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브랜드가 작은 현상을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 나이키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방면에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위한, 그 위기의 시초에 대한 이야기는 발견하기 쉽지가 않은데요.
오늘은 나이키가 위기를 겪기 전부터 만들어진 위기의 싹은 무엇이었는지 짚고, 이미 경쟁자들에게 큰 흐름을 내주고 대응이 늦은 걸지 혹은 빠른 회복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이키가 과연 지금의 수렁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실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달리기라는 가장 기본인 운동이 커뮤니티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만나 짧은 시간 안에 일으킬 수 있는 변화가 실로 크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리테일 브랜드가 작은 현상을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 |
나이키가 위기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꽤 되었습니다. "기존 리테일러들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디지털 전환에만 골몰했기에 이런 상황이 되었다", "러닝이 커지는 흐름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아식스와 호카, 온 러닝 등의 경쟁자들이 시장을 차지했다", "에어조던과 에어포스 등 기존의 히트 제품 라인 판매 증대에 집중하느라 신제품 출시가 늦었고, 트렌드가 바뀌는 것을 놓쳤다" 등 그 부진의 핵심 원인이라고 짚어지는 이야기들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들은 모두 일리가 있고, 그 영향이 분명히 보이는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의 분석은 늘 언제나 명료하고, 틀린 말이 있을 수가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무엇이 핵심이었는지 혹은 그 원인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지는지 파헤치고 앞으로의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겠죠.
그런 측면에서 나이키가 데이터와 숫자 그리고 그에 따른 '정답'을 중요시 여겼던 컨설턴트 및 테크 업계 출신의 CEO인 존 도나호와 경영진을 교체하고, 매장의 인턴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핵심 보직을 거쳐 나이키의 전체 마케팅을 총괄하는 사장을 거쳐 퇴임했던 엘리엇 힐을 CEO로 다시 불러온 것은 첫 단추를 나쁘지 않게 꿰맨 움직임이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실적 발표 후 도로 다 빠지긴 했지만, CEO 교체 소식에 주가는 7% 넘게 오르기도 했죠)
누구보다 나이키의 운영 방식을 잘 알고, 나이키의 브랜드를 쌓아올린 마케팅을 이끈 이의 복귀는 당장 조직 분위기를 수습하고 위기 극복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최적이라고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리더십이 교체된 것은 작은 시작일뿐입니다.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의 힘을 가진 나이키이지만, 크게 감소한 매출을 다시 증가세로 돌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칫 "영원한 1등은 없다"라는 격언을 실현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오는 중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몰리게 된 것일까요? 나이키는 어느 순간부터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봐야 할 뿌리를 보지 않았습니다. |
나이키가 최근 내놓은 신제품 러닝화인 줌 플라이 6입니다. 나이키는 최근 느려졌던 신제품의 주기를 다시 끌어올리려고 하는 중입니다. (이미지: 나이키) |
나이키는 지난 8월 말에 끝난 회계 분기(회계연도 2025년 1분기)에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나 감소해 115억 8900만 달러(약 15조 6625억 원)에 그쳤습니다. 아디다스는 지난 6월 말에 끝난 2분기에 전년 대비 9%나 증가한 58억 2200만 유로(약 8조 603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보시듯이 두 기업의 최근 행보는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아디다스는 올해부터 다시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긴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고 있고, 나이키는 긴 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죠. 아디다스의 경우, 나이키가 잘 나가는 동안 특히 러닝이라는 대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나이키에 크게 밀리면서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었죠. 기술 경쟁에서 나이키에 밀리고, 육상 선수들이 대거 나이키 신발을 선호하면서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 영향이 컸습니다. 나이키가 '문샷'이라고도 부른 브레이킹2 프로젝트는 마라톤을 두 시간 내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신발을 개발하겠다는 (전체적인 선수 관리도 포함한 프로젝트였죠) 비전을 보이면서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술을 입힌 '베이퍼플라이'가 세상에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2010년대 후반부터는 아디다스를 비롯한 다른 브랜드들이 나이키를 따라잡는건 어렵다고 보일 때도 있었죠.
게다가 아디다스는 이후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표 모델이었던 예(카니예 웨스트의 새 이름)의 유대인 혐오 발언이 크게 불거지면서 브랜드 협업 계약을 해지하고, 이미 생산된 콜라보 제품의 재고 처리에 애를 먹으면서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디다스는 러닝화 카테고리에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고 있습니다. 러닝은 스포츠웨어 시장에서도 상징적인 카테고리입니다. 해당 브랜드의 기술과 혁신을 상징하고, 그 상징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가장 큰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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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는 아디다스의 실적 회복과 함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라인입니다. 2023년에는 대표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풋웨어뉴스(FN)이 선정한 "올해의 신발"이 되었습니다. 2015년 예와 협업한 이지(Yeezy) 라인의 수상 이후 처음입니다. 시장 리서치 기관인 번스타인에 의하면 올해도 삼바 라인은 15억 유로(약 2조 21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지: 아디다스) |
아디다스의 캐주얼화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삼바'가 지난해부터 인기가 갑자기 커진 이유는 바로 아디다스의 러닝 부문이 회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다시 상승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기존의 시그니처 라인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죠. 나이키의 에어포스가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바로 나이키가 기술과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업계의 트렌드 세터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열린 국제 마라톤들에서 남성 선수들 중 톱10의 7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러닝화를 신었고, 여성 선수들 20명 중 18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러닝화를 신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10위 내 입상자 중 3~4명은 아디다스를 신고 있었고요. 최근 아디다스의 재도약이 특히 두드러진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죠.
그리고 이는 마침 아디다스가 프로 이보(Pro Evo)라는 오랜만의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 이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호카와 온 러닝, 아식스 등의 도약 역시 러닝 인구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새롭게 혁신하는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선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뉴발란스와 퓨마, 써코니, 브룩스 등의 기존 브랜드가 모두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강조하는 러닝화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으로 돌아가 러닝은 나이키를 무너뜨릴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들이 차근히 시장을 잡아먹고 '기술과 혁신'의 이미지를 이미 나눠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나이키가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다른 브랜드들이 점차 시장 점유율을 키우면서 카테고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죠. 새로운 브랜드들이 수없이 생기고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이 시장에서 러닝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더 특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스포츠 신발의 시장도 사람들이 여러 종류의 신발을 구경하러 가는 리테일 매장의 매대에 누가 더 좋은 섹션에 더 많은 신발을 디스플레이하고 있느냐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 구매를 해도 오프라인에서 본 다음에 온라인 매장으로 갑니다)
헌데, 나이키는 최근 몇 년간 그 매대에서 자신들의 신발을 스스로 빼 왔습니다. 새롭게 그 매대를 차지한 브랜드들이 쉽게 다시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겠죠. |
나이키 북미 시장 매출 변화 (데이터: 나이키 FY2025 1Q 실적 보고서) 나이키의 추락은 특히 러닝의 붐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보다 1~2년은 더 빠르게 왔던 미국 시장에서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풋웨어의 최근 실적은 전년 대비 14% 하락한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러닝을 비롯한 스니커즈가 얼마나 큰 비중이며, 중요한 카테고리인지 이 표로도 바로 알 수 있죠.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
러닝 커뮤니티에 가입한 이들에게 질문을 하면 대다수가 "당연히 아주 크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최근 러닝 붐이 커진 상황에서 제품 추천을 부탁하면 나이키의 최신 제품을 추천받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모두들 호카와 온 러닝을 이야기했고, 아식스가 그 대열에 합류했고 최근 들어서 아디다스가 이 러너들의 대화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이 ‘힙한' 브랜드들 사이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신고 입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래 압도적인 시장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죠) 근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현재의 러닝 커뮤니티 문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호카와 같은 새로운 브랜드가 주도를 했습니다. 이들은 팬데믹 동안에 커지기 시작한 달리기 인구 그리고 이후 커지기 시작한 러닝 커뮤니티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했습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달리는 흐름을 보고 빠르게 자신들의 제품을 소개하기에 나선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골프와 테니스, 자전거 등에 이어 러닝이 주목받고, 팬데믹이 지나면서는 발 빠르게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에도 앞장섰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6월에 "나이키는 어떻게 러닝 문화가 커지는 흐름을 놓쳤나?"라는 취재 기사를 통해서 호카뿐만 아니라 아식스 그리고 브룩스 등은 동네의 작지만 러닝에 진심인 이들이 모인 동호회에 신제품을 써보도록 나눠주면서 서서히 제품을 알려간 반면 나이키는 시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나 기존의 커뮤니티에만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죠. 결국 사용성이 가장 중요한 제품을 신어보도록 하고, 입소문이 디지털 세상에까지 크게 퍼지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가운데 나이키에게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때마침 러닝 붐이 더 크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러닝을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러닝을 하겠다고 나서고, 열 명이 안 되던 작은 동호회가 수백 명의 러너들이 참여하는 러닝 행사를 열고, 새로운 커뮤니티들까지 늘어나게 되었죠. 이 붐을 타고 노를 저어야 하는데, 나이키는 그 붐에서 제외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아직 전문 마라토너들은 협찬도 받아 나이키의 고기능 신발을 신고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자신의 발에 맞는 제품을 찾아 신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나이키가 대형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는 호카와 온 러닝의 실적만 봐도 바로 증명됩니다.
호카는 지난 6월 말에 끝난 2분기(회계연도 2025년 1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9.7% 증가하면서 5억 4520만 달러(약 7360억 원)를 기록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커뮤니티였던 러닝족과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였던 호카는 회계연도 2024년에 연간 매출 18억 달러(약 2조 4300억 원) 넘게 올렸습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무려 50%에 이릅니다.
이쯤 되면 역시 대표적인 브랜드인 온 러닝의 성장률도 궁금해지는데요. 온 러닝은 2022년에 전년 대비 68.7% 성장한 12억 2000만 스위스 프랑(약 1조 9220억 원)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47% 성장한 17억 9210만 스위스 프랑(약 2조 8240억 원)에 이르렀고요. 2024년에도 크게 성장해 매출은 22억 5000만 스위스 프랑(약 3조 5450억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은 나이키의 본거지인 북미이기도 합니다. 아식스 역시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고요. 러닝 시장은 물론 전체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그 과실은 새로운 브랜드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죠. 나이키의 매출 -10% 뒤에는 이들의 무서운 성장이 있었다고 짚을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지난 분기 풋웨어와 어패럴 부문 모두 북미 시장에서 매출이 지난 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 및 10%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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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호카는 다양한 러닝 커뮤니티를 초기부터 만들면서 '제품의 우수성'이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도록 하는 전략의 효과를 가장 크게 봤습니다. 지금도 각 시장에서 그 전략은 이어지고 있고요. (이미지: 호카) |
이쯤 되면 아무리 나이키라고 하더라도 현재 빠진 수렁에서 금방 빠져나올 수는 없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브랜드는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고, 커뮤니티 그리고 이와 연결된 소셜미디어에서는 나이키의 존재감이 약해진 상황입니다. 물론 나이키에게는 농구도 있고, 축구도 있고, 세상의 스포츠팀과 전문 운동선수들 절반은 나이키의 스포츠웨어를 착용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힘이 다른 브랜드들이 커지는 힘을 누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입니다. 기술과 혁신을 상징했던 나이키의 이미지는 러너들 사이에서 "신을 신발이 없는 브랜드"로 만들었고, 이는 전반적인 브랜드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새로운 세대 사이에서 모두가 한 켤레씩 가지고 있는 것 같았던 나이키의 에어포스 같은 신발을 신고 꾸미는 것이 힙하지도 않고,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죠. 나이키의 제품들은 유행을 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어느덧 최신의 브랜드들은 나이키를 유행 지난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 입소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커진 목소리들입니다. 러닝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무슨 제품을 신고 입는지 개인 계정에 올리는 사람들 중 나이키의 비중은 작아졌고, 그토록 확장을 하려했던 디지털 D2C 채널을 크게 확장한 것은 오히려 다른 브랜드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틈새를 노렸는데, 때마침 터진 러닝 붐과 함께 시장이 질주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나이키에게도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짚을 수 있습니다. 추락이 끝없을 것만 같던 아디다스 역시 회복세를 보여가듯이,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여온 나이키가 방향을 다시 잘 설정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키는 특히나 러닝 카테고리에서는 기술적으로도 제품적으로도 아디다스를 압도해 온 이력이 있고, 여전히 세계 최고의 광고 기획 능력과 마케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풀뿌리 커뮤니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은 기존의 방식으로 분석한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습니다. 특히나 작은 오프라인 동호회를 통해서 나는 입소문이 소셜미디어의 위력을 보여주는 나비효과가 되고, 새로운 운동 트렌드를 타고 커질 것이라는 점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 몇 명의 커뮤니티가 수십 명, 수백 명으로 확장하고, 이런 커뮤니티들이 모여 만드는 '트렌드'는 실로 엄청난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이키의 데이터를 다루던 이들과 기존 경영진은 있는 그대로의 숫자가 말하는 방향대로 움직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다른 리테일러들에게 주는 물량과 오프라인 판매 루트를 줄이고, 디지털 D2C에 집중해서 수익성도 올려야 한다"와 같은, '정답'은 완전한 오답이었다는 것을 (이미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깨달은 것은 다행인 일이지만요. 이제 다시 "데이터는 현장에서 쌓이고, 현장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는 데서 쌓이기 시작한다"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도 잠시 살펴보았듯) 경쟁자들과 숫자를 비교해 보면 나이키에서 빠진 숫자와 시장의 커진 파이를 새로운 경재자들이 채웠다고 추정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가 이제 할 일은 그들을 위협하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고, 새로워진 시장을 다시 제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업계의 누구보다 많은 자원을 가진 이들이 돈을 제대로 쓰는 방향도 바로잡힐 것입니다.
앞서 인용했던 격언처럼 1등도 영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브랜드들의 질주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그 유행이 빨라진 스포츠웨어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레거시 브랜드이건 신생 브랜드이건 특히 작은 오프라인 현장에서 소셜미디어까지 이어진 현상이 주는 실체를 어떻게 먼저 짚어내는지가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받고 시장이 순식간에 커지기도 하는 리테일 분야에서는 그걸 먼저 짚어내면 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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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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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석들은 모두 일리가 있고, 그 영향이 분명히 보이는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의 분석은 늘 언제나 명료하고, 틀린 말이 있을 수가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무엇이 핵심이었는지 혹은 그 원인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지는지 파헤치고 앞으로의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겠죠.
그런 측면에서 나이키가 데이터와 숫자 그리고 그에 따른 '정답'을 중요시 여겼던 컨설턴트 및 테크 업계 출신의 CEO인 존 도나호와 경영진을 교체하고, 매장의 인턴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핵심 보직을 거쳐 나이키의 전체 마케팅을 총괄하는 사장을 거쳐 퇴임했던 엘리엇 힐을 CEO로 다시 불러온 것은 첫 단추를 나쁘지 않게 꿰맨 움직임이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실적 발표 후 도로 다 빠지긴 했지만, CEO 교체 소식에 주가는 7% 넘게 오르기도 했죠)
아디다스의 경우, 나이키가 잘 나가는 동안 특히 러닝이라는 대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나이키에 크게 밀리면서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었죠. 기술 경쟁에서 나이키에 밀리고, 육상 선수들이 대거 나이키 신발을 선호하면서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 영향이 컸습니다. 나이키가 '문샷'이라고도 부른 브레이킹2 프로젝트는 마라톤을 두 시간 내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신발을 개발하겠다는 (전체적인 선수 관리도 포함한 프로젝트였죠) 비전을 보이면서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술을 입힌 '베이퍼플라이'가 세상에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2010년대 후반부터는 아디다스를 비롯한 다른 브랜드들이 나이키를 따라잡는건 어렵다고 보일 때도 있었죠.
게다가 아디다스는 이후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표 모델이었던 예(카니예 웨스트의 새 이름)의 유대인 혐오 발언이 크게 불거지면서 브랜드 협업 계약을 해지하고, 이미 생산된 콜라보 제품의 재고 처리에 애를 먹으면서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디다스는 러닝화 카테고리에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고 있습니다. 러닝은 스포츠웨어 시장에서도 상징적인 카테고리입니다. 해당 브랜드의 기술과 혁신을 상징하고, 그 상징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가장 큰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하죠.
최근 열린 국제 마라톤들에서 남성 선수들 중 톱10의 7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러닝화를 신었고, 여성 선수들 20명 중 18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러닝화를 신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10위 내 입상자 중 3~4명은 아디다스를 신고 있었고요. 최근 아디다스의 재도약이 특히 두드러진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죠.
호카와 온 러닝, 아식스 등의 도약 역시 러닝 인구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새롭게 혁신하는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선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뉴발란스와 퓨마, 써코니, 브룩스 등의 기존 브랜드가 모두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강조하는 러닝화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들이 차근히 시장을 잡아먹고 '기술과 혁신'의 이미지를 이미 나눠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나이키가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다른 브랜드들이 점차 시장 점유율을 키우면서 카테고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죠. 새로운 브랜드들이 수없이 생기고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이 시장에서 러닝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더 특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스포츠 신발의 시장도 사람들이 여러 종류의 신발을 구경하러 가는 리테일 매장의 매대에 누가 더 좋은 섹션에 더 많은 신발을 디스플레이하고 있느냐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 구매를 해도 오프라인에서 본 다음에 온라인 매장으로 갑니다)
근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현재의 러닝 커뮤니티 문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호카와 같은 새로운 브랜드가 주도를 했습니다. 이들은 팬데믹 동안에 커지기 시작한 달리기 인구 그리고 이후 커지기 시작한 러닝 커뮤니티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했습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달리는 흐름을 보고 빠르게 자신들의 제품을 소개하기에 나선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골프와 테니스, 자전거 등에 이어 러닝이 주목받고, 팬데믹이 지나면서는 발 빠르게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에도 앞장섰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6월에 "나이키는 어떻게 러닝 문화가 커지는 흐름을 놓쳤나?"라는 취재 기사를 통해서 호카뿐만 아니라 아식스 그리고 브룩스 등은 동네의 작지만 러닝에 진심인 이들이 모인 동호회에 신제품을 써보도록 나눠주면서 서서히 제품을 알려간 반면 나이키는 시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나 기존의 커뮤니티에만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죠. 결국 사용성이 가장 중요한 제품을 신어보도록 하고, 입소문이 디지털 세상에까지 크게 퍼지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가운데 나이키에게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때마침 러닝 붐이 더 크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러닝을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러닝을 하겠다고 나서고, 열 명이 안 되던 작은 동호회가 수백 명의 러너들이 참여하는 러닝 행사를 열고, 새로운 커뮤니티들까지 늘어나게 되었죠. 이 붐을 타고 노를 저어야 하는데, 나이키는 그 붐에서 제외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아직 전문 마라토너들은 협찬도 받아 나이키의 고기능 신발을 신고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자신의 발에 맞는 제품을 찾아 신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나이키가 대형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는 호카와 온 러닝의 실적만 봐도 바로 증명됩니다.
호카는 지난 6월 말에 끝난 2분기(회계연도 2025년 1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9.7% 증가하면서 5억 4520만 달러(약 7360억 원)를 기록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커뮤니티였던 러닝족과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였던 호카는 회계연도 2024년에 연간 매출 18억 달러(약 2조 4300억 원) 넘게 올렸습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무려 50%에 이릅니다.
이쯤 되면 역시 대표적인 브랜드인 온 러닝의 성장률도 궁금해지는데요. 온 러닝은 2022년에 전년 대비 68.7% 성장한 12억 2000만 스위스 프랑(약 1조 9220억 원)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47% 성장한 17억 9210만 스위스 프랑(약 2조 8240억 원)에 이르렀고요. 2024년에도 크게 성장해 매출은 22억 5000만 스위스 프랑(약 3조 5450억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은 나이키의 본거지인 북미이기도 합니다. 아식스 역시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고요. 러닝 시장은 물론 전체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그 과실은 새로운 브랜드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죠. 나이키의 매출 -10% 뒤에는 이들의 무서운 성장이 있었다고 짚을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지난 분기 풋웨어와 어패럴 부문 모두 북미 시장에서 매출이 지난 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 및 10% 감소했습니다)
물론 나이키에게는 농구도 있고, 축구도 있고, 세상의 스포츠팀과 전문 운동선수들 절반은 나이키의 스포츠웨어를 착용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힘이 다른 브랜드들이 커지는 힘을 누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입니다. 기술과 혁신을 상징했던 나이키의 이미지는 러너들 사이에서 "신을 신발이 없는 브랜드"로 만들었고, 이는 전반적인 브랜드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새로운 세대 사이에서 모두가 한 켤레씩 가지고 있는 것 같았던 나이키의 에어포스 같은 신발을 신고 꾸미는 것이 힙하지도 않고,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죠. 나이키의 제품들은 유행을 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어느덧 최신의 브랜드들은 나이키를 유행 지난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 입소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커진 목소리들입니다. 러닝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무슨 제품을 신고 입는지 개인 계정에 올리는 사람들 중 나이키의 비중은 작아졌고, 그토록 확장을 하려했던 디지털 D2C 채널을 크게 확장한 것은 오히려 다른 브랜드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틈새를 노렸는데, 때마침 터진 러닝 붐과 함께 시장이 질주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나이키에게도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짚을 수 있습니다. 추락이 끝없을 것만 같던 아디다스 역시 회복세를 보여가듯이,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여온 나이키가 방향을 다시 잘 설정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키는 특히나 러닝 카테고리에서는 기술적으로도 제품적으로도 아디다스를 압도해 온 이력이 있고, 여전히 세계 최고의 광고 기획 능력과 마케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풀뿌리 커뮤니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은 기존의 방식으로 분석한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습니다. 특히나 작은 오프라인 동호회를 통해서 나는 입소문이 소셜미디어의 위력을 보여주는 나비효과가 되고, 새로운 운동 트렌드를 타고 커질 것이라는 점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 몇 명의 커뮤니티가 수십 명, 수백 명으로 확장하고, 이런 커뮤니티들이 모여 만드는 '트렌드'는 실로 엄청난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이키의 데이터를 다루던 이들과 기존 경영진은 있는 그대로의 숫자가 말하는 방향대로 움직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다른 리테일러들에게 주는 물량과 오프라인 판매 루트를 줄이고, 디지털 D2C에 집중해서 수익성도 올려야 한다"와 같은, '정답'은 완전한 오답이었다는 것을 (이미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깨달은 것은 다행인 일이지만요. 이제 다시 "데이터는 현장에서 쌓이고, 현장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는 데서 쌓이기 시작한다"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도 잠시 살펴보았듯) 경쟁자들과 숫자를 비교해 보면 나이키에서 빠진 숫자와 시장의 커진 파이를 새로운 경재자들이 채웠다고 추정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가 이제 할 일은 그들을 위협하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고, 새로워진 시장을 다시 제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업계의 누구보다 많은 자원을 가진 이들이 돈을 제대로 쓰는 방향도 바로잡힐 것입니다.
앞서 인용했던 격언처럼 1등도 영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브랜드들의 질주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그 유행이 빨라진 스포츠웨어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레거시 브랜드이건 신생 브랜드이건 특히 작은 오프라인 현장에서 소셜미디어까지 이어진 현상이 주는 실체를 어떻게 먼저 짚어내는지가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받고 시장이 순식간에 커지기도 하는 리테일 분야에서는 그걸 먼저 짚어내면 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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