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가 이번 미션에 담은 '세상이 원하는 포맷'이라는 말은 콘텐츠의 형식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을 담아내는 제품(프로덕트)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포맷과 임팩트 있는 스토리가 무엇인지는 내부적으로 확정이 된 상황에서 이러한 의도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미션 자체에 이러한 함의가 담겨 있지 않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모호한 이야기가 담긴 것입니다.
미션은 무엇보다 임직원 모두에게 명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액션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만들어진 미션을 설명하는 문장은 슬로건과 대치가 될 수도 있는 해석을 나을 수 있습니다. 슬로건이 말하는 바를 함께 추구하는 '임팩트 있는 스토리'라는 것이 명확하게 연결되어야만 하죠.
즉, "어둠 속에서 민주주의가 죽는다"라는 슬로건과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함께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저 두 문장은 함께 조합이 될 수 없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내포하는 의미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미션 스테이트먼트의 선정은 워싱턴포스트가 아직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는 데 있어 내부의 저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즉, 오너인 제프 베이조스을 비롯한 경영진과 내부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 출신으로 작년 5월에 채용된 CSO 수지 왓포드는 "뉴스를 재발명하다(Reinvent news)"와 같은 언어를 쓰면서 워싱턴포스트의 '혁신' 방향을 설득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구호가 그러하듯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계획과 그것을 하나씩 실행할 역량이 없다면 그 구호를 듣고 따라야 하는 이들에게는 허망하게 들릴 뿐입니다.
지금 핵심 인력들이 떠나는 워싱턴포스트의 내부 상황은 "화이팅! 우리가 뉴스를 혁신할 거야"라는 분위기가 전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첫 번째 제품이 실패해 피벗을 해야만 하는 스타트업의 새로운 방향이 부랴부랴 만들어진 이후의 모습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새롭게 만들어진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고 공허한 구호가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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