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필을 한번 보세요. 세상 어디에도 이 연필 하나를 완전히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놀라셨나요?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 연필의 몸통을 이루는 나무는, 제가 알기로는 미국의 워싱턴주 어딘가에서 자란 나무입니다. 그 나무를 베기 위해서는 톱이 필요했겠죠. 톱을 만들려면 강철이 필요했고,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이 있어야 합니다.
이 가운데 검은 심은 우리가 연필심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압축된 흑연입니다. 정확한 산지는 모르겠지만, 남아공 어딘가의 광산에서 온 걸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쪽에 붙어 있는 빨간 지우개는 고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마도 말레이시아산일 텐데, 고무나무는 원래 말레이시아에 자생하는 식물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남아공에서 일부 사업가들이 영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수입해 들여온 것이었죠. 게다가 이 금속 고리나 노란 페인트, 검은 줄을 그은 물감, 이를 붙여주는 접착제가 어디서 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처럼, 이 연필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수천 명의 사람들이 협력했습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종교도 다르고, 만약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서로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가게에서 이 연필 하나를 살 때, 여러분은 여러분의 몇 분짜리 시간을 이 수천 명이 쓴 몇 초씩의 시간과 교환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어떻게 협력하게 된 걸까요?
중앙당에서 명령을 내린 사람도, 지시를 돌린 사무실도 없었습니다. 그들을 하나로 모으고 협력하게 만든 것은 바로 가격 체계라는 놀라운 메커니즘이었습니다. 가격이라는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스템이 이 모든 협력을 이끌어낸 것이죠. 그 덕분에 여러분은 이 연필을 아주 적은 돈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 시장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단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 사이의 조화와 평화를 이루는 데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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