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이 된 펩시의 문제

콜라 전쟁 아닌 새로운 내러티브 경쟁

2025년 9월 4일 목요일
닥터페퍼가 펩시를 제치고 미국 탄산 음료 시장에서 처음으로 점유율 2위를 차지했습니다. 코카콜라가 약 19~20%, 닥터페퍼와 펩시가 약 8~9% 선을 잡고 있죠. 다만 펩시의 점유율은 2000년대 초반 14%에서 꾸준히 떨어져 왔고, 닥터페퍼는 5~6%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온 트렌드이지만, 닥터페퍼의 부상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새로운 세대를 잡는 마케팅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분석되는데요. 3등이 된 펩시의 문제가 바로 새로운 세대를 전혀 잡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경우에는 고객 베이스를 지켜나가고 있지만요.

물론 펩시는 펩시코라는 거대 식품 기업 산하의 부문이고, 펩시코는 각종 스낵 브랜드를 포함한 포장 식품이 회사의 중심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펩시의 추락은 '펩시코'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행동주의 투자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최근 펩시코의 지분을 취득하고 핵심으로 짚은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리테일] #식음료 #펩시 #닥터페퍼
3등이 된 펩시의 문제
콜라 전쟁 아닌 새로운 내러티브 경쟁
펩시가 굳건히 지켜온 탄산 음료 시장 2위의 자리를 사상 처음으로 닥터페퍼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예상되었던 일입니다. 닥터페퍼의 기세가 워낙 좋았고, 펩시의 모회사 펩시코는 탄산 음료를 비롯한 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를 따라잡기보다는 부동의 1등 감자칩 브랜드인 프리토-레이스(Frito-Lays)와 각종 포장 식품을 비롯한 식품 시장에서 성장을 더 크게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 회사를 키워온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2위 자리를 내주고 나니, 그 충격이 작지 않습니다. 몇 년간 지지부진한 주가도 결국은 '펩시'라는 브랜드가 더 큰 동력이 되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는 듯도 했고요.

그러니까 레이스 감자칩을 먹는데, 음료는 닥터페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기존에 노렸던 시너지가 나지 않게 되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죠. 두 가지 사업이 맞물려 같이 상승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다 못하겠는지 때론 악명이 높기도 하지만, 대체로 타당한 기업 압박과 투자를 진행하는 행동주의 투자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펩시코의 주식 40억 달러(약 5조 5750억 원)를 취득했습니다. 총 760억 달러(약 105조 92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이들에게도 40억 달러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펩시코의 5대 주주가 되는 액수이고요. 그만큼이나 이들의 요구와 의도도 명확합니다

바로 음료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품 사업이 음료 사업의 부진을 커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보틀링 운영 등을 더 효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특히 가장 중요한 북미 지역에서 회복을 하지 않으면 닥터페퍼에게 밀린 이 추세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엘리엇은 당장 경영진이나 핵심 임원진의 교체 혹은 이사진 자리를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경영권보다는 펩시의 턴어라운드를 통한 지분 이익 증대가 목표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펩시를 비롯해 펩시코가 가진 자원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펩시의 부진은 우선 펩시 내부 문제보다는 닥터페퍼라는 경쟁자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봐야 하기도 합니다. 결국 맛의 차별화보다는 마케팅의 차별화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탄산 음료 시장에서 닥터페퍼는 넘볼 수 없는 코카콜라의 자리보다 이미지가 고루해진, 영원한 2등 펩시의 자리를 철저히 노렸습니다.

딸기&크림 닥터페퍼는 2023년에 출시되었고, 2024년에만 3억 달러 어치가 팔렸습니다. 큐리그 닥터 페퍼(Keurig Dr Pepper)의 소다 음료 부문이 2024년에 올린 매출이 93억 달러이니, 음료 맛 한 가지로는 아주 큰 실적을 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코카콜라와 펩시도 따라서 비슷한 플레이버를 출시하게 되었죠. (이미지: 큐리그 닥터페퍼)
닥터페퍼의 '2등 되자' 마케팅  
닥터페퍼는 1885년 텍사스의 한 약국에서 탄생한 음료입니다. 그 특유의 '약' 같은 맛으로 매니아층을 형성한 음료이기도 합니다. 페퍼라는 이름과 달리 후추나 고추가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이름의 기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독특한 맛을 가리키는 마케팅 차원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알려졌죠.

19세기 후반 당시에도 독특하다고 생각해 만든 이름의 음료가 이렇게 글로벌한 브랜드가 되리라고는 그 최초 제조자는 아마 생각지 못했을 텐데요. 이 이름은 결국 소셜미디어를 타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젠지'들이 가장 많이 찾는 탄산 음료가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틱톡의 탄산 음료 흐름은 닥터페퍼가 장악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단 최근 들어서는 북미 지역에서는 딸기&크림, 크리미 코코넛, 블랙베리 등 최근 유행하는 '믹솔로지'라고도 할 맛이 중심이 되어 더 크게 틱톡의 알고리듬을 탔는데요. 작년 한 해에만 딸기&크림 플레이버 하나가 매출 3억 달러(약 4200억 원)를 넘게 올리면서 탄산 음료 시장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 마케팅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건강과 비만의 가장 큰 적으로 꼽히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 탄산 음료는 언제나 마케팅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 마케팅은 결국 코카콜라와 펩시가 자기 자리들을 지키는데 활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도 했습니다. 콜라를 늘 마시는 일정 시장을 향해 둘 모두 진부함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벌였죠. 
.
.
.

구독하고 꾸준히 받아보세요!

현업 전문가들의 글로벌 산업 이야기

현업 전문가들이 글로벌 산업의 구조를 읽고, 비즈니스의 맥락과 새로운 관점을 전합니다.

각 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을 분석합니다. 크게 보이지 않지만, 명확한 신호들을 발견하면서요. 커피팟 플러스 구독하고 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매일' 받아보세요!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