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는 넷플릭스가 될 수 없다

기대만큼 못 큰 팟캐스트와 오디오북 시장에 거는 기대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스포티파이의 오디오북 시장 진출 속도가 최근 심상치 않습니다. 오디오북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특히 그 성장세가 꾸준히 커졌고, 최근에는 스포티파이로 인해 시장이 커지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는데요. 이들은 오디오북 시장을 다음 성장 드라이버로 잡은 듯합니다. 

과연 오디오북은 스포티파이가 오디오 콘텐츠 시장 전반에서 지배적인 플랫폼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콘텐츠일까요? 근데 스포티파이가 큰 기대를 걸고 큰 투자를 했던 팟캐스트 시장 키우기 현황은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는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과 함께 스포티파이가 넷플릭스와 같이 생태계 전반에 지배적인 플랫폼이 될 수 없는 이유까지 이어갑니다. 

[스트리밍]
스포티파이는 넷플릭스가 될 수 없다
기대만큼 못 큰 팟캐스트와 오디오북 시장에 거는 기대  

모든 오디오 콘텐츠의 플랫폼이 될 수는 있지만, 지배적인 플랫폼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스포티파이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시장의 선구자가 된 이후에 전체 오디오 콘텐츠 시장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계획을 세웠죠. 현재 2억 4600만 명의 유료 프리미엄 구독자들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에 접속하는 전체 사용자(MAU 기준) 약 6억 2600만 명을 대상으로 팟캐스트를 비롯한 오디오 콘텐츠로 세계관을 넓히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2018년 상장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팟캐스트를 다음 단계의 성장 영역으로 잡아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왔죠. 지금까지 팟캐스트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확보를 위해 쏟은 돈만 10억 달러가 훌쩍 넘습니다. 

대표적으로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 쇼에 2020년엔 1억 달러를 주었고 2024년엔 2억 5000만 달러(약 3425억 원)의 계약을 새로 맺었습니다. 역시나 그 영향력이 커진 알렉스 쿠퍼의 <콜 허 대디(Call her daddy)> 팟캐스트에는 2021년에 6000만 달러(약 820억 원)의 계약을 안겨주었고, 스포츠 팟캐스트인 <더링어(The Ringer)> 인수에 약 2억 달러, 팟캐스트 미디어인 김렛 미디어 인수에 2억 3000만 달러(약 3150억 원) 그리고 미셸 오바마와 같이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팟캐스트 쇼 제작에 대한 투자를 지속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투자의 결과는 기대했던 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스포티파이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고 수익을 다변화하는 효과를 냈다고 하지만 시장은 이들의 예상(혹은 희망)대로 커지지 않았습니다. 

스포티파이의 현재 상황을 보면 '팟캐스트 딜레마'에 빠진 지 오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드라이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모든 오디오 콘텐츠를 담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이들의 비전은 달성된다 할지라도 스포티파이가 지배적인 플랫폼이 되는 길을 만들어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오디오 콘텐츠의 한계라고만 규정할 수 없습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분야별로 모두 다 그 성장세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스포티파이가 유통을 하는 플랫폼의 역할 외 콘텐츠의 제작까지도 장악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팟캐스트라고 할 수 있는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의 조 로건입니다. 논란도 끊이지 않지만, 결국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팟캐스트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은 그가 큰만큼 커지지 않았죠. (이미지: 스포티파이)
결국 커지지 않은 대표적인 시장
일단 현재 나와 있는 숫자들을 토대로 팟캐스트 사업을 살펴보면요.

팟캐스트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팟캐스트의 광고 수익이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스포티파이의 전체 광고 수익은 2023년을 기준으로 14억 달러(약 1조 9180억 원)입니다. 그리고 스포티파이 팟캐스트 광고 수익의 대부분이 나오고 있는 미국에서의 광고 수익은 2024년에 2억 5580만 달러(약 3500억 원)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스포티파이의 유료 프리미엄 구독은 전체 수익의 90%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이 중에서도 팟캐스트를 광고 없이 듣기 위해 가입하는 이들이 있을 테지만, 이 수익의 대부분은 스포티파이의 음악 스트리밍에 그 기여도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에 큰돈을 쓴 지 꽤 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2023년 초에 "더 효율적인 운영을 해나가겠다"라는 이야기를 CEO인 다니엘 에크가 하기도 했죠. 조 로건과는 2024년에 재계약을 했지만, 역시나 그 가치가 커진 알렉스 쿠퍼의 팟캐스트는 잡지 못했습니다. 알렉스 쿠퍼는 결국 시리우스XM과 1억 2500만 달러(약 1710억 원)에 계약을 맺었고요.

스포티파이가 앞으로 더 큰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드라이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음악업계와 얽히고섥힌 음악 스트리밍만으로는 회사의 재무 구조를 확연히 좋게 만들 수도 없고, 그 성장성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게도 스포티파이가 넷플릭스처럼 제작자가 되어 음악업계를 장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스포티파이는 넷플릭스처럼 그 제작 단계서부터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고, 그 첫 번째가 팟캐스트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팟캐스트 시장은 역동적으로 커지지 않았고, 다양한 콘텐츠가 큰 규모로 만들어지는 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팟캐스트의 가장 큰 수익원이 될 팟캐스트 광고 시장의 규모는 이마케터의 전망을 기준으로 2024년엔 22억 8000만 달러(약 3조 1240억 원)에 불과합니다. 2026년에 30억 달러(약 4조 1100억 원)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을 하고 있고요. 단순히 비교를 해보자면, 티비 광고 시장의 규모는 현재 기준으로 미국 시장만을 봤을 때도 650~700억 달러(약 89~96조 원)에 이르죠.

스포티파이는 이 시장과 함께 자신들의 팟캐스트 사업이 커질 것이라고 베팅했지만, 여전히 전망도 그리 좋지는 않은 것이죠. 스포티파이가 지속해서 매년 수억 달러의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그보다 몇 배씩 커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매년 수억 달러를 쓰고도 그 수억 달러만큼도 수익이 나와야 할 시장이 크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팟캐스트 인플루언서를 키우기 위한 팟캐스트 제작/유통 툴 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등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 상황이죠. 그리고 직접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투자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분석되지만, 예상보다 크게 만들어지지 않은 대표적인 시장으로 남아있죠.

오디오북은 아이들을 비롯해 젊은 층에서의 성장에 기대를 하고 있는 콘텐츠입니다. 일단 기존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빠르게 키울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미지: 스포티파이)
오디오북은 키울 수 있는 시장일까?
지난해부터 팟캐스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효율적인 투자'로 바꾸고, 큰 투자를 시작한 영역은 오디오북입니다. 팟캐스트 시장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수억 달러를 오디오북 제작자들에게 쏟은 상황인데요. 스포티파이의 오디오북 라이브러리는 최근 30만 개의 타이틀로 확대되었습니다. 

악시오스가 인용한 북스탯(Bookstat)에 의하면 미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2022년 4분기와 2023년 4분기 사이에 28%나 성장했는데, 시장은 스포티파이를 제외하면 14% 성장했습니다. 현재 시장의 성장은 스포티파이가 이끌고 있는 것이죠. 팟캐스트와 마찬가지로 스포티파이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고, 오디오북에 접근 가능한 시장을 점차 넓히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에 의하면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한 프리미엄 구독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스포티파이를 들으며 보낸다고 강조합니다. 2022년에 론칭한 오디오북은 이제 수천만 명이 듣고 있다면서 오디오북의 성장을 밀고 있다는 신호를 내보냈죠. 지난 2021년 11월, 오디오북 플랫폼인 파인드어웨이(Findaway) 인수 이후 영국과 호주에 이어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그리고 아일랜드까지 영어권 국가들의 프리미엄 구독자들이 먼저 접근 가능하도록 했는데요. 최근에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로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스트리밍으로 오디오북을 어떻게 안착 시켜나가는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오디오북의 판매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은 어느새 11%를 넘어섰고, 점점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중입니다. 오디오북의 절대 강자인 (역시나) 아마존의 오디블(Audible)의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지만, 현재 스포티파이로 인한 시장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죠. 

일단 전체적인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도 나오는 중입니다. 하퍼콜린스와 같은 (어린이책이 주력인) 대표적인 출판사 중 하나는 전자책 매출보다 오디오북 매출이 최근 분기에 더 커졌음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디오북, 즉 책이라는 시장의 가능성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과연 스포티파이가 시장을 장악한다고 할지라도 스포티파이에게 기대되는 만큼의 성장성을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인지요.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따른 스포티파이에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2023년을 기준으로 20억 달러(약 2조 7400억 원)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전체 시장의 매출이 20억 달러라는 것입니다. 작은 규모의 시장에서 아마존의 오디블을 비롯해 애플 북스 등 빅테크가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들이 역시나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죠. 다만 이렇게 작다고 볼 수 있는 시장을 이들이 잡기 위해서 투자를 지속하고, 서비스를 이어가는 것은 명확합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인용한 에디슨 리서치의 조사(미국 APA(Audio Publishers Association) 의뢰)에 의하면 미국 시장만 봐도 전체 인구의 52%인 1억 4900만 명이 오디오북을 이용해 봤고, 이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 오디오북을 들은 인구는 38%였고, 이 수치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스포티파이는 오디오북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리미엄 구독자들을 통해서 오디오북이 얼마나 더 큰 관심을 받고 커질 수 있는지를 더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다니엘 에크(오른쪽)의 스포티파이는 음악 산업의 파괴자로 시작해 구원자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애초에 음악 산업과 공생을 해야만 하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지배적인 힘을 가질 수 없는 시장입니다. (이미지: 스포티파이 스웨덴)
지배하는 플랫폼이 되기 어려운 이유
스포티파이는 오디오북 시장이 장기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 스포티파이 이용자의 58%는 만18~34세입니다. 역시 에디슨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오디오북의 인구는 어린 층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한 성인의 53%는 자신들의 아이들도 오디오북을 듣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오디오북이 아이들의 스크린타임을 줄이는데도 영향이 있다고 했죠.

장기적으로 성장이 이어질 수 있는 오디언스를 보유한 것이 오디오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디오북 서비스의 구독 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역시 서베이 응답자의 63%는 최소 한 개의 오디오북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고 대답했어요. 최근에 오디오북을 어떤 형태로든 소비해 본 이들 중 46%는 도서관을 통해서도 디지털 오디오북을 대여해 봤다고 대답했고요. 

이처럼 오디오북의 인구가 점점 커지고, 그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음을 봤을 때 시장의 성장세가 커질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특히나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의 성장을 이끈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고요. 

하지만 스포티파이도 시장이 어떻게 더 커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팟캐스트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투자에도 생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영향도 분명 작용할 테고, 본질이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테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디오북도 스포티파이가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까지 주도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은 음악 서비스와 마찬가지인 시장입니다. 스포티파이가 지금 바라봐야 할 것은 오디오북이 기존 책 시장의 어느 정도를 오디오 콘텐츠로 가져올 수 있는지이기도 할 것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을 선도한 플랫폼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음악도 책도 그 제작과 유통을 포함한 생태계를 장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희망을 품었던 팟캐스트는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고요.

스포티파이는 음악 산업의 파괴자에서 구원자가 되는 역할도 했지만, 넷플릭스가 그러한 것처럼 (오디오 콘텐츠 전반의) '지배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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