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6일. 우주로 떠나는 자가 남긴 과제

1. 베이조스가 남긴 숙제, 2. 마이크로소프트의 반격
2021년 7월 6일 화요일

오늘은 빅테크에 관한 이야기 두 가지를 살펴볼게요. 이제 공식적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후임에게 남기고 가는 과제는 무엇인지 보고요.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벌일 앱 생태계 경쟁의 단초를 보는 이야기를 볼게요.

[빅테크] #아마존 #CEO교체
1. 베이조스가 남기고 가는 과제
이제 공식화되었어요. 제프 베이조스는 이제 아마존의 CEO에서 물러나 이번 달에 있을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의 첫 우주비행에 직접 나설 준비를 하고, 그간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온 앤디 재시(Andy Jassy)가 바통을 건네받게 되는데요. 지난 2월에 예고된 CEO 교체의 의미를 많은 미디어가 다룬 가운데, 앤디 재시가 이어가야 할 핵심 사업과 마주할 문제들은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갈 시점이기도 해요.
어느 때보다 강한 기존 사업
아마존의 사업을 이끄는 핵심 사업 두 가지는 바로 이커머스 사업인 아마존 리테일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AWS이죠. 현재의 이커머스 사업은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큰 성장을 이어왔고, 이제 미국의 전체 온라인 판매의 41%를 차지하며, 그 성장은 계속되라라 예상돼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AWS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그리고 알리바바 등의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죠.

아마존은 2020년을 기준으로 3861억 달러(약 436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금융 데이터 분석 기관인 팩트세트(Factset)에 의하면 내년에는 매출액 기준으로 월마트를 앞지르면서 미국에서 가장 덩치가 큰 회사가 될 것으로 예상돼요. 제프 베이조스가 물러나는 것은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CEO직에서 물러난 2000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물러난 2011년, 그리고 래리 페이지가 구글의 CEO직을 내려놓은 2015년과 자주 비교되는데요. 이들 빅테크의 CEO가 물러나던 당시 각 회사와 산업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마존의 사업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성장했고, 사업 환경은 (말할 필요도 없이) 급변했죠.

돌아갈 준비가 된 새로운 사업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준비도 꾸준히 해 온 아마존인데요. 현재 언제 확장할지 기회를 노리는 오프라인 리테일 분야에서는 아마존 고(GO)를 비롯한 계산대 없는 매장 관련 기술을 이미 실험하고 있죠. 관련 기술이 적용된 매장 확대 준비와 함께 기술 라이센싱(licensing) 사업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요. 작년에 시작한 온라인 약국 사업은 헬스케어 산업에서 더 외형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예측되고 있는데요. 사업 초기부터 기존 리테일 사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사업으로 꼽혀요. 이 뿐만 아니라 페덱스, UPS 같은 기업도 위협할 물류 회사를 조용히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죠.

아마존은 이커머스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레 사용자 트래픽을 이용한 디지털 광고 사업도 크게 성장했어요. 최근엔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보유한 영화사인 MGM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과 음악 전반에 걸쳐 확장하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도 계속 키워나가는 중이고요.

플라이휠을 계속 돌린다는 것
성장하면서 새로운 상품 구성을 계속 추가하고, 비용 구조와 가격을 낮추면서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베이조스가 만든 (유명한) 아마존의 플라이휠(Flywheel) 효과인데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배송이 무료가 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별도의 할인 혜택이 있고, 스트리밍 서비스 등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거대한 아마존의 생태계를 확장해 온 비결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아마존의 모든 사업을 연결하는 이 플라이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앤디 재시가 계속 잘해야 하는 일인데요. 요약해서 이야기하면 이미 잘 굴러가는 바퀴를 계속 잘 굴려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먼저 해결해야 할 것들
현재 아마존의 사업 구조만 생각하면 이 거대한 회사를 계속 성장시키는 일은 새로운 CEO가 당연히 해내야 하는 과제로 보여요. 하지만, 커진 덩치와 영향력만큼이나 큰 문제들이 앤디 재시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건 바로 아마존이 일하는 방식과 이로 인해 현재 파생되고 있는 문제들인데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파트너사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제 127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제기하는 다양한 노동 환경 문제에 대한 조명은 아마존도 이제 적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인식시키고 있죠. 지금까지 제프 베이조스는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던 문제들이에요.

아마존이 늘 강조하는 '고객에 대한 집착'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일하는 방식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현재 조명된 문제들은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의 주류 매체의 치밀한 취재로 밝혀지면서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와 관련 제재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어요. 아마존은 자신들의 문제를 마주하고 어떻게든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어요. 회사의 플라이휠은 잘 굴러가겠지만, 새로운 CEO는 이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겠죠.
☕️  성장의 이면이 계속 드러나는 중
얼마 전부터 월스트리트저널은 협력 회사들에 대한 아마존의 부당한 압력 행사와 비정상적인 계약 구조 등을 집중 조명해왔어요. 뉴욕타임스는 수백 건의 인터뷰와 취재가 바탕이 된 아마존의 노동 환경에 대한 보도를 최근 연이어 내고 있고요. 모두가 선망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혁신을 상징하는 회사가 되었지만, 급속 성장한 이면이 크게 드러나는 중이죠.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Amazon’s Antitrust Paradox)를 쓴 리나 칸(Lina Khan)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가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조사와 소송을 총괄할 연방거래위원장이 되면서 (그리고 워낙 광범위한 사업에 걸쳐 여러 일이 폭로되고 있는) 아마존은 향후 빅테크 반독점 조사의 핵심이 될 것이 확실시되는데요. 아마존이 계속 드러나는 문제들에 어떤 대응을 할지가 중요해졌어요.

[빅테크] #윈도우 #애플
2. 마이크로소프트의 계획
마이크로소프트(MS)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게임 스트리밍과 같은 신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인데요. 최근에는 6년만에 PC 운영 체제(OS, Operating Systems)인 윈도우11을 출시했어요. 윈도우는 PC 기반 사업 비중이 큰 MS의 여전한 주력 사업인데요. 오랜만에 출시한 제품을 통해 (구글과 애플을 중심으로 모바일과 앱으로 옮겨간 생태계를 어찌할 순 없어도) PC 기반 앱 생태계를 공고히 하고, 향후 앱 생태계 경쟁에서 존재감을 더 키우겠다는 단초를 보여줬어요.

윈도우즈11을 (PC) 앱 생태계의 중심에 놓겠다고 했어요.  © WSJ Video
안드로이드 앱도 포함된 11
이번에 출시한 윈도우11에서 주목할 점은 아마존의 앱스토어와 협업을 통해 안드로이드 앱도 다운 받을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이제 대표적인 소셜미디어가 된 틱톡(TikTok)과 같은 앱을 윈도우 PC에도 다운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도 전 세계 PC 운영 체제 시장의 75%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윈도우는 앱 생태계가 큰 애플의 macOS와 구글의 크롬 OS에 점유율을 서서히 잃고 있었는데요. MS는 애플과 구글에게 PC 운영 체제의 점유율을 더는 잃지 않고, 앞으로 PC를 기반으로 한 자신들의 앱 생태계도 넓혀가겠다는 복안이에요.

애플을 겨냥한 생태계 확장?
이번 발표를 하면서 CEO인 사티야 나델라는 MS가 앞으로 더 열린 앱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을 개발사들이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 받는 수수료(현재 인앱 결제의 15%, 게임은 12%)도 낮추는 등 더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고요. 이는 최근 에픽 게임즈와의 소송으로 조명된 애플의 앱 생태계와는 반대되는 전략이죠. 애플은 누가 어떤 앱을 배포할 수 있는지를 자신들만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타이트하게 관리하는데요. 윈도우 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한 PC 생태계를 키워야 하는 MS는 애플과 차별되는 기조를 우선 각인시킨 것이기도 해요.

미래 사업에도 이어질 경쟁
월스트리트저널은 MS가 이번 윈도우11을 기점으로 앱 생태계의 미래 경쟁을 위한 준비에 본격 나선 것으로도 보고 있는데요. 빅테크가 모두 바라보는 테크의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 중 하나인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과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시장에서 그 경쟁이 격화되리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MS가 이 시장에서도 열린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공표한 가운데, 애플은 내년에 새로운 하드웨어를 내놓으면서 현재의 앱스토어 규칙과 유사한 기조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일단 예상하고 있어요.

애플은 일전에 MS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게임 패스 얼티메이트(Game Pass Ultimate)의 앱스토어 입점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앱별로 인앱 결제의 통상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애플이 여러 게임이 스트리밍 되는 이 앱의 판매를 허용할 리 없었던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MS의 게임-미디어-엔터테인먼트 개발 부사장인 로리 라이트(Lori Wright)는 최근 에픽 게임즈와 애플의 소송에 에픽 측의 증인으로 등장해 애플의 앱스토어에 입점하는데 합의를 하지 못한 경위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애플은 MS가 에픽의 배후 조종자라고도 의심했지만) MS 입장에서는 대중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새기는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기도 해요. 나란히 2조 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가진 두 기업은 이제 주욱 이어질 경쟁을 이미 시작했어요.
☕️ '반독점'에서 자유로운 자의 반격?
MS는 테크 기업에 대한 역사적인 반독점법 위반 소송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윈도우 운영 체제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번들링해 판매한 행위 등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는 것이 핵심 골자인 이 소송은 현재 다른 빅테크가 모두 마주한 반독점 문제와도 평행해 볼 수 있는 선례인데요. 결과적으로 빌 게이츠가 CEO에서 물러나는 등의 합의를 맺으며 MS의 승리 같지 않은 승리로 끝난 이 소송은 새로운 기술 혁신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의 힘을 빼버렸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모바일에 맞춰 재편이 되던 흐름에 탑승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돼요. 그 사이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중심 생태계와 인터넷의 가장 큰 기업들이 되었죠.

MS는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 CEO인 사티야 나델라가 취임한 2014년까지 꽤 오랜 기간 사업이 정체했지만, 현재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고 게임 스트리밍과 팀즈(Teams) 등의 소프트웨어의 사업을 키워나가며 존재감이 큰 빅테크가 다시 되었어요. 이제는 핵심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들의 정체기를 딛고 일어섰던) 빅테크에게 내주었던 앱 생태계 사업에도 본격 나선 것인데요. 다른 빅테크와는 달리 반독점의 레이더에서도 자유로운 MS는 최근 여러 사업에 걸쳐 적극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어요.

어떻게 보고 계신지 늘 궁금합니다! 요즘 커피팟 어떻게 읽으셨는지 알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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