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차트피셜] 17화. 사상 최대 실적과 현금이 가리고 있는 것들 최근 평생의 파트너 찰리 멍거를 떠나보낸 94세의 워런 버핏은 여전히 버크셔 해서웨이와 함께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2023년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현금까지 쌓아놓은 상황이죠. 하지만 워런 버핏도 이제 마지막 여정을 준비해야 하는 이때, 버크셔 해서웨이는 어쩌면 또다시 도전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사상 최대치의 실적을 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해가 그 정점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금은 두둑이 쌓여있지만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한 시장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처 역시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버크셔 해서웨이가 수십 년간의 누적 성장률이 압도적으로(라고 표현해도 담을 수 없을 만큼) 높을 수 있었던 가증 큰 비결은 효율적인 '자본배분'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이 일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 낸 것이 워런 버핏이었고요. 하지만 그런 워런 버핏도 현재 마땅히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면서, 워런 버핏에게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미래와 자신의 레거시를 위해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죠.
과연 워런 버핏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요? 현재로서는 그의 자본배분 역량을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워런 버핏이 때가 아닌데 액션을 취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전합니다. 평생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에게 바친 헌사와 2023년 주주서한 발표를 계기로 워런 버핏의 마지막 승부수는 무엇이 될지를 살펴보면서요.
오히려 때를 기다리고, 설령 그에게 남은 시간 동안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원칙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가 만든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어쩌면 가장 멋진 마지막 승부수일 수 있습니다. |
[부엉이의 차트피셜] 버핏이 걸어야 하는 마지막 승부 사상 최대 실적과 현금이 가리고 있는 것들 |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3년 결산 실적과 함께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이 공개됐다. 결산실적을 보면 2023년 말 현금 보유량이 1676억 달러(약 223조 원)로 사상 최대치에 도달고, 사업 자회사들은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보험, 철도, 에너지(발전), 그리고 기타 수백 개의 자회사로 구성된 기업 집단은 한 해 373억 달러(약 50조원)를 벌었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엄청난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투자 구루의 기업 집단은 탄탄대로에 올라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버크셔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 버크셔의 성장 비결인 자본배분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앞날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고령의 회장이 완수해야 할 임무가 막중하지만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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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을 맞이한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 버핏과 함께 그 이후의 미래를 더 선명하게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지: HBO 다큐멘터리, <비커밍 워런 버핏> 중) |
넘치는 현금을 어찌할까 버크셔는 주로 보험 자회사들을 통해 여유 현금을 비축했다가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 아낌없이 꺼내 쓴다. 버핏이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항상 넉넉하게 현금을 보유한다"라고 했던 만큼 버크셔는 일반적인 회사보다 많은 여유 자금을 현금으로 굴리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대부분 1년 이내 단기 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 국채 수익률 수준의 이자도 받는다.
자회사들이 끊임없이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때문에 매년 막대한 금액을 태워 없애지 않으면 현금 보유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에는 400억 달러(약 53조 2000억 원) 내외였던 현금 잔고가 회사가 성장하면서 2010년대 말에는 1200억 달러(약 159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늘었다. 따라서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 현금의 총량이 아닌 회사 총자산 대비 현금 비율을 봐야 한다. |
버크셔 해서웨이 현금 및 현금 비중 (데이터: 블룸버그) 현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현금 비중도 '관리되어' 왔다는 점도 봐야 한다. |
총자산 대비 현금 비율은 지난 20년간 10~20% 사이에서 움직였다.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시기에 비율이 늘었다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시기에 감소한다. 현금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 평균보다 높은 17% 수준에서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버핏이 공격적으로 투자한 2008년~2013년 사이에 10% 아래로 줄였다. 자산 가격이 저평가된 시기에 버핏이 상장 주식 매수, 기업 인수 등을 진행하면서 2008~2013년 현금 잔고는 400억 달러(약 53조 2000억 원) 내외를 유지했다. 해당 기간 버핏은 다수의 상장 주식을 염가에 매입하고, 현재 주요 자회사 중 하나인 BNSF(Burlington Northern Santa Fe)를 인수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2020년에 현금 비율은 18%까지 증가했으나, 2021년 중 버핏이 자사주 및 상장사 주식을 매수하고 몇몇 자회사를 인수하면서 10%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급락할 때 주식을 50억 달러(약 6조 6580억 원) 가량 매입한 2022년 이후로는 투자가 줄어들면서 현재 15% 수준이다.
버핏이 현금을 소진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 상장 주식을 매입한다. 2008~2009년에는 주식 가격이 폭락한 기회를 활용하여 골드만삭스, 제네럴 일렉트릭스(GE), 뱅크오브어메리카 등 굵직한 투자를 집행했다. 2018년 말에는 애플 주식을 저가에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 자회사를 인수한다. 이 경우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여 자회사로 편입하고,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경영에 관여한다. 1998년에 인수한 재보험 회사 제너럴 리, 1999년 매입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이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로 사명 변경), 북미 지역 최대 철도회사인 BNSF(2010년 매수) 등 현재 주요 사업 자회사가 모두 인수로 탄생했다.
- 자사주를 매입한다. 버핏은 작년에도 약 90억 달러(약 12조 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적정 가치 이하로 떨어지거나, 다른 상장 주식들 대비 저평가되어 있을 때 자사주를 매입하곤 했다.
정황상 2024년에는 현금 비율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우선, 버핏 기준에 현재 미국 증시는 (어느 정도는)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증시 조정이 없다면 적극적인 미국 주식 투자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또, 대규모 자회사 인수 가능성도 낮다. 버핏은 올해 주주서한에서 자회사 인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졌을 뿐 아니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버크셔의 순자산은 5610억 달러(약 746조 9720억 원)로 S&P500 전체의 6%를 차지한다. 버크셔 해서웨이 크기에 걸맞는 유의미한 인수 대상은 미국에 몇 개 되지 않고, 당장 매수가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버크셔의 현금은 2023년 한 해 390억 달러(약 51조 9300억 원)가 늘었다. 현재 추세로는 연말에 2000억(약 266조 원) 달러가 넘어설 수도 있다. |
버핏 지수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버핏 지수는 최근 주가가 높다는 경고를 다시 보내고 있다. |
'버핏 지수'는 경고를 보내고버핏은 일찍이 GDP(Gross Dometic Product, 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증시의 밸류에이션 정도를 살펴보는 '단 하나'의 가장 좋은 지표라고 소개한 적 있다. 버핏은 (지금도 여전히 인용되는) 2001년 포춘지(Fortune) 기고 글에서 미국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민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 차트를 보여주며 2년 전(1999년) 해당 비율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버블의) 강한 경고 신호였다고 언급했다.
해당 계산식은 '버핏 지수(Buffett Index)'로 명명됐다*. 이후 학자들이 해당 지수의 유의성을 검증한 결과 통계적으로 예측력도 높은 것으로 판명됐다. * 버핏이 해당 지수를 처음 소개할 당시에는 분모에 GNP를 사용했으나,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편의상 GDP를 더 많이 사용한다.
버핏 지수의 논리는 직관적이다. 모든 기업의 총이익증가율이 (아주) 장기에는 GDP 증가율에 수렴해야 한다. 경제의 전체 성장분 대비 기업 이익이 무한정 증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률도 장기에는 기업 이익 증가률에 수렴해야 한다. 따라서 주가지수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 혹은 기업 이익 증가율을 한참 앞선다면 증시가 고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평가된 증시에 투자한다면 향후 수익률은 저조할 것이다.
현재 버핏 지수는 다시 한번 경고를 보낸다. 2월 말 기준 버핏 인덱스는 191%로 지난 20년 평균(130%)를 아득히 넘어섰다. 2000년 버블 정점에도 버핏 인덱스는 150%였다. 미국 금융시장이 성장하면서 해당 지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해온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수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로도 미국 증시는 싸지 않다. 주식 가치평가 척도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주가수익비율(주가지수/직전 12개월 주당순이익)은 2월 말 현재 24배로 2000년 이후 평균 19배 대비 높은 수준이다. 버핏도 증시가 고평가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버핏은 주식을 순매도했다. 버핏은 240억 달러(약 31조 9680억 원)의 주식을 매도했으며, 최대 포지션인 애플 지분율이 6.9%에서 5.9%로 1% 줄었다. 일본 상사 주식, 옥시덴탈(Occidental Petroleum), 쉐브론 등 일부 주식을 매수하긴 했지만, 매도 규모가 더 많았다. 주가 밸류에이션 지표들이 작년보다 더 높아진 올해 버핏이 주식을 적극 매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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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주가수익비율(PER) (데이터: 블룸버그) 주가수익비율을 살펴봐야 미국 주식이 지금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상 최대 실적에 가려진 것버크셔의 자회사들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회사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70억 달러(약 9조 3240억 원) 이상 증가한 373억 달러(약 49조 6840억 원)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실적은 보험 자회사들이 이끌었는데, 최근 전 지구적으로 보험료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버크셔의 보험 수익도 수혜를 입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화재 등 자연재해가 잦아지자 보험 회사들은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단기 국채가 5% 이상 수익을 제공하면서 보험 자회사가 보유한 현금 잔고의 투자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예상치 못한 지진이나 해일 등 광범위한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보험 자회사들은 당분간 유리한 사업 환경을 누릴 예정이다. |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 영업 수익(단위: 백만 달러, 자료: 버크셔 해서웨이 연차 보고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실적이다. 앞으로 지속될 수 있는 실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
하지만 핵심 사업의 다른 두 축인 에너지와 철도의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 했을 뿐 아니라, 사업 환경이 구조적으로 악화된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에도 이익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우선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의 자회사인 퍼시픽코프 일렉트릭(PacifiCorp Electric Utility)는 화재 배상금으로 작년에만 6억 31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오레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2020년과 2022년에 발생한 화재로 이미 24억 달러를 지급했는데, 소송이 8억 달러 규모로 걸려있어 향후 배상금이 몇 배로 불어날 위험이 있다*. 발전회사의 노후된 송배전 설비가 잦은 합선을 일으키는데, 기후 변화로 일부 지역이 지나치게 건조해지면서 대형 화재로 빈번하게 이어진다. 앞으로도 화재 위험은 전력 산업 전체에 부담이 될 것이다.
또, 버핏이 2023년 주주서한에서 언급했듯이, 정부 규제가 전력 회사에 비우호적으로 변하면서 전력 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일부는 파산에 직면했다. 전력 사업은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고정된 투자 수익률을 일정 부분 약정해야 민간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크셔 헤서웨이 에너지의 서부지역 주간(multi-state) 송전 프로젝트는 2006년에 시작되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주(state)에서 수익성 보장 약정을 철회하면서 사업성 예측이 어려워졌다.
철도 산업은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BNSF는 작년 매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연료비가 하락했음에도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이 잠식됐다. 버핏은 미국인들이 철로 정비 같이 어렵고 외로운 일을 기피하면서 인건비 증가를 막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과 노조에 우호적인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36,000명을 고용한 노동집약적인 사업(BNSF)에 부정적인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 |
이제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닌 상황이다. 그도 이를 알고 침착하게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누군가 또 다른 워런 버핏이 되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어 가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지: 비커밍 워런 버핏 포스터) |
시간은 버핏의 편이 아니다 버핏에게 자회사의 사업 환경 변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본래 버크셔 해서웨이는 섬유 회사였다. 셔츠 등을 만들어 팔았으나, 해외 섬유회사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하지만 버핏은 섬유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기존 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다른 유망 자회사를 발굴하고, 적절한 시점에 상장 주식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섬유업은 흔적도 없어지고 버크셔는 거대한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버핏은 쇠퇴하거나 성장이 정체된 비즈니스에 추가적인 돈을 쓰지 않고, 청산하거나 배당으로 뽑아낸 현금흐름을 끊임없이 유망 투자처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산업 재편에 대응한다. 기존 비즈니스가 환경적으로 어려워지더라도 신규 투자를 중단해서 확보한 현금을 더 좋은 비즈니스에 배분하는 방식(자본배분)을 반복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버크셔의 최대 장점인 효율적인 자본 배분이 난관에 봉착했다. 하늘에 닿은 현금을 적절한 투자처에 배분하려면 앞서 언급한 자회사 인수, 주식 투자, 그리고 자사주 매입 기회가 와야 한다. 하지만 결코 싸지 않은 (혹은 고평가 가능성이 있는) 미국 증시 때문에 당분간 세 가지 방식 모두 실행이 쉽지 않다.
비상장 회사도 증시가 활황일 때 매각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잠재 인수자가 제시한 가격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매도자가 회사를 높은 가격에 상장하는 차선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자사주 매입도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다. 버핏은 버크셔의 적정 가치가 PBR(주당순자산가치 비율) 1.3배 수준이라고 언급한 적 있는데, 최근 주가 상승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PBR은 1.6배에 근접하고 있다. 버핏이 버크셔의 적정가치를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면 버크셔도 결코 싸지 않다.
기업의 사이즈 또한 문제다.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와 BNSF의 산업이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 했다면, 해당 산업에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자본을 더 강건한 사업 분야로 재배분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큰 철도회사(BNSF)와 에너지 회사(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를 대체하려면 최소 500~1000억 달러(약 67~133조 원)짜리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버크셔에 의미 있을 정도로 크고, 사업이 해자를 가지고 있고, 매각 가격 또한 적정한 회사는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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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아닌 '버크셔 해서웨이'로 서야 하는 과제가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 로이터 |
무엇보다 버핏의 나이가 문제다. 올해 94세인 회장이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때, 대규모 자회사 인수나 주식 투자를 할 기회가 와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증시는 고평가 상태를 모두의 예상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버핏은 경제적 해자가 탄탄한 기업을 적정가에 매입해서 오래 기다리는 투자를 했다. 시장이 단기에 어떻게 요동치든, 버핏이 투자한 기업은 끊임없이 돈을 벌었고 장기 투자한 시간은 항상 버핏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은 이제 버핏의 편이 아니다. 버핏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설령 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해도 버핏은 조바심 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그의 왕국을 경영했던 방식 그대로 유지하며 후계자들에게 바톤을 넘길 예정이다. 버핏은 자신이 없어도 후계자들이 버크셔의 핵심 원칙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주주들을 안심 시킨다.
버크셔는 계속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 버핏의 탁월한 자본배분 능력에 힘입어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1965년 이후 4,384,7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 31,223%를 아득히 따돌렸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예전보다 떨어진 최근에도 보험 자회사의 실적과 성공적인 주식 투자에 힘입어 S&P500 지수를 앞섰다. |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와 S&P500 지수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2000년 1월 주가 및 지수를 100으로 재조정) 1965년 이후부터로 따지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4,384,748% 상승했다. |
만약 버핏이 현금 소진을 완료하지 못하고 회장직을 내려놓는다면, 후임자 그렉 아벨(Greg Abel)이 남은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아벨은 중서부 지역 에너지 회사(Mid-American Energy)를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으로 키워낸 위대한 경영자다. 하지만 그가 임무를 완수하려면 본인이 키워낸 회사의 자금 지원을 끊고,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업을 찾아서 키워야 한다. 우려와 다르게 발전산업의 규제 환경과 화재 리스크가 다시 정상화되고 전력 관련 비지니스가 돈 잘 버는 산업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아벨은 본인의 경험과 장기를 살려 회사를 문제없이 운영해 나갈 것이다.
에너지 산업 최고 경영자로서 아벨의 능력은 탁월했다. 수백 개의 버크셔 자회사들을 문제없이 지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백억 달러의 자금을 본인이 경험해보지 못한 산업에 투자하고, 주식 포트폴리오에 얼마를 배분할지 결정해 본 적은 없다. 그리고 그 일(자본배분)을 버핏보다 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후계자가 버핏만큼 자본배분을 잘할 수 없다면, 본인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주주를 위한 방법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고, 보유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면서, 투자가 아닌 자회사 경영에 집중하는 것이다.
버크셔 철학의 핵심은 "결코 영구적인 자본손실을 입지 않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버핏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자본배분을 해왔다. 후계자가 경영의 달인이라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늘려가면 된다.
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영구적인 자본손실을 입지 않으면서", "꾸준한 복리 수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후계자는 자신의 색깔로 버크셔의 철학을 관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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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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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엄청난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투자 구루의 기업 집단은 탄탄대로에 올라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버크셔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 버크셔의 성장 비결인 자본배분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앞날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고령의 회장이 완수해야 할 임무가 막중하지만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다.
버크셔는 주로 보험 자회사들을 통해 여유 현금을 비축했다가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 아낌없이 꺼내 쓴다. 버핏이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항상 넉넉하게 현금을 보유한다"라고 했던 만큼 버크셔는 일반적인 회사보다 많은 여유 자금을 현금으로 굴리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대부분 1년 이내 단기 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 국채 수익률 수준의 이자도 받는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2020년에 현금 비율은 18%까지 증가했으나, 2021년 중 버핏이 자사주 및 상장사 주식을 매수하고 몇몇 자회사를 인수하면서 10%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급락할 때 주식을 50억 달러(약 6조 6580억 원) 가량 매입한 2022년 이후로는 투자가 줄어들면서 현재 15% 수준이다.
버핏은 일찍이 GDP(Gross Dometic Product, 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증시의 밸류에이션 정도를 살펴보는 '단 하나'의 가장 좋은 지표라고 소개한 적 있다. 버핏은 (지금도 여전히 인용되는) 2001년 포춘지(Fortune) 기고 글에서 미국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민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 차트를 보여주며 2년 전(1999년) 해당 비율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버블의) 강한 경고 신호였다고 언급했다.
* 버핏이 해당 지수를 처음 소개할 당시에는 분모에 GNP를 사용했으나,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편의상 GDP를 더 많이 사용한다.
버핏도 증시가 고평가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버핏은 주식을 순매도했다. 버핏은 240억 달러(약 31조 9680억 원)의 주식을 매도했으며, 최대 포지션인 애플 지분율이 6.9%에서 5.9%로 1% 줄었다. 일본 상사 주식, 옥시덴탈(Occidental Petroleum), 쉐브론 등 일부 주식을 매수하긴 했지만, 매도 규모가 더 많았다. 주가 밸류에이션 지표들이 작년보다 더 높아진 올해 버핏이 주식을 적극 매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버크셔의 자회사들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회사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70억 달러(약 9조 3240억 원) 이상 증가한 373억 달러(약 49조 6840억 원)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실적은 보험 자회사들이 이끌었는데, 최근 전 지구적으로 보험료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버크셔의 보험 수익도 수혜를 입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화재 등 자연재해가 잦아지자 보험 회사들은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의 자회사인 퍼시픽코프 일렉트릭(PacifiCorp Electric Utility)는 화재 배상금으로 작년에만 6억 31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오레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2020년과 2022년에 발생한 화재로 이미 24억 달러를 지급했는데, 소송이 8억 달러 규모로 걸려있어 향후 배상금이 몇 배로 불어날 위험이 있다*. 발전회사의 노후된 송배전 설비가 잦은 합선을 일으키는데, 기후 변화로 일부 지역이 지나치게 건조해지면서 대형 화재로 빈번하게 이어진다. 앞으로도 화재 위험은 전력 산업 전체에 부담이 될 것이다.
또, 버핏이 2023년 주주서한에서 언급했듯이, 정부 규제가 전력 회사에 비우호적으로 변하면서 전력 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일부는 파산에 직면했다. 전력 사업은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고정된 투자 수익률을 일정 부분 약정해야 민간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크셔 헤서웨이 에너지의 서부지역 주간(multi-state) 송전 프로젝트는 2006년에 시작되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주(state)에서 수익성 보장 약정을 철회하면서 사업성 예측이 어려워졌다.
버핏에게 자회사의 사업 환경 변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본래 버크셔 해서웨이는 섬유 회사였다. 셔츠 등을 만들어 팔았으나, 해외 섬유회사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하지만 버핏은 섬유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기존 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다른 유망 자회사를 발굴하고, 적절한 시점에 상장 주식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섬유업은 흔적도 없어지고 버크셔는 거대한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버핏은 쇠퇴하거나 성장이 정체된 비즈니스에 추가적인 돈을 쓰지 않고, 청산하거나 배당으로 뽑아낸 현금흐름을 끊임없이 유망 투자처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산업 재편에 대응한다. 기존 비즈니스가 환경적으로 어려워지더라도 신규 투자를 중단해서 확보한 현금을 더 좋은 비즈니스에 배분하는 방식(자본배분)을 반복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버크셔의 최대 장점인 효율적인 자본 배분이 난관에 봉착했다. 하늘에 닿은 현금을 적절한 투자처에 배분하려면 앞서 언급한 자회사 인수, 주식 투자, 그리고 자사주 매입 기회가 와야 한다. 하지만 결코 싸지 않은 (혹은 고평가 가능성이 있는) 미국 증시 때문에 당분간 세 가지 방식 모두 실행이 쉽지 않다.
비상장 회사도 증시가 활황일 때 매각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잠재 인수자가 제시한 가격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매도자가 회사를 높은 가격에 상장하는 차선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자사주 매입도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다. 버핏은 버크셔의 적정 가치가 PBR(주당순자산가치 비율) 1.3배 수준이라고 언급한 적 있는데, 최근 주가 상승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PBR은 1.6배에 근접하고 있다. 버핏이 버크셔의 적정가치를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면 버크셔도 결코 싸지 않다.
기업의 사이즈 또한 문제다.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와 BNSF의 산업이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 했다면, 해당 산업에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자본을 더 강건한 사업 분야로 재배분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큰 철도회사(BNSF)와 에너지 회사(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를 대체하려면 최소 500~1000억 달러(약 67~133조 원)짜리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버크셔에 의미 있을 정도로 크고, 사업이 해자를 가지고 있고, 매각 가격 또한 적정한 회사는 흔하지 않다.
버핏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설령 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해도 버핏은 조바심 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그의 왕국을 경영했던 방식 그대로 유지하며 후계자들에게 바톤을 넘길 예정이다. 버핏은 자신이 없어도 후계자들이 버크셔의 핵심 원칙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주주들을 안심 시킨다.
버핏의 탁월한 자본배분 능력에 힘입어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1965년 이후 4,384,7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 31,223%를 아득히 따돌렸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예전보다 떨어진 최근에도 보험 자회사의 실적과 성공적인 주식 투자에 힘입어 S&P500 지수를 앞섰다.
우려와 다르게 발전산업의 규제 환경과 화재 리스크가 다시 정상화되고 전력 관련 비지니스가 돈 잘 버는 산업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아벨은 본인의 경험과 장기를 살려 회사를 문제없이 운영해 나갈 것이다.
에너지 산업 최고 경영자로서 아벨의 능력은 탁월했다. 수백 개의 버크셔 자회사들을 문제없이 지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백억 달러의 자금을 본인이 경험해보지 못한 산업에 투자하고, 주식 포트폴리오에 얼마를 배분할지 결정해 본 적은 없다. 그리고 그 일(자본배분)을 버핏보다 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후계자가 버핏만큼 자본배분을 잘할 수 없다면, 본인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주주를 위한 방법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고, 보유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면서, 투자가 아닌 자회사 경영에 집중하는 것이다.
버크셔 철학의 핵심은 "결코 영구적인 자본손실을 입지 않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버핏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자본배분을 해왔다. 후계자가 경영의 달인이라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늘려가면 된다.
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영구적인 자본손실을 입지 않으면서", "꾸준한 복리 수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후계자는 자신의 색깔로 버크셔의 철학을 관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