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시행착오

[미디어 노트] "모든 것은 철저히 비즈니스일뿐"

2025년 10월 1일 수요일
일명 '지미 키멜(Jimmy Kimmel) 캔슬' 사태로 디즈니는 안 그래도 힘겨운 스트리밍 경쟁에서 또 뒤처질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미 키멜의 쇼를 취소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일주일만에 원상복귀하는 결정을 내리죠. 철저히 여론에 따르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폭풍 같았던 지난 2주가 지나고, 이제는 지미 키멜 쇼의 시청자 수가 폭증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라고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입장의 전환과 반전이 이어졌죠.

이는 디즈니가 철저히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들인 시간이었습니다. 디즈니는 큰 시행착오 끝에 큰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전 같지 않은 콘텐츠 경쟁력과 경쟁 환경을 다시금 확인하면서요. 

디즈니는 결국 '미디어 비즈니스'의 본질인 영향력을 키우겠다는(잃지 않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고요.


[미디어] #스트리밍 #지미키멜
디즈니의 시행착오
"모든 것은 철저히 비즈니스일뿐"
디즈니가 소유한 ABC 방송의 <지미 키멜 라이브!>를 진행하던 지미 키멜은 찰리 커크(Charlie Kirk)가 유타주의 대학 연설 중 암살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인 마가(MAGA)가 이 사건을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의 대표 코미디언들이 진행하는 대표 토크쇼 플랫폼인 늦은 밤 토크쇼인 '레잇 나이트 쇼(Late Night Show)'는 본래 정치에 대한 그 비판과 풍자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지미 키멜의 발언은 반대 진영의 타겟이 되었고, 순식간에 그에 대한 비판과 '캔슬' 요청이 쏟아져 나왔죠. 민감한 시기라고는 해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진영 인플루언서들의 비판 포인트는 엇나갔고, 과도한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디즈니는 이런 여론에 바로 굴복했습니다. 아예 지미 키멜의 쇼를 무기한 취소하는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죠. 그러자 이번에는 리버럴 진영에서 비판이 바로 일었습니다. 디즈니로서는 지금까지 리버럴 진영에서 받아본 적이 없는 기세의 비판이었고, 무엇보다 디즈니의 서비스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해지하는 현상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증이 이어질 때만 해도 얼마나 그 움직임이 커질지는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었고, 소셜미디어 피드 이곳저곳에서 관련 목소리가 계속 커졌습니다. 보수 진영에서 받은 비난보다 훨씬 큰 백래시를 디즈니는 받고 있었고, 이는 사람들이 느낀 배신감에서 비롯된, 진심이 담긴 분노라는 것이 느껴졌죠.

결국 지미 키멜의 쇼를 취소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디즈니는 쇼의 원상복귀를 알립니다. 종전의 결정을 다시 뒤집은 것인데요. 알고보니 이는 일주일 동안 디즈니의 서비스에 대한 해지가 폭증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엔가젯(Engadget)도 인용한 독립 언론인 핸드바스켓이 확보한 수치에 의하면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 그리고 ESPN+에서 일주일 동안 170만 명이 구독을 해지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백만 명이 취소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생긴 것입니다. 

지미 키멜은 복귀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성대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미지: ABC)
대체 불가한 디즈니 콘텐츠는 옛말  
디즈니가 애초에 지미 키멜의 쇼를 바로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은 현 정권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더 크게 문제를 확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콘텐츠가 사랑 받고, 스트리밍 경쟁을 이어나갈 원동력을 잃으면 안된다고 생각을 했겠죠. 

실제 디즈니의 수많은 콘텐츠는 그 팬층이 광범위합니다. 스타워즈와 마블 유니버스의 매니아들, 부모와 아이들에게는 필수인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등을 포함한 방대한 라이브러리는 전 세계 어떤 엔터테인먼트 기업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죠.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시대 이후에도 넷플릭스가 유일하게 위협을 느꼈던 경쟁자도 디즈니였다고 할만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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