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포모에 휘둘리지 않는 이들

1. 애플과 에어비앤비의 공통점, 2. 엑손모빌의 새 사업은 전기차?
오늘은 AI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가 테크 업계를 휩싸고 있는 가운데, AI 활용을 강조하지 않고도 AI 기반 기술을 잘 활용 중인 애플과 에어비앤비의 이야기를 우선 전해드립니다. AI 기반 기술은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가 활용하는 서비스들에 적용되어 있죠. 대표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된 기술들은 무엇일까요? 

이어서 엑손모빌이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리튬 투자에 나선 이유와 의미를 짚어볼 텐데요. 전기차로의 전환 흐름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향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석유와 가스 수요를 이들은 어떤 사업으로 대체해 나갈 계획일까요? 엑손모빌은 여전히 석유와 가스 수요가 수 십 년간 유지될 것으로도 보고 있는데, 과연 새로운 사업을 잘 확대해 나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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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AI #애플 #에어비앤비
1. AI 포모에 휘둘리지 않는 이들
작년 말 챗GPT가 출시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IT 업계는 - 특히 빅테크라 불리는 테크 공룡들은 - 이른바 'AI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에 시달려 왔습니다.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준 챗GPT에 대항하는 혹은 그 흐름을 타는 AI와 관련된 무언가를 만들지 않고서는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은 것이죠. 

특히 구글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2023 구글 I/O에서 AI라는 단어는 시도 때도 없이 나왔습니다. 이미 널리 퍼졌지만, 이 행사 전체를 이 영상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고도 봤죠.

하지만, 이러한 광풍에 올라타지 않고 묵직하고 조용하게 사용자들을 향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던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애플과 에어비앤비인데요. 온갖 챗봇과 생성형 AI가 쏟아져 나오는 올해, 애플과 에어비엔비는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이런 이들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할까요?
왼쪽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큼직해진 애플의 UI이고, 오른쪽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내 목소리로 전달해 주는 '라이브 스피치' 기능을 보여주는 화면이에요. (이미지: 애플) 
사용자 경험에 AI 통합하는 애플
최근 애플은 iOS 17 에 탑재될 '접근성 기능'에 대한 미리보기를 공개했어요. 노인이나 시각 장애인 등 인지 능력이 저하된 사용자들을 위해 큼지막한 UI 모드, 라이브 스피치, 사진 속 글자 인식 모드 등 다양한 접근성 기능들을 소개했죠.

이 중 주목할 만한 기능들은 '라이브 스피치' 와 ‘사진 속 글자 인식' 기능인데요. 라이브 스피치는 본인의 목소리를 원활히 사용하기 힘들어진 사람들을 위해 제작되었어요. 애플에서 제공하는 150여 개의 문장을 읽어 저장하면, 기기에서 이를 학습하고 본인의 목소리로 텍스트를 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용자는 영상이나 음성 통화 중에 텍스트를 입력하고, 이를 기기가 본인의 목소리로 읽어주어 전달하는 것이죠.

'사진 속 글자 인식' 기능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기능입니다. 카메라를 켜고 읽어야 하는 글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아이폰이 이를 인식해 읽어 줍니다. 이 모든 학습은 기기 내(On Device)에서만 이루어지므로, 개인의 학습된 목소리가 다른 곳으로 유출될 일도 없어요.

AI라는 단어가 한 번도 안 나오지만
애플이 이러한 기능들을 소개하는 글에선 'AI'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라는 단어는 단 세 번만 쓰였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AI라는 단어는 한 번쯤 쓸 법도 한데 말이죠.

이처럼 애플은 정말 애플답게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을 먼저 내세우며 AI, 머신러닝,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적인 단어들은 최대한 뒤로 숨겨 둡니다. 예를 들어 에어팟의 '공간 음향(Spatical Audio)' 기능은 머신러닝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 머리의 위치와 소리의 진원지 등을 계산하지만, 이를 소개하는 문서에는 역시 머신러닝 등의 기술적인 단어는 없습니다. 사용자가 느낄 가치에만 충실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죠.

6월 5일에 있을 애플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 2023에선 iOS 17을 포함해 다양한 OS 업데이트, 그리고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AR/VR 기기의 공개가 예상되고 있는데요. 애플의 발표를 지켜보면서 정말로 애플이 AI라는 단어를 뒤로 숨겨둘지 살펴보는 것도 관전 재미를 키우는 요소입니다. 
새롭게 론칭한 에어비앤비 룸스와 호스트 패스포트의 모습이에요. 이전보다 직관적으로 살펴보고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죠. (이미지: 에어비앤비)
본질에 집중해 성장한 에어비앤비
에어비엔비는 팬데믹 사태 때 정말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죠. 팬데믹이 퍼지는 약 2개월 동안 사업의 80% 가 증발했었고요. 기업 공개를 준비하고 있었던 시점에서 존망의 위기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을 겪은 에어비앤비의 창업자이자 CEO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이후 조직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본질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에어비앤비의 본질은 ‘공유 숙박'이었죠. 우선 일일 클래스와 같이 다양한 경험 상품을 제공하는 '에어비엔비 익스피리언스'나 호텔 체인과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럭셔리 에어비앤비인 룩스(Luxe) 등 서비스 다각화를 위해 런칭했던 기능들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합니다. 그리고 팬데믹 시대에 맞추어 원격 근무를 위한 장기 숙박 등에 집중하기로 하죠.

조직적으로는 우선 각 기능과 제품별로 나뉜 조직을 통폐합해서 하나의 마케팅, 하나의 개발, 하나의 디자인 팀 등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단 하나의 제품 로드맵을 만들어서 분기별, 월별, 주별로 진행 상황을 브라이언 체스키가 직접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진행 상황을 집중적으로 챙기는 프로그램 매니저(Program Manager)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고, 제품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와 구분하고, 이들과 각 조직의 리더를 포함해 탑레벨의 임원들까지 모두 같은 생각과 목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이렇게 조직 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에어비앤비는 일 년에 두 번의 큰 릴리스(Release,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 등의 출시) 마감일을 정합니다. 이를 여름과 겨울 릴리스라고 부르며, 이제 모든 조직이 해당 마감일에 기능을 런칭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AI 광풍이 부는 중인 이번 5월에는 마침 이 여름 릴리스가 있었는데요.

  • 우선 핵심 기능으로 자신의 집에 있는 '방'을 빌려주는 ‘에어비앤비 룸즈(Rooms)’가 론칭되었어요. 에어비앤비의 시작점이자, 가장 핵심적인 본질은 "집에 남는 방을 저렴하게 빌려준다."에 부합하는 기능이죠. 이번 기능의 성공을 위해서는 호스트가 믿을 만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터인데, '호스트 패스포트(Host Passport)'라는 기능도 함께 선보이면서 호스트들을 훨씬 더 친밀하게 소개합니다.
  • 또, 에어비앤비에 접수된 거의 모든 사용자 불편 사항과 의견을 분석해 진행한 50가지의 사용자 불편 사항 개선을 발표했어요. 사용자들이 항상 불만을 품어 왔던 가변적인 가격 변동이나 환불 정책 등에 대한 핵심 개선 사항이 포함되었죠. 브라이언 체스키가 이 개선점들을 직접 소개하는 영상을 배포하기도 하며, 시장에 불고 있는 AI 광풍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본질에 집중한 결과도 좋습니다. 에어비앤비의 1분기 매출은 18억 달러로(약 2조 3620억 원)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요. 숙박 및 체험 예약의 견조한 성장과 평균 일일 요금(ADR, Average Daily Rate)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죠. 그 덕분에 순이익도 1억 1700만 달러(약 1535억 원)를 기록해서, 작년 1분기에 기록한 순손실 1900만 달러(약 250억 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죠.

에어비앤비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고, 이후 이어진 위기들까지 넘으면서 진정 빅테크의 반열에 올라서는 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용히 AI 테크 다듬는 두 거인
물론 애플과 에어비앤비가 바야흐로 AI 시대를 안일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애플의 기능들에는 보이지 않게 AI를 통해 효율화되는 지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간단하게는 사진 앱에서 '롱 프레스(long press, 길게 누름)'를 통해 인물을 분리해 내는 기술부터, 에어팟에 들어간 노이즈 캔슬링까지 모두 AI 기반 기술을 활용해 만든,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었어요.

에어비앤비 또한 AI를 통해 고객 대응을 개인별로 최적화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이미 숙소 탐색과 매칭에는 AI가 적극적으로 쓰이는 중이에요. 다만 사용자들이 모를 뿐이죠. 브라이언 체스키는 앞으로 AI를 통해 사용자가 누구고,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파악하고, 원하는 경험을 최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고했죠.

두 기업 모두 AI 포모에 휘둘리지 않고,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고도 주도적으로 AI를 활용해 사용자들이 진짜 가치를 느낄만한 제품을 전달하는 중인데요. 앞으로 있을 애플의 WWDC와 에어비앤비의 겨울 릴리스에 이렇게 AI로 뒷받침되는 기능 개선들은 무엇일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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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2O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현재는 글로벌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웹3, AI 등 새로운 기술이 바꾸어 나가는 세상의 모습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빅오일] #리튬투자 #전기차 
2. 엑손모빌도 서서히 움직이는 방향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제 전기차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날이 점점 더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되죠. 
놀랍지만 놀랍지 않은 소식이 하나 전해졌어요. 바로 빅오일 중의 빅오일인 엑손모빌이 미국 아칸소주의 리튬 매장 지역 개발권을 사들였다는 소식인데요. 1억 달러(약 1310억 원)의 투자로 엑손모빌로서는 작은 규모의 투자입니다. 하지만 가솔린 차량의 피크가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전기차 붐이 점점 커지는 와중이기에 주목을 끈 소식이에요.

엑손모빌은 과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자원에 대한 투자에 진지한 것일까요? 진지하다면 어떤 전망을 하고 있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JP모건 #제이미다이먼
3. 월스트리트가 흔들리면 커지는 은행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제 전기차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날이 점점 더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되죠. 
계속 이어지는 중인 미국의 은행 위기는 불안한 줄타기를 하면서 더 커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화가 잘 되어 끝날 것 같았던 SVB 사태의 불씨가 번지면서 미국 14위 규모의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문을 닫게 되었고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최근 고조되었죠.

다행히 SVB 사태 당시부터 2008년 금융 위기의 재현을 걱정한 금융 당국의 빠른 조처로 위기는 번지지 않았습니다. 2008년 당시에도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그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은행 파산 사례였던 워싱텅 뮤추얼을 인수했던 JP모건 체이스가 적극적으로 금융 당국과 협조하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했고 시장을 안정시켰죠.

하지만 이 결말이 좋은 결말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큽니다. 이렇게 위기마다 구원자 역할에 나선 JP모건의 영향력이 커져도 너무 커진 상황이고, 반복되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죠.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 이번의 '작은' 은행 위기를 바라보면서 왜 걱정은 커진 것일까요?

☕️☕️ 유용하고 재밌는 비즈니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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