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지가 가라앉은 시장의 버크셔 해서웨이

[부엉이의 차트피셜] 5화. 건재한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모두가 인정하는 버핏 매니아인 부엉이의 차트피셜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2년 주주 서한의 핵심 내용을 발췌 및 번역했고, 특유의 해석을 더했습니다. 주주 서한이 나온 이후 국내외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핵심 중의 핵심을 뽑아낸 전문가의 분석을 전합니다. 

늘 그렇듯이 투자 권유나 조언이 아니에요.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기업의 1년을 돌아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며 곱씹어 볼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 소개는 짧게 마칩니다. 특유의 위트와 겸손이 담긴 버핏의 주주 서한부터 재밌게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부엉이의 차트피셜] 5화.
먼지가 가라앉은 시장의 버크셔 해서웨이
건재한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매년 2월 마지막 토요일에 워런 버핏이 직접 작성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서한이 올라온다. 이 주주 서한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 구루이자 거대 기업 집단의 회장인 워런 버핏의 투자와 지혜를 담고 있다.

버핏은 며칠 전 올린 2022년 주주 서한을 통해 투자 성공의 비결(Secret Sauce)을 "장기 지속 가능한 경제적 특성을 가진 기업에 유의미한 액수를 투자하는 것이다"이라고 했다. 직관적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실천하기 어려운 두리뭉실한 조언이다. 장기 지속 가능한 기업을 어떻게 식별할까?

또한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역동성 덕분에 순항할 수 있었으며, 미국에 반대되는 베팅은 앞으로도 하지 말라고 했다. 향후에도 미국 주식이 독야청청 다른 나라 주식 시장을 다 제치고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일까?

자, 우선 주주 서한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각 대목을 하나씩 짚어보려고 한다. 당연히 이번에도 투자 조언이나 종목 분석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 집단이자 투자 회사라고 할 수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기업의 1년을 분석하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이제 99세가 된 버핏의 영원한 파트너 찰리 멍거에 대한 조명도 해본다. 버핏은 그가 있어 행운아였다.
늘 이렇게 직관적이고 담백하게 주주 서한이 업로드되고 있다.  
1. 주주 서한 핵심 발췌 번역
여전한 위트와 찰리 멍거에 대한 헌사
2022년 주주 서한
주식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우리가 하는 일
(What We Do)
찰리와 저는 여러분이 버크셔에 투자한 돈을 두 가지 서로 연관된 형태의 소유권에 배분합니다. 첫째, 우리는 지분을 100% 인수해서 경영권을 행사할 기업에 투자합니다. 버크셔는 이러한 자회사들의 자본 배분을 결정하고, CEO를 선임합니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CEO가 수행합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두 번째 범주는 상장 주식을 매수해서 해당 기업의 소유권 일부를 수동적으로 보유하는 것입니다. 이런 투자에 대해서는 우리가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형태의 투자 모두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장기 지속 가능한 경제적 특성과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를 갖춘 기업에 유의미한 액수를 투자하는 것입니다. 찰리와 내가 주식을 고르는 사람(Stock-pickers)이 아니라, 기업을 고르는 사람(Business-pickers)임을 명심해 주세요.

오랫동안 저는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버크셔가 보유한 광범위한 기업 목록에는 아주 특별한 경쟁력을 가진 극소수의 기업, 적당히 좋은 다수의 기업, 그리고 대다수의 그저 그런 역량의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투자를 해 온 과정에서 제가 투자했던 다수의 기업들이 사라졌고, 제품은 대중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자본주의는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패자(Loser)들을 생산하는 동시에, 개선된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합니다.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의 투자 성적표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 58년 동안 버크셔를 경영하면서 저의 자본 배분 결정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잘못된 결정을 내렸는데 행운이 찾아와 구원받은 경우들도 있습니다. US항공(USAir)과 살로몬(Salomon Brothers) 투자와 같은 재앙에서 탈출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버크셔의 만족스러운 투자 성과는 10개 남짓한 정말 좋은 투자 결정의 결과입니다. 대체로 5년에 한 번 그런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나의 투자 비법
(The Secret Sauce)
1994년 8월에 버크셔는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코카콜라 주식 4억 주의 매입을 7년만에 완료했습니다. 총매입 금액은 13억 달러(약 1조 6965억 원)로 당시에는 버크셔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가 큰 금액이었습니다.

1994년 우리가 코카콜라로부터 수취한 현금 배당금은 7500만 달러(약 980억 원)였습니다. 2022년까지 코카콜라 배당금은 7억 400만 달러(약 9190억 원)로 늘어났습니다. 매년 생일이 오는 것처럼 배당금이 늘어났죠. 우리는 배당금이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이하 아멕스(AMEX)) 투자도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버크셔는 아멕스 투자를 1995년에 완료했고, (우연하게도) 코카콜라와 비슷한 13억 달러(약 1조 6965억 원)를 썼습니다. 이 투자에서 수취한 배당금은 4100만 달러(약 535억 원)에서 3억 200만 달러(약 3940억 원)로 증가했습니다. 아멕스의 배당금 역시 계속 증가할 것 같습니다.

배당금 증가는 주가 상승에 매우 중요합니다. 2022년 말, 버크셔의 코카콜라 지분 가치는 250억 달러(약 32조 6200억 원), 아멕스 지분 가치는 220억 달러(약 28조 7060억 원)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이 지점에 있습니다. 길게 보면 소수의 승자 단 몇 개가 아주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투자를 일찍 시작해서 90세까지 사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022년 사업성과 요약
(The Past Year in Brief)
2022년에는 우리의 중요한 투자자산인 애플, 아멕스의 자사주 매입과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버크셔의) 주당 내재가치가 아주 조금 상승했습니다. 버크셔는 유통주식의 1.2%를 매입함으로써 우리가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주주들의 지분율을 늘렸습니다. 애플과 아멕스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추가 비용 없이 (애플과 아멕스에 대한) 버크셔의 지분을 조금 늘려주었습니다.

계산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으로) 주식 수가 감소하면 우리가 보유한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지분율이 증가합니다. 주주들의 지분 가치에 도움이 되는 적정가격(value-accretive price)에 자사주 매입이 이루어지면 작은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주주에게) 도움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지나친 가격을 지불하면 주주들은 손해를 봅니다.

적정가격(value-accretive price)에 이루어진 자사주 매입은 모든 주주에게 이득이 됩니다.

누군가 모든 자사주 매입이 주주와 국가에 해롭다거나, 혹은 CEO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경제에 문외한이거나 사기꾼입니다.

58년, 그리고 몇 개의 숫자들
(58 Years – and a Few Figures)
1965년 버크셔는 뉴잉글랜드의 쇠락하는 섬유회사였습니다. 산업 전망이 어두웠기 때문에 버크셔는 빠른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저는 당시 버크셔가 가진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1967년에 보험회사인 내셔널 인뎀니티(National Indemnity)를 인수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자원을 보험 사업과 비섬유 사업으로 돌렸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지속적인 이익잉여금의 축적, 복리의 힘, 중대한 실수 피하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인) 미국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에 힘입어 2023년에 당도했습니다. 미국은 버크셔 없이도 잘 해낼 수 있었겠지만, 버크셔는 미국이 아니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2022년 말 버크셔는 8개 거대 기업의 최대 주주입니다. 아멕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쉐브론, 코카콜라, HP, 무디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파라마운트 글로벌이죠. 또 버크셔는 철도회사인 BNSF의 지분 100%,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의 92%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회사의 이익은 30억 달러(약 3조 9030억 원)가 넘습니다. 

거대 기업 집단인 버크셔는 그 어떤 미국 기업보다 미국의 경제적 미래와 한배를 타고 있습니다. 또 버크셔의 보험 사업은 BNSF와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에 비견할 만한 가치를 지녔습니다.

앞으로도 버크셔는 다양한 기업들, 충분한 현금, 그리고 미국 단기국채를 항상 보유할 것입니다. 

연방 세금에 대한 놀라운 사실 몇 가지
(Some Surprising Facts About Federal Taxes)
지난 10년 동안 미국 재무부는 개인소득세(48%), 사회보장세(34.5%), 법인세(8.5%), 그리고 기타 다양한 소액 세금 등을 통해 32조 달러(약 4경 1907조 원)의 세금 수입을 거뒀습니다. 해당 기간 버크셔 해서웨이가 납부한 법인세는 320억 달러(약 41조 9070억 원)로, 재무부 전체 세금 수입의 0.1% 수준입니다.

버크셔만큼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자가 1000명만 더 있다면, 미국의 기업과 1억 3100만 가구 중 어느 누구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세금과 관련해서, 버크셔 주주들은 "세금을 분명히 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버크셔는 더 많은 세금을 내기를 희망하고 또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역동성이 버크셔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한 만큼 우리는 빚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80년 동안 투자를 해왔습니다. 이는 미국 역사의 1/3에 해당하는 기간입니다. 저는 미국에 장기적으로 반대하는 베팅을 해서 성공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파트너보다 좋은 것은 없다
(Nothing Beats Having a Great Partner)
찰리와 나는 생각이 아주 비슷합니다. 하지만 내가 설명하는 데 한 페이지가 필요하다면, 찰리는 한 문장이면 족합니다.

다음은 그의 생각 중 일부입니다. 최근에 그가 나온 팟캐스트에서 뽑은 것들도 많죠.

  • 세상은 어리석은 도박꾼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들은 인내심을 갖춘 투자자들만 못 할 것이다.
  • 인내심은 배울 수 있다. 한 가지에 장기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은 큰 장점이다.
  • 항해할 수 있는 배까지 헤엄칠 수 있다면, 가라앉는 배와 함께 떠내려가지 말아라.
  • 투자에 100% 확실한 것은 없다. 따라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리 큰 숫자도 0을 곱하면 0이 된다.
  • 당신이 위대한 투자자가 되길 원한다면 계속 배워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변하면 당신도 변해야 한다.
  • 워런과 나는 수십 년 동안 철도 주식을 싫어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고, 미국에는 4개의 거대한 철도회사만 남았다. 우리는 이 변화를 뒤늦게 눈치챘지만, 늦더라도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

  • 마지막으로 수십년 간 찰리의 결정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문장을 제가 더해보겠습니다. "워런, 조금 더 생각해 봐. 당신은 똑똑하고, 내가 옳아."

우리는 이 이야기대로 이어왔지요. 찰리와는 전화 한 통을 해도 꼭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그는 내가 골똘히 생각하게 만들고, 동시에 웃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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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저 격언 리스트에 제 생각도 하나 넣고 싶습니다. 

아주 똑똑하고, 높은 격의 파트너를 찾으세요. 당신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으면 좋을 것 같고요. 그리고 그가 말하는 바를 아주 주의 깊게 들으세요.
2. 투자자의 해석
건재하고 건재한 버크셔 해서웨이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와 S&P500지수 추이(데이터: 블룸버그, 2013년 1월 주가 및 지수를 100으로 조정)  
2020~2021년 팬데믹 기간의 상대적인 부진은 짧았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시장에 지지 않는다.
2022년 한 해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4% 상승했다. 1965년 이후 연평균 19.8% 성장했던 과거 대비 실망스럽지만, 작년에 -18.1% 하락(배당 수익 포함)한 S&P500 지수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2013년 이후 장기간 S&P500 지수를 이기지 못했다. 2020년과 2021년 사이에는 S&P500 성과에 뒤처졌고, 해당 기간 나스닥 지수 성과에는 크게 미달했다. 테크 및 성장주 투자자를 중심으로 늙은 버핏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조롱도 들려왔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모든 것이 뒤집혔다. 금리가 큰 폭 오르면서 성장주를 중심으로 가격이 50~90% 폭락한 것이다. 반면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역경을 딛고 꾸역꾸역 올랐다. 이제 누구도 버핏을 조롱하지 못한다.

작년 버크셔 해서웨이에 특별한 전략적 결정이나 변화는 없었다.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들은 항상 해오던 일을 예년과 다름없이 했다. 즉, 꾸준히 돈을 벌었다. 2022년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사업부별 순이익(자료: 버크셔 해서웨이 2022년 연차보고서)
투자 포트폴리오가 부진했지만, 주식 가치 변동은 계속되는 중이고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보험, 철도, 유틸리티 및 에너지, 제조업/서비스/소매 등 회사의 모든 사업부 순이익이 증가했다. 해당 기간 에너지 회사를 제외한 S&P500 기업의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 포트폴리오 손실로 기업 전체 순이익은 적자가 났지만, 주식 가치의 변동은 늘상 있는 일이다. 버크셔는 2022년 말 기준 약 3,088억 달러(한화 400조 원)의 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73%가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4개 회사 지분이다.

버핏도 주식의 시장 가치 변동을 당기순이익에 반영하는 회계 방식은 기업의 진정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므로 자회사 영업이익에 집중해야 한다고 자주 강조해왔다. 특히, 버크셔처럼 상장 지분이 많은 경우 주가 크게 오른 해에는 어마어마한 순이익이 기재 된다.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들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이익을 늘렸고, 새로운 기회에 재투자했다. '주가'라는 결과는 뒤늦게 뒤따라왔을 뿐이다.

버핏이 말한 비결 아닌 비결
버핏은 금번 주주 서한에서 투자의 비결을 (1) 믿을 수 있는 경영자가 경영하는, (2) 뛰어난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에 (3) 유의미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간결하게 정리했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으며, 버크셔에도 5년에 한 번 정도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겨우 10개가 조금 넘는 투자만이 압도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버핏은 그중에서도 성공 사례로 코카콜라와 아메리칸 익스프레를 언급했다.

버핏에게 나머지 10개의 압도적인 투자는 무엇이었을까? 과거 버핏의 발언과 언론 기사로 추정하건대 주주총회 때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앞에 (코카콜라와 함께) 놓여 있어 그들이 질문을 받으며 요기를 하는 시즈 캔디, 그들이 사랑하는 신문을 발행하는 워싱턴 포스트, 보험사인 가이코, 가구 회사인 네브래스카 퍼니쳐 마트, 금융사 웰스파고,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철도회사 BNSF(벌링턴 노던 산타페) 정도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런 압도적인 종목의 특징을 분석해서 다음 승자를 골라낼 수 있을까?

다음 타자를 골라내기는 당연히 어렵지만, 12개의 승자가 공통으로 보여준 사후적 특성은 하나 꼽을 수 있다.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당 배당금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승자의 모습은 바로 이런 그래프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버핏의 승자들은 매년 이익이 조금씩 증가했고, 이에 따라 배당금도 늘려왔다. 버핏은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자주 언급했다. 여기서 '해자'란 강력한 브랜드 가치, 압도적 가격 경쟁력, 특허 및 라이센스에 의한 독과점 등 경쟁자보다 높은 자본 수익률을 지속시켜주는 힘이다. '해자'를 가진 기업은 경쟁자를 손쉽게 물리치고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익과 배당이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1991년 주당 12센트였던 코카콜라 배당금은 2022년에 1.76달러로 1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주당 배당금도 33센트에서 2.08달러로 증가했다. 위대한 기업을 장기 보유한 결과 매년 배당금이 투자 원금 수준에 이르렀다.

1980년대 해외시장에서 코카콜라 소비량이 폭증하고 있었다. 1987년 미국의 코카콜라 소비량은 단 1% 증가했는데, 일본, 브라질, 남미, 중국 등에서는 10% 이상 증가했다. 해외 매출 증가로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청량음료 사업 부분에서 영업이익이 매년 20%씩 성장했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코카콜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성장주'였다. 주당 순이익도 1987년 이전 10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증가했다. 1977년~1987년 코카콜라의 주당 순이익은 연평균 12% 늘어났다. 

책 <포춘으로 읽는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에 나온 코카콜라에 대한 당시 그의 생각도 살펴보자.

"만일 당신의 삶에서 단 한 차례라도 훌륭한 비즈니스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코카콜라는 세계 최고의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히 합리적인 가격에 팔려 나가는 이 회사의 제품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합니다. 1인당 콜라 소비량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세상 어느 곳에도 이런 제품은 없을 것입니다" - 책 <포춘으로 읽는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 중

버핏은 1987년 뉴욕 증시의 블랙 먼데이 폭락을 기회로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1989년에는 이들의 지분 약 7%를 취득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마찬가지로 좋은 타이밍에 사들였다. 1990년대 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무능한 경영진 아래서 신음하고 있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시장점유율을 잃고 있었고, 해외 비즈니스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버핏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문제가 일시적이라고 믿었다.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미래에는 강력한 현금흐름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아멕스의 법인카드 비즈니스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미래가 밝은 사업이었다. 1994년 버크셔는 아멕스 지분 총 10%를 소유하게 된다.

버핏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었으나, 결국 버핏이 옳았다.
버크셔, S&P500, 독일, 영국, 프랑스 지수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2022년 1월 주기 및 지수를 100으로 조정)
미국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버핏의 미국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미국 시장에 대한 확고한 믿음
버핏은 "미국의 역동성 덕분에 버크셔 해서웨이가 순항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 어느 기업보다 미국의 경제적 미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미국 기업과 미국 단기채권을 보유할 것이다.

S&P500 지수는 1965년 이후로 연평균 9.9% 증가(배당금 포함)하였으며, 이는 다른 선진국 증시 수익률을 1~2% 웃돈다. 미국 경제와 자본시장의 순풍에 힘입어 버크셔 해서웨이도 장기간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1965년 이후 누적 수익률은 3,787,464%에 이른다. (그렇다. 378만 7464퍼센트이다)

버핏은 향후에도 미국 증시가 다른 선진국 및 신흥국 증시를 압도할 것으로 보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2022년 미국 증시는 다른 선진국 증시에 크게 뒤처졌다. 심지어 2022년 1월 이후 성과 기준으로 영국과 프랑스 증시가 버크셔 해서웨이를 앞질렀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진 이자율에 힘입어 다른 선진국보다 테크 등 성장주 비중이 높은 미국 증시가 월등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미국 증시와 다른 선진국 증시의 갭이 좁혀지고 있다.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S&P500 PBR 및 PER 기준)이 아직도 과거 평균보다 높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 미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은 향후에도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

버핏은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미국'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 최강국에 태어나 기업들이 자본주의 순풍을 타는 환경에서 80년 동안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버크셔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버핏조차도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한 시점에는 모든 투자를 청산한 전례가 있다.  버핏은 1968년 증시 버블을 겪고 앞으로 주식 투자로 돈 벌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1969년 버핏은 투자조합을 청산하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준다. 그리고 1974년 증시가 완전히 바닥을 칠 때까지 투자를 최대한 자제했다.

하지만 버핏이 미국 '만세'를 외쳤다고 해서 미국 증시가 계속 선방할 것이라고 짐작하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대부분의 자산을 미국에만 투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조차도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비싸지면 발을 뺀다. 
'옳음'에 대해 확신에 차 보이는 중년 시절의 찰리 멍거. 오른쪽은 한국어로도 번역된 <찰리 멍거 자네가 옳아!>의 원서.
버핏은 멍거를 보낼 수 있을까?
올해 99세인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는 5월 예정된 주주총회에도 참석 예정이다. 작년에도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그가 정정한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다.

멍거는 버핏의 투자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버핏은 1960년대까지 소위 '담배꽁초' 투자라는 초저평가 주식 발굴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시가총액이 보유 현금 가치 이하로 떨어진 주식을 매입하면 돈을 잃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회사는 사업이 시원찮은 경우가 많으므로 큰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 

멍거는 버핏에게 "아주 훌륭한 기업을 제값 주고 사라"고 했다. 그게 장기적으로 '담배꽁초' 줍는 것보다 수익이 좋다는 것이다. 버핏은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멍거의 조언을 본인의 투자 철학에 완전히 받아들였다. 

1972년 버핏이 인수한 (그리고 50년째 자랑하는) 시즈캔디는 버핏의 기준에서 비싼 회사였다. 시즈캔디 인수 이전 버핏은 PER 5배 미만의 주식을 선호했는데, 시즈캔디는 인수 가격으로 10~12배를 요구했다. 

버핏은 시즈캔디 인수를 망설였으나, 멍거의 조언에 따르며 매입을 결정했다.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저자본 사업은 충분히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 시즈캔디는 50년 동안 매년 더 많은 돈을 벌었고, 버핏은 그 돈으로 다른 유망 투자처를 발굴했다.

멍거의 투자 조언에는 유독 '인내(Patience)'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멍거는 투자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1) 평균 이상의 지능과 (2) 인내 라고도 했다. 

앞서 버핏도 좋은 투자 기회는 대체로 5년에 한 번씩 왔다고 했다. 하지만 기회가 올 때까지 5년 동안 묵묵히 기다릴 수 있는 '인내'를 가진 사람은 아주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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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릴 예정이에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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