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이긴 구글

구글이 원하는대로 제시된 반독점 해법  

2025년 9월 3일 수요일
"전투는 졌지만, 전쟁은 이겼다."

이 표현은 오늘 구글의 반독점 소송 해법에 딱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지난 2020년에 미 법무부에 의해 제기되었던 검색 지배력에 대한 반독점 소송에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미 법원이 구글의 검색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해 내놓은 해법은 결과적으로 구글이 더 큰 범주의 '반독점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알렸습니다.

이 결과는 너무 커진 빅테크의 지배력과 AI의 발전으로 인해 바뀐 시장 환경도 한몫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결국 앞으로 다른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소송도 이번 결과의 논리가 많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빅테크가 질 수 없는 지배력을 가진 시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빅테크] #반독점해법 #AI
졌지만 이긴 구글
구글이 원하는대로 제시된 반독점 해법  
구글의 검색 독점력을 해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미 법원이 일각의 기대와는 달리 소송에 진 구글이 제안한 해법을 대부분 받아들였습니다. 소송에 이긴 미 법무부의 해법이 아니라요.

많은 이들이 예상 혹은 기대를 했던 웹브라우저 사업인 크롬(Chrome)을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고, 구글의 검색이 취급하는 일부 데이터를 경쟁 기업들에게도 공유를 해야 한다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해법을 내놓은 워싱턴 DC 연방법원 아미트 P. 메타 판사는 데이터가 구글 독점의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죠. 

하지만 구글의 검색 독점력이 해소되기 위한 조치로는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당연히) 이를 지켜보던 이들의 첫 반응입니다. (물론 구글 투자자들은 안도했고요) 일단 구글이 공유해야 하는 데이터는 소송을 이긴 미 법무부가 요구한 전체 데이터가 아닌 일부 검색 관련 데이터로 제한했습니다. 물론 구글을 이용하는 개인들의 사생활 보호와 보안을 이유로 공유할 수 없는 데이터를 제외하기도 했지만, 막상 공유하는 웹페이지와 검색 결과 페이지 등의 데이터는 경쟁사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애플의 사파리(Safari) 웹브라우저의 디폴트 검색 시스템이 되는 대가로 연간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지급하는 계약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좋은 검색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기에 사파리에 구글의 검색 엔진을 도입했다고 한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이죠. 그렇다면 구글은 그 대가로 받는 아이폰과 각종 기기 사용자들의 검색 결과를 통해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계속 수집해 사용하게 됩니다.

이번 해법이 발표된 이후 현재 나오는 헤드라인들은 "구글이 해로운 페널티를 피했다" 입니다. 미 법원은 구글의 검색 독점을 인정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미 법무부에 승소 판결을 내렸으면서도 왜 이렇게 약한 해법을 내놓았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커피팟을 통해서도 전해드렸는데요. 크롬을 분리 매각한다고 해서 구글의 검색 독점력을 약화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근거를 메타 판사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퍼플렉시티의 크롬 인수 제안은 역시나 주목을 끌려는 '마케팅 스턴트'에 그쳤습니다.) 

결국 거대한 구글의 검색 생태계는 깨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미지: 뉴욕타임스)
결국 사용자(소비자)가 원하는 것
우선 지난 커피팟을 통해서 크롬의 분리 매각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전해드린 내용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크롬의 가치는 진짜 얼마일지, 그리고 과연 분리를 해서 구글의 독점력이 약화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시장의 전망은 크롬 분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의 검색 지배력을 약화 시키기 위해서는 '쎈' 방법이 필요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지금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죠.

크롬 자체는 독립적으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제품이 아닙니다. 다만 구글의 검색 엔진이 시장에서지배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크롬의 사용자는 현재 전 세계에 약 35억 명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웹브라우저 습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죠. 아이폰과 맥북을 쓰는 사람도 안드로이드는 물론 윈도우즈 기반 PC를 쓰는 사람도 구글 검색 그리고 이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등의 제품과 연결된 크롬의 편리함은 포기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크롬의 가치는 사용자 수 그리고 그 사용자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그대로 분리해 책정할 수 없기도 합니다. 구글 계정을 통해 연결되며, 각종 구글 제품과의 연결성이 떨어지게 되면 그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크롬은 분리가 되어도 구글이 만든 생태계와 어떻게든 연결되어야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그렇게 분리되어 나온 크롬은 구글의 검색 엔진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요. 갑자기 검색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을 쓸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 가치를 지켜야만, (수익이 되는) 사용자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결국 '소비자의 후생'을 해칠 수밖에 없는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해법은 보여주기도 합니다. 미국 반독점법에 대항하는 논리인 "소비자 후생을 지킨다"라는 전가의 보도가 이번에도 일정 부분 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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