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적인 전환이 필요한 CNN

시청률을 넘어 거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
오늘은 위기에 빠진 CNN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지난 2년간 사건에 사건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CNN은 새로운 CEO를 선임하면서 다시 방향을 잡으려고 하는데요.

뉴욕타임스를 가장 성공적인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시킨 인물의 영입은 전환의 계기가 될까요? 전 세계 대표적인 미디어 브랜드는 위상을 회복하는 길을 만들 수 있을까요?

[미디어] #사업모델 #전환기
극적인 전환이 필요한 CNN
미디어 역사의 가장 성공적인 사업 모델 중 하나라고도 평가받는 CNN은 디지털 시대에는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구설수가 이어졌고, 심각한 시청률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급기야 CEO였던 크리스 릭트가 여러 구설수에 오르면서 지난 6월에 해임되었는데요.

스트리밍의 시대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아야 하는 이들은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 마크 톰슨을 CEO로 영입합니다. 과연 그는 디지털 전환기에 위기에 빠졌던 뉴욕타임스에 새로운 모델을 입히는 데 성공했듯이, CNN도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

시대와 상황도 다르고, 쉽지 않을 이유가 더 많아 보입니다.
CNN의 시청자 수 하락은 특히 눈에 띄죠. (데이터: 닐슨)  
시청률도 잃고, 미래도 잃은 상황
CNN의 프라임 타임 시청자 수는 올해 평균 58만 3000명을 기록하는 중이에요. 반면 라이벌 네트워크들이라고 할 수 있는 폭스 뉴스는 약 190만 명, MSNBC는 약 120만 명을 기록 중이어서 그 차이가 크죠. CNN의 시청률은 2021년부터 그 '급하락'이 시작되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대통령 선거 이후 더는 시청자들을 붙잡을 빅이슈 정치 콘텐츠가 생산되지 않기 때문으로도 풀이됩니다.

이는 즉, 시청자들을 붙잡아 놓을 콘텐츠도 미디어 전략도 부재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2020년 대선 이후 두 라이벌 방송사들의 시청률도 크게 하락했지만, CNN만큼 극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어요. 폭스 뉴스와 MSNBC가 본래 정치 성향의 양단을 대표하는 채널들이기에 충성 시청자층이 많다고는 하지만, 정치 뉴스로 가장 큰 재미를 본 CNN은 2020년 대선 이후를 보면서 새로운 방향을 잡아갔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치고 말았죠. 

2022년 CNN을 소유한 워너 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는 합병 이전에 CNN이 야심 차게 론칭했던 CNN+를 1개월 만에 종료시켰는데요. 합병 이전에 기획되고 탄생한 이 서비스가 합병 이후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그 이후 CNN은 미래 사업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어요.

악재 넘어 악재 이은 수익 하락
2021년 말 간판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가 뉴욕주지사인 형의 성추문을 덮으려고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해고되었고, 사장인 제프 주커도 고위 임원과 연인 관계를 몰래 이어온 것이 밝혀져 퇴진하게 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올해 4월에는 또 다른 간판 앵커였던 돈 레몬마저 방송 중 성차별 발언을 하며 퇴진하게 되었는데요.

뉴스 시청률을 복원하라고 선임된 CEO인 크리스 리히트의 재임 기간 동안 논란이 될 만한 여러 내부 사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는 13개월 만에 해고되었고 CNN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아왔습니다. 미디어와 브랜드의 신뢰도와 명성을 모두 갉아먹은 사건들임은 당연하고, 위기관리마저 전혀 되지 않는 역량 부족의 모습이기도 하죠.

모회사인 워너미디어-디스커버리의 CEO인 데이비드 자슬라브도 합병 이후 적극적으로 CNN의 방향과 전략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고, 지난 2년간 뉴스 사업으로 명성을 쌓은, 세계적으로 그 브랜드가 가장 잘 알려진 방송사가 몰락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본 꼴이 되었습니다. 

꾸준히 연간 이익이 10억 달러(약 1조 3250억 원)가 넘었던 CNN은 2021에도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6500억 원)의 이익을 냈는데, 작년에는 7억 5000만 달러(약 9900억 원)에 그쳤다고 알려졌어요. CNN+를 갑자기 종료시킨 손실이 2억 달러(약 265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광고 수익도 꾸준히 하락한 결과이죠. 

자초한 악재에 악재가 이어져 온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최근 그 위상이 많이 작아졌지만, CNN만큼 전 세계적으로 모두가 인지하는 뚜렷한 브랜드를 가진 뉴스 채널은 거의 없죠.  
콘텐츠부터 다시 잘 만들어야
이런 상황에서 CEO로 오게 된 마크 톰슨은 뉴욕타임스가 지금의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게 한 인물이에요. 영국의 BBC를 거쳐 2012년 뉴욕타임스의 CEO가 되었을 당시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사업의 초입에 있던 상황이고, 디지털 구독자는 6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가 퇴임한 2020년 9월에는 600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상황이었죠.

2014년과 2020년에 나온 뉴욕타임스의 혁신 리포트는 모두 그의 재임 시절에 만들어졌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뉴스만 보는 유료 서비스는 구독자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서비스 다변화를 위해 만든 낱말 게임 등의 게임 섹션, 요리 레시피와 상품 추천 사이트 등의 구독제는 (이를 상쇄하면서) 꾸준히 증가해 왔고 현재 1000만 명에 근접한 유료 구독자(디지털 구독자 약 910만 명)가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뉴스 구독자가 감소해도 이를 만회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은 것이죠)

우선 CNN이 당장 할 일은 콘텐츠를 다시 가다듬고, 프라임 타임 뉴스의 시청률을 복원하는 일입니다. 어쨌든 현재 기준 본 사업인 케이블 티비 사업을 통해 시청률을 복원하고 안정적인 광고 수익을 올려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죠. 속보 경쟁에서는 뒤지고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청자들을 붙잡을 콘텐츠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중인데요. 새로운 사업을 당장 벌이려 한다 해도 현재 CNN으로서는 일단 좋은 콘텐츠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마크 톰슨은 이번에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보여요. 전략, 운영, 사업 유닛을 모두 직접 관리하고, 콘텐츠를 총괄하는 편집장(Editor-in-Chief) 역할도 하게 됩니다. 모회사와의 경계선도 확실하게 그었을 것이라는 예상이에요. 

전임 CEO인 크리스 릭트는 고민이 불충분하고 기획이 어설펐던 콘텐츠 기조로 비판을 받았고, 그가 기획한 지난 5월의 트럼프 타운홀은 모든 방향에서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CNN이 어떤 콘텐츠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까지 받았고요. 

이런 상황에서 BBC와 뉴욕타임스를 거쳐 온 마크 톰슨이 향후 어떤 방향을 잡은 콘텐츠를 내놓을지도 주요하게 지켜볼 포인트입니다. 첫 프로그램이 향후의 기준이 될텐데, "어떤 방향이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린 콘텐츠를 선보일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향후 활용할 자산은 분명함
CNN의 웹사이트는 지난해(1~10월)를 기준으로 월별 순방문자가 평균 1억 6600만 명에 이르러 글로벌 뉴스 미디어 사이트 중 트래픽 1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BBC가 1억 6100만 명, 뉴욕타임스가 1억 2600만 명이에요. 웹사이트 영상 시청자도 가장 앞서 있고, 모바일을 통한 방문자 수도 가장 앞서 있죠. 하지만 이런 웹사이트를 통해서 창출되는 수익은 적은 상황이에요. 

일단 CNN이 향후 수익 창출을 위해 활용해야 할 자산이 무엇인지는 분명합니다. 이 자산도 CNN이 마크 톰슨을 CEO로 영입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CNN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맥스(Max)에 CNN 맥스를 론칭하기로 했기에 당분간은 이 서비스에 공급한 콘텐츠 제작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기존의 자산인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쌓아 구독제를 성장시켰고, 이후 지속적으로 새로운 프로덕트(제품)을 추가하면서 웹과 앱을 확장 시켰어요. 테크의 시대에 테크가 기반이 되는 회사를 만들었고, 그 기반 위에서 좋은 콘텐츠가 계속 생산되었죠. 

케이블 티비 사업도 이전의 신문 사업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새로운 플랫폼인 스트리밍의 시대를 열었고, 모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전략적인 대비가 되어 있지 않죠. 마치 신문 산업이 구글과 페이스북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플랫폼의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것처럼요.

신문들도 당시 종이 신문 구독과 광고를 통해서 돈을 계속 벌어들이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부랴부랴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지만 이미 때가 늦기도 했었죠. 케이블 뉴스 사업도 기존의 시청자층을 기반으로 여태껏 그 수익을 유지해 왔지만, 지금은 더 급격하게 변화가 당겨지는 중이에요.
스트리밍과 플랫폼의 시대에 케이블 티비가 주력인 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을 CNN이 만들 수 있을까요? 
그때와 지금은 아주 다르지만
케이블 뉴스 사업자들은 스트리밍 시대에 새로운 시청자를 잡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사이 뉴욕타임스와 같이 디지털 전환을 이룬 뉴스 서비스들이 이제는 텍스트를 넘어 영상과 팟캐스트 등으로 뉴스의 영역을 넓혀왔죠. 

새로운 세대는 거의 모두가 티비가 아닌 스마트폰을 보는 시대에 케이블 티비 시장은 점점 축소되는 중입니다. 활동 영역을 바꾸어야 할 때가 온 것이에요.

물론 2010년대 초반 당시 신문들의 디지털 퍼블리셔로의 전환이 필요했던 지형과 현재 영상 콘텐츠 시청의 지형 변화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OTT)와 유튜브 그리고 틱톡의 시대에 케이블 뉴스의 독립적인 포지셔닝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어요. 더군다나 '저널리즘의 가치'도 최우선으로 하면서 뉴스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과제도 함께 이루어야 하죠.

당장은 시청률을 복원하고 수익을 챙기는 것이 과제이겠지만, 케이블 뉴스 산업의 미래가 크게 바뀔 시점이 도래한 상황에서 CNN의 향후 턴어라운드 노력은 더욱 주목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시대의 대표적인 전환을 이끈 CEO의 선임도 중요한 선택이지만, 또 완전히 달라진 시대에 위기의 뉴스 사업자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방점이 찍혀있죠.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CNN은 새로운 콘텐츠와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에요. CNN이라는 대표적인 미디어 브랜드가 만드는 변화는 케이블 티비 뉴스를 넘어 또다시 기로에 서 있는 전체 뉴스 산업에 중요한 가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 [모임] 미국과 중국은 이별할 수 있을까?
커피팟의 세 번째 모임이 열립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을 통해서 꾸준히 전해온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전체 산업에 끼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약 20명의 독자분들과 함께할 예정인데요. 벌써 자리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약 60% 찼어요) 거대한 현상의 맥을 늘 명확하게 짚어주는 안젤라 님과 함께하는 유익한 시간 놓치지 마세요!

  • 주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은 잘 될까?
  • 일시: 9월 20일 수요일, 19:30~21:10
  • 장소: 로컬스티치 소공점 3층
  • 저자: 안젤라(박누리) / 진행: 오세훈(커피팟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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