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생산되는 영화들이 받는 인센티브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라면서 1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를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역시나 또 화제가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무부와 미국 무역대표부에 "해외에서 제작하는 영화들에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안을 짜기 시작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역시나 "착수했다"라면서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통해 맞장구를 쳤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들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 시장의 반응이 이전의 관세들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을 포함한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나타났죠.
아직 확실한 반응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해외에서 제작하는 영화'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를 포함해, 물리적으로 어떻게 영화가 '국경'을 넘어오는지를 판단할 것인지가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관세를 매길 영화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가 중요할 텐데, 그 기준 자체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정당하게 설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더 쉽게 말해서 한국에서 제작된 <오징어게임>에 대한 관세가 어떻게 매겨져야 할지를 상상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전 세계인들을 위해서 스트리밍 서비스, 즉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에 공개한 작품에 대한 관세가 어떤 계획으로 설계될 수 있을까요?
만약 어떠한 구체적인 안이 나온다고 하면, 현재까지 이어진 관세 정국의 향방을 볼 때, 정교하게 잘 짜여진 계획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산업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 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정부당국자들과 그 책임자들이 해야 할 일일 터인데, 상호관세 발표 때와 같은 장면이 또 반복되는 것을 예상한다면 지금 시장이 겉으로 보이는 유보적인 (그러나 속으로는 걱정하는)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일단 바클레이스의 에널리스트는 리서치 노트에 "만약 이 관세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면, 그 산업을 돕기는커녕 해치는 결과를 낼 것이다(If this is deployed on a wide scale, it may end up harming the very industry it is supposed to help)"라는 코멘트를 달았다는 점을 주요 미디어들은 짚었습니다. 각 스튜디오들이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추가적인 투자와 제작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고요.
이렇게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생충>이 미국에서 상영되지 못하는 것보다 해외 로케이션에서 대부분 제작되는 <미션 임파서블> 같은 대표적인 미국의 영화들에도 관세가 부과되어 비싸지는 모습을요. 당연히 영화를 만드는데 제약이 생기고,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전 세계인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연결되어 있는 가운데 훌륭한 작품들을 지속해서 접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 영화, 나아가 문화마저도 관세 장벽이 세워져 국경을 실감 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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