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당시 '최소 기준 면세'를 800달러로 올리는 결정이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의 온라인 쇼핑에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온 정책이었다고도 표현을 합니다.
참고로 이 제도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적용을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급한 1930년의 스무트-헐리 관세법의 섹션 321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는 본래 해외의 미국인 관광객들이 미국으로 소포를 보낼 때 관세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이 200달러였죠.
하지만 이 법은 800달러로 그 기준이 올라가기 전에도 소규모 이커머스 혹은 소규모 무역 거래를 하는 이들이 물건을 들여오는 데 활발히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기준이 올라가자 더 크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던 것이죠. 온라인 주문이 더 활발해지고, 아주 낮은 가격에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옷을 마음것 주문해 '직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기도 했던 것이고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발 빠른 사람들은 갭이나 포에버21 혹은 에버크롬비앤피치 같은 미국의 브랜드들에서 옷을 사는 대신 아마존을 비롯한 인터넷을 통해 값싸고 다영한 종류의 옷을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에 적응하고 있지 못하던 이들 브랜드의 매출 성장은 2010년대 초반부터 멈추었고, 2013~2014년을 전후로 역성장을 하기도 합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그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요.
그리고 이는 이들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공략하지 못한 탓이 크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중국 저가 브랜드의 시장 진입"이 미국 브랜드를 무너뜨렸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존을 중심으로 이커머스가 이미 빠르게 확산했고, 다른 해외의 브랜드들이 주요 시장에서 외연을 넓히는 동안 이들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당시에 전 세계적으로 자라와 H&M 그리고 유니클로가 성장기를 달리고 있어서 미국 브랜드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브랜드들이 쇠퇴하던 시기에 이들의 성장은 가팔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경쟁에서 이긴 것이기도 합니다.
잠깐 매출 성장 현황만 살펴보면요.
-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의 경우, 2012년 207억 유로(약 32조 9450억 원)이던 매출이 2018년에 304억 유로(약 48조 3830억 원)를 넘겼고, 팬데믹의 위기를 지나 회복하면서 2024년엔 412억 유로(약 65조 5710억 원)를 넘게 기록했습니다.
- H&M도 2010년에 1084억 스웨덴 크로나(SEK, 약 15조 6380억 원))의 매출은 2017년에 2000억 크로나(약 28조 8880억 원), 2024년에는 2344억 크로나(약 33조 8570억 원)가 되었습니다.
- 유니클로의 패스트리테일링 역시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성장을 했고, 2011년 1조 엔(약 9조 8440억 원)이 조금 넘었던 매출은 2019년에 2조 엔(약 19조 6880억 엔)을 넘습니다. 이후 성장세는 더 커져 2024년을 기준으로 매출은 3조 엔(약 29조 5310억 엔)을 넘었습니다.
이처럼 중국 이커머스의 진입만이 미국 브랜드들이 쇠퇴하는 결과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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