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차트피셜] 추락의 해부와 반등의 조건 7월은 특히나 한국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역사상 그 어떤 시기보다도 가파르게 증시가 하락한 달이었기 때문이죠.
8월 들어서는 그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려고 하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은 과연 의미 있는 반등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추락을 어떻게 이어왔는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그 구조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낙관만 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도체 주식의 추락 과정 해부와 반등의 조건을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이 전해드립니다. |
[부엉이의 차트피셜] #AI #메모리칩 반도체 주식은 부활할 수 있을까? |
7월의 마지막 금요일 한국 증시가 급등했다. AI 관련 주식이 며칠간의 대규모 매도세에서 반등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이날 18% 오르며 역사상 최대 상승률로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지수는 7월 한 달간 22% 하락했다. 외환위기, 닷컴버블,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한 달 기준 가장 가파른 하락이다. 내려가는 속도만 닷컴에 견줄 만했던 것은 아니다. 올라가는 속도도 그랬다. 코스피는 지난해 초 2,401포인트에서 출발해 18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3배가 됐는데, 이는 닷컴 정점의 나스닥보다 6개월 빠른 것이었다. 나스닥이 1998년 초 1,574포인트에서 5,132포인트까지 오르는 데 2년이 걸렸다면, 코스피는 5월 중순에 이미 7,272포인트에 도달해 있었다. |
2025년 이후 코스피 지수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 |
코스피 지수는 1월부터 6월 말까지 100%나 상승했으나, 지금은 그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7월 말 현재 지수는 연초 대비 여전히 50% 이상 높은 수준이지만, 광풍에 휘말린 일반 투자자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상승의 후반부에 늘어난 신용 매수와 레버리지 ETF 포지션이 하락장에서 대규모 신용 청산과 손실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이 레버리지 ETF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수십만 명의 투자자들에게는 이미 너무 늦은 조치로 보인다. 장이 무너지기 전까지 이어진 랠리를 이끈 것은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이들의 메모리를 앞다퉈 사들이면서 두 회사의 이익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밀려 올라갔다. 증시의 이익 성장도, 주가 상승도 모두 이 두 종목에 집중됐다. 오히려 다른 가치주의 성과는 부진했는데, 기술주가 시장 유동성을 대부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번 랠리를 이끈 메모리 반도체 업종은 역사적으로 극심한 사이클을 겪어왔다. 하지만 다수의 투자자는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이 산업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믿었다. 강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 산업에서 불황이 제거된다면, 내년 예상 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월 고점에서도 꽤 싸 보였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은 지금, 투자자들은 악명 높은 경기민감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또다시 공급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
지금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장 증설도 급하다. © 블룸버그 |
7월 코스피가 22% 하락하는 동안 닛케이, 가권(대만) 지수는 약 15%가량 하락했다.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이 글로벌 증시보다 훨씬 컸던 이유는 세 가지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1) 한국 주식의 역사적 랠리, (2) 소수 종목(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 (3) 레버리지 구조다. 올해 코스피의 변동성은 극심한 가격 등락으로 유명한 비트코인마저 넘어섰다.
우선, 한국 주식은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올랐다. SK하이닉스는 하락세로 돌아서기 전까지 1년간 7배 넘게 올랐다. 사람들은 메모리 가격이 영원히 오를 것처럼 믿었다. 하지만 실적이 견조하고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도, 치솟는 메모리 원가가 고객사로 하여금 사용량을 줄이거나 더 싼 대안을 찾게 만들어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주식을 끌어내렸다.
소시에테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은 6월 보고서에서 이미 경고했다. 좁은 종목에 집중된 이 빠른 랠리는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상향 조정된 설비투자 가이던스 위에 세워졌다. 그렇다면 시장은 사실상 설비투자가 앞으로도 계속 기대를 뛰어넘으리라는 전제로 가격이 매겨져 있는 셈이다. 하나의 테마가 이 정도로 시장을 지배하면, 그 테마가 꺾이는 것은 고사하고 잠시 멈추기만 해도 시장은 휘청일 수 있다.
둘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개의 메모리 반도체 종목이 여전히 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동차, 금융그룹 등 나머지 섹터의 비중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즉, 코스피 지수는 메모리 반도체 지수와 다름없다. 반도체 기업들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빠르게 올라선 만큼, 믿음이 흔들릴 때 가격은 빠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2025년 이후 글로벌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와 코스피 지수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코스피 지수 또한 반도체 주식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
메모리 반도체 주식이 다른 섹터보다 크게 흔들리는 것은 산업 구조 자체 때문이다. D램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대표적 경기민감 산업으로, 1990년대 20곳가량이던 공급자 중 오늘날 살아남은 것은 세 곳뿐이다. 나머지는 경쟁에 필요한 설비투자 부담이 불어나면서 도태됐다.
미래 수요를 예측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탓에, 메모리 기업들은 이익이 급증하는 국면에서도 낮은 배수에 거래된다. 결국 이런 주가 변동성은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다른 한편으로 공급을 늘리기 위한 천문학적 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주를 반영한다.
셋째, 광풍의 주범 중 하나는 레버리지 ETF다.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 같은 상품들은 단기 투자자들이 증폭된 수익을 노리고 개별 종목에 베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펀드들은 기초자산 주가나 지수의 등락에 맞춰 매일 레버리지 비율을 재조정한다. 가격이 오르면 2배 익스포저를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주식과 선물을 더 사들이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신속하게 팔아야 한다. 이것이 상승과 하락을 모두 증폭시킨다.
증폭의 규모는 숫자로 남았다. 올해 7월까지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를 발동시킨 횟수는 44회로, 지난해 1년 전체의 3회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중 절반 이상이 5월 개별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한 뒤에 발생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도 유사한 상품이 있지만, 한국은 개인투자자 참여 규모와 감독당국의 개별종목 파생상품 승인 속도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금융당국이 승인을 내주자 자산운용사들은 5월 말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16종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그 시점에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년 만에 4배 넘게 뛴 상태였다. 사실상 개인투자자를 위한 카지노를 열어준 셈이다. |
레오폴드 안셴브레너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A)는 극단적인 AI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
7월 내내 하락하던 글로벌 반도체 주식과 미국 기술주는 7월 말 브레이크가 파열된 트럭처럼 아래로 질주했다. 그러다 소설 같은 스토리로 마지막 날 급등하며 마무리했다. 마지막 국면의 주인공은 반도체 기업도, 하이퍼스케일러도 아닌 뉴욕의 한 헤지펀드였다. 7월 말 월가에는 누군가 공격적으로 반도체 주식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매도자가 바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였다.
AI 관련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이 펀드는 대주기관의 마진콜을 막기 위해 보유 자산을 팔거나 새 자금을 끌어와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었다. 마지막 하락의 상당 부분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강제 청산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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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부엉이의 이름은 이기원이다.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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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속도만 닷컴에 견줄 만했던 것은 아니다. 올라가는 속도도 그랬다. 코스피는 지난해 초 2,401포인트에서 출발해 18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3배가 됐는데, 이는 닷컴 정점의 나스닥보다 6개월 빠른 것이었다. 나스닥이 1998년 초 1,574포인트에서 5,132포인트까지 오르는 데 2년이 걸렸다면, 코스피는 5월 중순에 이미 7,272포인트에 도달해 있었다.
장이 무너지기 전까지 이어진 랠리를 이끈 것은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이들의 메모리를 앞다퉈 사들이면서 두 회사의 이익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밀려 올라갔다. 증시의 이익 성장도, 주가 상승도 모두 이 두 종목에 집중됐다. 오히려 다른 가치주의 성과는 부진했는데, 기술주가 시장 유동성을 대부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번 랠리를 이끈 메모리 반도체 업종은 역사적으로 극심한 사이클을 겪어왔다. 하지만 다수의 투자자는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이 산업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믿었다. 강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 산업에서 불황이 제거된다면, 내년 예상 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월 고점에서도 꽤 싸 보였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은 지금, 투자자들은 악명 높은 경기민감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또다시 공급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국면의 주인공은 반도체 기업도, 하이퍼스케일러도 아닌 뉴욕의 한 헤지펀드였다. 7월 말 월가에는 누군가 공격적으로 반도체 주식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매도자가 바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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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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