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없는 공급망 이야기

1. 식량까지 퍼진 공급 쇼크, 2. 뉴미디어는 지속가능할까?
오늘은 재미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 공급망 쇼크 이야기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고요. 이어서 새로운 기업에 다시 인수된 한때 촉망받던 뉴미디어인 쿼츠(Quartz)의 새 계획에 대해 알아볼게요.

[국제경제] #에너지 #식량

1. 재미없는 공급망 이야기

오일 쇼크를 겪었던 1973년 이래 지난 2년간 에너지 가격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어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큰 몫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밀을 비롯한 식량과 비료의 가격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요.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식량 위기’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죠. 에너지와 식량 등의 자원 모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공급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큰 공급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요.
러시아의 에너지 외에도 이들과 우크라이나의 식량 자원은 세계 무역의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5년간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를 담당했어요. 옥수수는 17%, 보리는 32% 그리고 해바라기씨유는 75%였고요. 

국제기구들의 새로운 전망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2020년 4월에는 석유의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는 등 유례없는 일이 발생했죠. 공급 불안정성은 그 이후에도 지속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석유를 비롯해 모든 에너지와 식량 자원의 가격이 크게 뛰기 시작하면서 현재 전 세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었어요. 전쟁 발발 이후 본격적으로 경고등이 커지기 시작한 이래 최근에는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 월드뱅크(세계은행)는 원유 가격이 브렌트유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2022년에 평균 1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는 자원 붐의 끝자락이던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에요. 2023년에는 시장이 안정화되어 평균 9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지난 5년간의 평균 가격인 60달러를 크게 웃돌아요. 지금 유럽의 가장 큰 문제인 천연가스는 작년 대비 가격이 2배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요. 석탄 가격도 작년과 비교해 80%가량 높은 평균 가격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지난주에도 전해드렸지만, 니켈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전기차 배터리 인상을 불러왔고, 알루미늄 등의 각종 금속 가격 인상은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을 증대시키고 있어요.
  • 전 세계 가장 중요한 식량 공급원 중 하나인 밀 수출 세계 1위는 러시아(18%)이고 5위는 우크라이나(8%)에요. 이 둘이 전쟁을 벌이면서 무역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고, 역시 주요 수출국인 미국(14%)과 프랑스(10%) 밀의 선물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최대 70% 이상 오르기도 했어요. 월드뱅크는 올해 밀 가격이 작년 대비 40% 이상 오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어요. 이 외 선물 가격 기준으로 각각 70%와 120% 이상이 오른 콩과 옥수수도 모두 역대 최고치의 가격에 이르는 중이에요. 식량 가격을 바탕으로 곡물, 유지(식용유), 유제품, 육류, 설탕의 5개 품목군 지수를 기록하는 UN 식량농업기구(FAO)의 FPI(식량 가격 지수, Food Price Index)는 지수 기록 시작 이래 최고치를 지난 3월에 경신했어요.


문제는 현재 에너지와 식량 가격의 상승이 빨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일단 모든 종류의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한 자원의 부족분을 다른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또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은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비료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비료 가격의 상승은 식량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 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 고리는 쉽게 끊을 수 없는 상황이죠. 더군다나 비료도 러시아가 세계 최대의 수출국가이고, 이들은 비료 수출을 이미 금지했어요.


가격 상승과 주요 연쇄 작용의 예

...
☕️ 그래도 진전되는 EU의 에너지 딜레마
지난 레터에서는 EU의 에너지 딜레마의 핵심으로 꼽히는 독일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독일이 오늘 러시아 석유의 전면 수입 금지에 동의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EU의 에너지 대응은 힘을 받게 되었어요. 러시아가 급작스레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는데요. 그간 석유 수입 금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독일의 전환은 큰 기류 변화를 의미해요. (EU 소속 27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수출 금지가 이루이질 수 있어요. 이탈리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그리고 그리스는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요)

물론 현재 EU 전체 수입의 27%에 이르는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수입 중단이 이루어지고, 다른 국가들에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입을 늘린다면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에요. 하지만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는데 뒷받침되는 에너지 자금을 끊어내는 두 번째 단계(첫 번째는 석탄, 세 번째는 천연가스)에 돌입하는 것이고, 이들은 당분간의 비용 증가는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해요.

[미디어] #구독제 #비즈니스모델 

2. 쿼츠는 부활할 수 있을까?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디지털 미디어 쿼츠(Quartz)는 최근 기존의 유료 구독제 모델을 버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목받았어요. 쿼츠는 최근까지도 유료 멤버십 가입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구독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는데요.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비즈니스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겠다고 했어요. 오늘은 이들이 여러 미디어 브랜드를 소유한 G/O 미디어에 인수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앞으로 어떤 모델을 만들어 나갈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럴싸한 계획을 만들고 실행하지만, 늘 성공할 수 있는건 아니죠.   

좋아 보이는 거래였지만

미국 미디어 그룹 애틀랜틱미디어컴퍼니가 2012년 9월에 론칭한 쿼츠는 4년 만인 2016년에 흑자를 기록했어요. 주 수익원은 버즈피드, 바이스 등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네이티브 광고였는데요. 2013년 380만 달러(약 45억 원)였던 매출은 2016년 3000만 달러(약 350억 8800만 원)까지 올랐어요. 하지만 디지털 광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에서 수익을 얻던 디지털 미디어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이는 쿼츠도 마찬가지였고요. 

2018년, 쿼츠는 일본의 미디어 그룹 유자베이스(Uzabase)에 매각되면서 유료 구독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유자베이스의 서비스 중 하나인 뉴스픽스(NewsPicks)의 당시 유료 가입자 수는 64,000명 수준이었는데요. 전체 가입자의 2% 정도 되는 작은 규모였지만 뉴스픽스 전체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었어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했던 쿼츠에게는 유자베이스의 유료 구독 시스템과 경험이 필요했을 테고, 유자베이스는 서비스를 아시아 밖으로 확장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두 회사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거래는 빠르게 성사됐죠.
 

쉽지 않았던 유료 구독 모델

유료 구독과 디지털 네이티브 광고를 각각 잘하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어떤 시너지가 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는데요. 기대한 만큼 결과가 좋지는 않았어요. 광고 의존도를 줄이고 유료 구독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유료 구독제의 성장은 더뎠고 광고 수익은 이미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이 되었죠.

그 결과 2019년에는 2640만 달러(약 330억 원)의 매출과 1860만 달러(약 23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 직원의 40%를 해고하고, 몇몇 사무실을 폐쇄하고, 임원들의 급여를 삭감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결국 2020년 10월, 유자베이스는 쿼츠를 공동 창업자와 편집장에게 다시 매각하기로 했어요. 2020년 매출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년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이었고, 결국 그해 매출은 1230만 달러(약 150억 원)로 마감했어요. 2021년 매출도 1110만 달러(약 140억 원)를 기록했고요. 회복하기 어려운 하락세를 이어왔죠.

쿼츠는 현재까지 25,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았어요. 새롭게 해석한 비즈니스 저널리즘으로 대표적인 뉴미디어 중 하나가 된 쿼츠는 뉴미디어들이 가지 않던 길이던 유료 구독제를 도입하면서 큰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어요. 기대보다 부진한 실적이었고, 유자베이스로부터의 독립도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나게 되었어요. 결국 유료 구독 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방향의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후 다시 바로 인수가 된 것이죠.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지금까지는 제한된 개수의 기사를 무료로 보게 한 뒤, 더 보고 싶다면 유료 구독을 하도록 유도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아티클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광고 수익을 더 성장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유료 구독 모델을 완전히 버리는 건 아니에요. 여전히 쿼츠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고, 가입하면 프리미엄 이메일을 받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한 건 쿼츠의 트래픽부터 다시 올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G/O 미디어가 소유한 미디어는 주로 광고를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을 가졌는데요. 쿼츠 역시 광고를 다시 주요 수익 모델로 만들 것으로 보여요. 일단 트래픽을 늘려 쿼츠의 이용자 기반을 다시 확대하고, 사람들이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는 유료로 제공하려는 계획이에요. 어떻게 보면 후원 기반 모델을 키워가는 영국 미디어 가디언(The Guardian)이나 미국  공영 미디어와 비슷한 모델을 가져가는 것이기도 해요.

쿼츠 CEO인 잭 세워드(Zack Seward)는 유료 구독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뉴욕타임스와 같은 대형 미디어는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가입자도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유료 구독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지 않지만, 쿼츠는 전통 언론사와 비교했을 때 아직 스타트업 크기를 못 벗어난 작은 미디어라 사람들이 선뜻 유료 구독을 결정할만한 인지도나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하면서 이번 변화의 이유를 밝혔죠.

료 구독 모델, 이제 하락세?
...


By 핀핀

미디어/콘텐츠를 아우르는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이슈를 전해드려요.


[낱말퍼즐] #004 #정답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것들
이번 퍼즐은 제목처럼 더 자세히 봐야 보였다는 의견을 전해주셨는데요. 어떠셨나요?  

전해주고픈 이야기 있다면 알려주세요. 


☕️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