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시장은 아직 낙관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오랫동안 지분을 보유해 온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지분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씨티 그룹의 주식까지 지난 2024년 4분기에 상당량 처리한 것으로 공시가 되었는데요.
심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판단됩니다. 우선 그 내역을 조금 더 살펴보면요.
-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11년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시장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처음 취득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리면서 결국 최대 주주가 되었죠. 하지만 이번의 매각으로 13%이던 지분은 8.9%로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 추가 매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씨티 그룹 주식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22년 1분기에 취득했습니다. 당시 약 30억 달러(약 4조 3310억 원)어치인 5500만 주를 매입했는데, 이번에 현재 가치로 24억 달러(약 3조 4650억 원)인 4060만 주를 처분해 약 75%를 정리한 것이죠.
- 이 외에도 또 다른 미국 은행인 캐피탈 원(Capital One)에 대해서도 보유 주식의 약 20%를 처분하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캐피털 원의 주식은 2023년 1분기에 사들였습니다.
길게 보고 투자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렇게 은행들의 지분을 빠르게 정리하며서 지난 4분기에 새롭게 주식을 취득한 기업은 하나입니다. 코로나 맥주 등을 소유한 컨스텔레이션 브랜드(Constellation Brands)인데 지난 1년 간은 주식 가격이 약 33%, 5년 간은 약 20% 하락해 있던 기업입니다. 약 120억 달러(약 17조 3240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고요. 이 외에 도미노 피자와 수영장 용품 도매 기업인 풀 코퍼레이션의 지분도 추가 매입했습니다.
이런 버크셔 해서웨이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 그룹의 가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매입했을 당시보다 물론 크게 오른 상황이지만, 기대만큼 좋은 실적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팬데믹 당시 미 장기채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자 수익률이 적은 자산에 돈이 묶이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씨티 그룹 역시 수익률이 경쟁사 대비해서 지속 부진한 상황이었고, 전망도 최근 하향 조정을 했습니다.
늘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를 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어찌보면 갑작스럽게) 미국 금융 산업에 들어간 자금을 상당량 회수해 (이미 많이 쌓인) 현금을 더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부엉이의 차트피셜] 버블에 대한 마지막 경고를 통해서도 전해드렸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비중은 이미 28%로 사상 최대치이고, 2024년 3분기 이후에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버크셔 해서웨이의 모습은 투자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고(국채 등의 매입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이 고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 그룹을 처분한 것은 이러한 모습에 쐐기를 박음과 동시에 시장에도 다시 한번 경고를 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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