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가 되어야 한다

[미디어 노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더 포스트'가 해야 할 일
2024년 10월 22일 화요일
뉴스레터의 제목은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가 되어야 한다>라고 다소 도발적으로 달았지만, 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현재 고도화 시켜놓은 사업 모델의 구조는 누군가가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해 카피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뉴스라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미디어를 고객들에게 파는 일"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목을 지은 것은 워싱턴포스트가 생존하려면 반드시 뉴욕타임스가 지난 세월 동안 이어온 전략을 따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가 될 수는 없지만, 뉴스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방법을 만들려면 현재로서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한 때 뉴욕타임스가 라이벌로 의식하는 위치에 까지 섰던 워싱턴포스트가 새로운 미디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추락한 이후, 앞으로는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지를 전합니다. 그래서 또다른 제목은 <새로운 세상 속에서 '더 포스트'가 해야 할 일>입니다.


[미디어 노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더 포스트'가 해야 할 일
완전히 변한 환경에서 반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구독자 성장세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는 최근의 내부 회의를 통해 "2021년 이래 우리는 처음으로 성장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지난 9월까지 올해 순 구독자 증가가 4000명을 기록했다고 알렸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4만 명이나 40만 명이 아닌 4000명입니다. 외부에 정확히 알려진 숫자는 없지만 워싱턴포스트의 전체 구독자는 현재 250만 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0년의 팬데믹과 미국 대선 이후 구독자들을 붙잡아 놓을 콘텐츠가 부재했던 워싱턴포스트의 유료 구독자 수는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를 멈출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워낙에 그 추락이 급격히 진행되어서 이를 멈추고 적은 수의 구독자라도 반등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인데요. 과연 워싱턴포스트의 역성장은 여기서 멈춘 것일까요? 추락을 멈추고 반등의 기회를 만든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빠르게 회복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보이고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는 손실이 1억 달러(약 1380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300만 명에 이르던 유료 구독자는 250만 명으로 줄어들었고, 웹사이트로의 트래픽 역시 50%가량 줄어 총체적인 난국 속에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지: 워싱턴포스트)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
우선, 현재 워싱턴 포스트의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과 2024년 현재의 미디어 세상은 엄청나게 달라졌기 때문이죠. 

가장 큰 요소로 꼽아야 할 것은 당연히 소셜미디어입니다. 소셜미디어 세상은 2021년을 기점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전 세계에 10억 명을 넘어서고, 틱톡이 진정 새로운 세대를 위한 대세 플랫폼이 되면서 완전히 달라집니다. 틱톡이 만든 짧은 동영상의 시대는 메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카피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유튜브도 위협을 느끼면서 쇼츠의 성장을 당기기 시작했죠. 이후 틱톡과 짧은 영상은 새로운 세대의 대세 콘텐츠 형식이 되면서 또 한 번 미디어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이러한 미디어 지형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공으로 벌어진 미국 내 여론의 추이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틱톡을 통해 중계되는 가자 지구의 참혹한 실상을 보면서 여론을 형성했고, 이는 미국의 각 대학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들이 벌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틱톡이 만든 여론은 기존의 미디어가 균형 잡힌 보도를 통해 새로운 세대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새로운 미디어의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할 만큼의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2021년 미국을 중심으로 특히 대세 플랫폼이 된 이후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3년이라는 시간 안에 빠르게 재편했고, 전체 미디어 세상을 '숏폼의 시대'로 만든 사건입니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틱톡을 통해서 온갖 영상을 만들고, 뉴스조차도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세대를 위해 큐레이션 할 뿐만 아니라 실황 중계까지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인플루언서 미디어의 시대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틱톡의 성장은 트위터를 통해 '아랍의 봄'이 중계되면서 미디어의 역할을 대체했다고 평가받은 2010년 말의 충격과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아랍의 봄' 이후로 기존의 방송과 케이블은 꾸준히 쇠퇴했고, 기존의 영향력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훨씬 더 쇠퇴했습니다. 

이러한 쇠퇴에 마지막 못을 박고 있는 건 틱톡을 비롯한 짧은 영상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기존의 방송 미디어가 기존 세대가 아닌 새로운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고도 평가됩니다. 2021년의 틱톡의 부상과 틱톡 금지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논쟁도 전체 미디어 환경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어찌 보면 워싱턴 정가의 소식을 차별화해서 보내는 고급 정보지 역할을 놓치고 있기도 했습니다. 폴리티코(Politico)는 그사이 기업과 로비스트들은 모두 참고하는 워싱턴의 필독 정보지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메이저 뉴미디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악시오스도 이 시장을 파고드는 중입니다. (이미지: 폴리티코)
워싱턴포스트가 하지 않은 것
워싱턴포스트는 공교롭게도 2021년까지 편집장을 맡아 제프 베이조스가 인수한 이래 신문의 최전성기를 이끈 마틴 배런이 은퇴를 한 이후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마틴 배런은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이 최상의 저널리즘 콘텐츠를 구현하는 수준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워싱턴포스트의 성공요인이기도 했죠. 하지만 그도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인 준비를 하지 못했고, 그의 은퇴 이후 이들은 큰 풍파를 맞게 됩니다. 

물론 조금 더 빠르게 대응을 했더라면 지금의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사용자들'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뉴스 콘텐츠 외에는 새로운 사용자들이 워싱턴포스트에 들어와 있을 이유가 없었죠. 물론 뉴스 콘텐츠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들이었고, 미국 대선이라는 큰 뉴스 사이클이 지나간 이후 특별한 콘텐츠들이 지속되지 않는 한 사람들은 구독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300만 명이 넘었던 구독자에서 더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구독자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은 충격적인 일입니다. 지난주 [미디어 노트]를 통해서도 전해드린 게임 등의 콘텐츠를 통해 성공을 구가하는 뉴욕타임스 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그리고 새롭게 B2C 구독제를 밀고 있는 블룸버그 등 워싱턴포스트의 위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저 신문과 퍼블리셔는 모두 같은 기간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에는 더욱이요. 

왜 워싱턴포스트만 유독 이렇게 부진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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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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