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에 관세가 붙으면

자유 무역에서 메이드 인 USA라는 허상

2025년 4월 8일 화요일
오늘도 더욱더 심화하는 관세 이슈로 찾아왔습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계획한 관세 정책과 그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혼돈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현재의 관세 정책이 왜 지속되기 어려운지에 대해 단초가 되는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앞으로도 상황은 롤러코스터를 계속 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보복 관세 릴레이가 이어지고, 각국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지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요. 하지만 결국 시장이 원하는 답과 시장에 적용되어야 하는 답은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거시경제] #관세정책 #미국경제
운동화에 관세가 붙으면
자유 무역에서 메이드 인 USA라는 허상
관세가 미국의 자충수가 되는 것은 리테일 영역을 보면 명확히 보입니다. 특히 미국이 자랑하는 브브랜드들이 지금 생산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지를 보면 말이죠.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 외에도 이미 해외의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힘겨운 시기를 지나온 리바이스와 갭 같은 미국의 브랜드들은 모두 해외에서 생산을 하고 있죠.

미국국제무역위원회에 의하면 미국은 운동화의 95~99%를 매년 수입합니다. '메이드 인 USA' 현황을 조사하는 올아메리칸(allamerican.org)에 의하면 미국 의류는 97%가 수입입니다. 대부분의 의류와 운동화는 이번에 가장 높은 상호 관세가 매겨진 베트남을 필두로 미국과 무역 전쟁을 가장 크게 벌일 중국과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죠.

여기서 왜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인건비가 적게 들기에 그 생산원가가 낮기 때문이죠. 세계의 의류 공장들이 이들 지역에 현재 몰려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값싸게 의류를 살 수 있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대표적인 브랜드들도 현재의 가격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각국의 경제 발전과 물가 상승에 따라 인건비도 오르기에 그에 따른 가격 인상도 반영되고요. 

근데 보편 관세에다가 상호 관세까지 매겨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각 브랜드들은 마진을 희생하거나,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안 올릴까요? 생산기지를 단숨에 관세율이 더 낮은 곳 혹은 미국으로 이전을 할 수 있을까요? 미국으로 이전을 하면 원가가 훨씬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모두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불가능할 사항들입니다.

관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메이드 인 USA가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을까요? 애초에 그것이 목적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 뉴발란스)
만약 이대로 관세가 매겨진다고 하면 베트남에서 생산을 해 100달러 하던 신발의 가격은 그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56%(보편관세 10% + 상호관세 46%)가 당장 올라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정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기적적으로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추어 생산을 시작하게 된다면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뉴발란스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뉴발란스는 미국과 영국에서 제조하는 신발을 별도로 분류해 판매를 합니다. 메이드 인 USA & UK 라인업이 따로 있죠. 이들은 '국내 생산 가치가 70% 이상'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면서, 이 기준을 넘으면 메이드 인 USA라고 표기를 한다고 하는데요. 주요 부속품은 해외 생산 시설에서 만들고, 이를 최종 조립하는 과정을 미국에서 하는 것으로 보통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친 제품의 가격은 보통 제품들 대비 가격이 월등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급'의 제품을 비교하면 40~50%는 그 가격이 높죠. 

이는 왜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비쌀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자칫 이러한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미국민들은 나이키와 뉴발란스 신발을 한 켤레에 200달러는 넘게 주고 사야 합니다.

물론 나이키와 뉴발란스가 전 세계에서 기존의 브랜드 위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미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세계 시장에서 줄어들고, 그 위상도 퇴색할 수밖에 없는 길을 걷는 것도 뻔히 보이는 결말이죠.

쉽게 보는 자유 무역의 의미
자유 무역의 의미는 최근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엑스 계정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의미심장하게 공유한 영상에서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은 노벨 경제학상을 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한 연필을 쥐어 보이면서 이 연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왜 자유 무역이 필수인지"를 설명하는, 이미 꽤나 알려진 유명한 영상인데요.

연필의 부분 부분이 어디서 왔는지를 짚으면서 자유 무역의 이점을 말하는 그 모습은 메모할 만합니다. 

아래에 해당 대목을 번역했습니다. 함께 살펴보시죠.

아, 밀턴 프리드먼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이익을 증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는 점도 유념하면서 읽으면 좋습니다. 그가 자유 시장 경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진 이였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그리고 학문적 논쟁 역시 컸던) 1970년의 칼럼이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이 영상은 자유 무역의 기초와 이점을 쉽게 잘 설명하는 것으로 과거부터 유명했습니다. (이미지: Free to Choose Network)
이 연필을 한번 보세요. 세상 어디에도 이 연필 하나를 완전히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놀라셨나요?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 연필의 몸통을 이루는 나무는, 제가 알기로는 미국의 워싱턴주 어딘가에서 자란 나무입니다. 그 나무를 베기 위해서는 톱이 필요했겠죠. 톱을 만들려면 강철이 필요했고,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이 있어야 합니다.

이 가운데 검은 심은 우리가 연필심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압축된 흑연입니다. 정확한 산지는 모르겠지만, 남아공 어딘가의 광산에서 온 걸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쪽에 붙어 있는 빨간 지우개는 고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마도 말레이시아산일 텐데, 고무나무는 원래 말레이시아에 자생하는 식물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남아공에서 일부 사업가들이 영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수입해 들여온 것이었죠. 게다가 이 금속 고리나 노란 페인트, 검은 줄을 그은 물감, 이를 붙여주는 접착제가 어디서 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처럼, 이 연필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수천 명의 사람들이 협력했습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종교도 다르고, 만약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서로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가게에서 이 연필 하나를 살 때, 여러분은 여러분의 몇 분짜리 시간을 이 수천 명이 쓴 몇 초씩의 시간과 교환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어떻게 협력하게 된 걸까요?

중앙당에서 명령을 내린 사람도, 지시를 돌린 사무실도 없었습니다. 그들을 하나로 모으고 협력하게 만든 것은 바로 가격 체계라는 놀라운 메커니즘이었습니다. 가격이라는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스템이 이 모든 협력을 이끌어낸 것이죠. 그 덕분에 여러분은 이 연필을 아주 적은 돈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 시장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단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 사이의 조화와 평화를 이루는 데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워드 막스를 필두로 래리 핑크, 제이미 다이먼 등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관세 정책으로 일어나는 현재의 일들에 대해 경고를 하고 나섰습니다. (이미지: 블룸버그 뉴스)
릴레이로 이어지는 구루들의 경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최근 뉴욕에서 투자자들과 각 기업의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미국 경제는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현재 일부 산업에서는 침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소비도 점차 멈추고 있다"라고 하면서 말이죠.

무엇보다 그는 3일 만에 시장이 (2월의 고점 대비) 20%나 빠진다는 것은 시장에 큰 영향이 있다는 것을 말하며, 관세의 영향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와중에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제로'로 본다고도 했죠. 

닷컴 버블이 터질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올해 시장의 버블이 터질 것을 예측한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는 이미 며칠 전 블룸버그 뉴스에 나와서 "미국이 여전히 투자를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인가?"라는 앵커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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