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자를 극복해야 하는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를 넘어 고객의 문제부터 바로봐야 하는 새 CEO

2024년 8월 14일 수요일
간밤에 스타벅스의 CEO가 전격적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최근 스타벅스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실적 개선 압박을 해온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스타보드 밸류(Starboard Value)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액션이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사실상 스타벅스의 종신 명예회장인 하워드 슐츠가 크게 영향력을 미친 결정이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최근 스타벅스의 위기는 현재 CEO인 락스만 나라시만의 리더십 하에서 심화되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더욱 퍼지게 된 것은 여전히 스타벅스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하워드 슐츠가 공개적으로 회사의 경영을 비판하고 나서면서입니다. 

새로운 CEO는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치면서 제 몫을 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큰 하워드 슐츠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물론 만약 그가 그만의 방식으로 스타벅스의 부진을 씻어내고, 다시 성장세를 이끌어 낸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은 그러기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얼마 전에 스타벅스의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 그리고 락스만 나라시만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새로운 형국이 그새 펼쳐진 스타벅스의 현황을 살펴보는 이야기로 찾아왔습니다.

모두 좋은 광복절 보내시길 바랄게요! :)

#리테일 #커피하우스
큰 그림자를 극복해야 하는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CEO 교체는 실적 부진이 지속 이어지고, "스타벅스가 예전의 바이브를 찾지 못하고 있다"라는 평가가 지속되는 와중에 일어났기에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CEO 브라이언 니콜(Brian Niccol)에 대한 기대감은 간밤의 주식 시장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는 CEO로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이어받습니다.

브라이언 니콜은 미국의 대표적인 멕시칸 음식 체인인 치폴레(Chipotle)의 대성공을 이끌어 왔습니다. 팬데믹까지 거치면서 많은 레스토랑 브랜드가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뚜렷한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재임 기간 동안 치폴레 주가는 800% 넘게 뛰었죠. 그런 그가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긴다고 하자 치폴레 주가는 어제 10% 넘게 빠지기도 했습니다. 주요 외신에서는 모두 이 점을 짚으며, 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알렸고요. 

푸드 리테일이라는 같은 영역에서 역량이 가장 뛰어난 인재 중 한 명을 스타벅스가 성공적으로 영입한 것은 맞습니다. 이제 관건은 그가 빠르게 스타벅스라는 더 큰 리테일 기업을 다시 성장으로 이끌면서도 기존의 '제3의 공간' 모델을 어떻게 진화 시켜나가는지입니다. 

치폴레의 대성공을 이끈 CEO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스타벅스를 다시 성장하는 브랜드로 이끌 수 있을까요?
당장 집중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지난 몇 개월간 스타벅스 내부에서 일어난 혼란을 되짚어 보면서 스타벅스의 과제는 무엇일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워드 슐츠가 "현재 데이터만 바라보는" 스타벅스의 경영이 잘못되었다고 지난 5월에 링크드인을 통해 지적한 것은 실제 스타벅스의 실적이 역성장을 하고,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객들 사이에서 꾸준히 이어지던 때와 맞물립니다.

고객들이 느끼는 불만을 요약하자면 "가격은 비싸만 지고, 음료도 늦게 나오고, 공간 경험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싼 커피를 파는 '패스트푸드 같은 체인점'이 되어가는 것 아니냐로 바꿔 말할 수 있었고, 이는 사실 스타벅스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면 최악의 평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죠. 그리고 이번 2분기 실적도 역성장을 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위기'라는 단어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제 전 CEO가 된 락스만 나라시만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습니다. 2022년에 락스만 나라시만을 뽑고, 5개월 넘는 시간 동안 '스타벅스 CEO 수련'을 하고, 스타벅스의 철학과 방향을 전수한 것이 하워드 슐츠 본인이었습니다. 2023년 3월에 자리를 넘겨주던 시점에도 이미 스타벅스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는 기울어지고 있던 때였습니다. 다만 그 평가가 숫자로 본격 드러난 것은 2023년 말부터였던 것입니다. 

스타벅스가 '제3의 공간'으로 기능하지 않기 시작한 것은 좋은 경쟁자들이 지속 생겨나고, 커피와 공간에 대한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부터입니다. 이런 문제를 전한 지난 아티클 스타벅스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에서는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 거래 비중(30% 이상)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죠. 또 나라시만은 고객당 음료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음료 커스토마이징을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주문에 과부하를 가져오면서 되레 고객 불만이 커지는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됩니다.

고객의 '경험'이 중시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거래'만 중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죠. 스타벅스의 모바일 혁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양날의 검이 되었던 것이고요.

하워드 슐츠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집도 일터도 아닌 '제3의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모바일 혁신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스타벅스 앞에 놓인 어려운 과제는 누가 와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세계 최고의 푸드 체인 중에 하나인 스타벅스의 성장 방향을 잡는 것 자체가 도전적인 일이고요. 다만 장기적인 비전을 어떻게 세우고, 그 기조에 맞게 단기적인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큰 관건인 것이죠. 하워드 슐츠가 세운 큰 제국은 성장의 정점을 지났고,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문제는 스타벅스의 장기적인 비전도 여전히 하워드 슐츠라는 큰 그림자가 세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아니 하워드 슐츠가 만족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울 수 있는 후계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지분의 약 2%를 소유하고 있으며, 여섯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진 대주주입니다. (개인 주주로는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고요) 그리고 은퇴를 하면서 이사회의 종신 명예회장직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는 여전히 모든 이사회에 참석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그가 은퇴 전 추진한 올리브 오일이 들어간 커피인 '올레아토(Oleato)'의 올리브 오일은 그가 투자한 이탈리아의 회사 파르타나(Partanna)로 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이 회사에 작년에만 2600만 달러(약 350억 원)의 공급 대금을 지불했다고 알려졌죠. 그는 물러났고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마음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이곳저곳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하워드 슐츠가 회사에 끼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고 전해집니다. 일부 핵심 임원들은 여전히 하워드 슐츠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기도 하고요. 세 번이나 CEO를 역임하고, 스타벅스를 지금의 제국으로 키운 공로가 있기에 이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다음 세대의 리더들과 이사회가 세워야만 스타벅스가 다시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역성장을 한 스타벅스는 우선 실적 회복부터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도 로컬 커피하우스들이 '제3의 공간'으로 기능을 대체하기 시작한 지 오래이고,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중국에서는 한때 추락했던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가 다시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여러 로컬 브랜드도 떠오르고 있고요.

스타벅스의 핵심 과제는 그간 추진해 온 복잡한 주문을 소화하면서도 주문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 그리고 테이크 아웃과 모바일 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도 여전히 그 값어치를 하는 커피라는 인식을 다시 고객들에게 심어주는 것입니다. 말은 참 쉽지만, 아주 어려운 과제 앞에 놓여 있는 것이죠. 

락스만 나라시만은 미국 시장에서 매장 리모델링과 새로운 메뉴 출시, 프로모션 강화 등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단기적인 실적을 만회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매장 수 증대와 리워드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하면서 '물량 공세'를 이어가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고요. 하지만 이 중에서 현재 '고객들이 느끼는 스타벅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하워드 슐츠는 그간 "고객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데서 스타벅스가 큰 틀에서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고객이 느끼는 스타벅스의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고객의 경험을 증진 시켜줘야만 스타벅스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새로운 CEO는 우선 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만드는 데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벅스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제시하는 방향성이 어쨌든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의 방향성이 가장 유효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다만 스타벅스가 더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영광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CEO와 그가 구축하는 조직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해야 할 일입니다.

블룸버그의 리테일 전문 칼럼니스트인 안드레아 펠스테드는 새로운 CEO가 스타벅스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금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그 이유는 대주주인 하워드 슐츠와 엘리엇 같은 투자자가 모두 새로운 리더십을 지지할 흔치 않은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기존에 하워드 슐츠가 세우고 간 목표는 2025년까지 연간 수익 성장률 15~20%였는데,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확보한 브라이언 니콜이 무리한 전략을 짜게 되는 이러한 목표부터 바꾸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전임 CEO가 못 가졌던 권한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시간도 벌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기존의 리더십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방향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스레드 그리고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미디어 커피] #어제보낸콘텐츠
크게 엇갈리는 뉴스 미디어들의 상황
뉴욕타임스와 악시오스의 최근 모습이 말해주는 것
뉴욕타임스는 최근 또 좋은 실적을 발표했고, 자신들의 비결을 담은 책도 내고 잘 나가는 것 같았던 악시오스는 처음으로 구조조정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미지: 언스플래쉬, 악시오스)
그 사업 모델이 가장 주목 받아온 두 뉴스 미디어 기업이 최근 엇갈린 행보를 보였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역시나 디지털 구독제 사업과 광고 사업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또 이어간 반면, 악시오스는 500여 명의 직원 중 10%를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죠. 상장 기업이 아니기에 구체적인 실적 수치를 밝힌 적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광고와 스폰서십 사업이 수익의 대부분인 구조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원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내고, 지속해서 성장을 해가는 몇 안 되는 뉴스 미디어입니다. 모두가 그들의 성공 모델을 참고하고 본받으려고 해왔죠. 악시오스는 뉴스레터로 시작한 뉴미디어 실험의 희망이었습니다. 바이스와 버즈피드라는 소셜미디어 기반 뉴미디어가 무너지고,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통로를 개척해 주류 미디어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였죠. 

이런 이들이 지금 시점에 이렇게 실적이 엇갈리는 모습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최근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의 현황을 살펴보면서 시장의 모습을 짚어보겠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모습으로 대비해 볼 수도 있지만, 새로운 모델을 자리 잡게 한 대표적인 미디어들로 바라봐야 합니다.

현재 이런 이들의 엇갈리는 모습은 미디어 업계 앞에 지금 어떤 숙제가 놓여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 어제 전한 [미디어 커피] 아직 못 보셨다면 꼭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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