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석세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밥 아이거가 지금부터 집중해야 하는 문제  
2024년 10월 30일 수요일
디즈니의 향후 성장은 이제 후임자 결정에 많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스트리밍 사업을 궤도에 올리고 넷플릭스가 너무 멀리 달아나기 전에 쫓아가야 하는 급한 판국이지만, 이 문제는 디즈니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디즈니는 올해 들어서야 다시 구독자 성장을 플러스로 만들고 스트리밍 사업이 포함된 D2C(Direct-to-Consumer) 부문이 이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CEO인 밥 아이거가 퇴임하는 2026년에 맞춰서 후임자를 찾는 작업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이어갈 불씨를 살릴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소위 '후임자 찾기 위원회'까지 만들고 최근 이 위원회의 위원장인 모건스탠리의 전 CEO 제임스 고먼을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한 디즈니의 모습과 이것이 왜 그리 중요한지에 대해 전합니다. 콘텐츠 제국인 디즈니의 장기적인 성장이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스트리밍]
디즈니는 '석세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밥 아이거가 지금부터 집중해야 하는 문제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할리우드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미디어 업계 전체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지금의 콘텐츠 제국으로 디즈니가 성장하던 시기를 이끌었고, 회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 시켜왔다는 내외부의 평가가 대체로 좋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존재감이 큰 그가 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자신을 이을 후계 CEO를 선임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즈니의 오프라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원 및 리조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밥 차펙을 2020년에 CEO로 추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디즈니 이사회에서 영향력이 컸던 그는 차펙이 디즈니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며 해임을 하고, 다시 CEO 자리로 돌아왔죠.

팬데믹 당시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자 성장을 그래도 잘 이어갔다고 평가를 받았던 밥 차펙은 스트리밍 사업에서 예상은 되었지만 예상보다 큰 손실이 나자 해임이 되었습니다. 밥 아이거의 영향력이 워낙 큰 디즈니 내부와 디즈니 이사회는 밥 차펙이 실행한 조직 개편으로 콘텐츠 제작 전반의 '창의성(크리에이티비티)'이 저하되었다는 점을 중요한 이유로 들었고요. 그리고 콘텐츠의 질 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릴 콘텐츠의 양을 중요시했던 그의 방향이 이런 결정에 큰 몫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밥 차펙은 당시 컨설팅펌인 맥킨지의 조언을 근거로, 영화와 티비 프로그램 등 각 콘텐츠 제작 부서에게 있던 제작 및 마케팅 비용 집행 결정권을 하나의 컨트롤타워(디즈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 DMED)로 관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이는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 결정이 느려지고 혼선을 빚는 결과를 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디즈니의 강점이던 제작 부서 간의 협업 시스템을 오히려 해치게 된 것으로 알려졌죠.

디즈니의 '석세션(Succession, 후임자 결정)' 문제는 이런 밥 차펙을 해임하고 밥 아이거가 CEO로 돌아올 때도 향후 해결해야 하는 핵심 조건이었고,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어야 하지만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밥 아이거는 여전히 디즈니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단 2년을 제외하고는 그가 계속 CEO였으니까요. (이미지: 디즈니)
큰 성공을 이끈 전임자와는 다른 방향을 추구한 CEO가 성적을 내지 못하자 해임이 된 모습은, 최근 이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창업가 혹은 전임 CEO가 자신이 뽑은 CEO를 교체한 다른 기업들의 모습과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커피팟을 통해서도 자세히 전해드렸지만,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자신이 직접 뽑은 락스만 나라시만의 해임을 주도한 것에서 볼 수 있고요. 나이키의 최근 부진 책임에 물러나게 된 CEO 존 도나호 역시 창업자인 필 나이트가 낙점했던 인물입니다. 물론 디즈니가 다른 점은 전임 CEO인 밥 아이거가 직접 돌아와 다시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디즈니는 모건스탠리의 전 CEO이자 현재 디즈니의 소위 '후계 계획 위원회(Succession Planning Committee)'의 위원장인 제임스 고먼을 내년 1월 2일부터 임기가 시작하는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하고, 2026년 초까지 후임자를 확정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2010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물러날 때까지 성공적인 대표 임기를 보낸 제임스 고먼은 모건스탠리의 CEO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뽑고 안정적으로 물려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해 8월에 디즈니 이사회에 합류한 외부자인 그에게 이사회 의장 자리를 준 것은 상징적이기도 합니다. 그가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오랜 기간 밥 아이거의 존재감이 너무 큰 디즈니에 자신의 후임저 선정 경험과 방식을 전수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무려 18년째 CEO를 하는 밥 아이거의 존재감을 결국 극복해야 하는 후임자를 찾는 작업은 쉬울 수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모건스탠리라는 투자은행과 창의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고객들을 마주해야 하는 디즈니라는 회사의 특성은 너무 다르기도 합니다.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는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분기를 기준으로 1억 5380만 명입니다. 이와 함께 실적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긴 합니다. (데이터: 디즈니 실적 보고서)
일단 콘텐츠부터 계속 잘 만들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작업을 맡은 그와 후임자 찾기 위원회는 무엇을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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