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하지 않은 메타의 위기

1. 진짜 위기인 메타, 2. 요즘 분위기의 가치평가
오늘은 기업공개(IPO)를 한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하락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메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최근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가치평가를 깎는데 사용한 규정과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볼게요.  

[빅테크] #처음인매출하락 #경쟁심화 #FTC

1. 메타의 어려움이 간단하지 않은 이유

올해 들어 메타는 사상 최초라는 수식이 많이 붙고 있어요. 좋은 의미면 좋겠지만, 사용자 수와 실적이 모두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하락을 보인 것이죠. 이번 2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하락을 기록했는데요. 지금 메타의 위기는 여러 이슈가 겹쳐 발생하는 것이고, 상황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요.

사명을 바꿨어도 앞으로도 이 앱의 실적에 의존해야 해요.

예상되었어도 충격인 실적

이번 2분기에 메타의 매출은 288억 2000만 달러(약 37조 39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분기의 290억 7000만 달러(약 37조 7000억 원)에 비해 1% 하락했어요. 2012년에 기업공개(IPO)를 한 이래 처음 매출이 하락한 것이에요. 순이익은 66억 9000만 달러(약 8조 6800억 원)로 역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6%나 하락했고요. 이미 어느 정도 하락이 예상되고 있었지만, 모두 월스트리트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도 낮은 수치예요. 

메타의 실적 하락은 애플이 iOS14를 내놓으면서 각 앱이 사용자의 행적을 추적하지 못하게 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바뀐 개인정보보호 정책으로 인한 영향도 큰 이유예요. 정책이 시행된 작년 이후 이미 큰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올해도 총 100억 달러(약 12조 9700억 원)의 손해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은 계속 나왔죠. 

구글, 트위터 그리고 스냅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2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메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으리라던 예상이 맞아떨어지기도 했어요. 앞으로는 경기 침체 국면과 맞물려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틱톡의 영향과 새로운 알고리듬

페이스북에겐 인스타그램이 있지만 틱톡과 경쟁하기 위해 틱톡 핵심 기능의 카피인 릴스(Reels)를 내놓은 것이 현재로서는 사용자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큰 전략이 되었어요. 콘텐츠를 보여주는 알고리듬도 ‘친구' 위주가 아닌 크리에이터(혹은 내가 모르는 사람)의 영상 콘텐츠와 사진을 기준으로 추천하는 것으로 바꾸겠다고 한 것은 기존의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고요.

인스타그램에도 페이스북에도 이 같은 기능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추가하는 것은 당장의 경쟁에서 너무 뒤떨어지지 않기 위함이에요. 다르게 말하면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에서 틱톡의 위세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고, 틱톡의 큰 성장세는 앞으로 생각보다 더 커질 것으로도 예상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변화는 사용자들의 저항에 직면하고도 있어요. 최근 킴 카다시안이나 카일리 제너와 같이 각각 3억 2600만 명, 3억 600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셀럽들도 틱톡 따라하기를 그만두라는 포스팅 운동에 동참했고, 이에 놀란 인스타그램은 (틱톡 스타일의) 풀 스크린 사이즈의 영상과 사진 피드 실험을 중단하고, CEO인 애덤 모세리가 나서 무작위로 추천되는 (틱톡과 같은 영상) 포스팅 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일시적인 대처로 보이고, 현재 메타에게 다른 방향의 전략으로 갈 뾰족한 수는 없어요.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기반이 되는 새로운 알고리듬의 소셜미디어가 이제 진정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기도 하죠. 어쨌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메시징 서비스인 왓츠앱의 일별 활성 사용자 수와 월별 활성 사용자 수는 그래도 하락한 실적과는 달리 각각 28억 8000만 명, 36억 500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4% 증가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메타가 만든 기존 소셜미디어 모델은 이제 20년 가까운 세월을 뒤로하고 저물고 있다는 분석은 계속 나오고 있어요. 기존의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다른 옵션들이 자리를 서서히 잡고 있다는 것이에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가는 세대

틱톡이 크리에이터들의 오디언스로 '엠지(MZ 세대...)'들을 전반적으로 끌어가고 있다면, 커뮤니티의 기능을 찾고자 하는 사용자들을 끌고 가는 새로운 플랫폼들이 성장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것은 디스코드(Discord)예요

디스코드가 기존의 소셜미디어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알고리듬을 적용해 사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본래 게이머들이 '서버(Server)’라는 초대 기반 그룹에 모여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던 네트워크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성장하게 되었죠. 월별 활성 사용자수(MAU)도 이제 1억 5000만 명을 넘어섰어요.

집에서 수업을 듣게 된 학생들은 디스코드에 모여서 숙제를 같이 했고, 원격 근무를 하는 팀이나 프로젝트 단위의 그룹도 함께 일하는 공간으로 디스코드를 선택했고, 점차 사람들이 모이면서 다양한 '서버'들이 생겨난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이 되었어요. ‘좋아요'를 얼마나 받았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고, 관심사에 따라 '서버'에 들어가 정보를 교환하면서 토론을 하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으니 본래 소셜미디어의 커뮤니티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페이스북의 성장 방식을 적용해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사용자를 계속 모으고 있는 비리얼(BeReal)과 같은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인기도 계속 상승하는 중이에요. 크리에이터와 쇼핑 위주의 소셜미디어에 지친 이들이 점점 피로도가 낮으면서도,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을 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분석되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플랫폼의 알고리듬을 조정하고 바꿔온 메타의 주요 플랫폼들은 이미 커뮤니티 혹은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에서 멀어지고 있고, 이제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그 니즈를 충족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에요. 

AR과 VR의 시대가 올지, 곧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테크로 자리 잡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하지만요.   

메타버스 추진을 위한 압박

뉴욕타임스와 더버지는 최근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조직 내 긴장도를 극도로 높이고 있다는 심층 취재 기사를 냈어요. 웹2.0과 스마트폰 시대의 승자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지 않으면 계속 '빅테크'로 남아 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결국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는 메타이죠.

AR과 VR을 기반으로 한 헤드셋 등의 기기는 스마트폰의 다음 세대 그리고 웹3 시대에 필수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되고 있어요. 메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도 현재 관련 개발에 큰 투자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가장 큰 위협인 틱톡의 성장 속에서 메타가 사용자와 수익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틱톡을 그대로 따라한 알고리듬까지 적용하기로 한 것은 (현재 예상으로는) 최소 몇 년 후에나 가능할 새로운 세계의 실현 때까지 가장 지배적인 소셜미디어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고 버티기 위함이죠.

마크 저커버그도 현재 점점 수익성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현실은 받아들이고 있어요. 최근에는 올해 1만 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6000~7000명으로 줄이는 결정도 내렸는데요. 지난 6월에 있었던 회사 전체 미팅에서 그는 "앞으로 18~24개월은 이러한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면서 "장기적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현재의 진전을 느리게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힘든 상황을 지나는 것보다 나에겐 훨씬 더 고통스러운 일이다"라고 강조했어요. 

물론 '메타버스'와 관련된 핵심 사업에는 투자를 크게 이어갈 예정이지만, 저커버그는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라고 하면서 내부 압박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알려졌어요. 

큰 암초에 또 부딪힌 상황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가 피트니스 관련 VR 테크 회사인 위드인(Within)의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어요. 이 회사의 인수는 메타에게 아주 중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거래라고 평가돼요. 메타는 개발 중인 VR 헤드셋의 핵심 기능으로 피트니스를 우선 찜한 상황인데, 위드인의 피트니스 앱은 오큘러스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인수하는 건은 보통 반독점법 위반의 이슈가 적용되지 않던 사항이에요. '미래'의 경쟁 요소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메타가 유망한 AR/VR 관련 기업들은 계속 인수하면서 결국 관련 시장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것이 FTC의 강고한 주장이죠. (참고로 메타는 VR 헤드셋 메이커인 오큘러스(Oculus)를 비롯해 현재까지 약 10개의 VR 관련 앱을 인수했어요)

메타가 인수하지 않는다면 각 회사가 같은 산업 내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제도 깔려있어요. (물론 반대로 메타와 같은 큰 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익이 당장 나지 않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논리도 설 수 있어요) 2012년 당시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해 소셜미디어 지대를 평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고, FTC도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이에요. FTC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것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해 진행되는 중이기도 하죠

리나 칸(Lina Khan) 연방거래위원장은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였지만, FTC는 이제 본격적으로 빅테크에 대한 규제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이 돼요. 이번 소송은 그 신호탄이기도 하고,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케이스를 만들기도 했어요. 메타로서는 어려운 시기에 또 큰 암초를 만난 것이에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정리하자면, 실적 하락 압박 속에서 메타는 무섭게 쫓아오는 틱톡과 새로운 세대의 플랫폼들을 견제해야 하고,  동시에 메타버스를 추진해야 하고, FTC의 소송에 사력을 다하면서도 반독점 이슈를 피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전략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메타는 새로운 세대가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계속 유입되어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 수익을 유지해줄 기반을 계속 만들어나가야 해요. 하지만 지금 새로운 세대를 계속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에 처하고 있죠. 

메타는 과연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면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누구도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메타 외에는 모두 더 강해지는 빅테크
이번 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그리고 애플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돌아보면 빅테크는 모두 경기 하강 국면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요. 아마존은 2분기에 매출이 7% 성장했고, 3분기에는 13% 성장을 예상한다면서 자신감을 보였죠. 알파벳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했고, 마이크로소프트(회계연도 4분기)도 12% 성장했어요. 애플도 원가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어려운 제조업 시장 환경을 극복하고 2% 성장을 이루었고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1~3위 사업자인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의 성장은 지속되었어요. 아마존은 이커머스가 부진했지만 클라우드와 광고 사업이 모두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B2B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 등도 크게 성장했고요. 알파벳은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 성장이 기대에는 못 미쳤고 손실을 기록했지만, 검색과 광고를 비롯한 기존 서비스 사업이 워낙 잘 되었어요. 애플은 하드웨어 외에도 앱스토어가 포함된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역시나 두드러졌고요. 

광고 사업 외에는 안정적인 기반이 없는 메타가 안 좋은 의미에서 '아웃라이어'가 된 상황이죠. 오늘 발표되었듯이 미국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0.9%)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빅테크는 다시 한번 그들이 쌓아온 사업의 견고함을 증명하고 있어요. 팬데믹이 되었을 때도 가장 큰 승자는 빅테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역시나 맞아떨어졌고, 경기 침체가 와도 승자는 빅테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스타트업] #기업가치 #밸류에이션

2. 요즘 분위기에서 가치평가하는 법

대표적인 스타트업들이 기업 가치를 스스로 깎고 있다는 소식, 얼마 전에 전해드렸죠. 390억 달러(약 51조 원) 가치에서 240억 달러(약 31조 원) 가치로 스스로 내려온 인스타카트에 이어서, 스트라이프도 950억 달러(약 126조 원) 가치였다가 740억 달러(약 98조 원) 가치로 자체 조정했는데, 두 회사가 공정 시장 가치(FMV, Fair Market Value)를 산출하기 위해 미국 내국세법(IRC)의 섹션 409A 규정에 따른 가치평가를 다시 했다고 전해드렸어요.

오늘은 지난번에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던 이 409A가 무엇인지, 이를 바탕으로 위의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가치를 산정했는지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복잡할 것 없이 현재 스타트업들의 가치가 어디를 향하는지는 분명하죠.  

바로 그 엔론 때문에 만들어진 409A

409A는 미국 내국세법에 담겨있는 하나의 섹션을 가리키는 말로, 주식과 스톡옵션에 관한 세금 부과 규정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비적격 이연 보상(Nonqualified deferred compensation)*에는 추가로 과세한다"라고 정하면서 어떤 경우가 비적격, 즉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이연 보상인지를 명시한 조항입니다.
* 이연 보상이란 당장의 급여를 깎는 대신에 나중에 성과급이나 주식으로 더 큰 보상을 하는 것을 뜻해요.

409A는 1990년대까지는 없었던 규제인데, 2001년의 그 유명한 '엔론(Enron) 사태'를 계기로 2005년에 신설되었어요. 한때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초우량 기업',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도 불렸던 엔론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끝내 파산했죠.

엔론은 잘못된 성과보상 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로도 유명해요. 엔론 경영진은 '실제 거둬들인 이익'이 아니라 '앞으로 벌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익'을 기반으로 현물과 스톡옵션 등의 보상을 크게 챙겼어요. 그러자 당장의 경영과 비용관리보다 신사업 확장에 손을 뻗치는 경영진이 많아졌고, 엔론은 허울만 좋은 탑을 쌓고 말았죠. 이들은 주가가 고공행진을 할 때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팔고 큰돈을 벌었어요. 409A는 이 같은 행각을 재발 방지하기 위한 규제이며, 엔론 사태에 대해 성찰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타트업도 정기적으로 가치 산출해야

409A가 생기면서,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에게 주식으로 보상하려면 먼저 회사의 FMV부터 산출하도록 의무화되었어요. 회사가 제멋대로 내부 주식 가치를 산정해서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면, 그 임직원들이 나중에 주식을 현금화할 때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타격을 입는다는 거죠. 외부 투자자들의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도 크고요.

이에 따라 미국 스타트업은 12개월마다 '409A 가치평가(Valuation)'를 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씩 우리 회사의 적정가치가 얼마인지 평가받아야 하는 거죠. 그리고 1년 사이에도 추가 투자 유치, 인수합병 등 주요 이슈가 일어나면 FMV 평가를 업데이트해야 하고요. 또 409A에 따라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옵션 행사 가격을 FMV에 맞춰서 줘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재를 영입하고 싶을 때 스톡옵션을 당근으로 제시할 텐데, 행사 가격을 낮게 제시해야 입사자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이 핵심 인재를 채용하고 싶을 때 현재 가치보다 낮은 행사 가격으로 책정한 스톡옵션을 제시하기도 하는데요. 409A는 이런 행위가 과도할 경우 기업의 안전성을 해친다고 봐요.
* 스톡옵션은 행사 가격이 중요하죠. 단순한 예를 들면요. 가령 A라는 스타트업의 직원 B가 스톡옵션으로 입사 2년 뒤에 1만 주를 받기로 했고, 행사 가격은 1000원으로 하기로 했어요. B가 입사 2년이 지나고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주식의 가격이 1만 원이라고 하면 B는 1000만원(행사 가격 주당 1000원 X 1만 주)을 내고 A사의 주식 1억 원어치(현재 가치 주당 1만 원 X 1만 주)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스톡옵션 행사 가격이 부여 당시의 FMV보다 낮으면 409A에 걸려서 회사와 직원 양쪽이 징벌성 추가 세금을 내야 됩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소득을 벌어들인 셈이라 세금을 내야 하는데, 409A에 걸리면 연방 페널티 가산세로 세금을 20% 더 내야 돼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회사일 경우 추가로 5%의 페널티 가산세를 더 내고요. 실리콘밸리가 바로 캘리포니아에 있죠. 추가 과세에 징벌 성격까지 있다 보니, 이를 감수하면서 FMV보다 낮은 행사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공정 시장 가치'는 어떻게 정할까?

규제가 이러하니 미국에서는 FMV가 얼마냐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중요한데요. FMV를 무슨 기준으로 정할까요?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정답이 없는 영역이기도 해요. 특히 매출이나 영업이익보다는 성장성이 중요한 비상장 기업일수록 더 그렇죠. IT 혹은 새로운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일수록 적정 가치 평가가 더 어렵고요.

409A는 FMV에 관해서는 세이프 하버(Safe-harbor)라는 원칙을 두고 있어요. 세이프 하버란 규제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규범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해 위법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에요. "이 정도로 노력하는 모습만 보이면 오케이 해줄게"라는 거죠. FMV를 위한 세이프 하버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아래 두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기업은 이 중에서 하나만 충족하면 돼요.

  • 자격이 있는 독립 감정인(보통은 회계법인)을 통한 적정가치 평가
  • 사업기간이 10년 이내이고 당장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는 기업은 일정 요건을 갖춰 자체 평가

이에 따라 기업들은 보통 회계법인 등 전문 기관에 409A 밸류에이션을 맡기죠.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보니, 회계 컨설팅 업계에서는 409A 밸류에이션 시장만 해도 수백만 달러 규모인 것으로 추산해요. 참고로 409A 밸류에이션 비용은 소규모 스타트업의 경우 1000달러 수준이지만, 시리즈 C~D 이상의 투자를 받은 큰 스타트업은 한 번에 수만 달러가 드는 데다가 1년에 몇 번씩 해야 하기도 해요.

기업의 가치는 왜 떨어질까?

그렇다면 이번에 스트라이프의 409A 밸류가 대폭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409A 밸류에이션은 해당 회사와 같은 산업에서 먼저 기업공개(IPO)를 한 상장사와 비교하는 식으로 보통 이루어져요. 한 기업이 상장 공모가를 정할 때도 그렇게 하죠. 그런데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서 비교군의 주가가 폭락하면, 비상장 기업의 409A 밸류에이션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핀테크 기업인 스트라이프의 경우 같은 업종의 상장사인 페이팔, 스트라이프의 최대 고객으로서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쇼피파이 등의 주가 폭락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페이팔 시가총액은 작년 최고점 기준 3500억 달러(약 454조 원)에서 최근 890억 달러(약 115조 원)까지 곤두박질쳤고, 쇼피파이 시총은 작년에 1770억 달러(약 230조 원)를 넘기도 했는데, 지금은 뉴욕증시 기준으로 약 450억 달러(약 60조 원)로 내려갔어요.

쇼피파이는 최근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000여 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고, 현재 이커머스의 고성장은 이제 끝났다고 보고 있죠. 인스타카트는 최근 투자자인 캐피털 그룹이 나서서 가치를 또 147억 달러(약 19조 원)로 깎기도 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고성장 시기에 받은 핀테크 기업들의 가치가 유지되기는 어렵겠죠. 이전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치가 하향 조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당분간 비슷한 소식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요.

☕️ 조정이 직원들에게는 좋은 일일까?

고성장하던 스타트업의 409A 가치가 깎이면, 당연히 시장이나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죠. 인스타카트에 이어 스트라이프까지 409A 밸류에이션을 자체적으로 깎았다는 소식이 나오자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시 시장 침체기구나"하고 새삼 실감하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러나 해당 회사의 직원이나 신규 입사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고 해요. 더 낮은 행사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니까요. 시장 상황이 안 좋으니 많은 스타트업들이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데요. 핵심 인재들에게는 추가 스톡옵션을 제시하면서 회사에 남아달라고 부탁한다고도 해요. 다른 기업에서 나온 인재에게 스톡옵션을 내밀며 영입을 제안하기도 하고요. 

인력 이동이 활발해질 때 409A 밸류에이션이 재조정된 회사라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달리 보일 수 있어요. 내가 만약 핀테크 스타트업들 중 새 직장을 찾아보는데, 한때 주당 40달러까지 평가받았던 스트라이프의 주식을 20~30달러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더 매력적인 제안이 되겠죠. 특히 스트라이프처럼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회사에서 받은 오퍼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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