 위축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되어 왔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GDP의 47% 이상을 저축하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중국인들이 저축을 많이 하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가 많지 않을 뿐더러 사회복지와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고질적으로 국가 주도 투자에 중독되어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시진핑의 '제조업 부흥' 전략이 단순히 중국 내 내수 경기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국제 무역까지 흔들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싼 중국 공산품이 더욱 저렴해지면서,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과 유럽 시장을 융단폭격하다시피 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같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부진한 내수 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적극적인 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에 나선 것도 부채질을 했다. 4월 중국의 수출액은 달러 기준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최근 몇 달 사이에만 10% 이상 증가했다. 

시진핑은 중국의 생산자 물가 하락으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며 중국은 현재 과잉 생산(overcapacity)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인정하고 싶든 아니든, 중국의 물가 하락, 특히 생산자 물가 하락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통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정말로 과잉 생산 상태가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부동산이 3년째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부채에 짓눌린 지방 정부들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블룸버그와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는 17조 8000억 위안(약 3340조 원), 지방 정부 금융기관의 부채는 9조 4000억 위안(약 1764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부채를 전부 정리하는 데에는 앞으로도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죽었다 깨나도 올해 성장률 5%는 사수하겠다고('바오우(保五)' 사수) 천명했으니 시진핑 정권은 어떻게든 성장 동력을 찾아내야만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결론은 중국이 생산량을 증가시켜 그에 따른 일자리 증대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부동산과 건설 부문을 포함해 중국의 모든 곳에서 과잉 투자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GDP 대비 부채가 30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투자가 해결책이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소비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산 투자가 과잉 생산과 덤핑에 가까운 저가 수출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저가 공세를 편다 한들 중국 정도 규모의 경제가 과잉 생산에 빠질 경우, 그 과잉 생산량을 흡수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베이징 카네기 재단의 선임 연구원 마이클 페티스는 “결국 출구 전략은 중국의 민간 소비여야 한다”며 “아무도 사지 않는다면 이 모든 물건을 생산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수출은 이미 중국 GDP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이다.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더욱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각국이 수요를 꺾으려고 난리인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자국 제조업을 축소하면서까지 중국의 수출을 흡수해 줄 이유가 없다.
미래 패권을 생각하면서 경제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은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금 노선을 계속 고집하다가는 오히려 힘이 더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길게 보려는 시진핑, 경제는 버틸 수 있을까?
중국산 저가 수출에 위기감을 느낀 무역 상대국들은 이미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5월 초 시진핑 주석의 유럽 방문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EU가 값싼 중국산 수입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작년 12월 시진핑 주석과 리창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유럽 지도자들은 불공정 경쟁으로 인해 우리 산업 기반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미국과 EU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저가 소비재뿐 아니라 저가형 첨단 기술 수출이 자국 산업을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3대 수출 효자 품목은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전지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관세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 3개 품목의 수출은 30% 증가한 1470억 달러(약 199조 원)를 기록했다. 미국과 EU가 중국의 전기차 산업에 대해 각각 조사에 들어갔는데, 미국은 보안 위험을, EU는 불공정 국가 보조금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이 소비 진작이라는 정석적인 해결책을 두고 굳이 생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낙수 효과'에 대한 고전적인 믿음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자본주의에서도 가장 자유방임주의 개념 중 하나인 '낙수 효과'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이지만)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개인 대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고에 여전히 집착할뿐더러, "게으름뱅이를 양산하는 복지주의의 함정"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  

하지만 역시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의 전쟁에 대한 시진핑의 강박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수록 시진핑은 안정을 느끼며, 이것이 소비보다 기술 투자에 중점을 두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시진핑의 중국 비전에서 가장 큰 목표는 기술 자립과 자원 독립이며,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런던 SOAS의 올리비아 청 교수는 중국 정부의 행보는 1차적으로는 국가 안보, 2차적으로는 "중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산업에 시진핑이 초점을 맞추는 맥락에서 보아야 하며, 장기적인 목표는 "중국에 유리한 세계 경제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날이 올 때까지 중국 경제가 어떻게 버티느냐이다. 향후 중국의 경제 회복이 순수하게 경제 관점에서나, 국제 관계 관점에서나 험난해 보이는 이유이다.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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