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당연히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인데 지난달 초 울진에서 일어난 산불이 아흐레 동안 축구장 3만 5000여 개 면적을 태우면서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로 기록됐습니다.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나무들이 숯덩이로 변했습니다. 피해액은 최소 1300억 원 규모라는데요. 전문가들은 울진 산불이 ‘기후 재난’이라고 말해요. 울진 지역의 강수량이 산불 직전 3개월 간 0mm에 가까웠다는데, 이례적인 수치였다고 합니다. 호주와 북미에서도 극심한 가뭄 뒤에 역대급 산불이 번졌었죠. 지난 2월 23일 유엔 환경계획(UNEP)은 산불 보고서를 통해 “대형 산불이 2030년까지 최대 14%, 2050년까지 최대 30%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2월 28일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가 가뭄과 산불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바로 며칠 뒤에 울진 산불이 시작됐죠. 산불 피해는 왜 심각한 문제일까요? 우리가 식목일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숲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9%를 삼림이 흡수한다고 해요. 숲이 없었다면, 우리가 방어하고자 하는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인 ‘산업화 대비 1.5도 상승’ 마지노선은 진작에 무너졌을 겁니다. 산불은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이렇게나 핵심적인 지원군을 잃는 피해죠.
나무 심기의 탄소 절감 효과는 과장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숲이 정말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는 거 맞느냐”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건 과학적 사실이 맞죠. 그렇다 보니 ‘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수십 년 동안 기업 또는 국가 단위의 대표적인 친환경·ESG 활동으로 자리 잡아 왔는데요. 이것의 실효성을 둘러싼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사바나(남북 양반구의 열대우림과 사막 중간에 분포하는 열대 초원)를 둘러싼 갑론을박입니다.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전 세계 땅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사바나 지역 대초원에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하는 곳들이 있어요.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서죠. 이들은 "사바나 대초원을 숲으로 바꾸면 헥타르당 280톤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인용해왔는데요. 지난달 네이처지에 이를 정면 반박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하버드대, 예일대, 미국 산림청,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바나 지역을 숲으로 바꿀 경우 헥타르당 23톤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존 추정치의 단 8% 수준이죠. (이번 연구 결과는 콩고공화국이 150평방 마일 면적에 아카시아 나무를 심기로 했던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해요. ‘빅오일'인 프랑스의 토탈 에너지(Total Energies)가 탄소 배출량 상쇄를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라네요) 이 네이처 논문은 단순히 사바나 지역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환경보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온 ‘나무 심기 프로젝트’ 전체에 경종을 울린 듯합니다. 주요국이나 거대 자본 주도로 엄청난 양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생태계 악화나 삼림 벌채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거든요.
미국 에너지 기업 AES 코퍼레이션의 사례가 나무 심기 프로젝트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기업은 1987년 과테말라에 나무를 대량으로 심음으로서 코네티컷 석탄 공장의 40년 치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하려 했어요. 그런데 과테말라 농부들이 과도하게 나무 심기에 투입되면서 해당 지역의 식량이 떨어지고 경제가 위기를 맞았죠. 결국 40년이 지나기 전에 지역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버리기 시작했답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ES는 탄소 배출량의 단 10%만 상쇄하는 결과를 얻었다네요. 변하지 않는 나무와 숲의 효과가 있지만 이처럼 '나무 심기 비판론'이 거세던 가운데, 최근 버지니아대학의 한 환경과학자가 발표한 연구 결과가 기후환경 분야에서 크게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삼림이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든든한 지원군일 수 있다는 발표였습니다. 환경과학자 데보라 로렌스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은 이산화탄소 스펀지일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로 지구 표면의 열을 식힌다고 해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나무들은 물을 빨아들여서 기체로 내뿜는데 이 과정에서 태양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를 증발산(evapotranspiration)이라고 하는데, 자연적으로 에어컨 같은 효과를 내요. 사람을 포함한 생물체들이 살고 있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열을 멀리 떨어트리는 거죠. 숲의 꼭대기가 울퉁불퉁할수록 더 많은 난기류가 발생해 더 많은 열이 땅에서 밀려난다고 하네요. 연구진은 이런 효과가 현재 지구 기온을 최대 0.5도 식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는데요. 우리가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을 1.5도로 잡고 있고 현재까지 1.1도 상승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0.5도는 어마어마한 숫자이죠. 나무 심기의 탄소 절감 효과가 과장됐다는 소식, 그리고 삼림이 탄소 절감 외에도 지구 기온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 어느 이야기가 더 흥미로우신가요? 변하지 않는 것은, 숲은 지구 기온 하강에 커다란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그 숲을 어떻게 조성하고 유지하느냐는 인간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IPCC의 경고처럼,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탓에 산불이 갈수록 늘어난다면요. 자연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우리 손으로 든든한 지원군을 버린 걸까요.
By 앨런 * 기후위기에 산업계와 자본 시장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전해드려요. 어려울 수 있는 ESG 동향도 챙겨드릴게요. |
[리테일] #패스트패션 #이커머스
1. 유니클로의 2배 가치 되는 쉬인?
순식간에 큰 더 빠른 패스트패션
쉬인은 팬데믹 와중에 전 세계 Z세대의 관심을 잡아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어요. 30대 이상이라면 들어보기 힘든 이름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평균 가격 약 10달러 내외의 의류가 매일 약 6000개씩 업데이트되고 있는 플랫폼은 1020세대가 모두 모이는 온라인 쇼핑 플레이스가 되다시피 했죠.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한 Z세대 마케팅도 주효했어요. 매일 같이 인플루언서들이 쉬인의 옷을 홍보했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쉬인에서 산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고 침대에 던져놓는 영상 등이 크게 유행했는데요. 인터넷을 이용하는 1020세대가 쉬인의 스폰서를 받은 홍보 영상이나 광고를 매일 보지 않기는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해요. 그 결과 의류 판매 웹사이트로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수를 기록 중이고, H&M과 자라보다도 구글 검색량이 많아졌어요.
운이 겹친 결과이기도 하지만
모건스탠리에 의하면 2022년 쉬인의 매출은 200억 달러(약 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요.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0년에 매출이 3배 이상 뛰며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기록한 이래 단 2년 만에 매출이 또 2배 뛰는 것이에요.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를 하는 브랜드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었죠. 물론 팬데믹 이전부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팬데믹 들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일구었어요.
쉬인의 큰 성장은 주요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히 잡아가던 타이밍과도 겹쳤어요. 대표적인 시장으로 미국을 들 수 있는데요. 지난 2016년 미국이 자국 이커머스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인이 들여오는 물품의 관세 면제 한도를 기존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인 이후, 오히려 쉬인 이용자들이 수입세를 내지 않게 되면서 쉬인이 큰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미국 시장은 이후 쉬인이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더 키우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었고요.
큰 성장과 가치 이면에 있는 것들
쉬인의 빠른 성장은 물론 수많은 옷을 디자인,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간을 단축하며 '더 빠른' 패스트패션을 창조한 것이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아요. 저렴하게 옷을 생산하고, 많이 파는 전략은 자라나 H&M 등이 2000년대 초반에 마스터한 모델인데요. 쉬인 이와 비슷한 모델이지만 더 많은 종류의 옷을 빠르게 생산해 공급하는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와 디자인 표절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어요. 할인을 미끼로 모은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도 큰 비판을 받았고요. 매년 100%가 넘게 성장해 온 빠른 성장의 이면에 있는 여러 가지 이슈가 계속 드러났죠. 최근에는 공급 체인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커지는 중이고, 모든 패스트패션이 그래 왔듯이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 역시 커지고 있어요.
쉬인이 만든 효율적인 비즈니스는 이들에 눈독을 들이는 벤처캐피털과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사업 모델이에요. 물론 투자의 근거에는 얼마나 빨리 그리고 더 많이 팔 수 있는지가 포함되지만, 브랜드가 성장을 하고, 이번과 같이 큰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가 커지고 향후 기업공개 등에 더 가까워질수록 드러난 문제들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은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쉬인은향후해외기업공개(IPO) 준비를위해싱가포르에지주회사를세울계획인것으로알려졌어요. 이번 투자는 사모펀드 제너럴 애틀란틱(General Atlantic)이 주도하고 있고, 기존 투자자에는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어 캐피털, 타이거 글로벌 등이 포함되어 있어요.
팬데믹 동안 패션 시장에서는 ‘리세일' 즉 중고 의류 붐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져 왔죠. 각종 중고 의류 플랫폼이 소위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민감한 MZ 세대의 사랑을 받고 성장해 왔다는 이야기는 관련 기업들이 내세우는 레퍼토리였고요. 특히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이런 흐름은 더 커졌다는 분석도 꼭 뒤따랐죠. 하지만 패스트패션의 한계를 끌어올린 쉬인의 세계적인 성장과 최근 호전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실적을 보면 이런 흐름과 분석이 무색해지기도 해요.
물론 큰 틀에서 보면 패스트패션의 성장세는 이전보다 둔화되고 있고, 중고 의류 거래의 성장세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이 돼요. 하지만 쉬인의 성장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흐름 속에서도 패스트패션의 성장세도 더 커질 수 있어요. 환경 이슈와 기후위기 대응에 민감해지는 흐름은 커지고 있지만, 다양한 소비 방식이 커지고 있기도 하죠.
[자율운행] #웨이모 #크루즈 #운전자없이
2. 성큼 다가온 로보택시 시대?
현재는 운전자가 있어야 하지만
우선, 캘리포니아주는 소위 '로보택시' 운행 서비스 허가를 아래와 같이 4가지 종류로 나누어 규정하는데요.
크루즈와 웨이모는 지난 2월 28일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 이하 CPUC)로부터 동시에 '운전자가 있는 상태에서 일반 승객에게 과금이 가능한' 로보택시 운행 승인을 받았어요. 그동안은 일반 승객에게 과금이 불가능한 시범 운행만 가능했는데, 관련 허가를 받고 운전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수익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로보택시 상용화가 가능해진 것이에요.
복잡한 도로에서 실전 테스트 중
CPUC는 2018년 5월 캘리포니아 차량 관리국과 협의해 자율주행과 관련한 규정을 공표하고, 관련 회사들과 워크숍 등을 통해 규정을 정비해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등 자율주행 차량 여객 운송서비스(로보택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었어요. 그동안 아마존이 인수한 죽스(Zoox), 중국 빅테크 자본의 포니ai, 오토X등의 스타트업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CPUC와 협의해 왔는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에서 로보택시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성과를 낸 회사는 크루즈와 웨이모 두 회사예요.
(운전자가 있는 상태에서)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자율운행에 대해 웨이모는 하루 24시간, 시속 100km(65마일)까지 운행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고, 크루즈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시속 48km(30마일)까지로 허가를 받았는데요. 두 업체 모두 짙은 안개나 비가 많이 내릴 경우에는 운행을 할 수 없어요. 우선 제한된 조건 속에서 각기 서비스를 조금씩 확장하려는 계획인데요. 둘 모두 인구 밀집도가 높고, 도로 사정이 복잡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실전 테스트를 계속 쌓는다는데 의미가 있어요.
'로보택시'가 완전 코앞은 아니지만
웨이모와 크루즈 모두 현재 운전자가 없는 상태의 자율운행도 샌프란시스코 내 제한된 지역에 한정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둘 모두 이 서비스를 우선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는데요.크루즈는 직원이 아닌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무료) 시범 운행도 제공하고 있어요.
각지 도로 위에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가 많아지는 데에는 당연히 시간이 걸릴 테지만, 웨이모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첫 서비스 론칭을 하고, 크루즈가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더 지난 상황에서 두 업체 모두 (욕심만큼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내고 있다고 평가받아요.
크루즈는 지난해 11월 CPUC에 운전자가 없는 상태에서 일반 승객에게 과금을 할 수 있는 자율운행에 대한 승인도 신청했는데요. 올해 10월까지는 결정이 보류된 상태예요. 아직 더 많은 테스트를 거치면서 추가적으로 안전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더 복잡한 도로에서 쌓는 더 많은 테스트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봐야 하죠.
[기후테크] #식목일맞이 #숲의효과 #탄소배출권
3. 🌲 비즈니스가 된 나무 심기의 효과는?
나무는 당연히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인데
지난달 초 울진에서 일어난 산불이 아흐레 동안 축구장 3만 5000여 개 면적을 태우면서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로 기록됐습니다.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나무들이 숯덩이로 변했습니다. 피해액은 최소 1300억 원 규모라는데요.
전문가들은 울진 산불이 ‘기후 재난’이라고 말해요. 울진 지역의 강수량이 산불 직전 3개월 간 0mm에 가까웠다는데, 이례적인 수치였다고 합니다. 호주와 북미에서도 극심한 가뭄 뒤에 역대급 산불이 번졌었죠.
지난 2월 23일 유엔 환경계획(UNEP)은 산불 보고서를 통해 “대형 산불이 2030년까지 최대 14%, 2050년까지 최대 30%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2월 28일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가 가뭄과 산불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바로 며칠 뒤에 울진 산불이 시작됐죠.
산불 피해는 왜 심각한 문제일까요? 우리가 식목일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숲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9%를 삼림이 흡수한다고 해요. 숲이 없었다면, 우리가 방어하고자 하는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인 ‘산업화 대비 1.5도 상승’ 마지노선은 진작에 무너졌을 겁니다. 산불은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이렇게나 핵심적인 지원군을 잃는 피해죠.
나무 심기의 탄소 절감 효과는 과장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숲이 정말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는 거 맞느냐”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건 과학적 사실이 맞죠. 그렇다 보니 ‘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수십 년 동안 기업 또는 국가 단위의 대표적인 친환경·ESG 활동으로 자리 잡아 왔는데요. 이것의 실효성을 둘러싼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사바나(남북 양반구의 열대우림과 사막 중간에 분포하는 열대 초원)를 둘러싼 갑론을박입니다.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전 세계 땅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사바나 지역 대초원에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하는 곳들이 있어요.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서죠.
이들은 "사바나 대초원을 숲으로 바꾸면 헥타르당 280톤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인용해왔는데요. 지난달 네이처지에 이를 정면 반박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하버드대, 예일대, 미국 산림청,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바나 지역을 숲으로 바꿀 경우 헥타르당 23톤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존 추정치의 단 8% 수준이죠. (이번 연구 결과는 콩고공화국이 150평방 마일 면적에 아카시아 나무를 심기로 했던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해요. ‘빅오일'인 프랑스의 토탈 에너지(Total Energies)가 탄소 배출량 상쇄를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라네요)
이 네이처 논문은 단순히 사바나 지역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환경보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온 ‘나무 심기 프로젝트’ 전체에 경종을 울린 듯합니다. 주요국이나 거대 자본 주도로 엄청난 양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생태계 악화나 삼림 벌채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거든요.
미국 에너지 기업 AES 코퍼레이션의 사례가 나무 심기 프로젝트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기업은 1987년 과테말라에 나무를 대량으로 심음으로서 코네티컷 석탄 공장의 40년 치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하려 했어요. 그런데 과테말라 농부들이 과도하게 나무 심기에 투입되면서 해당 지역의 식량이 떨어지고 경제가 위기를 맞았죠. 결국 40년이 지나기 전에 지역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버리기 시작했답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ES는 탄소 배출량의 단 10%만 상쇄하는 결과를 얻었다네요.
변하지 않는 나무와 숲의 효과가 있지만
이처럼 '나무 심기 비판론'이 거세던 가운데, 최근 버지니아대학의 한 환경과학자가 발표한 연구 결과가 기후환경 분야에서 크게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삼림이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든든한 지원군일 수 있다는 발표였습니다. 환경과학자 데보라 로렌스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은 이산화탄소 스펀지일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로 지구 표면의 열을 식힌다고 해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나무들은 물을 빨아들여서 기체로 내뿜는데 이 과정에서 태양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를 증발산(evapotranspiration)이라고 하는데, 자연적으로 에어컨 같은 효과를 내요. 사람을 포함한 생물체들이 살고 있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열을 멀리 떨어트리는 거죠. 숲의 꼭대기가 울퉁불퉁할수록 더 많은 난기류가 발생해 더 많은 열이 땅에서 밀려난다고 하네요.
연구진은 이런 효과가 현재 지구 기온을 최대 0.5도 식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는데요. 우리가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을 1.5도로 잡고 있고 현재까지 1.1도 상승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0.5도는 어마어마한 숫자이죠.
나무 심기의 탄소 절감 효과가 과장됐다는 소식, 그리고 삼림이 탄소 절감 외에도 지구 기온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 어느 이야기가 더 흥미로우신가요?
변하지 않는 것은, 숲은 지구 기온 하강에 커다란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그 숲을 어떻게 조성하고 유지하느냐는 인간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IPCC의 경고처럼,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탓에 산불이 갈수록 늘어난다면요. 자연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우리 손으로 든든한 지원군을 버린 걸까요.
By 앨런
* 기후위기에 산업계와 자본 시장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전해드려요. 어려울 수 있는 ESG 동향도 챙겨드릴게요.
지난 커피팟을 통해 전해드린 탄소배출권 대신 기후테크 투자에서는 산림 탄소 상쇄 시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꼼수’들에 관한 폭로를 다뤘는데요. "산림 탄소 상쇄 시장에서 가짜 탄소 배출권이 거래되고 있다”는 폭로 때문에 미국 당국이 관련 조사를 나선 가운데, "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쪽의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어요. 현재의 산림 탄소배출권 시장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죠. 오늘 이야기와 함께 참고해 보세요.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