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48화. 안전해야 할 AI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앤트로픽의 IPO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과연 현재 예상되는 가치인 2조 달러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요.
하지만 전 세계 AI 혁신의 선두에 선 이 기업에 붙은 낙관적인 숫자 뒤의 불안 요소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고객이 누구인지, 앞으로를 전망할 수 있는 약정 숫자들은 끝까지 믿을 수 있는지, 그리고 계속 이슈가 되어온 순환 매출의 함정에서는 안전할 수 있는지 등 정밀히 짚어야 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AI 안전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이 기업이 상장되어 시장의 평가를 매 순간 받게 된다고 했을 때 따라올 질문들도 봐야 합니다. 과연 이들이 외쳐온 안전망은 매일의 차트가 오르는 게 중요한 자본 시장의 논리 앞에서 지켜질 수 있을지 말입니다.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다가오는 앤트로픽의 상장에 앞서 해야 할 마땅한 질문들을 짚어봅니다. 2조 달러라는 숫자는 시장의 모두가 찍어놓은 상징적인 수치입니다. 장기적으로 그 숫자가 의미가 있을지를 가늠하려면 더 본질적인 질문들도 해야 합니다. |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48화 앤트로픽 IPO: 2조 달러짜리 질문 |
안전해야 할 AI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
AI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클로드의 개발사 앤트로픽이 당초 10월 중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기업공개(IPO)를 11월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은 지난 6월 1일 미국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에 S-1을 비공개 제출했다고 직접 발표한 바 있다.
우선 미국의 IPO 절차부터 잠깐 짚고 넘어가자. S-1은 우리나라로 치면 상장 예비심사청구서 및 증권신고서의 중간쯤 되는 문서로, 일반적으로 최초 제출(Initial Filing)은 비공개인 경우가 많다. (원래는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스타트업들에 대해서만 비공개가 허용되었으나 2025년 관련 규정 개정 이후 모든 상장 신청 기업들이 비공개 최초 제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초 제출 후 SEC는 두세 차례 질의서를 보내 S-1에 기재된 사실만으로는 미흡하거나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항목들에 보완을 요구하고, 더 이상의 보완 요구가 없다는 확인을 받으면 지금까지의 모든 수정, 보완 사항들을 반영한 최종 버전의 S-1 이 미국의 공시 시스템(EDGAR)에 공개된다.
한국보다 상장 절차가 훨씬 간소한 미국 증시 기준으로 6월 1일에 S-1을 최초 제출했다면 10월~11월 초 상장이 통상적인 타임라인이다. 상장 기업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IR과 마케팅을 진행하는 로드쇼를 시작하기 최소 15일 전까지 S-1이 EDGAR에 의무적으로 공시되어야 한다. 앤트로픽이 한번도 구체적인 상장 목표일을 언급한 적은 없으나, 일단 통상적인 일정상 10월 내 상장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업계와 언론에서는 앤트로픽이 11월 3일로 예정되어 있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 구체적인 상장 일정을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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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 아모데이는 AI 안전과 개발 조절을 말하면서 제품 개발과 상장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지: CBS) |
일정은 밀렸지만 시장의 기대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이 2조 달러(약 2708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 6월 1조 7700억 달러로 상장한 스페이스X를 넘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최초 제출 버전 S-1에서도 2조 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앤트로픽의 추정 밸류에이션이 9650억 달러였던 것을 떠올려보자. 불과 5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두 배가 넘게 폭등한 것이다.
상장을 앞둔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이 바로 "멀티플(배수) 비교"이다. 미래 1~5년의 예상 이익에, 이미 상장되어 있는 동종 업계 기업들의 시가총액에 적용된 다양한 멀티플(사업의 특징에 따라 PER, PBR, EV/EBITDA 등)을 곱해보는 것이다.
앤트로픽의 문제는 업계와 앤트로픽이 모두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의 펀딩 히스토리를 따라가면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감이 잡힌다.
앤트로픽은 2021년,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 출신의 다리오·다니엘라 아모데이 남매가 주축이 되어 세운 회사이다. 2021년 시리즈 A는 스카이프 공동창업자인 얀 탈린, 이듬해인 2022년의 시리즈 B는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가 주도했다. 2023년 3월, 주력 상품인 클로드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후 구글과 아마존이 전략적 투자자로 들어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판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2025년이 되자 앤트로픽의 기업 가치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속도로 급등했다. 2025년 3월 615억 달러였는데, 9월에는 거의 세 배인 1830억 달러, 2026년 2월에는 3800억 달러, 5월에는 다시 9650억 달러로 숨 고를 새도 없이 질주했다. 이 기간 동안 ICONIQ, 피델리티, 라이트스피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GIC, 코튜, 드래고니어, 세쿼이아 등 전세계에서 쟁쟁한 테크 투자자들이 앤트로픽의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장외시장은 한 발 더 나갔다. 최근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에서 앤트로픽은 1조 5000억 달러 가치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약하면, 18개월 동안 기업가치가 약 16배 증가한 것이다.
이것이 "혁신"의 속도인지, "거품"의 속도인지 아직 그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IPO가 그 답을 (적어도 일부는)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
앤트로픽 기업 가치 추이 (데이터: 발표 수치 및 기업 보도 자료) |
낙관론자들의 근거는 매출이다.
FT가 인용한 투자자들은 연간 매출 런레이트(run-rate, 현재의 매출 추이가 미래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계산하는 예상 실적)가 2026년 연말까지 1000억~1200억 달러(약 135~16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았으며, 이는 5월의 470억 달러(약 63조 원)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한 투자자는 보수적으로 1000억 달러로만 잡아도 연 800% 성장하는 회사라면 30배 멀티플은 받을 수 있고, 그러면 3조 달러짜리 회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장이 아닌 것이, 올해 팔란티어나 네비우스 같은 AI 관련주는 매출액의 거의 55배에 거래되기도 했다. 매출 성장 전망도 장밋빛이다. 기업 시장 점유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용 LLM API 사용 점유율에서 앤트로픽은 40%로 오픈AI(27%)와 구글(21%)을 앞서며, 포춘지 선정 10대 기업 중 8곳을 포함해 30만 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다만 앤트로픽이 발표해온 숫자가 대부분 런레이트라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런레이트는 일반적으로 가장 최근 한 달 매출에 12를 곱하는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에게 런레이트는 전체 매출 예상을 과소평가하는 것과 유독 튀는 한 달 숫자를 과대포장하는 것, 양쪽 모두 가능하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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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젤라의 한글 이름은 박누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최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이끌었다. 현재는 피지컬 AI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중국필패>, <재닛 옐런>,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급변하는 거시경제 환경과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 아티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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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해야 할 AI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우선 미국의 IPO 절차부터 잠깐 짚고 넘어가자. S-1은 우리나라로 치면 상장 예비심사청구서 및 증권신고서의 중간쯤 되는 문서로, 일반적으로 최초 제출(Initial Filing)은 비공개인 경우가 많다. (원래는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스타트업들에 대해서만 비공개가 허용되었으나 2025년 관련 규정 개정 이후 모든 상장 신청 기업들이 비공개 최초 제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초 제출 후 SEC는 두세 차례 질의서를 보내 S-1에 기재된 사실만으로는 미흡하거나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항목들에 보완을 요구하고, 더 이상의 보완 요구가 없다는 확인을 받으면 지금까지의 모든 수정, 보완 사항들을 반영한 최종 버전의 S-1 이 미국의 공시 시스템(EDGAR)에 공개된다.
한국보다 상장 절차가 훨씬 간소한 미국 증시 기준으로 6월 1일에 S-1을 최초 제출했다면 10월~11월 초 상장이 통상적인 타임라인이다. 상장 기업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IR과 마케팅을 진행하는 로드쇼를 시작하기 최소 15일 전까지 S-1이 EDGAR에 의무적으로 공시되어야 한다.
앤트로픽이 한번도 구체적인 상장 목표일을 언급한 적은 없으나, 일단 통상적인 일정상 10월 내 상장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업계와 언론에서는 앤트로픽이 11월 3일로 예정되어 있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 구체적인 상장 일정을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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