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급한데 너무 강해진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스타벅스의 이야기는 스타벅스의 회장이자 CEO만 세 번을 지낸, 스타벅스의 실질적인 창업자라고도 할 수 있는 하워드 슐츠가 자신이 뽑은 이전 CEO 락스만 나라시만을 압박하던 지난 여름부터 그 현황을 앞서 전해드렸습니다. 이후 나라시만은 치폴레의 대성공을 이끈 브라이언 니콜로 교체되었고, 스타벅스의 고객들과 투자자들은 모두 이 결정을 반기기도 했죠.
하지만 스타벅스가 앞으로 다시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는 풀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CEO가 와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 실행한다고 할지라도요.
현재 스타벅스는 매장이 1만 7000개가 넘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뿐만 아니라, 매장이 7500개가 넘는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두 시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데다가 중국에서는 경쟁자들이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죠. 중국에서는 매장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동일 점포 매출은 가장 크게 빠지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CEO인 브라이언 니콜에게 주어진 과제는 현재 많은 고객들이 기대하듯 "스타벅스의 예전 바이브를 돌려놓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쟁자에게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시류를 놓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스타벅스의 문제는 주식 시장의 투자자들이 기대하듯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개선 사항들이 미국에서의 과제이고, 아예 전략적인 접근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과제입니다. |
[리테일]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스타벅스의 문제 |
여러 우여곡절 끝에 CEO를 교체하고, 어떻게든 회복세를 보이려고 하는 스타벅스의 부활은 미국 시장이 이끌어야 하지만, 전체 매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도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무역전쟁 등으로 냉각되는 와중에도 애플과 함께 중국에서 그 브랜드 파워를 꾸준히 유지해 온 브랜드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팬데믹 와중에 회계 부정으로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파산 선고를 했던 루이싱 커피의 극적인 부활 이후 스타벅스는 점차 중국 시장에서 그 입지가 계속 축소되어 왔죠.
스타벅스는 이런 난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중국 시장에서 로컬 파트너에게 지분을 팔고 전략적인 협력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이는 바로 한국에서 이마트가 스타벅스 코리아(SCK컴퍼니)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방식도 고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로컬화가 시급하다고 보는 상황이기도 하죠. 스타벅스는 브라이언 니콜이 새로운 CEO로 온 이후에도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로부터 경영 개선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우, 중국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제대로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 꾸준히 압박을 이어온 상황이고요.
하지만 중국 시장의 현재 상황을 보면 스타벅스가 예전의 위상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다시 큰 성장세를 만들면서 회복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CEO가 교체된 이후 그 기대감이 커졌지만, 스타벅스가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
같은 라떼의 가격 차이는 3배에 달합니다. 중국 시장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루이싱 커피의 인기가 급격히 커졌고, 이는 스타벅스의 매출에도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는 중입니다. |
루이싱 커피는 2019년에 미국 주식 시장에도 화려하게 데뷔를 했습니다. 당시 6억 4500만 달러를 모으면서 나스닥에 상장되었고, 앞길이 탄탄하게 열린 듯 했죠. 하지만 화려한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너무 빠른 성장을 의심했던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인 머디 워터스의 조사를 시작으로 결국 22억 위안(약 425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뻥튀기한 회계 부정이 밝혀졌고, 결국 2020년 6월에 상장 폐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 증권위원회에는 1억 8000만 달러(약 2520억 원)의 벌금을 내야 했고, 회사는 파산선고를 하면서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도 보였죠. 하지만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커온 루이싱과 그들의 브랜드는 쉽게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이 아니었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회계 부정과 상장 폐지로 미국에서 철수한 지 4년여 만에 화려하게 미국 시장에 다시 크게 진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수렁에서 건져 올린 건 이들이 만든 사업 모델이 아깝다고 생각한 중국의 사모펀드인 센투리움 캐피털 매니지먼트(Centurium Capital)였습니다. 센투리움은 회계 부정 사태로 루이싱이 위기에 빠진 이후 오히려 2억 4000만 달러(약 3370억 원)의 자금을 더 투자하고 소송 비용 등을 감당하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동시에 회계 부정을 저지른 기존의 경영진도 교체했고요. 부정 사태를 저지른 경영진과 임원들이 함께 회사를 떠나도록 했고, 그들을 따라가지 않은 핵심 임원인 제품 개발 수석 부사장인 진이궈가 CEO를 맡게 되었죠.
그리고 키오스크와 모바일 주문 경험을 더 유려하게 만들고, 가격을 낮추고 고객 기호에 맞춘 메뉴를 꾸준히 내놓은 루이싱은 중국 소비자들의 사랑 덕분에 2022년 4월에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현재 센투리움이 대지분을 소유했으며, 기존 창업자도 더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게 되었죠. 이후 직영 체인을 넘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도 확장하면서 급격하게 성장을 해갑니다.
그동안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에서 어려웠던 이유는 바로 이렇게 이어진 루이싱 커피의 급성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
중국 시장 내 성장하는 속도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각 기업 실적 보고서) |
이들은 어느덧 중국에만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21,343개의 지점을 가진 메가 공룡 체인이 되어 있죠. 스타벅스는 중국에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7,596개의 매장을 두고 있고요. 스타벅스도 매장 수가 지속 늘어왔지만,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지난 3분기에 전년 대비 동일 점포 기준 매출이 14%나 하락한 상황입니다. 훨씬 더 저려한 가격대를 보이는 루이싱은 매출도 2023년을 기준으로 스타벅스를 넘어섰습니다. 젊은 중국 인구의 입맛을 맞추고 이들에 맞춘 가격 정책으로 루이싱은 시장을 어느덧 장악해 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루이싱의 부상과 함께 코티(Cotti)와 K커피 같은 비슷한 가격대와 메뉴 구성의 경쟁자들도 시장에서 커지는 효과가 생겼기에 스타벅스는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쟁이 중요한 중국의 1선 도시들에서도 루이싱 커피는 스타벅스를 앞지르고 있는데요. 스타벅스는 자신들이 시작한 중국의 커피 붐을 한 때 그 사업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로컬 체인이 이어가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스타벅스의 고객과 이들 로컬 브랜드와의 고객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군의 일부가 이들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매출을 통해서 증명되고 있죠.
역시나 성장 비결은 로컬 소비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파고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스타벅스가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사항이 다시 상기됩니다.
스타벅스가 애초에 미국에서도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빼앗겼던 것은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기호를 맞추려 하기보다는 효율성에 기반해 더 빠르게 더 비싼 음료의 주문을 소화하는 시스템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시장에서는 모바일 주문과 젊은 고객들의 음료 기호 등 고객들이 선호하는 흐름을 파악하는데 늦었다는 데서 그 공통적인 실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루이싱 커피는 회계 부정 사태와 파산 이후 리브랜딩도 성공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루이싱은 이제 다시 미국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해외로의 확장을 시작한 모양새인데요. 일단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루이싱을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더불어 중국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서서히 확장을 해나가면서 더 성장할 기회를 볼 것으로 예상되죠. 이렇게 특정 타겟군을 대상으로 초기에 안착하게 된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스타벅스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 그래도 경쟁자가 많고, 신경을 쓸 일이 많은 시장이니까요. 그리고 스타벅스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사이 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으로 시장 점유율을 일정 부분 차지해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더 저렴하면서도 젊은 고객들의 기호를 타겟하는 음료로 입소문을 내어간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규모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루이싱이 미국에서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위상을 만들고 경쟁하는 그림을 빠르게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커피 시장 자체가 늘 만만치 않은 경쟁이 이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이죠. 특히 미국의 대도시들에서는 기존의 거대 체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커피 하우스들이 끊임없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살벌한 경쟁이 펼쳐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큰 기대를 받았던 새롭고 '힙했던' 커피 체인인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의 사례도 살펴봐야 합니다. 2021년에 큰 기대를 받고 등장했던 이 스타트업 체인은 2023년까지 뉴욕에서만 100개의 체인을 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그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38개에 그쳐 있습니다. 미국 전체로 따져도 워싱턴DC와 보스턴 등지에만 8개 체인점을 더하면서 46개로 확장하는 데 그쳤죠.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미국에서의 확장이 여의치 않자 해외로 눈을 돌려 영국 시장에 집중했고, 현재 영국에서만 3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자금력도 운영의 노하우도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타겟 시장을 피벗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죠. 커피 체인으로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웬만큼의 특별한 브랜딩과 자금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까다롭게 올라간 소비자의 커피 입맛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대체재의 역할을 특별한 차별점이 확실하게 없다면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뚝딱 만들어서 몇 년 안에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체인 혹은 오랜 기간 시장에 자리잡은 커피숍들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죠.
마찬가지로 루이싱도 중국 시장에서의 급성장 노하우가 쌓였지만, 역시 로컬화를 진행해야 하는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그 개인 정보 보호 우려가 높아진 '중국 기업의 앱'이라는 허들부터 뛰어넘어야 하고요. 물론 틱톡이 그러했듯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런 우려보다는 앱의 편리함과 커피의 매력적인 가격을 어떻게 강조하느냐가 관건일수도 있지만요.
|
"비싸도 편하고 좋은 우리 동네 커피숍"이라는 평가를 회복해 나갈 수 있을까요? 예전의 바이브를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바뀐 커피 산업의 지형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
새롭게 온 브라이언 니콜에 대한 기대감은 높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거시 경제 환경과 스타벅스가 놓여진 환경을 제대로 돌아봐야 합니다. 3개 분기 연속으로 동일 점포 매출이 하락해 온 상황을 돌아보면, "과연 기대대로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죠.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중국에서도 스타벅스가 루이싱 커피의 위상을 앞지르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역시 핵심이 되는 미국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바이브'를 되찾고, 고객들이 4달러에 이르는 아메리카노와 7달러에 이르는 프라푸치노를 선뜻 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요. 이 역시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브라이언 니콜이 취임 이후 취한 가장 큰 액션 중 하나는 미국 매장들에 다시 설탕과 시럽 그리고 우유를 첨가할 수 있는 컨디먼트 바(condiment bar)를 다시 들여오는 것인데요. 이는 고객들의 신뢰를 다시 얻고, 비싼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정당화할 수 있는 액션이 되리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입니다. 물론 길어진 대기 시간을 줄이면서, 바리스타들의 수고도 덜 수 있는 방법이고요.
일단 브라이언 니콜의 취임과 그의 액션들은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주가가 어느새 100달러를 회복한 모습을 그 힌트로 볼 수 있죠. 투자자들은 스타벅스가 예전의 '바이브'를 되찾는 방향이 맞다고 판단하는 듯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엘리엇 매니지먼트처럼 향후 실질적인 성장세 회복을 위해서는 어떤 액션이 이어져야 하는지 냉정하게 짚고 있는 투자자들도 있다는 점을 더 눈여겨봐야 합니다. 언뜻 큰 액션이 아닌 듯하지만, 이는 미국 시장의 고객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를 다시 복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미 고객들은 이 컨디먼트 바를 없애는데 분개를 한 적이 있는데요. 비용 절감을 하면서도 비싼 음료를 더 많이 파는 시스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신뢰를 얻어, 그들이 발길을 끊지 않게 하는 요소'를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스타벅스의 부활에는 이보다 더 큰 시스템 차원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 노력도 이어져야 합니다. 고객 마음대로 커스토마이징 할 수 있는 미국 내 음료 주문 시스템은 제조 시간을 길게 만들면서 바리스타들도 힘들게 한 지 오래인 요소입니다. 이러한 주문 방식을 어떻게 저항 없이 줄일 수 있는지도 스타벅스에게는 큰 과제이죠.
결국, 세상에서 가장 큰 커피 체인이 우선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해야 할 작업은 "가격이 조금 비싸도 내가 늘 편하게 들르는 동네 커피숍"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전 세계 시장의 향후 전략도 다잡는 것인데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작업이 미션이 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미션이 단기간에 뚝딱 달성되기는 어렵겠죠.
|
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종합상사, 해외 이커머스 기업에서 B2B 사업개발 일을 했고, 이후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다가 커피팟을 시작했습니다. 미디어와 리테일, 에너지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4
|
|
스타벅스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무역전쟁 등으로 냉각되는 와중에도 애플과 함께 중국에서 그 브랜드 파워를 꾸준히 유지해 온 브랜드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팬데믹 와중에 회계 부정으로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파산 선고를 했던 루이싱 커피의 극적인 부활 이후 스타벅스는 점차 중국 시장에서 그 입지가 계속 축소되어 왔죠.
스타벅스는 이런 난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중국 시장에서 로컬 파트너에게 지분을 팔고 전략적인 협력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이는 바로 한국에서 이마트가 스타벅스 코리아(SCK컴퍼니)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방식도 고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로컬화가 시급하다고 보는 상황이기도 하죠.
스타벅스는 브라이언 니콜이 새로운 CEO로 온 이후에도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로부터 경영 개선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우, 중국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제대로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 꾸준히 압박을 이어온 상황이고요.
하지만 중국 시장의 현재 상황을 보면 스타벅스가 예전의 위상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다시 큰 성장세를 만들면서 회복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CEO가 교체된 이후 그 기대감이 커졌지만, 스타벅스가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커온 루이싱과 그들의 브랜드는 쉽게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이 아니었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회계 부정과 상장 폐지로 미국에서 철수한 지 4년여 만에 화려하게 미국 시장에 다시 크게 진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수렁에서 건져 올린 건 이들이 만든 사업 모델이 아깝다고 생각한 중국의 사모펀드인 센투리움 캐피털 매니지먼트(Centurium Capital)였습니다. 센투리움은 회계 부정 사태로 루이싱이 위기에 빠진 이후 오히려 2억 4000만 달러(약 3370억 원)의 자금을 더 투자하고 소송 비용 등을 감당하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동시에 회계 부정을 저지른 기존의 경영진도 교체했고요. 부정 사태를 저지른 경영진과 임원들이 함께 회사를 떠나도록 했고, 그들을 따라가지 않은 핵심 임원인 제품 개발 수석 부사장인 진이궈가 CEO를 맡게 되었죠.
그리고 키오스크와 모바일 주문 경험을 더 유려하게 만들고, 가격을 낮추고 고객 기호에 맞춘 메뉴를 꾸준히 내놓은 루이싱은 중국 소비자들의 사랑 덕분에 2022년 4월에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현재 센투리움이 대지분을 소유했으며, 기존 창업자도 더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게 되었죠. 이후 직영 체인을 넘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도 확장하면서 급격하게 성장을 해갑니다.
그동안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에서 어려웠던 이유는 바로 이렇게 이어진 루이싱 커피의 급성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훨씬 더 저려한 가격대를 보이는 루이싱은 매출도 2023년을 기준으로 스타벅스를 넘어섰습니다. 젊은 중국 인구의 입맛을 맞추고 이들에 맞춘 가격 정책으로 루이싱은 시장을 어느덧 장악해 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루이싱의 부상과 함께 코티(Cotti)와 K커피 같은 비슷한 가격대와 메뉴 구성의 경쟁자들도 시장에서 커지는 효과가 생겼기에 스타벅스는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쟁이 중요한 중국의 1선 도시들에서도 루이싱 커피는 스타벅스를 앞지르고 있는데요. 스타벅스는 자신들이 시작한 중국의 커피 붐을 한 때 그 사업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로컬 체인이 이어가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스타벅스의 고객과 이들 로컬 브랜드와의 고객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군의 일부가 이들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매출을 통해서 증명되고 있죠.
역시나 성장 비결은 로컬 소비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파고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스타벅스가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사항이 다시 상기됩니다.
이렇게 특정 타겟군을 대상으로 초기에 안착하게 된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스타벅스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 그래도 경쟁자가 많고, 신경을 쓸 일이 많은 시장이니까요. 그리고 스타벅스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사이 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으로 시장 점유율을 일정 부분 차지해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더 저렴하면서도 젊은 고객들의 기호를 타겟하는 음료로 입소문을 내어간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규모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루이싱이 미국에서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위상을 만들고 경쟁하는 그림을 빠르게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커피 시장 자체가 늘 만만치 않은 경쟁이 이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이죠. 특히 미국의 대도시들에서는 기존의 거대 체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커피 하우스들이 끊임없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살벌한 경쟁이 펼쳐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큰 기대를 받았던 새롭고 '힙했던' 커피 체인인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의 사례도 살펴봐야 합니다. 2021년에 큰 기대를 받고 등장했던 이 스타트업 체인은 2023년까지 뉴욕에서만 100개의 체인을 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그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38개에 그쳐 있습니다. 미국 전체로 따져도 워싱턴DC와 보스턴 등지에만 8개 체인점을 더하면서 46개로 확장하는 데 그쳤죠.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미국에서의 확장이 여의치 않자 해외로 눈을 돌려 영국 시장에 집중했고, 현재 영국에서만 3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자금력도 운영의 노하우도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타겟 시장을 피벗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죠.
커피 체인으로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웬만큼의 특별한 브랜딩과 자금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까다롭게 올라간 소비자의 커피 입맛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대체재의 역할을 특별한 차별점이 확실하게 없다면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뚝딱 만들어서 몇 년 안에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체인 혹은 오랜 기간 시장에 자리잡은 커피숍들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죠.
마찬가지로 루이싱도 중국 시장에서의 급성장 노하우가 쌓였지만, 역시 로컬화를 진행해야 하는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그 개인 정보 보호 우려가 높아진 '중국 기업의 앱'이라는 허들부터 뛰어넘어야 하고요. 물론 틱톡이 그러했듯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런 우려보다는 앱의 편리함과 커피의 매력적인 가격을 어떻게 강조하느냐가 관건일수도 있지만요.
그렇다면 역시 핵심이 되는 미국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바이브'를 되찾고, 고객들이 4달러에 이르는 아메리카노와 7달러에 이르는 프라푸치노를 선뜻 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요. 이 역시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브라이언 니콜이 취임 이후 취한 가장 큰 액션 중 하나는 미국 매장들에 다시 설탕과 시럽 그리고 우유를 첨가할 수 있는 컨디먼트 바(condiment bar)를 다시 들여오는 것인데요. 이는 고객들의 신뢰를 다시 얻고, 비싼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정당화할 수 있는 액션이 되리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입니다. 물론 길어진 대기 시간을 줄이면서, 바리스타들의 수고도 덜 수 있는 방법이고요.
언뜻 큰 액션이 아닌 듯하지만, 이는 미국 시장의 고객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를 다시 복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미 고객들은 이 컨디먼트 바를 없애는데 분개를 한 적이 있는데요. 비용 절감을 하면서도 비싼 음료를 더 많이 파는 시스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신뢰를 얻어, 그들이 발길을 끊지 않게 하는 요소'를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스타벅스의 부활에는 이보다 더 큰 시스템 차원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 노력도 이어져야 합니다. 고객 마음대로 커스토마이징 할 수 있는 미국 내 음료 주문 시스템은 제조 시간을 길게 만들면서 바리스타들도 힘들게 한 지 오래인 요소입니다. 이러한 주문 방식을 어떻게 저항 없이 줄일 수 있는지도 스타벅스에게는 큰 과제이죠.
결국, 세상에서 가장 큰 커피 체인이 우선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해야 할 작업은 "가격이 조금 비싸도 내가 늘 편하게 들르는 동네 커피숍"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전 세계 시장의 향후 전략도 다잡는 것인데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작업이 미션이 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미션이 단기간에 뚝딱 달성되기는 어렵겠죠.
미디어와 리테일, 에너지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 Coffeepo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