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에서 우선 버텨야 하는 현실 서브스택(Substack)은 한 때 미디어 시장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던 화제의 스타트업이기도 합니다. 지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큰 기대를 받으면서 큰 투자도 받았고요. 하지만 미디어 시장 전반의 구독제 성장세 하락과 함께 뉴스레터 기반 구독제 붐을 만든 서브스택의 성장세도 이전처럼 이어지지 않았죠.
현재 서브스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미디어 시장의 구조조정이 계속 이어지면서, 점점 서브스택을 이용한 퍼블리케이션이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관련 시장에서는 지배적인 서비스 제공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성장하고 있지만, 이미 받은 큰 투자와 앞으로도 투자를 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들은 더 분발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서브스택이 어떤 사용자를 타겟하면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과연 더 큰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상황인지도 짚어봅니다. |
[미디어] 서브스택이 미디어에 집중하는 이유 어려운 환경에서 우선 버텨야 하는 현실 |
서브스택이 갑자기 저널리즘의 희망이 되는 플랫폼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쉽게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툴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서브스택은 팬데믹과 함께 불어온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바람에 힘입어 큰 투자를 받고 큰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메일 뉴스레터, 즉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이들의 사업 모델은 한계에 부딪혔고, 시리즈 B에서 투자는 멈춰 섰습니다.
앤드리센 호로위츠와 와이콤비네이터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총 8940만 달러(약 1190억 원)의 투자를 받았는데요. 팬데믹으로 인해 콘텐츠 스타트업을 포함한 벤처 생태계 전반에 투자 열풍이 이어지던 2021년에 6500만 달러(약 865억 원)의 큰 투자를 받으면서 6억 5000만 달러(약 8650억 원)의 가치를 기록해 유니콘을 눈앞에 두기도 했죠.
하지만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
시장에서는 '서브스택'이 뉴스레터 프로덕트의 동의어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결국 콘텐츠 공급자들에게 통용되는 것이죠. (이미지: 서브스택) |
유의미한 성장을 이어오긴 했지만
서브스택은 전에는 없던 B2C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만들면서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콘텐츠 퍼블리케이션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나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수익화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진 개인들은 그들의 예상처럼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성과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2021년에는 서브스택을 통해서 100만 명, 2년 후인 2023년에는 200만 명, 그리고 2024년 들어서는 300만 명이 서브스택을 이용해 만든 콘텐츠를 유료 구독하고 있고, 의미가 큰 수치라고도 평가를 받았죠. 쉽지 않은 시장 상황 속에서 비교적 빠르게 만들어 낸 값진 성과라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유료 구독제로 판매하면서 성과를 올리는 미디어 기업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몇 개의 메이저 미디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이들이 받은 투자와 기대만큼의 성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서브스택은 현재 시리즈 B 이후의 투자 진행을 멈춘 상황인데요. 유료 구독료의 10%를 떼어가는 수익 외에 추가적인 수익원을 마련해 더 안정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브스택의 조직 규모에 비해 2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것은 충분한 성과로도 평가했고 그 성장 가능성을 낮지 않게 봤습니다.
하지만, 구독제라는 시장이 정점이 분명히 보이는 이제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매출원이 더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스택은 플랫폼의 '소셜미디어화'도 꿈꾸며,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들의 작업물을 공유하며 활동할 수 있는 트위터 형식의 소셜미디어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광고 등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용자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죠.
더군다나 이들의 돈줄인 벤처캐피털들의 시간은 훨씬 빠르게 움직입니다. 벤처캐피털의 시선으로는 서브스택의 성장도, 서브스택이 노리는 시장도 그 성장이 (현재로서는) 멈춰선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투자를 받았고, 기대만큼의 성장을 이어가면서 벤처캐피털들의 '실패한 투자' 중 하나가 되지 않으려면 서브스택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도 일단 성장 중인 크리에이터들의 유료 구독제 사업을 계속 밀고 가면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뉴욕타임스도 얼마 전에 달성한 1000만 명의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서브스택이 빠른 시일 내 달성하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죠. |
곧 유니콘이 된다는 의미로 '수니콘(Soonicorn)'이라는 딱지도 붙어있지만, 기존에 받은 6억 5000만 달러의 가치는 지금 산정하면 훨씬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곧 유니콘이 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이미지: TRACXN) |
다시 미디어 전도사가 된 서브스택
서브스택의 길은 이제 어떻게든 수익을 내면서 버티고, 훗날 바뀔 시장 기회를 노리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개인과 작은 규모의 조직이 쉽고 편리하게 콘텐츠 퍼블리셔가 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고, 시장 내에서는 그 역량이 가장 잘 쌓인 팀입니다. 후발 주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그중에서는 비하이브(beehiiv)처럼 올해 들어서도 3300만 달러(약 440억 원)라는 유의미한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는 시장이기도 하죠.
여전히 이메일 뉴스레터라는 시장이 큰 규모의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브스택의 주요 '고객'은 이제 미디어 업계 출신 저널리스트들입니다. 미국도 물론 미디어 업황이 안 좋아져 지속해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가운데, 수천 명의 기자들이 매년 자리를 잃고 있는 와중인데요. 이들 중에 이름이 꽤 알려진 저널리스트들은 서브스택을 통해 자신만의 퍼블리케이션을 론칭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서브스택이 이러한 흐름을 주로 장려했었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는 '미디어'를 위한 서비스라는 정체성에 얽매이는 것이 반갑지 않았고, 이는 각종 극단적인 주장들을 하는 퍼블리케이션이 많아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돈이 되는 것은, 미디어로 기능하면서 양극단의 주장을 펴는 팬층이 두터운 이들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서브스택은 실제로 '친나치' 퍼블리케이션에 대한 조치를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취하지 않아 여러 유명 퍼블리케이션이 항의의 뜻으로 서브스택을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었는데요. 서브스택에서 활동하는 다른 미디어와 작가들의 항의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은 사례였습니다. (서브스택이 해당 퍼블리케이션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항의는 그러한 퍼블리케이션들이 플랫폼 내에서 활개를 치면 안된다는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말이죠.)
이렇듯 미디어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정체성은 그 리스크로 인해서도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서브스택에게는 가장 필요한 존재이긴 했지만요) 그래서 초기에는 유명 작가들부터 만화가 그리고 스포츠와 예술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을 비싼 선금을 지불하고 모셔 오는 데도 공을 들였죠.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지 오래입니다.
비싼 선금을 내면서까지 다른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불러오는 것은 마이너스가 크게 나는 사업일 뿐입니다. 이제는 그렇게 쓸 돈도 부족한 상황이고요. 현재는 시장에 나와 있는 유명 저널리스트들, 즉 빠르게 좋은 글을 생산하면서 오디언스를 늘려갈 수 있는 이들을 확보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 다시 급선무입니다. |
정치 뉴스에 특화된 '더 프리 프레스'와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뉴스 미디어인 '더 앵클러'는 서브스택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입니다. 여전히 서브스택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고요. |
또 뉴스 흐름을 보는 중
현재는 2021년과 같은 페이스로 미디어 영역의 인사들이 서브스택을 통해 퍼블리케이션을 열고 있는 흐름인데, 그 성과가 어느정도 나오는 중이에요. 현재 약 22개의 정치, 뉴스, 비즈니스, 테크 분야 퍼블리케이션이 1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고, 1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곳은 1년 새 두 배가 되어 십수 개가 되었다고 서브스택은 밝혔습니다.
여전히 정확한 수치보다는 모호한 수치를 들어 성과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들로 인해 서브스택은 트래픽 증가도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2024년 미국 대선이 고조되어 가면서 뉴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도 분명한 이유라고 볼 수 있고요. 다만 이렇게 정치 이벤트에 의해 커지는 흐름이라면 불안한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0년의 미국 대선을 비롯한 정치 이벤트로 인해서 큰 성장을 이어갔다가, 그 '버프'가 빠지자 추락한 워싱턴 포스트의 사례를 서브스택도 기억해야 합니다. 워싱턴 포스트가 정치 뉴스 사이클이 이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자 구독자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이들을 붙잡아둘 다른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서브스택도 당시 흐름의 일부 수혜를 봤지만, 초기이던 당시에는 메이저 미디어들과 구독자 경쟁은 쉽지 않았어요.
물론 이후 꾸준히 성장한 개별 퍼블리케이션의 면면을 보면 지속가능한 기반을 만들고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더 프리 프레스(The Free Press)인데,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출신 저널리스트인 바리 와이스(Bari Weiss)가 세운 이 미디어는 현재 무료 구독자 75만 명에 8달러의 월 구독료를 내는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확보해 서브스택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퍼블리케이션이 되었습니다.
바리 와이스는 뉴욕타임스 재직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드물게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에디터였고, 몇 편의 칼럼이 트럼프 행정부 당시 내외부적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2020년에 결국 사직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업계의 유명 인물이 된 그는 서브스택을 이용해 굳건한 미디어 기업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사실 더 젊었던 시절부터 떡잎이 남달랐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유료 퍼블리케이션 붐이 일던 당시에 나와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어찌보면 서브스택이 이런 이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기도 하고요)
현재 서브스택에서 잘 나가는 퍼블리케이션은 이처럼 서브스택과 함께 성장해 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서브스택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사용자'들이자 '고객'이기도 하죠. 이런 사례들이 꾸준히 쌓이면서 그래고 꾸준히 버텨온 서브스택은 이제 또 큰 흐름을 기대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콘텐츠의 확보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 중요한 것은 이런 미디어 퍼블리케이션들의 더 큰 성장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
어쨌든 서브스택에 직접 투자를 한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앤드류 첸이나 실리콘밸리의 대표 뉴스레터인 <레니의 프로덕트 레터>의 레니 라칫스키처럼 큰 팔로잉을 가진 이들이 이용하며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서브스택) |
시장을 선도하고는 있지만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하는 퍼블리케이션 산업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업이 그러한 것처럼 기대만큼 빠르고 크게 성장하지 못했을 뿐이죠. 서브스택은 어쨌든 성장세를 이어가는 시장을 만들기도 했고,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서브스택은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계속해서 작은 '피벗(Pivot)'을 해가면서 독립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었다가 미디어를 위한 플랫폼도 되고, 개인을 위한 플랫폼이 되었다가 기업을 위한 플랫폼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이어가는 것은 그 불안한 포지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반응하는 스타트업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큰 투자를 받고 여전히 사업 모델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추가 매출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한 길로 나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까지는 구독료를 받을 수 있는 사용자를 모아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고, 앞으로는 사용자가 흐르는 기반이 만들어져 (결국 미디어 업계의 가장 강력한 매출원인) 광고 수익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그 모습이 현재 추구하는, 사용자들을 모은 현재 서비스의 '소셜미디어화'가 된다면 총등록 사용자가 3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현재 규모를 크게 끌어올려야 합니다. 또한 툴 제공자가 아니라 플랫폼 운영자라는 역량까지 갖추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멈춰있는 투자를 유의미한 규모로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이들은 어쨌든 다음 단계의 투자를 받아 투자자들이 엑싯을 하는 기회도 마련해야 하기도 하죠.
쉽지 않은 길이 남아있는 서브스택의 현재입니다. 버티면서 조금씩 성장한다고 유의미한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을 믿고 큰돈을 투자할 수 있는 이들이 또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수익원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미디어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과 스레드 그리고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 커피팟 로고와 뉴스레터 디자인을 바꾸면서 운영자이자 글쓴이 중 한 명인 제 바이라인도 추가했습니다. 앞으로 직접 쓰는 글에는 모두 바이라인을 추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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