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수렁에서 빠져나올까?

리테일 브랜드가 작은 현상을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나이키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방면에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위한, 그 위기의 시초에 대한 이야기는 발견하기 쉽지가 않은데요.

오늘은 나이키가 위기를 겪기 전부터 만들어진 위기의 싹은 무엇이었는지 짚고, 이미 경쟁자들에게 큰 흐름을 내주고 대응이 늦은 걸지 혹은 빠른 회복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이키가 과연 지금의 수렁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실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달리기라는 가장 기본인 운동이 커뮤니티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만나 짧은 시간 안에 일으킬 수 있는 변화가 실로 크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리테일]
나이키는 수렁에서 빠져나올까?
리테일 브랜드가 작은 현상을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  
나이키가 위기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꽤 되었습니다. "기존 리테일러들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디지털 전환에만 골몰했기에 이런 상황이 되었다", "러닝이 커지는 흐름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아식스와 호카, 온 러닝 등의 경쟁자들이 시장을 차지했다", "에어조던과 에어포스 등 기존의 히트 제품 라인 판매 증대에 집중하느라 신제품 출시가 늦었고, 트렌드가 바뀌는 것을 놓쳤다" 등 그 부진의 핵심 원인이라고 짚어지는 이야기들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들은 모두 일리가 있고, 그 영향이 분명히 보이는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의 분석은 늘 언제나 명료하고, 틀린 말이 있을 수가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무엇이 핵심이었는지 혹은 그 원인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지는지 파헤치고 앞으로의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겠죠.

그런 측면에서 나이키가 데이터와 숫자 그리고 그에 따른 '정답'을 중요시 여겼던 컨설턴트 및 테크 업계 출신의 CEO인 존 도나호와 경영진을 교체하고, 매장의 인턴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핵심 보직을 거쳐 나이키의 전체 마케팅을 총괄하는 사장을 거쳐 퇴임했던 엘리엇 힐을 CEO로 다시 불러온 것은 첫 단추를 나쁘지 않게 꿰맨 움직임이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실적 발표 후 도로 다 빠지긴 했지만, CEO 교체 소식에 주가는 7% 넘게 오르기도 했죠)

누구보다 나이키의 운영 방식을 잘 알고, 나이키의 브랜드를 쌓아올린 마케팅을 이끈 이의 복귀는 당장 조직 분위기를 수습하고 위기 극복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최적이라고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리더십이 교체된 것은 작은 시작일뿐입니다.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의 힘을 가진 나이키이지만, 크게 감소한 매출을 다시 증가세로 돌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칫 "영원한 1등은 없다"라는 격언을 실현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오는 중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몰리게 된 것일까요? 나이키는 어느 순간부터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봐야 할 뿌리를 보지 않았습니다. 

나이키가 최근 내놓은 신제품 러닝화인 줌 플라이 6입니다. 나이키는 최근 느려졌던 신제품의 주기를 다시 끌어올리려고 하는 중입니다. (이미지: 나이키)
러닝은 나이키를 무너뜨릴 카테고리인가?
나이키는 지난 8월 말에 끝난 회계 분기(회계연도 2025년 1분기)에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나 감소해 115억 8900만 달러(약 15조 6625억 원)에 그쳤습니다. 아디다스는 지난 6월 말에 끝난 2분기에 전년 대비 9%나 증가한 58억 2200만 유로(약 8조 603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보시듯이 두 기업의 최근 행보는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아디다스는 올해부터 다시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긴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고 있고, 나이키는 긴 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죠.

아디다스의 경우, 나이키가 잘 나가는 동안 특히 러닝이라는 대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나이키에 크게 밀리면서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었죠. 기술 경쟁에서 나이키에 밀리고, 육상 선수들이 대거 나이키 신발을 선호하면서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 영향이 컸습니다. 나이키가 '문샷'이라고도 부른 브레이킹2 프로젝트는 마라톤을 두 시간 내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신발을 개발하겠다는 (전체적인 선수 관리도 포함한 프로젝트였죠) 비전을 보이면서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술을 입힌 '베이퍼플라이'가 세상에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2010년대 후반부터는 아디다스를 비롯한 다른 브랜드들이 나이키를 따라잡는건 어렵다고 보일 때도 있었죠. 

게다가 아디다스는 이후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표 모델이었던 예(카니예 웨스트의 새 이름)의 유대인 혐오 발언이 크게 불거지면서 브랜드 협업 계약을 해지하고, 이미 생산된 콜라보 제품의 재고 처리에 애를 먹으면서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디다스는 러닝화 카테고리에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고 있습니다. 러닝은 스포츠웨어 시장에서도 상징적인 카테고리입니다. 해당 브랜드의 기술과 혁신을 상징하고, 그 상징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가장 큰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하죠. 

삼바는 아디다스의 실적 회복과 함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라인입니다. 2023년에는 대표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풋웨어뉴스(FN)이 선정한 "올해의 신발"이 되었습니다. 2015년 예와 협업한 이지(Yeezy) 라인의 수상 이후 처음입니다. 시장 리서치 기관인 번스타인에 의하면 올해도 삼바 라인은 15억 유로(약 2조 21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지: 아디다스)
아디다스의 캐주얼화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삼바'가 지난해부터 인기가 갑자기 커진 이유는 바로 아디다스의 러닝 부문이 회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다시 상승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기존의 시그니처 라인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죠. 나이키의 에어포스가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바로 나이키가 기술과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업계의 트렌드 세터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열린 국제 마라톤들에서 남성 선수들 중 톱10의 7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러닝화를 신었고, 여성 선수들 20명 중 18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러닝화를 신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10위 내 입상자 중 3~4명은 아디다스를 신고 있었고요. 최근 아디다스의 재도약이 특히 두드러진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죠.

그리고 이는 마침 아디다스가 프로 이보(Pro Evo)라는 오랜만의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 이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호카와 온 러닝, 아식스 등의 도약 역시 러닝 인구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새롭게 혁신하는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선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뉴발란스와 퓨마, 써코니, 브룩스 등의 기존 브랜드가 모두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강조하는 러닝화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으로 돌아가 러닝은 나이키를 무너뜨릴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들이 차근히 시장을 잡아먹고 '기술과 혁신'의 이미지를 이미 나눠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나이키가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다른 브랜드들이 점차 시장 점유율을 키우면서 카테고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죠. 새로운 브랜드들이 수없이 생기고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이 시장에서 러닝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더 특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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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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