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차트피셜] 금융 혁신 아닌 폰지 사기에 가까운 수법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올해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 이름 중 하나입니다. 소프트웨어를 팔던 이 회사가 비트코인을 계속 매입해 회사의 가치를 연동하는 소위 '비트코인 재무 기업'으로 '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죠. 결국 지금은 비트코인 유통량의 3%나 보유하고, 대표적인 '비트코인 재무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안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은 성공적인 듯 보입니다. 비트코인도 오르고, 스트래티지의 주가도 변동성은 심했지만, 계속 올라왔기 때문이죠. 물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보이는 우호적인 스탠스의 영향과 이어지는 투자의 영향이 큽니다. 더불어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자신의 전략을 설파하는 CEO 마이클 세일러의 전방위적인 '설교'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시장에는 이제 '비트코인 재무 기업'이 되겠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환을 이루어서 스트래티지의 길을 이미 따라간 이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본업은 버리고 비트코인에 기업의 가치를 (거의) 모두 맡기는 이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가치를 키우지 않는 기업이 지속해서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회사의 가치가 그에 연동되어서 오르는 것은 마치 폰지 사기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비트코인 재무 기업'에 투자하지 말고, 그냥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되는 게 말이 되는 것 아닐까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왜 이런 현상이 시장에 생겼는지를 차근히 짚어보고, 이 비트코인 재무 전략이 얼핏 말은 되는 것 같지만, 말이 왜 안되는지를 전해드립니다. |
[부엉이의 차트피셜] #35화. 비트코인 재무 기업이라는 거짓말 |
새 투자자의 돈으로 옛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는 구조를 무엇이라 할까? 과거엔 '폰지 사기'였지만, 요즘 월스트리트에선 '비트코인 재무 전략'으로 불린다. 이 전략의 최전선에 바로 '스트래티지(Strategy)'가 있다. 2020년 8월 만년 적자 상태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이후 Strategy로 사명 변경)는 비트코인 재무 기업(Bitcoin Treasury Company)*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지휘 아래 비트코인 투자 수단으로 변모했다.
* 회사의 주된 재무 전략(Treasury Strategy)으로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를 매입하고 보유하는 기업을 비트코인 재무 기업(Bitcoin Treasury Company) 혹은 암호화폐 재무 기업(Crypto Treasury Company)이라고 지칭한다.
현재 '스트래티지(Strategy)'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총 공급량의 3%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의 기본적인 전략은 주식(우선주 포함) 및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것이다. 대규모 매입은 비트코인 가격을 지지하고, 이는 다시 스트래티지의 주가를 끌어올린다. 그러면 스트래티지는 더 높아진 주가를 바탕으로 더 유리한 조건에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해 다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
마이클 세일러는 회사를 완전한 비트코인 회사로 만들었다. 그는 너무나도 확신에 찬 믿음을 선보인다. (이미지: 리스크리버설 팟캐스트) |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스트래티지의 주식은 보유한 비트코인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지속적인 프리미엄으로 거래된다. 한때 이 프리미엄은 3.8배에 달했으며, 순자산가치(NAV) 이상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사실상 돈을 찍어내는 것과 같다. 조달된 1달러로 1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둘째, 스트래티지는 자사 주식의 극심한 변동성을 역이용하여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높은 변동성은 전환사채에 내재된 콜옵션의 가치를 높여, 회사가 무이자(zero-coupon)에 가까운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해준다.
셋째, 회사는 스트라이크(Strike), 스트라이프(Strife) 등 여러 종류의 영구 우선주를 발행해 추가 자본을 확보한다. 해당 우선주들은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 대신, 고정된 금액의 배당금을 약정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스트래티지의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은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비트코인은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결국, 채권 이자와 우선주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는 것뿐이다.
이는 스트래티지를 자본 시장에 영구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순환의 덫에 가두는 구조다. |
스트래티지 주가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스트래티지의 주가는 비트코인 매입 계획에 따라 큰 폭으로 상승 전환했으며, 완전한 비트코인 재무 기업이 된 후 주가는 비트코인 가격과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다. |
지난 6월 일본의 호텔 사업자 메타플래닛(Metaplanet)은 현재 15,555개인 비트코인 보유량을 2027년 말까지 21만 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 생성될 모든 비트코인의 약 1%에 해당한다.
현재 매출이 거의 없는 이 회사는 우선, 보유한 비트코인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고, 비트코인을 더 많이 사기 위해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할 계획이다. 다음 단계로는 앞으로 비트코인을 증권이나 국채처럼 은행에 예치할 수 있게 되면, 그 현금으로 수익성 있는 사업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플래닛의 목표인 21만 비트코인은 스트래티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보유 기업이 될 것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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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부엉이.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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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만년 적자 상태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이후 Strategy로 사명 변경)는 비트코인 재무 기업(Bitcoin Treasury Company)*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지휘 아래 비트코인 투자 수단으로 변모했다.
둘째, 스트래티지는 자사 주식의 극심한 변동성을 역이용하여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높은 변동성은 전환사채에 내재된 콜옵션의 가치를 높여, 회사가 무이자(zero-coupon)에 가까운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해준다.
셋째, 회사는 스트라이크(Strike), 스트라이프(Strife) 등 여러 종류의 영구 우선주를 발행해 추가 자본을 확보한다. 해당 우선주들은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 대신, 고정된 금액의 배당금을 약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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