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가 굳건히 지켜온 탄산 음료 시장 2위의 자리를 사상 처음으로 닥터페퍼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예상되었던 일입니다. 닥터페퍼의 기세가 워낙 좋았고, 펩시의 모회사 펩시코는 탄산 음료를 비롯한 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를 따라잡기보다는 부동의 1등 감자칩 브랜드인 프리토-레이스(Frito-Lays)와 각종 포장 식품을 비롯한 식품 시장에서 성장을 더 크게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 회사를 키워온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2위 자리를 내주고 나니, 그 충격이 작지 않습니다. 몇 년간 지지부진한 주가도 결국은 '펩시'라는 브랜드가 더 큰 동력이 되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는 듯도 했고요.
그러니까 레이스 감자칩을 먹는데, 음료는 닥터페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기존에 노렸던 시너지가 나지 않게 되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죠. 두 가지 사업이 맞물려 같이 상승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다 못하겠는지 때론 악명이 높기도 하지만, 대체로 타당한 기업 압박과 투자를 진행하는 행동주의 투자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펩시코의 주식 40억 달러(약 5조 5750억 원)를 취득했습니다. 총 760억 달러(약 105조 92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이들에게도 40억 달러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펩시코의 5대 주주가 되는 액수이고요. 그만큼이나 이들의 요구와 의도도 명확합니다.
바로 음료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품 사업이 음료 사업의 부진을 커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보틀링 운영 등을 더 효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특히 가장 중요한 북미 지역에서 회복을 하지 않으면 닥터페퍼에게 밀린 이 추세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엘리엇은 당장 경영진이나 핵심 임원진의 교체 혹은 이사진 자리를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경영권보다는 펩시의 턴어라운드를 통한 지분 이익 증대가 목표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펩시를 비롯해 펩시코가 가진 자원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펩시의 부진은 우선 펩시 내부 문제보다는 닥터페퍼라는 경쟁자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봐야 하기도 합니다. 결국 맛의 차별화보다는 마케팅의 차별화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탄산 음료 시장에서 닥터페퍼는 넘볼 수 없는 코카콜라의 자리보다 이미지가 고루해진, 영원한 2등 펩시의 자리를 철저히 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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