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투자에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24화. 정치 편향을 투자에 반영하면 안 되는 이유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미국 대선이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초박빙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 시장의 투자자들과 각종 영역의 경제 분석가들은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는 이야기를 지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예측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을 바라보고 의사결정을 하려는 데 참고를 하죠.

하지만, 각 정당 혹은 각 당 후보의 뱡항과 그들이 내놓는 정책은 투자 시장에서만큼은 그 효과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세월 동안 증명되었는데요. "누가 이기면 증시가 오르고, 투자 환경이 좋아진다"류의 이야기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이제 5주 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구성할 미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분명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요. 다만 투자 시장에 있어서 만큼은 각 정당과 후보가 말하는 방향이 고려할 요소가 아니었다는 점을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이 짚어드립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미국 대선은 투자에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정치 편향을 투자에 반영하면 안 되는 이유

미국 대선은 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중요한 공약과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선거이지만,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참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4년 주기로 정치, 외교, 그리고 경제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후보들의 예상 정책을 깊이 분석하여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세계 최대의 경제와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당선 이후 경제와 외교 다방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5일 미국의 60번째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현재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민주당 현직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공화당 전직 대통령이 양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대선 당선자는 2025년 1월 20일에 취임하여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금융 분야에서도 각 후보의 예상 정책을 분석하고 당선 가능성을 가늠하며 증시, 환율, 금리 등 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자산 시장 방향 예측은 어긋나기 일쑤다.

특정 정당이 집권하면 증시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편견은 근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정책이 화석 에너지나 신재생 에너지 산업 같은 특정 산업에 우호적인 경우에도 해당 산업에 노출된 자산 가격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따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정당과 증시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투자자들도 사상적 편향에 빠지기 쉽다.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후보가 집권하면 반시장주의적 정책으로 증시가 폭락한다고 믿는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공화당 후보가 집권하면 국민들이 살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보수 성향 지지자들은 진보당 집권 시 경제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고 생각하고, 진보 성향 지지자들은 보수당 집권 시 경제 정의가 망가져서 나라가 잘못된다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정치 편향을 가진 지지자들은 상대방 정권이 집권하면 증시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뜯어보면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재임 기간 증시와 별 상관이 없다. 증시의 평균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당시 형성되던 버블, 금융위기, 경기침체, 오일쇼크 등 외생적 변수였으며 미국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찾기 힘들다.

민주당 대통령이 재임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이 높았다. 하지만, 극단의 경우를 제외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데이터: 켄 피셔, <투자의 배신> /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 <Fade the Election>)
*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 수익률은 2024년 8월 31일까지 수익률
역사적으로 민주당 대통령이 재임했을 때, 공화당 대통령이 재임했을 때보다 증시 연평균 수익률이 높았다. 후버 대통령 이후 바이든 대통령까지 미국 증시는 연평균 10.2% 상승했으며, 민주당 집권기 연평균 13.8%, 공화당 집권기 연평균 6.9%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이 친시장적이고 친기업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민주당은 사회 복지를 중시하고 정부의 역할을 확대한다고 믿어지기 때문에 민주당 집권기 증시 수익률이 높은 것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두 정당 집권기에 나온 가장 높거나 낮은 극단적인 수익률을 제외하면 양당의 수익률 차이는 크게 줄어든다. 공화당은 불행하게도 후버 대통령 재임기에 대공황(-23.2%)과 조지 부시 대통령 2기에 글로벌 금융위기(-5.2%)를 겪었다. 공화당이 대공황과 금융위기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 

후버 대통령 재임기와 조지 부시 대통령의 2기 재임기 수익률을 제외하면 공화당 집권기 S&P500 연평균 수익률은 10.9%로 민주당 집권기 증시 연평균 수익률 13.8%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또, 공화당이 재임기에 대공황(후버), 오일 쇼크(닉슨), 그리고 금융위기(조지 부시)를 겪고, 경제와 증시가 바닥에 떨어진 국면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민주당 대통령이 집권한 것도 민주당 집권기 증시 수익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국은 그 당시 대외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데이터: 연합뉴스, <역대 대통령 코스피 성적표는…글로벌 대외 변수 영향 커>)
우리나라는 집권 정당의 정책보다 대외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국의 경우에도 특정 정당과 코스피 수익률에서 별다른 연관이 보이지 않는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코스피는 연평균 6.7% 성장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37%) 재임기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 재임기에 증시가 부진했다. 

증시가 연평균 37% 상승한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는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하면서 중국, 아세안, 남미 등 모든 이머징 국가의 증시가 활황을 보이던 시절이다. 우리나라 경제도 중국향 수출이 급증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고 수출 기업들의 영업이익도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기였다.

증시가 부진했던 김영삼 대통령 재임기에는 IMF 외환 위기가 있었고,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에는 IT버블이 붕괴했다. 이명박 대통령 이후에는 금융위기 이전 고도 성장하던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대부분의 이머징 주식 시장 성과가 좋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제와 금융시장은 집권 정당의 정책보다 대외 경제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당의 영향이 중립적인 이유
투자자 켄 피셔는 특정 정당이 증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충성하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다소 중도적인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선을 위해서는 중도파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 "내세웠던 공약에서 물러나거나 중도파들의 마음을 언짢게 만들 수 있는 정책들의 추진 수위를 낮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 모두 선거 공약보다 중도적인 정책을 취한다. 친시장적인 공약을 약속했던 공화당 대통령은 시장의 기대보다 한발 물러서고, 사회복지 확대를 주장한 민주당 대통령의 정책도 뒤로 후퇴한다. 어느 정당도 중도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할 만큼 과한 시장친화적 정책도, 무리한 복지정책도 펼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게 된다.

주요 경제 공약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도 한다. (참고 자료: 시사인, <해리스노믹스, 트럼프노믹스와 비교해 보니>)
정책의 직접 수혜를 받는 산업의 자산 가격도 혼란스럽다.

"대통령의 정책이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산업에 노출된 자산 가격은 분명 수혜를 받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선거 때 마다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의 영향을 분석하여 수혜를 받는 산업과 불이익을 받는 산업의 목록을 만들곤 한다.

하지만 해당 산업의 주식 성과는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에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넘버원 수혜 업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화석 연료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사용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에 가장 성과가 좋았던 업종은 (빅오일이 포함된) 에너지 산업이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에 에너지 산업의 평균 주가는 28% 올라서, 20%에 그친(?) IT 산업 조차 따돌렸다.

미국 대통령 재임기 S&P500 산업별 연평균 수익률 (데이터: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 <Fade the Election>) *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 수익률은 2024년 8월 31일까지 수익률
딱히 정당의 색깔과 대통령의 정책에 따른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하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 연료 사용에 친화적인 정책을 지원했다. 셰일 오일 채굴에 긍정적이었고, 미국이 각종 기후 협약에서 탈퇴하도록 장려했다. 하지만 트럼프 재임 시절 가장 성과가 나쁜 섹터는 (빅오일이 포함된) 에너지 산업이다. 당시 에너지 산업의 평균 주가는 8% 하락했다. 또한 트럼프는 금융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쪽이었음에도 금융 섹터의 주가 상승률이 S&P500 지수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 재임기에 가장 성과가 좋은 섹터는 IT였다. 당시 IT 영역의 주가는 무려 31%나 올랐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테크 기업 종사자들은 민주당 지지세가 훨씬 크고,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산업의 주가가 왜 부진했을까?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이 생산량 증대를 장려하는 방향이라면 생산물의 가격과 기업의 이익을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셰일 오일 생산 증가는 유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오일 기업들의 이익을 훼손시켰다.

이처럼 정책의 직접 지원이 자산과 원자재 가격에는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이 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몇 년간의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해당 산업이 장기적으로 누적된 구조적 불균형 상태에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또, 2020년에 발생한 팬데믹으로 경제가 셧다운되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급감했고 유가 또한 급락하고 말았다. 대통령의 정책도 천재지변에는 저항할 수 없다.

공화당과 민주당 혹은 각 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을 분석해서 투자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난 데이터가 쭈욱 말해주고 있다.  
정치와 정책 분석은 (투자) 근거가 안 된다
역사적으로 대통령 선거는 미디어에서 떠드는 것만큼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양당 어느 쪽도 증시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았고, 정책에 근거한 주식 섹터의 성과 예측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또, 특정 산업이 정책적 지원을 받아도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부의 지원이 생산 과잉으로 이어지면 해당 산업의 모든 기업들이 이윤을 보지 못하면서 (유가 및 전력 가격을 포함한) 제품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 후생만 증가할 수도 있다.

많은 금융시장 종사자들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규제 완화를 근거로 에너지 기업과 금융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계승하여 전기차, 청정에너지 등 친환경 밸류체인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 아마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최소 며칠에서 몇 주 정도는 해당 산업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자산 가격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대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성향을 근거로 많은 투자자들이 에너지 기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처절하게 틀렸다. 이번에는 어떨까?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과거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투자자들은 에너지기업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면 틀려도 크게 잃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트럼프 재임기에 가장 성과가 좋았던 IT 영역에는 지나치게 많은 기대가 몰려있는 것 같다. 2016년 15배 내외였던 애플의 P/E 밸류에이션은 현재 30배를 넘어섰다. 2016년에는 테크기업들이 싸고 성장하는 좋은 기업이었다면, 지금은 적어도 예전만큼 싸지 않은 좋은 기업이다.

애플 주가와 P/E 밸류에이션 (데이터: 블룸버그)

정치와 시장이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지 대표적으로 보면 되는 사례이다.

투자자들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 지원과 자산 가격의 관계를 선형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정책들이 단기에 미치는 영향도 실제 현실에서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또, 정책이 장기적으로 산업의 구조를 바꾸더라도 그 모습은 현재 투자자가 상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정책을 투자에 고려할 때 해당 정책이 산업의 지형을 어떻게 바꾸고, 그 속에서 기업들의 이윤율이 어떻게 변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책이 정말로 해당 산업의 기업 이윤을 개선 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더라도 가격 밸류에이션이 이미 모든 호재를 반영했을 수도 있다.

미국 대선까지 남은 5주 동안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과 정책을 근거로 수많은 예측이 뉴스 피드에 흘러넘칠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꼭 기억해야 한다. 투자에 고려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의 이익과 밸류에이션이며 정치가 아니라는 것을.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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