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료) CNN이 만들어 가야 할 비즈니스

2024년 6월 30일 일요일

이번 주에 CNN이 진행한 미국 대선의 첫 번째 토론 티비 생중계는 513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고 닐슨은 알렸습니다. CNN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수를 기록한 대선 토론으로 기록되었지만, 2020년의 대선 토론이 기록한 7300만 명에 비해 30%나 시청자수가 감소했습니다. CNN을 비롯한 각 방송사에 동시 중계되고 스트리밍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던 토론의 시청 결과는 바이든-트럼프의 재대결에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CNN은 애써 스포츠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올해 가장 많이 시청된 프로그램이라고도 강조했지만, 2004년 대선 이후 가장 적은 수의 시청자 수를 기록한 토론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선 토론이 나은 충격과 파장이 실제 결과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가운데, 이번 시청자 수 결과는 그 작은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사상 초유의 재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증폭될 요소도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움이 없는 인물과 구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요소는 이전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기존 뉴스 미디어가 미 대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도 사업 성과를 끌어올리기 과거와 같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CNN과 같은 뉴스 사업자는 이런 초대형 이벤트를 통해서 다시금 시청자들을 끌어오는 기회를 잡습니다. 올해는 특히 대선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적용할 계획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불안해 질 수밖에 없죠. 결국 대형 이벤트가 없어도 꾸준히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뉴스 및 콘텐츠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교훈을 다시 떠올려야 하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최근 CNN이 구독 사업 등을 검토하고 미 대선 이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CNN의 현황과 계획을 살펴봅니다.

[미디어] #사업모델 #콘텐츠

CNN이 만들어 가야 할 '비즈니스'

CNN이 올해 연말까지 기존 웹사이트를 활용한 구독형 서비스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CNN 웹사이트의 월별 활성 사용자 수는 1억 7000만 명이라고 알려졌고, CNN은 그중 1700~2000만 명이 인게이지(engaged)된 사용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표현은 "DTC(Direct-to-Consumer) 기회"가 있을지 보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바뀔 웹사이트의 모습은 구독제만 중심이 되는 서비스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CNN이 사람들의 구독 전환을 유도하고 시간을 보내며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선보이면서 설득하여야 할 터인데 미국 대선까지 있는 연말까지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이를 주도하는 마크 톰슨(Mark Thompson) CEO도 작년 10월에 합류해 대대적인 사업 모델의 변화를 위한 전략을 가다듬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크 톰슨은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현재의 성장 궤도를 CEO로 이끌었던 인물이죠.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이끌면서 뉴욕타임스가 현재 1000만 구독자를 가질 수 있게 된 골격을 완성하면서요.

현재 뉴욕타임스의 주요 3축인 1) 뉴스, 2) 쿠킹 및 상품 추천 서비스, 3) 게임 서비스를 구축해 다듬었고, 팟캐스트의 흐름을 보면서 오디오 콘텐츠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뉴욕타임스가 앞서 달성한 1000만 구독자 목표는 그가 세웠습니다. 2020년에 그가 퇴임할 때는 총 65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상황이었고, 팬데믹을 기점으로 뉴욕타임스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계획(2025년)보다 2년이나 빠르게 총구독자 수 1000만을 달성할 수 있었죠.

영국의 BBC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BBC 전체를 이끄는 역할(Director General, 사장)까지 역임한 그는 방송의 생리에도 익숙합니다. 오히려 신문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았던 그이기에 현재의 주요 축이 된 사업들을 인수하는 결정을 내리고 사업 모델을 완성해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이죠. 급격한 사업 모델의 방향을 선회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와중에 뉴스와 저널리즘이 길을 잃지 않고 뉴욕타임스라는 미디어의 중심을 유지하면서요.

하지만 이런 그라도 CNN이 놓인 상황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케이블뉴스를 통한 기존 광고 사업 외 주요하게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비즈니스'가 CNN에는 현재 없죠. 케이블 티비가 설 자리, 특히 뉴스 사업이 점점 더 작아지는 상황에서 CNN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뉴욕타임스가 게임을 개발하고, 쿠킹 섹션을 띄우고 상품 추천 서비스를 인수해 뉴스에 더한 부드러운 통합을 이루어냈듯이 CNN도 사람들이 생각지는 못하지만, 통합이 부드럽게 이어져 새로운 '상품'이 될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CNN을 통해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모릅니다. 미국 대선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아닌 한 실시간 뉴스에 머무는 CNN의 경쟁력은 떨어져 갈 수밖에 없죠. 뉴욕타임스가 이미 마주해 풀어나갔던 고민입니다. 그래서 마크 톰슨이 채용된 것이기도 하죠. (© 블룸버그)

'수요 없는 공급', CNN+의 기억

어찌 보면 CNN은 '파격'을 일찍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커지는 흐름을 보고 2022년에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인 CNN+를 만들었죠. 하지만 이 상품은 대표적으로 '수요 없는 공급'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며, CNN이 서둘러 무언가를 만들어 제시한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모회사인 워너 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병을 하면서 서비스는 결국 1개월 만에 종료되는 '촌극'을 빚어내기도 합니다.

합병 전에 급하게 출시를 한 이유는 새롭게 들어오는 디스커버리의 경영진, 특정히는 디스커버리의 CEO였으며 현재도 통합 법인의 CEO인 데이비드 자슬라프가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를 반기지 않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미리 출시를 하면 (설마) 폐쇄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죠. 하지만 출시 이후 예상대로 성적은 처참했고, 자슬라프는 바로 종료 결정을 내립니다.

대표적으로 돈을 허공에 날린 결과가 되었습니다. 스캇 갤로웨이를 비롯한 유명 인사를 내세운 쇼의 제작도 이미 진행되고 있던 터였지만 합병을 추진하면서 세운 계획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핵심 이유로 CNN의 스트리밍 사업은 그렇게 순식간에 막을 내렸습니다.

특히 미국과 같은 큰 시장에서의 콘텐츠 비즈니스는 단 몇 개의 콘텐츠로도 큰 흐름을 탈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행운을 기대하기에는 CNN이 스트리밍 사업을 추진했던 모습은 어설펐어요. 결과적으로 CNN+의 이른 종료 결정은 옳은 방향의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CNN+ 출시 당시인 2022년 4월에는 스트리밍 산업의 거품이 이미 크게 빠지고 있던 시기였어요. 케이블 티비를 대체해 가면서 시장을 평정한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성장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현재까지도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죠.

그래도 아쉬우니 CNN+가 만약 "그래도 조금 더 가보자"라는 결정을 내렸다면 어땠을까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청자수까지 최저치를 찍고 라이벌 방송사들에 비해 한참 뒤처졌던 당시를 돌아보면, 우선은 다시 시청자를 붙자고 뉴스 서비스를 제대로 복원할 필요가 있었죠. 즉, 다시 성장 흐름을 타고 다가올 미 대선 정국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으며 자원을 회복에 집중해야 했던 것이죠.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를 위한 답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