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의 변화가 겹친 의류와 무역

관세가 문제가 아닌 미국 패션

2025년 3월 20일 목요일
오늘은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이기도 했던 포에버21의 파산 원인을 살펴봅니다. 중국의 초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성장이 결정타가 되었고, 이들은 미국이 이어온 최소 기준 면세 제도 덕분에 성장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해석이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꼭 그렇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포에버21을 포함한 미국의 의류 브랜드들은 그 전부터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제대로 된 턴어라운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이커머스의 성장 속에서 잘 성장해 온 해외의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들과 대조되는 모습이기도 하죠.

[리테일] #포에버21파산 #미국브랜드
패러다임의 변화가 겹친 의류와 무역
관세가 문제가 아닌 미국 패션
미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성공 신화였던 포에버21이 또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미국에 남아있던 350여 개의 리테일 상점 모두 문을 닫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파산 신청 후 매각을 한 이후 결국 턴어라운드는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이번에 다시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는데요. 포에버21은 막판까지 매각을 추진하면서 200여곳이 넘는 곳에 연락을 했지만, 아무도 매입 의향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 3년간 누적 손실만 4억 달러(약 5850억 원)가 넘었고요.

결국 중국의 패스트패션 이커머스 기업인 쉬인과 테무 등의 성장이 결정타가 되었다는 것이 주된 분석입니다. 포에버21 역시 중국의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려웠다면서, 파산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중국의 브랜드들은 2016년 도입된 미국의 '최소 기준 면세(de minimis rule)' 기준 800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습니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이커머스 사업을 세팅하고 확장하는 동안 기존의 브랜드들은 제대로 된 이커머스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는데요. 최소 기준 면세를 통해서 들어오는 물량의 상당분은 또 아마존의 풀필먼트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가 연결된 이커머스 무역의 흐름 역시 필연히 커지는 흐름이 되었던 것이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흐름이었습니다. '이커머스'라는 거대한 산업의 빠른 성장을 지켜보면서도 이들은 대비책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죠.

이미 값싸게 많은 의류를 이커머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흐름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미국의 고객들은 기존의 미국 브랜드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포에버21은 결국 새로운 정책이 도입된 이후 기존의 브랜드가 사업을 완전히 접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한국인 이민 사업가의 성공 신화이기도 했던 포에버 21은 브랜드 컨소티엄에 매각된 이후에도 어려운 시기를 거쳤습니다.  
의류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당시 '최소 기준 면세'를 800달러로 올리는 결정이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의 온라인 쇼핑에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온 정책이었다고도 표현을 합니다.

참고로 이 제도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적용을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급한 1930년의 스무트-헐리 관세법의 섹션 321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는 본래 해외의 미국인 관광객들이 미국으로 소포를 보낼 때 관세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이 200달러였죠. 

하지만 이 법은 800달러로 그 기준이 올라가기 전에도 소규모 이커머스 혹은 소규모 무역 거래를 하는 이들이 물건을 들여오는 데 활발히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기준이 올라가자 더 크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던 것이죠. 온라인 주문이 더 활발해지고, 아주 낮은 가격에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옷을 마음것 주문해 '직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기도 했던 것이고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발 빠른 사람들은 갭이나 포에버21 혹은 에버크롬비앤피치 같은 미국의 브랜드들에서 옷을 사는 대신 아마존을 비롯한 인터넷을 통해 값싸고 다영한 종류의 옷을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에 적응하고 있지 못하던 이들 브랜드의 매출 성장은 2010년대 초반부터 멈추었고, 2013~2014년을 전후로 역성장을 하기도 합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그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요. 

그리고 이는 이들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공략하지 못한 탓이 크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중국 저가 브랜드의 시장 진입"이 미국 브랜드를 무너뜨렸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존을 중심으로 이커머스가 이미 빠르게 확산했고, 다른 해외의 브랜드들이 주요 시장에서 외연을 넓히는 동안 이들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당시에 전 세계적으로 자라와 H&M 그리고 유니클로가 성장기를 달리고 있어서 미국 브랜드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브랜드들이 쇠퇴하던 시기에 이들의 성장은 가팔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경쟁에서 이긴 것이기도 합니다.

잠깐 매출 성장 현황만 살펴보면요.

  •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의 경우, 2012년 207억 유로(약 32조 9450억 원)이던 매출이 2018년에 304억 유로(약 48조 3830억 원)를 넘겼고, 팬데믹의 위기를 지나 회복하면서 2024년엔 412억 유로(약 65조 5710억 원)를 넘게 기록했습니다.
  • H&M도 2010년에 1084억 스웨덴 크로나(SEK, 약 15조 6380억 원))의 매출은 2017년에 2000억 크로나(약 28조 8880억 원), 2024년에는 2344억 크로나(약 33조 8570억 원)가 되었습니다.
  • 유니클로의 패스트리테일링 역시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성장을 했고, 2011년 1조 엔(약 9조 8440억 원)이 조금 넘었던 매출은 2019년에 2조 엔(약 19조 6880억 엔)을 넘습니다. 이후 성장세는 더 커져 2024년을 기준으로 매출은 3조 엔(약 29조 5310억 엔)을 넘었습니다. 

이처럼 중국 이커머스의 진입만이 미국 브랜드들이 쇠퇴하는 결과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의류 소재 및 디자인, 생산 방식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어필하지 못했고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의류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미국의 브랜드들이 세계의 의류 캐주얼 의류 트렌드를 이끌지 못한 지 오래되었던 것입니다. 자라와 H&M이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면서 캐주얼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유니클로가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고객들과 소통을 할 때 미국의 브랜드들은 눈에 소비자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최소 기준 면세가 철폐가 된 순간 관세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이었죠. (이미지: 미 CBP)
최소 기준 면세의 영향도 명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에 중국 물품에 대한 최소 기준 면세를 철폐하는 명령을 내렸다가 일주일만인 2월 7일에 이 명령을 취소합니다. 그 이유는 단 며칠만에 갈 곳이 없어진 백만 개가 넘는 소포가 뉴욕의 JFK 공항에 쌓여있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준비가 되지 않았던 항구 및 관세, 물류 행정을 엉망으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죠. 결국 극심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다시 최소 기준 면세를 허용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 소포들의 상당수는 쉬인과 테무를 통해 주문이 된 제품들입니다. 개인들이 주문한 제품들도 있고, 아마존에서 팔기 위해서 온라인 셀러들이 주문한 제품들도 있고요. 그 구성이 어떻건 쉬인과 테무를 비롯한 초저가의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렇게 아주 큰 무역의 흐름을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거대해진 물류망을 제도 철폐 명령이라는 '스냅' 한 번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지난 2월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마존을 포함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거래 현황, 미국 우체국을 비롯한 물류 서비스 진행 현황, 그리고 관세 행정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죠. 이는 즉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미국과 트럼프가 이어온 오락가락 관세 적용과 그로 인해 촉발된 무역 전쟁 속에서 이 역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후에는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설령 제도가 없어진다고 해도 그 결과로 나타나야 할 미국 의류 기업들의 실적이 갑자기 좋아질 수도 없습니다.

상품의 구매는 결국 소비자 즉, 고객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옵션을 없애거나, 가장 좋아하는 옵션을 더 비싸게 만든다고 이미 좋지 않아서 외면한 상품을 다시 선택할 것이라고 볼 수 없죠. 물론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내 풀필먼트를 사용하는 리테일러들이 발빠르게 행동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도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최소 기준 면세를 폐지하면 미국의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소 기준 면세의 폐지로 미국 소비자들의 후생에서 약 109~130억 달러(약 16~19조 원)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결국 의류뿐만 아니라 전 품목에 걸쳐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중저소득층의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된다는 것이죠.

포에버21은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단, 최소 기준 면세의 희생양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무역 시스템이 이미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온 가운데, 의류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죠. 많은 브랜드들이 그러했고요.

물론 최소 기준 면세라는 제도는 미국 소비재 산업의 많은 것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의 경쟁에서 방법을 찾은 기업들은 살아남아 성장을 이어가고도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전달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내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일과 중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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