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 속에서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던 언론인 카라 스위셔는 여전히 그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크 큐반과 같은 억만장자들도 자신의 계획을 밀어주겠다고 약속을 한 상황이라면서요. 그에 의하면 현재 워싱턴포스트 인수에 함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억만장자들의 리스트는 수십명도 넘는다고 합니다. 어쨌든 충분한 돈은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물론 이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기업을 기반으로 억만장자가 된 마크 큐반의 경우에는 카라 스위셔가 직접 이름을 밝히면서 거론을 했고, 카라 스위셔가 미디어 업계 전반에 가진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카라 스위셔라는 인물, 즉 그 개인의 현재 시장 가치만 해도 수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현재 스캇 갤로웨이와 운영하는 팟캐스트인 '피벗' 하나만 해도 복스 미디어와의 연간 계약 규모가 수천만 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죠.
다만 제프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특히 카라 스위셔에게 매각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단 카라 스위셔가 이끄는 컨소티엄에게 매각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이 오랜 레거시의 미디어 운영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임과 동시에 개인적인 패배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 중 한 명인 그가 이런 선택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프 베이조스에게는 이제 워싱턴포스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 방향이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그리고 때론 자신이나 그 사업을 위한 메가폰이 되기도 하는 미디어이죠.
근데 그의 계획대로 논조를 바꾸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워싱턴포스트는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다시 수익을 내고 수많은 구독자 혹은 사용자를 확보한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을까요?
아마존이라는 기업을 일군 그가, 영민하게 세상을 읽을 줄 아는 그가,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 레거시가 뿌리 깊은 이름이 1~2년 동안의 작업을 통해 완전히 변신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 방향으로 간다면 이 미디어가 단기간 내에 다시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기는 어렵다는 것을요.
만약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면 세상을 영민하게 바라보는 그도 이제는 세상을 너무 쉽게 보고 있는 억만장자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경영자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그도 세상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쥔 사람이면서 그와 비슷한 사람들 혹은 정치권력과 오랜 기간 교류하는 것이 비즈니스가 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 테고요.
만약에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워싱턴포스트는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던 때에 세웠던 저널리즘의 원칙이나 이와 비슷한 어떠한 철학 없이 조직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것은 사람과 현상을 취재하고 그것에 관점을 담아 정보를 전하는 미디어에 적용될 수가 없습니다. 이 분야에서 진정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이들이 그러한 조직을 위해서 일하기 위해 모이지 않을 것이고요. (아 물론, 워싱턴포스트를 신규 AI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시키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래서 카라 스위셔는 이 와중에 새로운 '신문' 정확히는 디지털 미디어를 세우겠다는 구상도 가능함을 여기저기 슬쩍 흘리기도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구독을 취소한 독자들은 현재 디애틀란틱과 뉴욕타임스 등을 대체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그 흐름을 보고 있는데요. 워싱턴포스트의 대표적인 저널리스트들도 현재 대표적인 미디어 곳곳으로 이동을 하는 중입니다.
오히려 워싱턴포스트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과도 경쟁을 하는, 미국의 '신문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기에 적기는 지금일 수 있습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퇴사를 하고 시장에 나오는 뛰어난 저널리즘 인력과 테크 조직을 결합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경영진이 있다면요.
카라 스위셔가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워싱턴포스트 인수를 하겠다고 계속 크게 말해온 이유가 바로 자연스레 새로운 미디어 설립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함인 것이죠.
제프 베이조스의 선택이 실수가 될 수 있는 건, 워싱턴포스트와 직접 경쟁을 하는 이들의 성장이 가팔라지는 흐름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저널리스트들이 모여 새로운 이들과 새로운 조직을 의욕 있게 만든다면, 워싱턴포스트는 더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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