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3% 상승하면서 지난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줄어든 상황이죠. 식품과 기름값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2.8%를 기록해 시장의 예상치와 맞아떨어졌습니다.
당연히 월스트리트에도 좋은 소식이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관세 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계속해서 크게 출렁이던 시장은 이번 CPI 발표에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미 전날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한 효과가 시장에 크게 반영되기도 했죠.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를 특별히 긍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4월 2일, 소위 '해방의 날' 이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관세의 영향이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선입니다. 게다가 관세 정국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고, 새로운 협상에 따른 관세가 적용되었을 때 기업들이 어떤 타격을 받을 지 그래서 실물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 지에 대한 단초가 더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도 미 연준에게도 이번 CPI는 금리를 내릴 유인이 되지 못합니다. 아직 많은 기업들이 관세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지만, 현재 협상되는 수준의 관세를 반영하기 시작하면 각종 상품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제도 전해드렸지만, 이제 중국에서 다시 실어나오기 시작하는 수많은 컨테이너들에 들어 있는 상품들에 대해 기업들이 기존과 같은 가격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관세가 촉발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사라졌다고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단서가 달려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라고 이들도 못을 박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의 합의로 신이 났던 시장은 "아 그래도 당분간 고관세가 유지가 되는건 맞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있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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