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빈후드는 로빈후드가 될 수 있을까?

모두를 위한 주식 거래 중개 앱의 본심
2021년 7월 10일 토요일

오늘은 최근 기업공개를 공식 신청한 로빈후드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팬데믹 내내 크고 작은 논란을 만들어 왔고,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큰 상황이에요. 하지만 투자 열풍과 실리콘밸리의 성장 공식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용자 성장을 만들어낸 이들은 사업성만큼은 밝다는 점을 증명했는데요. 이들은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성장할까요?

[핀테크] #기업공개
로빈후드는 로빈후드가 될 수 있을까?
역시 팬데믹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고, 가장 큰 논란을 만들어 왔다고도 할 수 있는 로빈후드가 지난주에 기업공개(IPO) 서류를 공식 제출했어요. 이들의 앱은 일반 주식 거래는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옵션 거래마저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고객들에게 투자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사용자를 늘리는데만 혈안이 되었다는 비판을 크게 받아왔는데요. 모든 사람을 위해 주식 거래를 '민주화' 시키겠다며 수수료도 받지 않고 이름도 '로빈후드’라고 지었던 이들은 자신들의 성장은 지속하고 있지만, 이들이 만든 사업 모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계속 줄어가고 있어요.

게임스탑이 대표적인 밈(Meme) 주식이었죠.
견고한 수익 모델의 배경
로빈후드가 이번에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SEC)에 낸 상장 증권신고서인 S-1 양식에 의하면 지난 1분기 매출은 5억 22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기록했어요. 이는 소위 게임스탑(Gamestop) 등의 '밈(Meme)' 주식 거래 열풍이 불기 전인 2020년 1분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에요. 이제 월별 활성 사용자는 1770만 명에 달하고, 주식과 옵션 등의 거래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도 역시 크게 증가했고요. 작년 같은 기간에 4억 8100만 달러(약 5520억 원)에 불과하던 암호화폐 거래액은 무려 116억 달러(약 13조 3230억 원)로 늘어났어요. 올해 1월에 월스트리트 대형 헤지펀드들의 공매도에 대항하는 '무브번트'이기도 했던 게임스탑(GameStop) 등의 주식 매수 거래를 중지시켰던 사건을 계기로 플랫폼을 이탈한 사람들도 증가했지만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왔어요.

다만, 1분기 매출의 81%는 고객의 주문을 고빈도(High Frequency) 트레이딩 등을 진행하는 마켓 메이커(market maker)인 증권사나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PFOF(Payment for Order Flow,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 사업에서 나왔는데요. 이들로부터 받는 대금이 로빈후드가 개인 사용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도 수익을 올리는 원천이었죠. 로빈후드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것처럼 홍보를 해오고 사용자를 모았는데, 수많은 사용자가 바탕이 되어 대부분의 수익을 내는 사업을 그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진행해 왔다는 비판도 받아왔어요.
로빈후드의 PFOF 비중은 다른 주식 거래 중개 앱들보다도 월등히 높아요PFOF 거래로 넘긴 고객 주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매도/매수 모두 '최선의 실행'(가장 좋은 가격 체결, 빠른 주문 완료, 주문이 완료될 가능성이 가장 큰 옵션 중 하나를 실행하는 것을 일컬어요)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하지만 고객 주문을 실행하는 마켓 메이커는 이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할 수 있고, 이들의 이익에 따라 주식 거래 중개 앱도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이 가능한데요. 보통 주식 거래 중개 앱이 PFOF를 통해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면, '최선의 실행'을 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그리고 조명되는 문제점
SEC는 주식 거래 중개 앱의 이해관계 상충 가능성과 거래가 투명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PFOF를 향후 제한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인데요. PFOF는 오랜 기간 미국 투자 업계에서 이어져 온 사업 모델이고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큰 요소이기에 실질적인 규제가 실현될지 불확실해요. 하지만 로빈후드에게는 현재까지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익 모델에 불안정성이 더해진 상황이죠. SEC가 이번에 로빈후드를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투자 열풍과 로빈후드로 인해 이 수익 모델이 유효한지 다시 조명을 받게 된 것이고, 향후 로빈후드 사업의 불안 요소로 떠올랐어요

로빈후드는 작년 12월에도 고객들에게 PFOF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수년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SEC로부터 6500만 달러(약 750억 원)의 벌금을 맞기도 했어요. 또 이번 기업공개 서류를 공식 제출하기 직전에는 미국의 금융산업 규제 당국(FINRA, 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으로부터 사상 최대인 7000만 달러(약 800억 원)의 벌금과 고객 배상금을 선고받았어요. 고객들에게 마진거래 등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과 로빈후드 앱의 시스템 불안정으로 피해가 발생한 건에 대한 배상금이 포함되었죠.

이 두 건은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로빈후드는 설립 이래 계속 이와 연관된 문제들이 발생하며 규제 당국의 벌금을 크고 작게 맞아 왔는데요. 지금까지 이들이 결국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로 사업을 영위하며 수익을 올려왔다는 점이 크게 드러났어요.

기존에 없던 인터페이스를 가진 앱이죠. © Robinhood
게이미피케이션의 위험성
로빈후드를 가장 큰 비판에 직면하게 했던 사건은 작년 6월, 옵션 거래를 하면서 73만 달러(약 8.4억 원)라는 거금을 잃었다고 생각하게 된 알렉산더 키언스(Alexander Kearns)라는 스무 살의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는데요. (그는 수차례 고객 지원에 문의를 시도했음에도 답변을 받지 못했어요) 비극적인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야 실제 잃은 금액이 아님에도 이를 잃었다고 착각하게 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초보 투자자가 복잡할 수 있는 옵션 거래를 쉽게 할 수 있게 한 점 등이 핵심 문제로 떠올랐어요.

이후 키언스에게 제때 답변을 하지 못했던 고객 지원 인력도 크게 늘리고, 주식 거래가 이루어지면 축하 꽃종이가 터지는 콘페티(confetti)를 없애기도 했지만 여전히 투자를 게임화한 이들의 앱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시각이 커요. 이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뉴욕대 경영대학 교수이자, 테크 앙트프레누어인) 스콧 갤로웨이(Scott Galloway)는 "(이들은 지금까지의 노선을) 전혀 바꾸지 않았으며 더 커지고, 더 대담해지고, 더 위험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표현했는데요. 이들이 사용자가 계속 클릭해 들어가 중독에도 이르게 할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설계와 특성을 바꾸지 않았고, 고객이자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가 여전히 부족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어요. 

초보 투자자를 진정 위한다면
최근에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도 로빈후드를 비판하는데 가세했는데요. CNBC와 진행한 인터뷰 도중 관련 질문이 나오자 찰리 멍거는 "도박장이 존중받는 비즈니스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고 특유의 화법으로 비판을 했어요. 워런 버핏은 비판에 직면한 로빈후드의 논리가 늘 '보통의 사람들도 쉽게 투자를 하게 한다'로 귀결되는 것에 대해서 "그들이 사람들에게 아주 가격이 낮은 인덱스 펀드를 사서 50년 동안 가지고 있으라는 권유를 하지는 않지 않느냐"라며 "거기(로빈후드 앱) 들어가면 그런 조언을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장담한다"고도 했고요. 

이번에 제출한 S-1에서도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로빈후드 사용자의 50% 이상은 로빈후드를 통해 처음으로 투자를 해본 사람들이라고 해요. 그동안 투자가 쉽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투자 저변을 넓힌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만든 성장 공식에 충실한 프로덕트(제품)를 만들어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고객 주문을 판매하는 행위가 투자자들을 위한 행위라고 할 수는 없겠죠.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면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행위에요. 하지만 이들에 대한 비판은 고객 이익과 때론 고객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이윤을 추구한다는 데 있어요.
규제 필요성은 계속 나오는 중 
FINRA의 이번 벌금 선고도 결국 기업공개 전 마지막으로 큰 이슈를 해결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커요. 이들의 성장 속도를 보면 더 늦기 전에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우선 SEC는 지난 1월에 로빈후드가 갑작스러운 거래 증가로 인해 청산소에 예치해야 할 증거금 부족을 이유로 (거래가 폭증한) 게임스탑을 비롯한 몇몇 밈 주식의 개인 거래를 제한한 배경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와 더불어 "게이미피케이션"의 특성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도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한편에서는 로빈후드가 너무 빠른 성장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문제들이 크게 드러났다고도 해요. 하지만 빠른 성장은 이들이 추구하던 바이고, 자신들이 속한 산업의 룰을 숙지하고 준비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이죠. 작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이라면 더욱더 그렇고요. 

로빈후드의 CEO 블라드 테네브(Vlad Tenev)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의 메인 트윗으로 "로빈후드는 안전성이 최우선인 회사이다(Robinhood is a safety-first company)"라는 문구를 올려놓았어요.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번 S-1에 기록된 실적과 성장세를 보면 일단은 기업공개에 있어 긍정적인 전망을 하게 하는데요. 성공적으로 상장이 된 이후에도 과연 문구에 맞는 변화를 이어갈지 모두가 지켜볼 예정입니다.

오늘 커피팟 어떻게 보셨는지 알려주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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