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에서 내비친 힌트와 의지 지난 8월 22~24일, 미국 와이오밍 주의 잭슨홀에서는 연준, 각국의 중앙은행, 그리고 전 세계 유수의 경제학자와 금융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아직은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8월 하순, 시원한 산골짜기의 그림 같은 자연 속에서 산책과 등산, 사이클링 등을 하면서 참가자들이 서로 안면을 트고 의견을 교환하는 이 행사는 아마도 일년 중 글로벌 거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잭슨홀 미팅이라 불리는 이 행사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연준 의장의 기조연설이다. 이 연설에서 연준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는지를 보면 사실상 세계 경제의 원탑인 미국의 통화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 의장의 연설 내용에 따라 실시간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출렁일 정도로 그 파급 효과가 크다.
올해에도 잭슨홀 미팅의 주인공은 당연히(?)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었다. 그리고 2024년 잭슨홀에서 전 세계의 눈이 파월의 입에 쏠린 데에는 특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이 경기침체로 진입하고 있느냐 아니냐를 놓고 상반기 내내 갑론을박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코비드19 팬데믹 시기 경기 부양을 위해 무한대로 공급한 자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한 에너지, 식량 수급 교란,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중동 정세 불안정까지 더해지며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고, 이에 지난 2년 동안 연준은 제로에 가까웠던 금리를 5.25%까지 끌어올리며 대응했다.
시장에서 돈줄이 조여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월의 연준은 꿋꿋하게 시장의 금리 인하 요구에 맞서왔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과 아직 때가 아니라는 연준의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되었다.
연준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은 다름 아닌 탄탄한 미국의 고용이었다. 2년간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지난 4월까지 3%대에 머물 정도로 미국의 고용은 굳건했다. 사람들이 일자리가 있고, 가계 소득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굳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로 간신히 2%대로 잡은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을 지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이렇듯 견고했던 연준의 스탠스가 바뀐 것도 결국 고용 때문이다. 5월, 실업률이 드디어 4%를 돌파했고, 6월에는 4.1%, 7월은 4.3%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이 중요한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연준의 경우 아예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의 목적 조항에 물가 안정 외에도 "최대 고용(maximum employment, 사실상 완전고용을 의미함)"을 명시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파월의 전임이었던 벤 버냉키, 자넷 옐런이 모두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 국채 매입과 같은 과격한 양적완화 정책을 밀어붙였던 것도 이러한 철학이 배경이 되었다.* * NOTE: 지난 8월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엔이 전부를 경정하는 일본의 한계에서는 앞으로 글로벌 거시 경제 환경을 파악할 때 꼭 봐야 할 지표를 꼽으라고 한다면 1) 미국의 소비, 2) 미국의 고용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소비와 고용은 연준의 향후 금리 움직임과 그에 따라 시장에 풀리는 돈의 양을 가늠하는 데 특히 중요한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2024년의 제롬 파월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물가 안정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튼튼한 고용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입니다(We will do everything we can to support a strong labour market as we make further progress towards price stability)."
파월은 잭슨홀 미팅에서도 위와 같이 강조하면서 '연착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
사실 연초만 해도 인하 폭의 문제가 아니라,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리기는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렸다. 여전히 미국의 소비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주에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 대비 0.2% 오르며 전년 대비 2.5% 상승을 유지했다. 물가안정과 경기침체의 분기점이자 연준이 비공식 목표로 삼고 있는 2%까지는 아직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뿐더러, 맹위를 떨쳤던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혔는지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연준의 깜짝 빅스텝에 시장은 의외였다는 반응이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글로벌 리서치 총괄인 피터 후퍼는 "(0.50% 인하는) 혁신적이었다"며, "경기 연착륙에 대한 파월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연준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과감한 행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을까. 그 힌트는 한달 전, 잭슨홀 미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8월 22~24일, 미국 와이오밍 주의 잭슨홀에서는 연준, 각국의 중앙은행, 그리고 전 세계 유수의 경제학자와 금융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아직은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8월 하순, 시원한 산골짜기의 그림 같은 자연 속에서 산책과 등산, 사이클링 등을 하면서 참가자들이 서로 안면을 트고 의견을 교환하는 이 행사는 아마도 일년 중 글로벌 거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잭슨홀 미팅이라 불리는 이 행사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연준 의장의 기조연설이다. 이 연설에서 연준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는지를 보면 사실상 세계 경제의 원탑인 미국의 통화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 의장의 연설 내용에 따라 실시간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출렁일 정도로 그 파급 효과가 크다.
올해에도 잭슨홀 미팅의 주인공은 당연히(?)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었다. 그리고 2024년 잭슨홀에서 전 세계의 눈이 파월의 입에 쏠린 데에는 특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이 경기침체로 진입하고 있느냐 아니냐를 놓고 상반기 내내 갑론을박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코비드19 팬데믹 시기 경기 부양을 위해 무한대로 공급한 자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한 에너지, 식량 수급 교란,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중동 정세 불안정까지 더해지며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고, 이에 지난 2년 동안 연준은 제로에 가까웠던 금리를 5.25%까지 끌어올리며 대응했다.
시장에서 돈줄이 조여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월의 연준은 꿋꿋하게 시장의 금리 인하 요구에 맞서왔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과 아직 때가 아니라는 연준의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되었다.
연준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은 다름 아닌 탄탄한 미국의 고용이었다. 2년간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지난 4월까지 3%대에 머물 정도로 미국의 고용은 굳건했다. 사람들이 일자리가 있고, 가계 소득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굳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로 간신히 2%대로 잡은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을 지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이렇듯 견고했던 연준의 스탠스가 바뀐 것도 결국 고용 때문이다. 5월, 실업률이 드디어 4%를 돌파했고, 6월에는 4.1%, 7월은 4.3%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의 제롬 파월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전조가 있었다. 잭슨홀 미팅이 개막하기 하루 전날인 8월 21일 발표된 2023년 연간 고용 증가 조정치이다. 미국 노동 통계국은 각 기업의 급여 기록을 토대로 전년도 4월부터 그해 3월까지 고용 증가 건수를 집계한다. 올해 3월 노동 통계국이 집계한 고용 증가는 24만 2000건이었다. 그런데 이후 최종 확인 작업과 조정을 거치자 이 숫자가 17만 3000건으로 무려 30% 가까이 감소했다. 2009년 이래 최대 조정폭이었다. 즉 모두가 아직 고용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1분기에 이미 고용 둔화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용 증가' 상황이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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